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4월호] 일본 후꾸이현 기름오염 현장을 가다

국가재난 선포된 일본의 기름오염 사고 현장을 가다.
[월간환경운동 97년 4월호]

◇ 이봉길 / 해양경찰청 방제과장

동해에 면한 일본 서부 해안은 지난 1월 발생한 러시아 유조선 나크호드카
(NAKHODKA)호에 의한 기름유출 사고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아직도 그
끔찍한 사고는 끝나지 않고 몇 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해안이 검은 기름으로 뒤
덮힌 사고 현장을 다녀왔다.

중국 상해에서 벙커C유 1만9천㎘를 적재한 1만3천톤급의 러시아 유조선 나크호
드카호(NAKHODKA)가 러시아 페트로파부노푸스크항으로 항해하고 있었다. 하
지만 1월 2일 새벽 2시 50분경 동해상 일본 시마네현 오끼도 북방 약 1백30㎞
지점(독도 공방 1백82㎞)에서 선체가 두동강나는 사고가 벌어졌다. 선미 부분은
침몰되었고 나머지 부분은 바다를 표류하다가 결국 1월 7일 오후 1시경 일본 후
꾸이현 해안가에서 좌초되었다. 이 사고로 인해 적재된 벙커C유 중에 약 5천여
톤의 기름이 유출되었다.
사고원인은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26년이난 된 노후된 선체
에 사고 당시 파고가 약 7.5미터나 되는 등 심한 악천후 상황이었으니 사고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사고 당시 이 유조선에는 러시아 선원 31명이 타고 있었
으나 다행히 선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구조되었다.
이렇게 좌초된 유조선은 후꾸이현을 중심으로 7개현의 해안을 심하게 오염시켰
다. 유출된 기름은 강한 북서풍에 의해 해안으로 밀려와 해초류 부유물들과 범
벅이 되면서 해안가에 그대로 달라 붙었다.
이 지역은 게, 새우, 전복, 소라, 돌김 등 고급 해산물이 풍부한 곳이었다. 또한
아름다운 해안경관으로 인해 인접 온천지역과 연계된 겨울 관광지로도 유명한
곳이었다. 하지만 검은 기름이 이 모든 것을 순식간에 빼앗아가고 말았다.

초동조치 실패가 국가재난으로까지 번져
사고가 발생하자 비상이 걸렸지만 적절한 조치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일본 해안
에서 2백 30㎞ 이상 떨어진 공해상에서 발생한 외국 선반사고이고, 기상도 폭풍
주의보가 발효되어 해상상태가 너무 험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쿠르시오 난류를
따라 북동쪽 바다로 멀리 빠져나갈 것으로 기대하면서 초동조치도 다소 미온적
이었다. 하지만 강한 북서풍의 영향으로 선수부가 해안으로 밀려와 좌초되면서
기름이 해안가에 달라붙기 시작한 1월 7일 이후에야 방제 작업이 이루어졌다.
초기 방제작업은 피해지역 지방자치단체 해상보안청, 해상재해방지센타(국가 및
선박회사의 출자와 선박진흥회의 출연금으로 설립된 사단법인) 중심으로 이루어
졌다. 하지만 피해지역이 계속 확대되자 1월 10일 이후에는 국가재난 차원에서
전 국가기관, 지역주민, 자원봉사대 등 민·관·군이 합동으로 방제작업이 벌어
졌다.
유출된 기름은 초기 해상에서의 방제작업 기회를 놓침으로서 유화되고 응고되어
무스(Mousse)상태로 해안에 몰려왔다. 때문에 바가지, 들통, 삽 등을 이용한 원
시적인 수작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경제대국 일본에서, 그것도 기름유출 사
고가 나더라도 30만톤 이상의 방제능력은 갖추고 있다던 일본에서 과학적인 방
제방법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좀 뒤늦게 시작되었지만 국가 재난차
원에서 모든 관계기관이 동원되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자원봉사자, 자발적으로
참여한 지역 주민 등 국민 전체가 한마음이 되어 방제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주로 수작업에 의하여 수거된 기름 덩어리는 공드럼, 또는 간이 저장용기에 수
집되어 대단히 체계적으로 수집 처리되고 있었다. 수집된 폐유와 폐기물은 탱크
로리를 이용하여 대형 임시 저장소로 운반되었고, 이는 다시 폐유처리 사업장에
서 최종 처리하는 체계로 이루어졌다. 이를 위해 가까운 육상공터에 대규모 임
시 저장소를 설치하여 활용하였고, 폐유 드럼 수집장소도 별도로 운영되었다. 그
외에 다른 잡다한 폐기물은 비닐봉투 등에 넣어 지정 장소에 수집되었고, 모든
수집 장소에는 담당자가 배치되어 즉각적으로 상황이 집게 되고 있었다. 그리고
관련기관·업체 등에서 동원된 포크레인, 지게차, 진공펌프카 등 각종 중장비와
작업에 필요한 자재도구 등은 작업의 효율을 놓이는데 큰 몫을 하고 있었다. 3
월 현재 오염이 심한 지역의 암벽, 자갈밭에는 아직까지도 기름 제거작업이 이
루어지고 있다.
사고 선박의 침몰되지 않은 나머지 부분은 해안에서 약 2백m 지점에 완전 뒤집
혀진 상태로 좌초되어 적재유 2천8백㎘ 중 8백㎘는 유출되고, 약 2천㎘ 정도가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사고해역은 항상 파도가 거센지역이므로 선체 파손에 의한 추가 유출이 우
려되고 있어 선체의 제거작업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뒤집힌 선박에 구멍
을 내고 특수 장비를 이용해 기름을 옮기는 한편, 해상작업에 한계가 있다는 점
을 감안해 보다 안전한 작업을 위하여 육상에서 좌초선까지 접근도로를 만들고
있다.
3월 현재 선박내에 남아있는 기름은 거의 옮긴 상태이며 도로도 건설되었지만,
해상상태가 좋은 하절기에 작업 예정으로 아직 선체인양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
다.

