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8] 특집 네덜란드를 다시본다 - 자전거 갯벌기행


자전거 갯벌기행

타셀섬의 자전거 일주도로. 한 노부부가 쉬면서 갯벌을 살펴보고 있다


하루에 다녀오기에는 무리일 거라는 주변의 말에 따라나 서기를 망설이는 50대 초반의 아시안 친구인 폴림의 등을 떠밀며 새벽기차를 탔다. 안내자는 암스테르담 에 본부를 두고 제3세계와 선진국간의 환경협력을 위주로 활동하는 국제환경단체인 보스엔즈(Both Ends)의 사무부총장 비어트 비어체마(Wiert Wiertsema)였다.

암스테르담 수로 위에 세워져 있는 네덜란드의 저명한 작가 물타투리(1820~1887)의 흉상


목적지는 네델란드에서 가장 큰 섬이자 국립공원으로서 생태계 보호지역인 타셀 (Taxel)섬. 기차를 버리고 배로 바꿔 40여분을 가서 내리자 부두입구에 건물이 하나 있는데 자전거 대여소다. 제법 큰 여객선인지라 많은 수의 사람들이 내렸지만 수십명의 승용차를 가져온 온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자전거 대여소 앞에서 줄을 선다. 수백대는 족히 돼 보이는 자전거들이 창고에 가득하다.

암스테르담으로 출·퇴근 또는 통학하는 인근 위성도시의 전철역 주변 자전거 주차대
익숙하지 않은 발브레이크 자전거(페달을 뒤로하면 브레이 크가 잡히는 자전거로 네델란드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대신 손브레이크용으로 주문하여 출발했다. 코스는 섬의 해안가 로 난 자전거 길을 따라 한 바퀴 도는 것. 자전거대여소 관리인의 조언에 따라 처음 한 시간여는 섬 안쪽으로 돌았다. 갈 매기들이 조개를 제방에 떨어뜨려 속의 조갯살만 먹기 때문에 해안가 여기저기 널려 있는 날카로운 조개조각들에 자전거바 퀴가 온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모두들 평소에 자전거 타기가 생활화되었음인지 나이가 지긋이 든 노부부들도 제법 빠른 속도로 나란히 잘 달린다. 거기다가 도란도란 대화까지 하면서 달리는 걸 보면 신기해 보인다.

바깥으로 난 갯벌을 보면서 두어 시간을 가 고기잡이 그물을 점검하는 어부를 만났 다. 많이 잡았느냐고 묻자 때가 아니라서 거의 잡히는 게 없다는 손짓을 한다. 조금 더 가 망원경을 들고 철새를 살피는 갯벌 관리인을 만났다. 비어트가 같은 조건의 갯벌을 가진 한국에서 왔다며 필자를 소개하자 반갑다며 이곳 갯벌의 특성을 자랑스 레 설명한다.

갯벌의 자연손실을 막아 유지하기 위한 자연친화제방.
대규모 콘크리트 제방으로 뒤덮인 한국의 서남해안 갯벌과 대조적이다
비록 조수간만의 차는 몇 미터 되지 않지만 철새도래지역으 로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이 요지였다. 우리의 경우 중요한 갯벌지역을 대부분 매립해 버렸고 지금도 간척 사업이 진행중이어서 반대운동이 활발하다고 하니 그는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찾아와 갯벌의 생물다양성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 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중간 항구에서 점심을 먹고 두 시간여를 더 달려 섬의 가장 북쪽지점에 다다랐다. 길이 좁아 비어트와 폴림은 앞서 가고 뒤에 처져 천천히 따라가는데 길 한쪽에 몇 사람의 일행이 자전거를 비스듬히 세우 고 풀섶에 쉬고 있다. 언뜻 보니 모두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다. 자세히 보니 몇 자전거들은 2인용으로 한사람은 옆에 앉아 서 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땀을 닦으며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들이 행복해 보인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상대적으로 적고 사회시스템도 잘 되어 있다는 유럽이지만 역시 장애인들이 이곳저곳을 다니는 것은 쉽지 않다.

많은 수의 버스와 택시가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버스와 택시를 타고 내리는 모습을 자주 보기는 어렵 다. 필자의 눈에 그들은 나다니기 어렵고 복잡한 도시를 피해 차가 다니지 않고 자연을 즐길 수 있는 타셀섬의 자전거 전용도 로를 택해 그들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으로 보였다. 그들의 행복해 하는 모습은 두고두고 마음에 남았다. 지난해 여러 사람들 과 함께 핀란드의 국립공원 방문자안내소를 찾았을 때 맹인방문자를 위해 점자안내판이 곳곳에 설치돼 있는 것을 본적이 있다. 여행지 자전거대여소에 장애우를 위한 자전거를 구비해 놓은 수준도 필자에게는 부러웠다.

우리네의 경우 새만금갯벌을 보러가려면 대중교통편으로는 찾아가기 힘들다. 인근 의 도시인 김제나 부안까지 고속버스 등으로 갈 수 있지만 거기서부터 갯벌현장까지는 접근할 방법이 쉽지 않다. 서울인근의 강 화갯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영국의 습지보호시스템을 직접 보고 참고하러 인천시장과 강화군수 등이 함께 그곳을 방문 했을 때, 강화군수가 사람들이 강화갯벌에 마구 몰려와 함부로 다니며 해산물을 막무가내로 가져가는 것이 큰 문제라고 하소연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타셀섬은 강화도보다 작긴 하지만 이런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강화도 해변가에 자전거도로를 만들어 갯벌에 접근하려면 걷거나 자전거로만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
떨까? 물론 유럽과 우리는 지형적 조건이나 문화가 많이 다르다. 하지만 지금처럼 모두가 개인차량이나 대형전세버스로 갯벌이나 자연을 접하는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까? 환경단체가 준비하는 생태답사 도 예외는 아니어서 전세버스에 개인 차량들이 줄지어 따라가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돌아올 땐 길이 막혀 갯벌에서 흠뻑 담아온 추억들이 구겨지곤 하지 않는 가?


암스테르담의 공원. 산책나온 시민들이 휴일을 즐기고 있다


큰길가의 자전거 도로를 피해 농가 쪽으로 나있는 쪽길을 달리자 전혀 색다른 분위 기다. 스쳐 지나지만 그네들의 일상적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길은 바람을 안고 가야해서 힘이 들었다. 게다가 평소에 자주 자전거를 타지 않는 필자나 폴림은 엉덩이가 아파와 자전거 안장에 앉아 있는 게 고역이다. 먹구름이 몰 려와 비를 뿌리기 시작하자 비어트는 폴림의 등
을 밀어주며 힘내라고 격려한다. 중간에 잠시 쉬면서 사 먹는 타셀섬의 간이음식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특히 하링이라 부르는 새끼청어쯤 되는 생선은 소금에 절인 날 것으로 꽁지를 잡고 머리부터 한번 에 입속에 넣는데 아주 별미다.


글·사진 / 최예용 choiyy@kfem.or.kr
(사)시민환경연구소 기획실장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2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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