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 수출? 안전성이 문제다! - UAE 핵발전소 수출과 반핵운동의 과제

아랍에미레이트(UAE)에 한국형 핵발전소를 수출하게 됐다고 정부와 핵 산업계가 일대 핵 찬가를 부르더니 기어이 

2030년까지 원전 80기 수출이라는 허황된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이 핵의 사슬에 묶이는 소리가 도처에 가득하다. 

한국을 이 사슬에서 풀어낼 ‘키워드’는 무엇인가?

『함께사는길』이 반핵운동진영의 인사들과 함께 고민해 보았다.



박현철  핵발전소1가 위험시설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에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 계약한 140만 킬로와트 급 한국형 핵발전소 4기는 건설은 물론 관리책임까지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출 계약이 한국을 핵의 사슬에 완전히 묶는 계기가 될 우려가 크다. 핵 관련 세계정세와 국내 상황을 정리해봤으면 한다. 

이헌석  UAE에 핵발전소를 수출했다는 것은 사건이다. 이 사건을 중심에 두고 봐야 할 지점이 몇 가지 있다. 이번에 수출한 것은 제3세대 원자로인 APR2-1400(Advanced Power Reactor-1400)`이다. 세계 핵 산업계가 핵 르네상스가 온다고 얘기했던 핵심이 업체에 따라 3세대 혹은 3세대 플러스라 부르는 핵발전소를 수출하는 것이었다. 가장 먼저 프랑스 아레바가 지은 프랑스의 플라망빌(Fla­manville) 3호기와 핀란드의 오낄로토(Olkiluoto) 3호기, 그리고 한국의 신고리 3·4호기이다. 이들의 선례는 UAE에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핀란드의 경우 원래 계획에 비해 비용과 시간 모두 배 가까이 늘면서 프랑스 아레바가 굉장히 곤란을 겪고 있다. 한 때는 핵 산업계에서 르네상스의 꽃처럼 불리다가 현재는 완전히 르네상스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이것 때문에 프랑스가 기술적으로 열세에 몰려 한국이 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바꿔서 이야기하면 3세대 핵발전소의 하나인 이른바 한국형 원자로를 UAE에 수출하게 된 한국도 역시 비슷한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수출에 구체적인 계약 내용이 알려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186억 달러에 계약했다는 것 외에는 군사적 협력을 비롯한 다른 협력이 있는지, 사고 등 피해가 나면 보상은 누가 어떻게 할 것인지, 또 UAE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우디와 카타르 접경지역에 지어지는 것인데 그 지역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이런 문제들이 세밀하게 짚어져야 한다. 우리 언론은 뉴스 속보까지 내는 등 호들갑은 떨었지만, 이런 문제들을 짚지도 못했고 정부도 알리려 하지 않고 있다. 

윤순진  오낄로토 핵발전소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왔는지 조금 더 상세히 얘기해보자. 

이헌석  (오낄로토 핵발전소는) 프랑스의 아레바와 지멘스(Siemens)가 컨소시엄을 이뤄서 핀란드에 신규 핵발전소를 지어주는 프로젝트 형식이었다. 진행중 기술적인 문제가 생겼다. 이를 두고 프랑스와 핀란드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데 전반적으로 기술적 한계에 부딪쳤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핀란드의 규제도 공기 지연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런데 그 규제라는 게 핀란드로서는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에서 취하는 안전 강화 조치들이었다는 걸 생각한다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자, 그럼 우리나라 핵 산업계가 그런 규제가 있는 해외에서 사업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은 발전사업자와 정부가 항상 일치된 상태에서 일들을 해왔다. 「전원개발촉진법」처럼 전력 개발 관련 모든 인허가 편의를 봐주는 특별법 아래에서 사업을 했다. 온실에서만 컸던 셈인데 이제 전혀 다른 제3국에 가서 일해야 한다. 핀란드에서 프랑스가 겪는 일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오낄로토 핵발전소는 예정대로라면 이미 완공됐어야 하지만 여전히 공사는 지연되고 있다. APR 자체의 문제, 즉 기술의 한계인지 과도한 규제 탓인지를 가리는 건 핵 산업계로서는 중요할지 모르나 우리에게 중요한 건 그 정도로 핵발전소산업은 안전성 불안 위에 굴러가는 사업이라는 사실이다.

윤순진  접경지역 처리 문제가 확실하지 않다고 했는데 프랑스나 미국, 일본 등 핵발전소를 수출한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떻게 진행이 되는가. 

