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8] 요하네스버그 회의, 무엇이 쟁점인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수도 요하네스버그에서 2002년 8월 26일∼9월 4일 개최될 ‘지속가능한 발전
을 위한 지구정상회담(WSSD, World Summit for Sustainable Development)’이 눈 앞으로 다가왔
다. 인류는 이 회담이 인류공영을 위한 거보(巨步)가 될지 아니면 다시 20년 전으로의 퇴보가 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가·지역·국제적 차원에서 정상회담의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향
후 준비회의의 절차와 형식 등에 관한 사항을 확정하기 위해 유엔은 지난해 4월부터 올 4월에 이
르는 기간 동안 4차에 걸쳐 준비회의를 열었다. 그간의 진행과정을 주의깊게 지켜본 이들 사이에
서는 이번 정상회담도, 으레 그래왔던 것처럼 본회의가 공허한 말잔치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
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어쨌든 정부와 NGO들은 한달 정도 남은 이 WSSD에 온 신경을 집
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WSSD가 열리기까지
WSSD(리우+10 회의)는 그 유명한 1992년 리우 회의, 즉 환경과 개발에 관한 회의(UNCED, UN
Conference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 이후 10년 만에 열리는 회의다. UNCED는 1992년 6
월 3∼14일까지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됐었다. 당시 178개국을 대표하여 100명 이상
의 각국 정상들과 정부대표단, 그리고 1만7천여명의 사람들이 이 회의에 참석했다. 정상회담의
결과 환경과 개발에 관한 리우선언, 의제21(40여장으로 이루어진 이행 프로그램), 「기후변화에
관한 UN기본협약(UN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종다양성협약(Convention
on Biodiversity)」, 산림에 관한 원칙(Statement of Forest Principals) 등이 제정됐다.
특히 의제21의 38장에서는 UNCED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하고 국제협력을 증진하며 모든 단위에서
의제21 이행과정을 점검하기 위한 기구로 지속가능발전위(CSD, Commision on Sustainable
Development) 설치를 명시한 바 있다. 2000년 12월 유엔총회의 결의에 따라 UNCED 10년을 평가하
기 위해 WSSD를 2002년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개도국과 선진국
준비회의의 최종판 격인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4차 준비회의에서는 WSSD를 위한 이행계획
초안과 정치적 선언문이 타결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문안은 타결되지 못했다. 그 이
유로 재정·무역·세계화에 대해, 그리고 차별화된 책임과 사전예방 원칙에 대해 서로의 입장 차
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문서 중, 첫번째 이행계획에 관한 문서는 1장 소개, 2장 빈곤퇴치, 3장
지속가능하지 않은 소비생산방식의 변화, 4장 자연자원보호 및 관리, 5장 세계화, 6장 건강과 지
속가능한 발전, 7장 군소 도서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 8장 아프리카의 지속가능한 발전, 9장 이
행수단, 10장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제도정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두번째 문서는 정부, 주요
그룹, 기업들과 같은 서로 다른 영역들간의 협력사항(partnership)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이 경
우 NGO들은 자발성의 결여, 유엔의 불인정, 국제기구에 의한 모니터링 불가, 영향 및 실행결과
예측 불가능 등의 이유를 들어 이 협력사항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발리에서 제안된 이행계획 초안은 75퍼센트 수준에서 타결된 가운데 나머지 25퍼센트는 타결되
지 못한 상태다(46쪽 표 참조). 일반적으로 협상결과에 대해 가장 만족스러운 국가들은 미국, 캐
나다, 호주, 일본 등이었다. 이들은 공식적 약속, 목표연도, 목표치에 모두 반대함으로써 지속가
능한 지구를 위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해수면의 상승으로 인한 인구
의 이동이 불가피하게 된 남태평양의 투발루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장했지만 그 소리는 자국의
이익만을 위하는 국가들의 목소리에 조용히 파묻히고 말았다.
전체 이행계획 중 핵심사안은 세계화와 이행수단이다. 특히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이행수단 중 재
정관련 사안은 개도국과 선진국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개도국은 2001년 11월 카타
르에서 채택된 도하선언과 2002년 3월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열린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재원회
의’에서 채택된 몬테레이선언을 협상의 출발점으로 보고 구체적인 이행방안의 채택을 주장한
다. 반면 선진국은 국제적으로 합의한 도하선언과 몬테레이선언인만큼 이 수준에서의 준수를 주
장하고 있다. 빈곤퇴치기금의 설치에 있어서도 개도국은 대개도국 지원 공적개발원조(ODA)의 현
재 공여수준 0.2퍼센트를 국내총생산(GDP) 0.7퍼센트로 증액하기 위해 목표연도 설정을 요구하
고 있는 반면 선진국은 구체적인 목표연도 설정에 반대하고 있다.

