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떠도는 침묵의 살인자, 석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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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석면공장 인근 마을에 버려진 석면 쓰레기들은 

아이와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Ban Asbestos Indonesia


세계의 석면소비는 1977년 480만 톤을 정점으로 감소하여 1990년대 후반 200만 톤 이하로 줄어들었지만 2000년 들어서는 다시 200만 톤을 넘어서고 있다. 석면사용금지국가는 2012년 54개 국가로 확대되었지만, 이들의 대부분은 선진국들이다. 반면 아시아권 국가들의 석면원료소비는 계속 증가추세로, 현재 반등된 석면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2011년에는 세계소비의 64퍼센트에 이르렀다. 


선진국은 석면규제, 개발도상국에 수출되는 석면공장

아시아에서 석면소비가 증가하는 이유는, 단기적으로는 해외투자를 끌어들여 국내생산과 소비를 증가시키려는 정부의 경제정책과 고용문제 그리고 석면대체기술의 미확보 등이 주요하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좀 더 근본적인 배경으로 선진국으로부터 개발도상국으로의 석면산업의 국가 간 이동이 아시아지역의 무분별한 석면사용 지속 혹은 증가에 장기적으로 기여했다. 석면산업의 국가 간 이동은 안전시스템이 결여될 경우 석면위험을 다른 국가로 이전시키는 소위 공해수출의 문제를 야기한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석면회사인 일본의 니치아스는 40여 년 동안 10개 아시아국가에 20여 개의 석면공장을 세워 석면소비를 확산시켰다. 석면방직회사가 밀집되어 있던 일본 오사카 센난지역에서 1960년대 말부터 27개가 넘는 중소규모 석면공장들이 주로 한국으로 옮겨갔다. 니치아스는 1971년에 청석면, 1974년에 백석면 방직설비를 한국의 부산에 옮겨 한국 최초의 석면방직공장을 세웠다. 1981년에는 독일기업 렉스의 석면방직설비도 부산의 같은 회사에 옮겨졌다. 한국의 최대 석면방직회사 제일E&S(구 제일화학공업사)는 1990년에 석면방직기계를, 1994년에는 석면마찰제품 생산설비를 인도네시아로 보내 한·인니 합작회사를 세웠다. 이후 제일E&S는 말레이시아(1996년)와 중국(2000년)에도 현지회사를 세웠다. 이러한 과정에서 석면공장 수출국가들(일본, 독일, 한국)은 생산시설을 개발도상국(한국, 인도네시아, 중국)에 옮겨놓고, 석면생산품을 수입해 갔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한국에서 옮겨온 석면방직기계들이 2012년 12월 현재 23년째 계속 가동중이다. 독일(1993년), 일본(2004년), 한국(2008년)은 석면방직제품의 생산과 사용을 금지했지만 인도네시아, 중국 등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석면산업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거나 미비하고 석면사용량이 증가추세에 있다. 


죽어가는 사람들

하지만 공장설비가 이전될 때 석면비산을 방지하는 안전관리체계는 옮겨가지 않았다. 독일에서 한국으로 석면방직설비를 이전한 1981년경 한국의 작업환경 석면대기농도 수준은 독일의 1974년도의 수준과 비슷했다. 또한 한국에서 인도네시아로 석면방직설비를 이전한 1990년 한국의 경우 농도 1.0개/cc 이하의 수준인데 2008년 인도네시아 공장 측정결과는 평균 5.77개/cc였다. 이는 한국의 1983~1984년 수준이다. 대부분의 수입국가 작업장 석면대기농도는 수출국가의 10여 년 전 수준과 비슷했다.

결국 노동자 및 인근주민은 높은 석면농도에 노출되었고 석면질환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확산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석면산업을 다른 나라로 수출한 석면기업(일본 니치아스 다츠타공업, 독일 렉스, 한국 제일E&S)의 노동자와 주변 주민들에게도 석면건강피해 발생이 증가하고 있었다. 일본 다츠타공업의 경우 노동자들에게 악성중피종암 13건, 폐암 3건 및 다수의 석면폐가 확인되었고 주민 중 5명이 악성중피종암으로 사망했으며 52명에게서 흉막반이 진단되었다. 독일 렉스의 경우 노동자와 주민들을 합해 1965년부터 1999년까지 무려 101명이 석면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국은 석면산업을 수입하고 수출한 국가다. 일본석면공장이 한국으로 이전한 지 22년 후, 그리고 독일석면공장이 한국으로 이전한 지 12년 후인 1993년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석면질환 사례이자 최초의 직업성 암인 악성중피종암 노동자 피해가 발생했다. 최근까지 한국 제일E&S 노동자들에게 악성중피종암 9건, 폐암 10건, 석면폐 22건이 확인되었고 주민 중 2명이 악성중피종암으로 사망했다. 인도네시아 현지의 한국-인도네시아 합작 석면방직공장에서는 노동자 95명, 주민 94명을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 결과, 평균 근무경력 19.3년인 노동자 3명에게서 석면폐 질환이 검진되었다. 이는 인도네시아 최초의 석면질환 보고다. 주민의 경우 조사대상의 56퍼센트가 폐기능 비정상이었다. 석면방직공장 주변거주지역에서 채취한 흡착먼지시료 52개 중 21개(36퍼센트)에서 석면이 검출되었다. 석면오염이 확인된 범위는 공장으로부터 반경 500미터 이내의 지역으로 학교가 36개나 있는 인구 5만여 명의 밀집지역이어서 환경성 석면노출로 인한 주민피해가 우려된다. 