이헌석  이번 계약의 상세내용이 알려지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관례상 무한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 나라마다 다르긴 한데 우리나라는 무한책임이었다가 유한책임으로 바뀌었다. 미국은 핵 르네상스를 많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한시법의 형태로 유한책임으로 연장해 오고 있다. 만약 사고가 생겼을 때 책임의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가 분명히 계약서상에 들어가 있을 것이다. 이번 UAE 수출에서는 그런 내용이 어떻게 계약되어 있는지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   

윤순진  핵발전소 수출이 애국과 등치되는 것도 문제다. 핵발전소가 국부를 늘리는 것으로 용인되고 수출 효자 목록에 올라간 것이다. 「기후변화대응종합기본계획」을 보면 어이가 없다. 핵발전소 얘기 나오면 ‘2기를 수출할 경우 5만 달러의 경제적 효과와 5만 명의 고용효과가 있다.’는 내용이 먼저 나온다. 도대체 기후변화 문제와 핵발전소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관심 밖이고 수출 얘기가 먼저 나온다. 소위 말하는 녹색성장 아래서는 핵발전소가 녹색기술로 분류되어 있고 새로운 성장동력, 수출동력으로 당당하게 자리를 잡게 된 것 같다. 

박현철  이번 수출을 국내 핵 산업이 핵 르네상스를 꾀할 실증사례로 이용할 가능성이 농후하고, 특히 핵의 마지막 고리라 불리는 고준위핵폐기장 문제를 두고 여론을 잠재울 수단으로 쓸 가능성도 크다. 이번 수출 건이 국내 핵 관련 사안들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이헌석  UAE 수출을 계기로 원자력계의 해묵은 논란인 ‘원자력 R&D’3를 누가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재연되었다. 현재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원자력 R&D와 규제를 모두하고 있어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 계속 있었다. UAE 수출의 공을 갖고 있는 지식경제부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R&D 기능을 가져오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교육과학기술부의 강력한 문제제기로 유야무야됐다.
핵 산업계 입장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전체 판을 뒤엎으려는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몇몇 언론들이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평화적 핵 이용의 조건에서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사용후핵연료와 관련된 협상의 가장 큰 당사자인 미국이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해야 하는데 미국이 올해 4월 ‘핵안보정상회의’4 때문에 모든 일정을 스톱시킨 게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핵 산업계는 끊임없이 핵연료 주기를 완성시키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이 역시도 경제성, 안전성 문제 등 주요한 문제들이 검토되지 않은 상태에서 넘어갈 확률이 크다. 
또 핵 확산성 문제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평화적 핵연료 주기라고 하지만 우리나라가 추진하려는 파이로 프로세스(pyro-process) 방식의 재처리(사용후핵연료에서 플루토늄 추출을 어렵게 만드는 재처리방식)도 핵 확산성을 높인다는 것이 지금까지 미국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어떤 식이든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논의는 더 많은 사회적 공론화와 논의를 거쳐야 한다. 단기간의 성과, 수출 문제 때문에 그대로 간다면 일본 로카쇼무라의 전철을 뒤따를 수 있다. 일본이 프랑스의 핵재처리 시설을 도입하기 위해서 20년 가까이 이 사업을 추진하고도 아직도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을 가동조차 못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양이원영  국내 이슈가 될 것은 크게 세 가지다. △「한미원자력협정」에서 재처리 기술을 얼마나 많이 용인을 받을 것이냐. △신규 핵발전소 부지를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을 어떻게 할 것이냐.
2030년까지 추가로 핵 발전을 확대한다고 했을 때 신규 부지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신고리 5·6호기 관련한 공청회를 올 10월에 계획하고 있다. 이것이 끝나고 나면 신규 부지를 잡는 얘기가 나올 것이다. 벌써부터 부지 찾으러 다닌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건도 연말에 관련 용역이 끝나고 보고서가 나오면 공론화가 아니라 신규부지 선정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핵 산업계와 핵 연구개발(R&D) 인력들의 중점이 좀 다른 것 같다. R&D쪽은 재처리를, 산업계에선 신규 핵발전소 부지 확보를 더 중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주방폐장도 안전성 문제로 골치 아픈 상황이다. 동굴처분장 방식은 계속 공사 기간이 연장될 것 같다. 중간에 공정협의회 결과가 나오겠지만 동굴처분 방식이 아니라 2차 처분부터는 천층처분 방식으로 공사가 들어갈 것 같다. 