방제장비의 적정한 배치와 운용체제가 구축돼야
일본 당국에서도 사고발생 초기에는 지금처럼 기름이 넓게 확산되고 피해가 엄
청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해역
이었고, 해류의 방향 등으로 보아 멀리 다른 바다로 빠져 나가거나, 밀려오더라
도 이미 희석되어 오염피해가 감소될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이런 계산으로
기름의 확산되는 상태만을 지켜보면서 파손된 선체의 이동방향을 유도하고자 했
다. 하지만 기상관계로 인하여 이런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별다른 조치가 대
책도 강구하지 못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선체는 예상보다 빨리 해안에 도착되어
죄초되었고, 기름의 급격히 퍼지면서 피해 또한 급속히 확산되었다.
기상의 악화로 어려움은 있었으나 해상에서의 적극적인 초등조치가 미흡하여 피
해가 확대되었다는 것이 언론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확한 확산 상황 판단과
신속한 초등조치가 중요했던 것이다.
또한 방제비용 지급이 불분명하여 방제작업의 착수가 지연되었다. 1월 5일 러시
아 선주로부터 방제요청을 받았으나, 선주의 방제비용 지급능력과 보험가입 여
부 등을 확인하느라 계약 방제업체의 작업착수가 지연된 것도 오염확산의 원인
이다.
일본에서 보유하고 있는 방제력은 방제선 2백97척, 기름회수기 2백90대, 오일펜
스 1천3백76㎞ 등으로, 방제선 35척, 기름회수기 70대, 오일펜스1백73㎞인 우리
나라보다 윌등하게 많은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
는 이런 장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소형선박과 장비로는 해상 상태가 나
쁜 해역에서 작업이 불가능하였고, 유출된 기름이 이미 응고된 후에는 장비들이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유처리제나 흡착제 또한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좌초선 주변에 설치한 오일펜스도 높은 파고로 인해 무용지물이 되었다.
보통 대형 오염사고는 해상상태가 나쁜 상황에서 발생되고, 초동방제조치 실패
는 피해의 급속한 확산을 불러와 방제작업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웬만한 해상
상태에서도 작업이 가능한 대형 방제선과 방제장비의 확보가 시급함을 느꼈다.
응고된 중질유를 회수할 수 있는 방제장비 확보도 필요할 것이다.
일본의 방제장비는 유조선등의 입출항이 많은 동부 태평양 연안에 편중되어 있
고, 사고해역 주변에는 방제선 등의 배치가 없어 사고현장까지 출동하는데 장시
간이 소요되었다. 또한 기지에 배치되어 있던 방제장비를 콘테이너에 포장된 상
태로 현장에 운반되었으나 방제작업 현장에서 장비운용 요원의 부족으로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평상시 장비의 비치에만 주력하고 운용체제를 갖추지 못했다
는 지적이다.

