미국, 급진적 환경운동에 테러 낙인 _ 이상백


▒ 5월 15일 에코테러리즘의 혐의로 기소된 10명의 피고에 대한 심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오리건주 유진 연방법원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캐롤 버그캘드웰 ⓒ연합

미국, 급진적 환경운동에 테러 낙인

주류 환경주의자들과 동물복지운동가들은 과격운동단체의 폭력적 방법론에 대해 반대 입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를 테러로 몰고 가는 것에 대해서도 찬성하지 않는다


벌목회사, 육류포장공장, 자동차 대리점, 밍크코트회사 등에 동물보호와 지구보호의 명분을 내걸고 방화, 폭파 등의 과격한 직접행동을 펼쳐온 급진적 환경운동 방식이 철퇴를 맞았다. 최근 미국 법원은 이러한 불법적 과격행위에 대해 반테러법까지 확대 적용하며 중형을 내렸고 이에 대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미국에서 지난 30여년 간 환경주의의 이름을 내걸고 일어난 파괴행동에서 아직까지 인명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가 정부의 정책에 대한 협박, 강압, 복수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테러로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논리이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과 주류 환경운동진영은 테러에 대한 정의가 광범위해질수록 안전은 더욱 위협받게 되고 합법적인 운동마저 위축시킬 수 있는 선례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격한 환경운동은 테러?
미국 오리건주 유진 연방법원은 지난 6월, 19개월 전에 체포된 10명의 동물보호운동가와 급진적 환경주의자들에게 5개 주에 걸쳐 자행된 많은 파괴행위에 대한 혐의로 3년에서 13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 재판은 정부의 입장에서 이른바 ‘에코테러리즘’과의 대결에서 분수령이 될 주요한 재판으로 주목받아왔다. 에코테러리즘에 대해 이처럼 대규모로 재판이 진행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피고들은 1996년에서 2001년 사이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오리건, 워싱턴, 와이오밍주 등 5개 주에 걸쳐 일어난 방화, 폭파 등의 행위로 약 4천만 달러의 재산피해를 입힌 데 대한 유죄가 인정됐다.

이런 사건의 대부분은 미해결로 남아 있다. 사건의 주동자들을 파악하기 어려운 데다 대개 증거가 부족해 기소 자체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과격한 환경운동의 대명사로 통하는 동물해방전선(ALF, Animal Liberation Front)과 지구해방전선(ELF, Earth Liberation Front)은 중앙집권적 리더십이 없는 세포조직으로 유명하다. 작은 규모로 활동이 전개되고 중앙의 명령도 없고 조직 내에서도 서로 연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체포나 기소도 어려웠는데 최근 내부 고발자의 잦은 등장으로 여기저기에서 노출되고 해체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번 경우도 조직원이었던 제이콥 퍼거슨의 내부 정보제공과 몰래카메라가 기소와 판결에 큰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 측은 에코테러리스트들의 목적을 천연자원이나 동물과 관련된 연방정부의 정책에 대해 항의하고 정부기관에 실력을 행사함으로써 강압적으로 정책을 바꾸는 것으로 파악하고 이를 테러로 규정하고 있다. 테러범죄의 경우 최고 20년의 가중처벌이 가능하며 최고보안 수준의 감옥에 격리할 수 있게 된다.


확대 적용되는 반테러법 논란
유진의 민권변호센터 로렌 리건은 이번 판결에 대해 “인간에게 사망이나 상해를 유발하지 않은 재산범죄에 대해 연방정부가 이토록 처벌을 강화한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피고들과 변호인단은 이러한 활동에 있어서 사람에게 해를 입히지 않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검찰 측은 그래봐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방화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스티븐 파이퍼 검사는 “그들의 고상한 목적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전형적인 테러”이며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단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최근 「미애국자법(USA Pariot Act)」을 비롯한 관련법들의 반테러 조항의 확대 적용과 처벌 강화의 추세가 급진적 환경운동과 동물복지운동에도 미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급진주의 단체를 추적해온 뉴욕의
<반비방연대(ADL, Anti-Defamation League)>의 오렌 시걸은 “반달리즘적 행위는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문제는 동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인간에 대한 폭력까지 점차 정당화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시걸에 따르면 급진주의자들이 캘리포니아대학교 영장류 연구실에 방화장치를 설치했는데 마침 작동되지 않아 다행이었으나, 만약 제대로 터졌다면 사람이 빠져나오기가 거의 불가능했던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인명에 대한 위협이 실제 메시지를 통해 확인된 경우도 있다. <혁명세포동물해방여단(Revolutionaly Cells Animal Liberation Brigade)>은 동물실험 결과를 이용하는 한 캘리포니아의 화장품회사에 “모든 고객들과 그들의 가족을 목표로 간주한다.”는 경고를 보낸 바 있다.