윤순진  이제까지 나와 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들의 핵발전소 지지도는 높다. 2005년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세계 18개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핵발전소 지지도를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우리나라가 1등을 했다. 그만큼 홍보나 언론을 통해 포획된 측면이 크다. 최근 <원자력문화재단>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도 국민 10명 중 9명은 저탄소녹색성장의 필요성을 지지하고 있고 핵에너지는 저탄소녹색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게 82.4퍼센트, 저탄소녹색성장을 위해서 핵발전소를 증설해야 한다는 게 74.1퍼센트로 나타났다. 낮은 숫자가 아니다. 
그런데 자기 거주지에 핵발전소 건설에 대한 찬성은 26.9퍼센트, 반대는 61.4퍼센트다. 전반적으로 핵발전소를 받아들이면서도 거주지에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 여전히 많다. 핵 발전을 내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나는 편익만 누리면 된다는 거다. 어차피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도시에 살고 있고 대도시에는 핵발전소가 세워질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지만 무엇보다 일상생활에서 핵발전소와 나의 거리가 먼 것이다. 생활 속에서 핵 발전과 핵발전소의 안전성 위협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이중성이 자연스럽게 대중의 태도가 된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어떻게 국민들에게 핵의 위험성을 진정성 있게 전달하고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반핵의 홍보담론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안병옥  핵 르네상스란 것이 ‘과연 실체가 있는가?’부터 따져봐야 한다. 국내 핵추진론자들이 언론을 통해 핵 르네상스가 이미 왔다고 이야기하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70년대 말, 80년대 초까지가 부흥기이고 그 이후에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전 세계 핵발전소 산업을 놓고 봤을 때 한국의 UAE 핵발전소 수주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현재 핵 산업에서 신규 건설을 고려하고 있는 곳은 중국과 동구권이다. 그러한 시장을 장악해왔던 나라는 미국과 유럽의 핵 산업계였다. 그러나 핵 산업의 미래 전망이 불투명하고 10년, 20년 내에 핵 산업이 부흥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그들의 시장 지배력에 틈이 생겼고 그 틈을 한국이 비집고 들어간 것이다. 세계 핵 산업의 흐름과 전망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약간의 파열구가 생겼고 그 안에 한국이 들어가서 하나 수주했다는 정도다. 또 UAE가 핵발전소를 건설한다고 해서 갑자기 사양길로 가고 있던 핵 산업이 부흥해서 르네상스가 온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 사이비 부흥론은 경계해야 한다.
핵 산업계가 겪는 문제는 일단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금을 은행에서 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공사를 하다가 중단하거나 공사기간이 20년이 넘는 핵발전소가 많아지는 것이다. 한국 핵 산업계에 무게 중심의 추가 약간 기운 것은 시장원리보다는 국가가 주도해서 핵 산업을 부흥시키는 나라가 이점을 가져갈 수밖에 없는 구조로 세계 핵 산업의 현실이 변화해왔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 다음에 짚어볼 것이 인력의 문제이다. 80년대 후반 이후 핵발전소 신규 건설이 거의 없으면서 그쪽 인력이 양성이 되지 않았다. 당장 수주를 받아 짓는다 해도 운영할 수 있는 조건이 미흡하다. 우리나라도 분석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인력수급의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UAE 수주를 통해서 그쪽 분야가 침체되어 있다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이 쇼를 한 것이다. 국가에 격이라는 것이 있는데 대통령이 핵발전소 계약을 하는데 비행기 타고 가서 그거 해왔다고 난리를 치는 것은 국가의 격에 맞지 않는 일이다. 국민들이 핵에너지, 더 나아가 과학기술 발전이란 것이 경제발전의 지렛대이고 반드시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다수가 수용하고 있는 현실을 잘 아는 이명박 정부가 이번 기회를 자신의 지지기반을 넓히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 측면이 크다고 본다.
이런 우스꽝스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한편으론 핵문제에 비판적으로 해온 사람들의 책임도 크다. 우리나라처럼 핵에 관한 여론이 불균형적이고 비판적인 지식인이 손꼽을 정도인 나라도 없을 것이다. 그동안 반핵운동 전반을 돌이켜 봐야 한다. 국민들이 핵 문제에 있어서 나의 문제로 생각할 수 있는 고리가 무엇인지 점검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국가와 핵 산업계가 핵연료주기 완성에 대해 관심을 두는 건 그들에게는 숙업과 같은 것이다. 핵에 대해 비판적인 우리도 전체를 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핵의 특정 주기, 그러니까 단일 핵발전소 건설 사안이나 핵폐기장 문제가 돌출되면 대응해왔던 면이 있었다. 
핵에 대해서 균형 잡힌 여론이 형성된 나라의 특징은 핵연료 주기 전반에 대한 정보가 공개된다는 것이다. 정보가 공개되면 문제가 드러나게 되어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핵에 관련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우라늄이 언제 인천 항구로 들어와서 어떤 운송수단으로 어디를 거쳐 운반되는지 국민들은 전혀 모르고 있다. 정보공개 쪽으로 맞춰서 해야 국민들에게 핵에너지의 실체를 알려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양이원영  그동안 대부분의 지역 주민들의 반핵운동은 또 하나의 경제투쟁에 머문 게 사실이다. 당장 현안으로 핵 관련 시설을 반대하는 주민운동이 있더라도 핵 산업계와 정부가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교묘하게 호소하는 방식이 먹혀들고 결국 현안은 현안대로 핵에 대한 인식과 가치의 교정은 교정대로 실패해왔던 것이다. 
사람들의 가치, 생활양식을 바꾸려고 노력을 했는가? 그것을 성찰해야 한다. 에너지를 적게 쓰려고 노력하거나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핵발전소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더 큰 평수의 아파트를 원하고 더 큰 차를 원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는 핵발전소 수주를 통해서 위험성이 있더라도 일자리가 늘어나고 국위선양이 되고 뭔가 더 크고 거대한 것이 들어온다는 환상에 속고 마는 것이다. 환경운동에 대한 반성과 성찰 속에서 앞으로 운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필요하다. 
반핵운동을 한다고 했을 때 기본적으로 데이터가 공개되어야 하는 것이 첫 번째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경주방폐장 완공 후 전국 핵폐기물들이 경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핵연료와 핵폐기물들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전국 주요도로를 통해 이동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어떤 경로로  언제 가는지 이런 정보들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주변에 있는 방사성 물질이 어떻게 쓰이고 있고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를 알리는 것이 반핵운동의 기본 중 하나일 것이다. 
두 번째가 일반 시민들 특히 대도시에 있는 시민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슈를 쫓아가는 운동방식과는 다르게 일반 시민들과 핵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지를 교육이든 데이터 제공이든 토론이든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런 운동을 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이헌석  핵발전소 수출에 대해 누가 가장 많이 환호했는가. 자유주의연합에서 UAE 수출의 허실을 짚은 기사를 낸 『한겨레』에게 폐간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환경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정권의 문제로, 정권의 승리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핵발전소 수출 문제를 제기하고 사실적으로 점검하려는 사람들을 ‘좌빨들’로 몰았던 것이다.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환경운동, 반핵운동하는 사람들의 시각과 이들을 경원하는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시각에 차이가 있다. 그들은 국가주의 관점에서 핵 이슈를 받아들인다.  