발리에서 나타난 NGO들의 동향
제4차 준비회의 기간에 NGO들은 협상문서가 타결되지 않자 남아공 정상회담을 보이콧하자는 목소
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틱선라이즈호를 발리항에 입항시킨 그린피스는 제4차 준비회의에
서 드러난 ‘목표도, 재원도, 이행수단도, 새로운 재원 출연도 없는’ 정부의 태도를 언급하며
정상회담을 위해 국민은 세금을 많이 냈지만 협상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님을 비난했다. 그
리고 세계 각국의 협상태도 역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것이 아닌 미국 부시 행정부를 돕는 행태
를 보이고 있으며 정치적 의지가 중요한 WSSD 공간에서 미국의 힘만 유일하게 돋보인다고 지적했
다.
<지구의벗 국제본부>는 선진국들의 국제금융기구 독점, 개도국의 화석연료추출, 그로 인한 개도
국 지역의 공동체파괴와 환경오염발생의 책임을 말하며 오염자부담원칙 이행을 촉구했다. 따라
서 선진국 책임론의 일환으로 선진국이 개도국에 지고 있는 ‘생태적 부채(Ecological Debt)’
를 부담할 의무가 있음을 주장했다. 또한 <지구의벗>은 ‘기업이 세계를 지배하지 못하게 하자’
라는 구호를 내걸고 다국적기업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조하며 국제협약 창설을 제안했다.
발리에 참석한 전체 NGO들은 ‘우리가 미국에 대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 아래 지속
가능발전에 대한 미국의 방해노력을 강력히 비난했고 ‘WSSD가 지속가능하지 못한 개발을 위한
제1세계 국가들만의 정상회담’으로 전락했다며 통렬히 비판했다. 또 NGO들은 WSSD가 협력사항
을 이야기하지만 이는 결국 ‘기업을 위한 협력사항’임을 지적했다. 따라서 ‘국민을 위한 협력
사항’을 회복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분산되어 있지만 현장에서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활동하
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NGO들이 적절한 장
내외 전략을 도입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유엔이 청소년, 노동자, 지방정부, 노동, 기업, 과학기술그룹, NGO, 여성, 원주민 등 9개
주요그룹의 참여를 보장하고 의사개진을 위한 장치로서 WSSD 내의 주요과정인 ‘관련이해당사자
와의 대화(Multi Stakeholder Dialogue)’가 각국 정부대표단들과 9개 주요그룹 대표단이 참석
한 가운데 지난 5월 27~29일 열렸다.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통제, 협력사항, 역량강화의 세 주제
로 열린 이 회의를 끝내고 난 뒤 NGO들은 관련이해당사자와의 대화는 전체적으로 실패라고 평가
했고 정부간 협상의 동시진행으로 인해 정부대표단의 대규모 불참, 정부와 함께 한 자리에서 위
의 9개 주요그룹간 논쟁사태 등의 경험을 통해 9대1(9개 주요그룹 대 국가)의 구도에서 1대1(시
민사회 대 국가)의 구도로 전환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요하네스버그로 가는 NGO의 결심
이제 모든 준비회의는 끝났고 우리에게는 본회의가 열리는 요하네스버그로 가는 일정만 남아 있
다. NGO들은 ‘발리에서 타결되지 못한 많은 사안들은 요하네스버그로’라는 각오로 앞으로 정상
회담에 참석할 각국 정부대표단에 대한 로비를 통해 제3세계 NGO의 입장을 이행계획 문서에 반영
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NGO들은 또한 발리에서의 경험, 즉 제3세계 NGO들의 제한된 참석·미경
험·대정부 로비 약세 등을 토대로 역량강화의 필요성을 느끼며 자체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
도 마련중이다.
NGO들은 기업이 유엔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게 할지도 모를 지속가능발전의 사유화를 우려한다.