사고시 인접 국가간의 방제 혁력체제의 강화 절실
현장의 방제작업은 <해상재해방지센타>가 계약업체를 동원하여 방제자재수급,
동원선박 및 인력통제, 수거된 폐기물 및 폐유의 적정처리, 선주에게 방제비용
청구 등 실제적인 방제작업을 총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국 1백43개의 방제업
체와 미리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일본의 방제 체제는 석유연맹 석유비축기지, 계약방제업체 등과 같은 민간방제
세력이 대부분으로 우리나라 해양경찰청 중심의 관주도 방제체제와는 많은 차이
점이 있었다. 우리나라도 공익차원에서 국가 방제능력의 확보가 필수적이겠지만,
민간 방제능력의 확보를 위해 <한국유류오염방제조합(96년 정유회사 중심으로
설립)>을 활성화시켜 실제적인 방제능력을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다.
관계기관, 민간업체 등에서 동원된 포크레인, 지게차, 진공펌프차량 등 각종 중
장비와 기타 필요한 자재 등은 폐유 및 폐기물 수집·운반 등에 효율적으로 활
용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직접 확보가 힘든 대형 중장비 등은 사고발
생시 언제든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업체 등과의 긴급 지원체제를
유지하고, 들통, 갈고리, 장화, 방유복 등 방제작업에 필요한 사소한 자재도구까
지 충분히 비축해 두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사고처리에는 많은 공드럼과 간이 저장용기가 동원되고, 대규모 간이
저장소가 설치되어 처리과정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 폐유나 폐기물 수집 점
검 체계가 특히 효율적이었다.
특히 모든 방제용 자제는 현장 방제대책본부를 통하여 지급되고, 담당자를 지정
하여 모든 것을 확인 기록하고 있었다. 자재 사용을 철저히 지도·통제함으로써
자재의 낭비와 2차 오염 논란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방제작업은 자원봉사자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큰 힘이었
다. 언론매체와 PC통신 등을 보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회단체, 학생, 가족단위
의 자원봉사자들과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의식, 동원된 모든 요원들의 성
실한 작업태도, 언론매체의 사실적이고 솔직한 보도는 국민들의 관심을 유도해
냈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웅을 촉구하는 언론보도 등은 우리나라 오염사고와도
비교되는 점이 많았다.
이번 사고는 공해상에서 발생한 외국 선박의 사고가 인접국에 영향을 미친 사례
로 인접국가간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대형사고였다. 하지만 인력과 장비
의 지원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워 원활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우리나
라는 현재 고점도 기름 이송펌프 2대를 지원하고, 당사국인 러시아에서는 방제
선박 2척 등 일부 장비를 지원하는 정도였다.
앞으로 이와같은 경우의 국가간 협력을 위하여 한·일·중·러·북한 등 5개국
들이 북서태평양 환경보전계획(NOWPAP) 사업을 추진중에 있지만 인접 국가간
방제협력체계가 조기에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고라 할 수
있다.
유류오염 사고는 사전예방이 가장 우선이다. 그러나 아무리 조심하고 노력하더
라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오염사고는 항상 발생의 가능성을 안고 있
다. 우리나라 또한 예외일 수 없다. 이번 사고에서 보듯 아무리 경제대국이라도
대형 해양오염사고에는 속수무책이다. 하물며 최소한의 방제 장비조차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한 우리나라는 더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이번 사고를 타산지
석으로 삼아 대형 방제선 등 방제장비 확보는 물론 방제조합 활성화 등 기본적
인 방제능력도 길러야 할 것이다. 또한 평상시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 점검 등을
통하여 대형 오염사고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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