양이원영  나는 이번  UAE 핵발전소 수출을 둘러싼 의견 충돌을 ‘성장주의 대 반성장주의의 충돌’로 본다. 다음 아고라의 경우 진보적 성향이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댓글이 ‘노무현이 다 해놓은 일을 너희들이 다 따먹는 것이다.’라는 글들이 올라왔다. 그것이 소위 진보적인 시민들의 입장이었다. 결국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성장주의 대 반성장주의가 대립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사회 속에서는 좌우가 국가주의에 다 포섭되어 있다는 것을 이번 핵발전소 수출 건으로 좀 더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   

안병옥  프레임 싸움에서 핵 추진자들이 계속 성공을 거둬왔다고 본다. 오래 전부터 <원자력재단>을 중심으로 언론을 통해 핵이 안전하다는 신화를 유포해왔다. 최근 기후변화가 이슈가 되면서 핵에너지가 기후변화에 도움이 된다는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내고 있다. ‘핵에너지는 안전하고 잘 하면 한국형핵발전소를 팔아서 경제에 도움이 되고 세계에 가장 시급한 과제인 기후변화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는 이 간단한 프레임을 갖고 국민들에게 접근을 한다. 
우리는 이 프레임에 무엇을 갖고 대응할 것인가. 복잡한 것은 일반 국민들은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국 핵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안전성이다. 핵의 전 주기 공개가 중요하다고 보는 이유는 일반 국민들은 핵이라는 것이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나야만 나와 내 가족의 위협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많은 나라들의 국민 인식은 그렇지 않다. 핵 이용의 전 과정 속에서 피폭당하는 노동자도 있고 수송과정에서 피해를 받는 주민들도 있고 발전과 폐기과정에서 방사능에 노출되는 전통적인 사고의 범주에 속한 문제들도 있다. 이런 문제들이 간헐적으로 아주 부분적 사건으로만 언론에 노출되니 일반 시민들의 핵 관련 안전 의식이 단지 ‘핵발전소에 떨어져 살면 나는 안전하다.’ 이런 식으로 고착되는 것이다. 
이런 의식의 분열적 양상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살 것이냐?’는 운동 방향을 갖고 가는 것은 좋지만 환경운동이 국민을 가르치는 태도는 오히려 역효과라고 생각한다. 삶 자체를 되돌아보고 바꾸라는 계몽적 방식은 전략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일반 국민들이 알기 어려운, 우리가 시간을 들여서 밝혀낸 정보들을 국민들에게 제공하면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자연히 느끼게 하는 방식이 유효하다.     
언론에 대한 새로운 접근 또한 필요하다. 80년대 기자들과 90년대, 2000년대 기자들의 핵에너지에 대한 시각 차이가 대단히 크다. 80년대는 대다수 기자들이 핵발전소의 안전성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체르노빌 사고의 영향이 컸다. 지금은 극소수만이 핵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고 대부분의 기자들은 ‘에너지 밀도가 높은 핵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식의 표층적인 인식을 과학적인 태도로 오인하면서 찬핵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핵 관련 정보가 균형 있게 국민들에게 전달될 수 없다. 지금은 찬핵의 승리라고 할 정도로 언론이 핵 찬가를 쓰고 있다. 이 구조를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 