환경운동과 테러 사이
주류 환경주의자들과 동물복지운동가들은 과격운동단체의 폭력적 방법론에 대해 반대 입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를 테러로 몰고 가는 것에 대해서도 찬성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들은 지나친 법 적용과 과도한 처벌의 경향이 평화로운 시민불복종이나 합법적인 정치적 이견의 표현을 질식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에라클럽의 앤드류 베커는 “법 규정이 워낙 포괄적이고 모호하기 때문에 비폭력적 시민불복종 행위나 일상적인 환경운동까지도 위축시킬 수 있다. 나무 위에 올라가 시위하는 자를 돕기 위한 기부행사만 열어도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 간주될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로렌 리건은 “모두가 테러리스트라면 누구도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테러리스트의 정의를 확대하면 할수록 우리가 진정으로 얻을 수 있는 안보는 줄어들게 될 것이다. 급진적 환경주의자들의 활동이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와 동격이라면 대체 우리는 어디에서 그 선을 그을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참조: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오리거니안(The Oregonian)』, ADL

이상백 기자 leesb@kfem.or.kr



  • 누가 에코테러리스트인가

    테러리즘에 대해 명확하게 합의된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전형적으로 정치적 동기를 가지고 정부나 시민을 협박하려는 의도로 벌이는 폭력적 행위를 이를 때 쓰는 말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여기에 환경적 이유를 내세울 경우 ‘에코테러리즘(eco-terrorism)’으로 지칭하고 있다.
    에코테러리즘은 환경주의의 명분으로 사람이나 재산에 가하는 폭력적 행위나 위협을 말한다. 현재까지 양상으로는 재산피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용어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특히 파괴적 행위로 재산피해를 입혔지만 인명피해가 없을 경우, 이를 테러로 볼 수 있느냐 하는 논쟁이 대표적이다. 이 말을 처음 쓴 사람은 자유기업변호센터의 론 아놀드로 그의 저서 『에코테러: 자연을 구하는 폭력적 의제(Ecoterror: The Violent Agenda to Save Nature)』에 등장한다.
    한편 에코테러리즘은 ‘환경테러리즘(environmental terrorism)’과 구별된다. 환경테러리즘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환경이나 자원에 대한, 혹은 이를 이용한 공격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이라크는 1991년 걸프전 당시 페르시아만에 100만 톤에 이르는 원유를 유출시켰는데 이는 해안에 있는 유전을 폭파하여 바다를 오염시켜 서방국가들을 위협하고자 하는 고의적인 행위였다. 베트남에서 우거진 숲을 제거하기 위해 다이옥신이 든 제초제를 살포한 것도 그 예이다. 요컨대 에코테러리즘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환경테러리즘은 고의적인 환경파괴에 가깝다.
    에코테러리즘이란 말을 환경주의를 표방하는 모든 합법적 형태의 비폭력적 시위에 대해서 경멸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불법적 과격행위인 에코테러리즘과 한 통속으로 묶으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에코사보타주(생태적 과격행위, eco-sabotage)라는 용어가 가장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사회혼란을 유발하지만 공포(테러)를 느낄 수 없는 사물과 재산, 기계와 같은 것에 대한 행위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에코테러리즘이란 똑같은 말이 상반된 뜻으로 사용되는 경향도 있다. ‘다른 종을 위기로 몰아넣거나 지구생태계를 위협하는 행위’가 바로 에코테러리즘이라는 것이다. <시쉐퍼드보전협회(the Sea Shepherd Conservation Society)>의 설립자인 폴 왓슨이 일본의 포경업자들을 비난하며 한 말이다. ALF의 전설적인 동물보호운동가인 로드니 코로나도는 “나는 개인적으로 스스로를 반테러리스트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반대하는 모든 것이 테러행위이기 때문이다. 나는 에코테러리스트 하면 떠오르는 사람들이 유수기업들의 경영자들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환경주의자들은 개인, 회사, 정부가 오염과 같은 생태적으로 무책임한 행위를 하는 것이 바로 에코테러리즘이라고 정의한다. 캐나다의 환경운동가 데이비스 스즈키는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은 오스트레일리아의 하워드 총리를 에코테러리스트로 묘사한 바 있다.
    참조: 위키피디아, ADL

  • 동물해방전선(ALF)과 지구해방전선(ELF )
    동물해방전선(ALF, Animal Liberation Front)의 기원은 1960년대 후반 영국의 <사냥금지협회(Hunt Saboteurs Association)>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 전통의 풍습인 여우사냥을 막기 위한 직접행동을 벌였던 단체였다. 이보다 더욱 강력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느낀 사람들이 <자비단(Band of Mercy)>이라는 조직을 만들고 이것이 1976년 결성된 ALF의 모태가 된다.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동물복지를 위해 운동하는 단체들이 생겨났는데 오스트레일리아의 윤리학자 피터 싱어의 저서(『동물해방(Animal Liberation)』과 철학이 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현재 미국에서 ALF는 가장 활발하고 급진적인 동물보호운동을 벌이고 있는 단체로 인식되고 있다. 동물실험, 동물학대에 반대하는 익명의 조직원들이 소규모로 활동하며 학대받는 장소에서 직접 동물을 구출해내거나 동물학대와 착취를 매개로 형성된 재산에 대해 경제적 피해를 입히는 직접행동을 주요 활동수단으로 삼고 있다.
    지구해방전선(ELF)은 어스퍼스트(Earth First!)에서 진화해 나왔다. 어스퍼스트는 주류 환경운동에서 환멸을 느낀 데이브 포먼 등이 1980년에 만들었다. 이들은 심층생태주의(deep ecology)를 표방했는데  ‘어머니 지구를 구하는 데 어떤 타협도 있을 수 없다.’고 선언하며 급진적 환경단체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러한 어스퍼스트의 방법론도 너무 온건하다고 느낀 일부 활동가들은 1992년 영국에 모여 ELF를 출범시킨다. 이들 역시 익명의 조직원들이 활동하며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착취하는 대가로 이윤을 얻는 자산에 대해 경제적 타격을 가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이들 급진단체들은 사람이나 동물을 직접행동의 대상으로 삼지 않기 때문에 재산피해를 목적으로 한 방화, 폭파 등의 파괴행위는 폭력행위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인명피해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참조: ADL, 「외국 환경운동단체의 역사와 현황」(2007, 한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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