그래서 무역과 관련해서는 마치 WTO 위주의 무역자유화가 지속가능한 발전의 핵심요소인 것처럼
인정하는 이행계획안에 반대하고 있다. 오히려 무역자유화가 세계를 지속가능하지 못하도록 만드
는 요인이므로 WTO 도하선언과 관련된 표현의 삭제를 요구하고 21세기에 맞는 공정하고 지속가능
한 경제정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더불어 다자간환경협약(MEA: Multi-national
Environmental Agreements)이 WTO 규정보다 상위의 개념에 오도록 하고 유엔환경계획(UNEP) 등
과 같은 국제관리체제 기구체들의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물과 에너지는 「기후변화협약」을 통
해 2010년까지 빈곤인구들에게 재생가능에너지 공급을 10퍼센트로 할 것, 화석연료나 핵에너지
에 대한 보조금의 반대, 특히 물의 경우 음용수와 위생시설 접근이 어려운 인구를 반으로 줄이
는 것에 대해 신속한 조치를 취하고 환경사회적으로 위험한 보조금을 폐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
다.
농업의 경우 발리회의에서 나온 제안은 오히려 농부들에게 유전자조작을 강요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집약적 형태의 농업과 유전자조작식품에 반대하고 있다. 브라질 포르트알레그레
에서 개최된 대안사회포럼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올해 WSSD가 리우-10이 아닌 리우+10이 되어
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빈곤화의 요인 감소, 환경파괴 요인 제거, 부채탕감-투기성자본 반대, 기
업의 책임성 강화, WTO의 권한 축소, 성-소수자의 권익 증가, 전쟁과 군사팽창주의 중단, 문화
와 언어의 다양성 존중, 수자원 자유접근권 확보, 지속가능발전의 사유화 반대를 주장했다.
<지구의벗 국제본부>는 정치적 선언문에 신자유경제모델의 비지속가능성, 제3세계의 지속가능성
에 근거한 제1세계의 지속가능성, 인권에 기초한 지속가능성, 환경인종차별주의 반대, 정부는 기
업이 필요이상으로 확보한 권리를 회수하여 일반인에 환원할 것, GMO 생산의 중단, 원할한 물 공
급, 지적재산권의 생물체 귀속(다양한 생물종이 자기 방식으로 진화해서 지구상의 생물체가 되었
는데 어느 한 기업이 이러한 생물체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음을 뜻함), 평화 없는 지속가
능성-지속가능성 없는 평화는 없음, 지구환경 보전차원의 기업활동, 무역체계의 공정성(수출주도
의 개발종료, 지역경제의 활성화), 국제금융기구 활동의 리우 원칙 준수(투자기준선정), 다자간
환경협약을 WTO 규정의 상위개념으로 설정, 유엔이 기업에 의해 유린당하는 현 체제 개선 필요
(기업주도의 세계화로 인한 빈곤·종다양성 훼손, 악순환 가속) 등을 명기하고 있다.
NGO들은 또한 EU의 친환경적 제안에 G-77(77그룹, 유엔 내 제3세계 국가를 중심으로 경제적 이해
를 같이 도모하기 위해 결성된 국가들의 연합)과 중국이 반대하고 G-77과 중국의 더 많은 재정출
연 요구에 EU가 반대했던 발리의 경험을 토대로 EU와 G77, 중국 양쪽이 연합할 필요성을 제기하
면서 이와 관련 NGO 역할론을 대두시켰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시민사회는 8월 19일∼9월 4일 기간에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시민의
목소리를 전달할 계획이다. 19일∼22일까지 청소년, 장애인, 여성, 원주민, 시민, 노동, NGO들
이 각 그룹별로 모여 최종의제를 설정하는 자체 워크숍이 있고 24일∼25일에는 전략개발회의 및
오리엔테이션, 26일∼28일 공통사안에 대한 워크숍(통제와 자체결정, 세계화, 빈곤퇴치), 8월
29일∼9월 4일에는 주제별 워크숍(인간안보, 식량안보, 무역과 경제, 개발을 위한 재정지원, 과
학기술, 생명공학기술, 전통지식, 건강과 교육, 환경-자연자원관리, 환경정책, 기후변화, 종다양
성, 산림, 해양, 사막화, 습지, 물, 환경접근권), 그리고 8월 31일에 국제공동행동의 날 등을 개
최할 예정으로 있다.
2002년이 인류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신기원의 해가 될지 아니면 허망한 신기루의 해가 될지는
우리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우리 공동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있기 때문이다. UNEP의 『지구환
경백서』에 명기되어 있듯이 ‘인류는 시장우선 시나리오 혹은 지속가능성우선 시나리오 둘 중
하나를 추구하게 될 것’이므로 ‘지속가능성우선 정책모델을 추구할 경우 전지구적인 정책은 비
로소 무역노예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춘이 kimchy@kfem.or.kr
환경운동연합 국제연대팀장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2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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