이헌석  정보공개청구가 정부를 통해 나올 수도 있지만 민간에서 지속적으로 정보를 수집해서도 모을 수 있다. ‘핵 문제를 알아보고 싶다.’며 책을 추천해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사실상 그런 분들에게 마땅히 추천해줄 책이 많지 않다. 그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의식에 상응하는 기초적인 정보와 관점을 담은 정보자료에는 층위가 다양하다. 국가 공식보고서처럼 정보공개가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일반인들이 접할 수 있는 자료들을 병렬적으로 만드는 작업도 필요하다. 현안 싸움에 급급하다보니깐 대중적인 자료를 생산해내는 데 소홀했던 것 같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윤순진  세계 핵 산업이 정점을 찍고 쇠락하기 시작한 1990년대 초 이후 핵 산업과 관련해 달라진 건 없다. 그사이 단지 이산화탄소 등 온실기체 과다방출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가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됐다. 문제는 환경 문제가 이산화탄소 문제로만 좁아져 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다른 어떤 에너지원을 사용해도 방출되지 않는 방사능이란 물질이 생겨나는 에너지원이 핵인데 이 가장 중대한 문제점이 이산화탄소 저배출의 사이비 신화에 가려져 사장되고 있다. 

안병옥  독일의 경우 1달러를 핵발전소에 투입하는 것과 에너지 효율성에 투입했을 때를 비교해봤더니 핵발전소보다 에너지효율성에 투입했을 때가 경제성이 7배나 높았다. 전 주기를 봤을 때 재생가능에너지와 핵발전소를 비교해보면 태양광보다는 핵발전소가 비용이 적게 드는 게 사실이지만 풍력은 그렇지 않았다. 이런 사실들이 무시되고 에너지 문제가 이산화탄소 문제로 환원되어 핵 찬가가 울리는 일은 대단히 한국적인 양상이다.

이헌석  최근 일본 반핵운동의 슬로건은 ‘이산화탄소도, 방사능도 나오지 않는 에너지원을 위하여’이다. 단지 이산화탄소 발생유무가 핵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심화로 에너지문제가 이산화탄소 발생문제로 좁혀지면서 생긴 또 다른 문제점은 현재 서해안 가로림만을 위시해 강화도 등지에서 시도되는 조력발전의 경우다. 조력발전은 이산화탄소는 발생시키지 않지만, 갯벌을 엄청나게 파괴한다. 이런 총체적 반환경을 이산화탄소 저감이란 틀에 가둬 저지르고 있다. 이런 사례들은 많다. 유럽은 체르노빌의 경험을 겪어서 여러 가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이산화탄소 저감에 도움이 되면 무조건 선이라는 관점으로 협소화하면서 다른 형식의 환경파괴가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 핵 산업계를 비롯한 낡은 에너지체제의 옹호자들이 구사하는 이산화탄소 프레임을 극복할 수 있는 논리와 이야기 구조를 개발해야 한다.

안병옥  단순해질 필요가 있다. 핵발전소 문제에 대해 비판하면 사람들은 ‘핵발전소를 안 지으면 발전은 어디서 할 것인가? 대안에너지? 좋다! 그런데 지금 1퍼센트밖에 안 되는데 언제 그걸로 핵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가?’ 이런 상식적인 질문을 한다. 여기에 대해 명쾌한 답을 주지 않는 한 핵발전소의 문제에 대해 대중들에게 효과적으로 얘기하기가 어렵다. 핵에너지로부터 탈피해서 사는 사회라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대한 정교한 답변이 아니라 할지라도 이에 대한 준비가 시급히 필요하다. 결국은 안전성 문제다. “방사능이 당신의 삶에서 완전히 격리되어 100퍼센트 안전한가?” 이렇게 접근하는 것이 가장 기본인데 그 목소리가 사라진 것이다. ‘당신이 살고 있는 집 옆으로 핵이 지나갈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윤순진  유기농 제품과 에너지 효율적 제품 구매 실태에 대해 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유기농제품에 대한 구매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자기 건강 문제와 연관이 되면 돈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에너지 효율적 제품에 대해선 차이가 있었다. 내가 느낄 수 있는 문제가 되어야 문제 해결의 힘이 될 수 있다. 현재 전력 전체가 중앙집중화된 시스템에 묶인 것이고 소비자와 생산지가 멀리 떨어져 있다. 대다수 소비자들은 대도시에 살고 있다. 그래서 내 문제가 아닌 것이라고 느끼고 있는데 그게 사실 자신의 문제라고 인식시키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이헌석  유기농 채소에 대해 관심이 없다가 식생활 안전 의식이 어느 수준 정도 올라가면 사회적 관심이 확대되는 것처럼 에너지 문제도 그렇게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화력발전소, 핵발전소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들이 잡혀져야 한다. 

