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감축에 관한 한·독의 다른 태도

독일 시민들의 에너지에 관한 철학은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독일 시민들은 우선 핵발전에 대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한다. 2008년 현재 15기의 발전소를 운영하는 독일이지만 2022년까지 모든 발전소의 폐쇄를 정책으로 확정하여 실천해 가고 있다. 이 배경에는 1986년 발생한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로 인해 ‘피해는 주민 몫’이라는 시민들의 각성이 존재한다. 많은 독일 시민들은 얘기한다. “핵발전 전력이 아무리 저렴하다 해도 우리 마을에 핵발전소를 세울 수는 없다!”

독일 시민들이 택한 대안은 바로 햇빛, 바람과 같은 재생가능에너지원이다. 방사성 폐기물이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장점이 있는 재생가능에너지이지만, 초기 설치비가 비싸다는 약점 때문에 적정한 에너지 가격에 대한 논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며칠 전 지역에너지회사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로 인해 현재 킬로와트(kWh)당 21.92 유로센트인 전력요금을 오는 2월 1일부터 23.31 유로센트로 6.3퍼센트 올린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8월 <에너지경제연구원> 발표 자료에 따르면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한국의 3배 수준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또 오른다는 것이다. 그 편지에는 재생가능에너지를 널리 보급했기 때문에 요금을 올린다는 설명이 첨부되어 있었다. 

전력요금 인상에 대해 내가 만난 대부분의 독일인들의 한결같은 반응은 ‘석유가 고갈되고 있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원자력은 위험하기 때문에’ 전기 요금이 인상되는 것은 내키지는 않지만 피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런 수용력은 독일 시민사회가 화석연료와 지구온난화의 상관관계, 그리고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해 가진 깊은 이해를 드러내는 것이다.


신산업, 새 일자리 만드는 독일의 에너지·기후정책

이러한 시민들이 있기 때문일까. 독일 정부의 기후변화 관련한 목표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독일연방 환경부가 제시한 2050년까지의 에너지 시나리오는, 탄소를 포함한 온실기체를 1990년 수준의 78.5퍼센트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또한 전체 에너지 수요도 2005년의 55퍼센트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한다. 나아가 2050년 에너지 수요의 47.6퍼센트를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해 공급하겠다는 것이 이 시나리오가 제시하는 목표다.

독일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 효율화와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화의 경우, 에너지 소비의 53퍼센트를 차지하는 열 에너지의 비중을 줄이기 위해 건축물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에 역점을 둔다. 「건축물 에너지 성능인증제도」를 도입하여 2002년 이후 새로이 신축된 모든 건축물에는 해당 건축물이 얼마나 에너지를 소비하는지를 나타내는 이 증명서를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했다. 2009년 7월부터는 건축물 거래 시 이 인증서를 반드시 첨부해야만 한다. 건축물의 에너지 소비 정도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이 좋은 건축물이 자연스레 시장에서 가치 있게 거래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또한 「에너지 절약 조례」(EnEV)를 통해 2020년 건축물의 최종에너지 소비를 2003년 수준 이하로 낮추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이 조례는 신축 또는 개보수 건축물이 달성해야 할 에너지 소비기준을 제시한다.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정책은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재생가능에너지법」(EEG)에 따라 민간이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으며, 여기서 생산되는 전력은 정해진 기간 동안 용량의 제한 없이 정해진 가격을 받고 정부에 판매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발전사업자는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정부는 그만큼의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 

지난 2008년 6월 제정되어 2009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재생가능에너지열법」의 경우 2020년까지 최소 14퍼센트의 열에너지를 재생가능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2000년 「재생가능에너지법」 시행 이후 전력 분야에서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은 빠른 속도로 확대된 데 반해, 열 분야는 상대적 차별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열법’은 2009년부터 신축되는 건물의 난방을 위해 태양열, 바이오가스, 바이오매스와 같은 재생가능에너지로부터의 열 공급을 의무화하고 있다.


야심 찬 정부 목표, 독일 시민사회 지지로 가능

이런 야심 찬 목표와 정책을 접하는 순간 우리에겐 의문이 생긴다. ‘과연 독일 시민들이 이런 야심 찬 정부의 계획에 얼마나 호응할 것인가?’ 

독일 정부는 획기적인 에너지·기후정책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규제 △지원 △시장 활성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규제전략으로 강제성을 명시함과 동시에 정책 집행 초기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더불어 산업 활성화, 고용 창출과 같은 시장 활성화 정책으로 사회적인 효과를 유인하는 것이다. 

가령 「에너지 절약조례」의 경우, 건축물을 보수해야 하는 건축주 입장에서는 시행되는 조례의 기준에 맞추어야 하는데, 융자와 같은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큰 비용부담 없이 해당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다. 동시에 많은 관련 기업들은 신뢰할 수 있는 정부 정책에 발맞추어 양질의 상품과 기술로 이미 시장에서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건축물 보수 시 전에 없던 새로운 규제를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지출이 추가될 수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에너지 지출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향후 그 건축물을 거래할 때 가치를 인정받아 훨씬 비싼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사회적으로는 단열, 고효율 공조시스템 등 새로운 기술 개발에 따른 산업 활성화와 이에 따른 고용 창출이라는 의미 있는 사회적 부를 창출함은 물론이다. 에너지 효율화 기술과 재생가능에너지 분야에 있어서 독일은 이미 기술 선진국이 되었다. 지난 경제 위기에서도 이 분야 덕분에 독일의 충격이 덜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에너지·기후 관련 기술은 독일의 경제 부흥을 선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2020년까지 50만 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독일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위기인가 기회인가

한국의 기업과 정부는 여전히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하는 노력이 경제 발전의 저해 요인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기업체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언론과 시민환경단체의 비판을 받은 우리나라 정부의 2020년 온실기체 감축목표가 이를 잘 보여준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한국의 이러한 소극적인 목표와 정책은 기업을 우대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산업계의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독일과 같은 선진적인 에너지·기후정책을 산업계와 시민사회가 함께 실천해가는 나라와의 격차는 계속해서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회문제가 마찬가지겠지만, 특히나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서는 정부의 분명한 목표 제시와 더불어 시민들의 적극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코펜하겐에서 소극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한 한국 정부를 뭐라 탓할 수 있겠는가. 지금 당장 불편함이 따른다고, 지출해야 할 비용이 증가한다고 우리 앞에 놓인 위기를 애써 무시한다면 미래에 우리가 맞닥뜨릴 충격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전 세계 과학자 2천여 명이 모인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패널)가 괜한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지구를 살릴 수 있는 시간이 우리에겐 그리 충분하지 않다. 

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많다. 우선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는 고효율 기기를 장만하고, 여름철 겨울철 실내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부터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소에 투자하는 것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활동은 지구를 건강하게 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어 경제도 나아지게 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에게 요구해야 한다. 더욱 선도적인, ‘얼리무버’로서 이름값을 할 수 있는 온실기체 감축목표를 제시하라고, 에너지·기후산업이 사회적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앞선 정책을 추진하라고 말이다.


염광희 베를린자유대학 환경정책연구소 박사 과정 ykh@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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