죽음의 고리를 끊어야

1969년부터 2002년까지 약 50개의 석면방직공장들이 아시아 지역 내에서 국가 간에 이동했다. 아시아지역에서의 석면산업의 국가 간 이동은 선진국 석면산업이 개발도상국에 시장을 확대한 것으로, 선진국에서 석면규제가 강화되면서 규제가 거의 없는 개발도상국으로 석면산업이 이전한 전형적인 ‘이중규제(double standards)’에 의한 ‘공해수출(pollution export)’이었다. 생산설비는 이동했지만 안전관리체계는 이전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개발도상국의 노동자와 주민들은 석면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다. ‘통제된 사용(controlled use)’이라는 석면산업계의 정책은 실제로 현지에서 실행되지 않고 있었다. 위험한 석면제품의 생산은 저개발국에 세운 해외공장에서 하고, 국내에서 필요로 하는 석면제품을 수입 소비하는 선진국의 공해수출과 제품수입 패턴이 반복되고 있었다. 

석면으로 인한 건강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 및 시민사회의 노력을 통해 아시아 각국의 석면산업을 비석면산업으로 전환하고 석면피해자를 찾아내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석면산업을 수출한 국가의 정부와 기업으로 하여금 비석면산업 기술공유 및 석면질환문제 해결에 필요한 기금조성의 책임을 다하도록 해야 한다. 


공해수출과 이중규제  

공해수출(pollution export)이란 석면과 같이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공장이나 기술 또는 전자폐기물, 핵폐기물 등의 오염물질을 경제선진국에서 경제개발도상국으로 이전시키는 국가 간 교역행위를 말한다. 선진국 기업들은 최신기술의 설비는 자국 내에 유지하지만 섬유, 화학, 금속, 기계 등 오래된 제조설비들은 개발도상에 있는 국가들에 이주시켜왔다. 이는 개발도상국가에서 과다한 자원과 에너지 소비를 불렀고 직업병과 환경오염문제의 원인이 되어왔다. 선진국의 유해산업들은 개발도상국가의 저임금 노동력, 규제미비, 기존규제의 미집행 등의 조건에 이끌렸고,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는 빠른 산업화를 위한 수단으로 유해여부를 가리지 않고 모든 종류의 선진국 산업을 유치해왔다.  

이중규제(double standard)는 공해수출을 부르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일컫는 용어다. 선진국에서 강화되는 안전규제가 개발도상국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미비하다. 이러한 조건에서 환경이나 안전규정은 동일해야 함에도 수출국가에서 적용되는 규정이 수입국가에서는 적용되지 않거나 매우 느슨한 상태로 적용하는 이중성을 표현한 것이다. 문제는 공해공장을 이전하면서 자신들이 겪은 산업보건 및 환경보건상의 경험과 개선대책이 함께 전달되지 않아 수입국가에서 이러한 문제와 피해가 고스란히 반복되거나 낮은 근로조건과 규제 미비로 오히려 더 악화되는 것이다. 

공해수출문제의 대표적인 국제사례는 1984년 인도 보팔지역에서 발생한 보팔참사다. 미국의 다국적 농약회사 유니언카바이드가 1969년 인도 보팔에 공장을 세워 운영하다 MIC라는 독가스 누출사고를 일으켜 2만5000명이 넘는 주민이 목숨을 잃었고 15만 명이 만성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관련 사례로는 원진레이온 공장문제가 있다. 1966년 일본 교토에서 운영되던 토레이 시가공장이 한국의 경기 구리로 옮겨온 원진레이온 공장에서 수많은 산재환자를 양산했고 1994년 중국 단둥으로 이전해갔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아시아석면추방네트워크 부조정관 choiyy@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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