양이원영  지난해 환경연합에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핵 발전 관련 영화를 본 적 있다. 올해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발전소 현장도 가보고 반핵영화도 보고 하는 기본적인 것부터 교육하는 프로그램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윤순진  내가 일하는 <에너지전환>도 올해 주요 활동 키워드로 핵을 잡았다. 시민단체들이 연대해서 우리 사회에서 핵을 추방하는 씨를 뿌리는 작업을 하자.

양이원영  핵연료가 어느 항구로 들어와서 어디에서 가공되어 핵발전소로 가는지 추적해보려고 한다. 방사성동위원소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인근에 가장 많은데 그것이 다시 대전으로 다 모인다. 대전은 핵발전소가 없지만 작은 규모라도 연구용 원자로도 있고 폐기물도 있는 특수한 지역이다. 그것을 그림으로 그리면 우리나라 주요 도로의 핵 이동 현실이 나올 것이다. 

박현철  오늘 이야기가 ‘반핵운동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환경운동의 진정성이라는 것이 반핵운동에 바치는 헌신과 같다고 우리는 믿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맞고 있는 상황이 여러 가지로 곤궁한데 이번 UAE 수출은 이에 관해 극명하게 나타난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본다. 향후 과제들을 정리해 보자. 

이헌석  최근 언론에 나왔듯이 지난 겨울철 에너지피크가 4번 갱신됐다. 전기 사용이 점점 늘고 있다. 겨울철 전기 난방 수요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사실 이렇게 단기간에 여러 번 피크를 기록한 적이 없다.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전기 사용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난방용 전기 사용이 늘고 있고, 전기자동차 등 기존에 전기로 쓰지 않던 것들이 늘어나는 상황이므로 향후 전기 수요는 더 확대될 것이다. 핵이 차지하는 부분도 크지만 대부분의 발전을 석탄에 의존하고 있음에도 난방을 전기로 한다는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다. 전기 소비 실태에 대해 시민들이 스스로 심각하다고 느낄 수 있는 인식의 틀을 대중적 수용성이 높은 방식으로 만들어서 유통시킬 필요가 있다.

윤순진  제가 강의하고 있는 에너지정책과 기후변화정책을 듣는 대학원 학생들에게 한 달간 각각 에너지 일기와 탄소 일기를 쓰는 과제를 내줬더니 가전제품 중 전력소비규모가 냉장고가 1등이고 전자밥통이 2등이었다. 전자밥통은 전열기기인데다 24시간 내내 켜두기 때문에 덩치에 비해 전력소비가 많은 것이다. 압력밥솥에 도시가스로 밥을 짓게 되면 에너지 소비가 훨씬 줄어들 텐데 너무 편리한 것만 추구하고 있다. 사실 이런 정보 자체를 잘 모르고 있다. 이러한 소비 행태를 변화시키려면 전기에 탄소세라든지 핵에너지 관련 핵원료 사용충당금을 늘리는 등 경제적 유인과 페널티를 늘려야지, 이런 조치는 취하지 않은 채 사람들의 양심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양이원영  ‘연료를 무엇으로 할 것이냐?’는 질문을 가지고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보면 전기는 LNG, LPG, 석유, 디젤 등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기본적으로 2배다. 전기는 2차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한편 온실가스 배출량을 부문별로 보면 산업계보다 전환과정에서 더 많이 나온다. ‘발전 단계까지 포함해서 최종적으로 이산화탄소가 어떤 에너지 사용에서 더 나오냐?’는 질문이 사회적으로 제기돼야 한다. 
최초의 에너지는, 불을 쓰는 것이 시작이었다. 석유까지 가다가 그 다음엔 핵, 핵분열, 핵융합으로 가고 있다. 이런 에너지 변환의 경로는 ‘에너지의 양’에 대한 집착을 뜻한다. 같은 양에서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발생시키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인가를 우선시해야 한다. 석탄을 사용하는 증기기관의 에너지 효율은 6퍼센트, 석유 20퍼센트, 디젤 30퍼센트, 전기 30퍼센트에 불과하다. 다른 에너지 자원을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그 효율은 20~30퍼센트를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나머지 70퍼센트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의 접근이 미래 에너지 기술의 발전 방향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찾아 핵분열과 융합으로 경로를 잡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의 양에 사로잡힌 현재의 에너지-발전 관계에서 보면  ‘전기요금 인상’으로 갈 수밖에 없다.  
최근에 산업계 전기 사용 증가율을 보고 있는데 2007년까지 전체 에너지 증가량보다 산업계의 전기 사용증가율이 더 높다. 전체 전기에서 50퍼센트를 산업계가 쓰는데 그것의 27~28퍼센트를 원가 이하로 쓰고 있다. 지난 수년간 석유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산업계에서 열원을 전기로 쓰는 경우가 있겠구나 싶은 확신이 들었다. 최근 기습한파가 이어진다고 해도, 단지 상업 부문이나 가정에서 전열기를 많이 썼기 때문에 피크가 몇 차례씩 갱신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 산업부문에서 에너지 효율이 아니라 비용비교를 통해 값싸게 공급되는 전력을 생산 이외의 보조적 용도에 사용량을 늘렸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상황이 정부의 정책 코드와 부합돼 거부감이 있긴 하지만 ‘전기료 인상은 필요’하다. 값싼 전기는 낭비의 큰 요인이다.
     
윤순진  에너지 빈민들을 배려하면서도 전기요금 체계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구간제를 정교하게 손 볼 필요가 있다. 가령 전력 소비수준을 어디까지 기본으로 봐야 하는가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기본 소비까지의 비용은 생활에 크게 부담을 주지 않게 하고 그 이상의 구간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더 누진세율을 높이는 방법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물론 산업부문이 원가에 미치지 않는 가격으로 전력의 절반 이상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 가정 부분 전력요금체제를 바꾸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용도별 가격 차이를 해소하면서 전력사용에 따른 환경부하에 비용을 부담하도록 세금을 공평하게 부과하고 이런 세금을 더 많은 전력을 공급하는 데 쓸 게 아니라 환경문제, 특히 기후변화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재원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환경세나 생태세, 혹은 탄소세는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세나 연금부담을 줄여주면서 세수중립적인 방식으로 운용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에너지를 더 적게 소비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세금부담이 줄어들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헌석  고준위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분할 것인가? 2016년에 사용후핵연료가 포화된다고 했는데 이를 역산하면 2009년에는 방침을 정했어야 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2016년 포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정부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3년 정도는 더 여유가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어쨌든 이 문제에 대해 정부의 공론화 의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아예 공론화 과정을 건너뛰고 내년부터 바로 부지 선정 작업으로 들어갈 공산이 클 것 같은 안타까움이 있다. 현재 계획에서 2030년까지 핵발전 비중을 59퍼센트까지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지금 있는 부지 외에도 10여기 정도를 더 확보해야 한다. 늦어도 올해부터 기초작업이 들어가야 한다. 부지 선정을 위한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된다. 올해는 캔두(CANDU) 형 원자로를 사용하고 있는 월성1호기 수명연장 심사가 진행되는 해이기도 하다. 
또한 경주방폐장 논란이 어떤 식으로든 이번 연도에 종결되어야 할 시점이다. 이미 중저준위방폐물이 꽉 차서 일부를 먼저 가져오니 마니 하는 논란도 있었기 때문에 일단락이 되거나 심할 경우 파국까지 갈 수 있다. 한편 신규 핵발전소 건설도, 10년을 내다보고 조망해 보면 신고리 5·6호기, 신월성기 1·2호기까지 2020년 중반까지 완성될 계획이다. 울진의 경우 신울진 1·2·3·4가 얘기가 되어 있고 1·2호기는 수주만 되면 바로 진행될 단계에 있다. 2020년대에는 20기 가동에 10기 정도가 추가될 예정이고 2030년이면 또 10기가 추가될 계획이다. 이런 스케줄에 대응하는 실천적인 운동계획을 시민사회가 잡아야 한다.

윤순진  핵 산업계 내에서 ‘원자력 전문대학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들의 논리는 ‘앞으로 핵발전소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지어질 것이다. 이것을 감당하려면 충분히 인력이 있어야 하고 그러니 인력 양성 코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핵 산업 관련 직종을 새로운 블루오션, 그린오션이라고 부른다. 그것이 세계적 차원에서 볼 때 허구라는 사실을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양이원영  핵 르네상스라고 아무리 말해봐야 세계적으로 볼 때 전체 기기는 줄어들고 있다. 2002년 449기에서 현재 446기로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폐쇄된 기기가 120기가 넘고 평균 가동연도가 30년 전후가 되어 폐쇄할 수밖에 없는 것이 300기 정도가 된다. 이건 자연스럽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역으로 그렇기 때문에 줄어드는 만큼 새로 짓겠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자면 80년대 초까지처럼 붐이 일어나서 일 년에 몇 개씩 지어져야 하겠지만 이미 그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핵의 위험성에 대한 전 세계적인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결국 전체 용량과 수는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진실을 대중에게 알리는 홍보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이헌석  중국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에너지경제연구원> 공식 자료를 보더라도 원래 계획했던 것을 100퍼센트 채우지 못하고 있다. 워낙 변수가 많은 사업이기 때문에, 특히나 돈도 없고 인력도 부족하다. 그것을 채우겠다는 것은 엄청난 허상인 것이다. 한국 핵 산업계는 앞으로 두 경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 세계 핵 산업계의 빅35 중 한 개가 되거나 빅3 중 한 개에 인수합병이 되거나 이 두 길밖에 없다. 핵 산업은 굉장히 큰 ‘규모의 경제’라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원천기술도 없는 한국이 그 판에서 제대로 살아남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최악의 경우 국민 세금 들여 연구개발 기껏 해놨다가 중간에 민영화 열풍 한 번 불어 그냥 해외 빅3에게 인수합병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특히 발전소 설계 등을 담당하는 한국전력기술(KOPEC) 같은 경우는 이미 민영화 논란이 있었다. 

윤순진  원천기술, 원천기술하니깐 그거 확보하려고 R&D가 그쪽으로 많이 가면 한정된 에너지 관련 총 R&D가 정말 필요한 재생가능에너지나 효율 향상 쪽으로 가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 작년에 정부는 녹색성장을 많이 부르짖었지만 정작 태양광 하는 사람들이 어려웠다고 하더라. 아마 이런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을 진작시킬 특단의 프로그램을 시민사회가 내와야 한다.

양이원영  안전 문제가 다시 걱정이 된다. 한국형 원자로는 실험로 설계를 약간 변경한 것이다. 한국형 원자로는 실증로 없이 바로 상업로로 들어가면서 문제 제기를 많이 받았다. 사실 실증로가 바로 영광 3·4호기, 울진 3·4호기가 됐던 것이다. 한국형 원자로를 채택한 핵발전소가 문제가 많았다. 최근에 영광 5·6호기 핵연료봉의 손상도 그렇다. 
10년 정도 실증로를 통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는 것을 고치고 경험해서 상업로로 가면서 그나마 사고가 적게 나는 것인데 영광 3·4호기부터가 실증로가 되다보니깐 예상하지 못했던 증기발생기 결함이라든지 완충기 이탈문제라든지, 이유를 알 수 없는 부품 손상, 회로상의 문제로 방사능 유출에도 불구하고 이를 모르는 등의 크고 작은 문제들이 영광과 울진에서 나타났던 것이다. 
이제까지 그것을 교정해 나가는 과정이었다고 보면 결국 신고리 3, 4호기가 우리나라에서 실증로가 되는 것이다. 신고리 3, 4호기 APR 1400 가지고 실증해보고 그것을 수출을 하거나 UAE에 세울 원자로까지 실증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실험로에서 실증로, 상업로로 가는 절차에서 실증로가 생략된 채 수주를 따게 되면 이익이 추가 발생하니깐 급하게 가면서 심각한 안전 문제를 부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하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안전성 문제를 수출지에서 실험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박현철  한국 사회가 한국형 원자로의 실증로 실험대상이 된 것은 경제제일주의에 함몰된 우리 사회가 자초했고 스스로 인정한 측면이라도 있지만, 수입으로 인해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런 위험한 실험에 노출될 UAE 시민들을 생각하면 우리 시민환경단체들이 시민연대를 추진해야 할 사안이 아닌가 걱정스럽고 시민행동이 더욱 필요하다 싶다. 

이헌석  계약과 관련된 구체적 정보가 없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우선 우리 사회와 UAE 시민사회에 진실을 알릴 정보를 캐내고 취합해야 한다. 일반 기업이라면 안전성 문제로 사고가 나면 최악의 경우 부도처리되겠지만, 우리는 UEA에 진출한 것이 공기업이기 때문에 100퍼센트 국민 세금이 들어갈 것이다. 이것을 제대로 짚어줘야 하는데 이제까지 국가가 나서 문제를 덮어줬다. 시민들은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고는 없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고 넘어간다. 바로 이게 진짜 문제점이다.

박현철  핵심 키워드가 안전성 이슈로 귀결됐다. 오늘 좌담이 반핵운동을 안전성 이슈 중심으로 재조직화하고 재정비해나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장시간 진지한 논의를 해주신 좌담자들께 감사드린다.



대담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부장

진행/편집 박현철 편집주간

정리 박은수 기자 

사진 이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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