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10] 특집/ 기상이변과 식량위기


특집 / 기상이변과 식량위기

세계식량위기의 징후

윤석원/중앙대학교 산업경제학과 교수




세계식량수급 현황에 대해 미국 농무성은 금년도 세계곡물생산은 세계제일의 곡
창지대인 미국의 기록적인 풍작에 힙입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였으나 최근 엘니
뇨에 따른 기상이변과 중국의 대홍수 및 재해의 영향으로 전년대비 0.6% 감소한
18억 7천7백80만톤으로 다시 고쳐 전망하고 있다.
밀의 경우 중국의 대홍수와 구소련지역의 가뭄으로 5억9천7백70만톤이 생산될 것
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옥수수는 미국의 풍작으로 전년대비 2.9%정도 증가할 것
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두는 전년대비 -0.5%의 생산 감소가 예상되며 쌀은 중국
의 대홍수에 따른 감수요인과 미국 주산단지의 작황부진이 일부 반영되어 전달
예측치 보다 1백60만톤 감소, 전년 대비 1백60만톤 증가한 3억8천6백30만톤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곡물소비량은 18억8천3백30톤으로 전망되어 전년대비 1.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기말 재고량은 3억1천4백70만톤으로 전년대비 1.7% 감
소할 것으로 전망되어, 소비량 대비 재고량의 비율은 16.7%로 FAO권장 수준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표).
이렇게 볼 때 단기적으로는 세계곡물수급상의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한편, 현재의 국제곡물가격 동향을 보면 소맥, 옥수수, 대두의 국제가격은 세계
제일의 곡창지대인 미국의 작황호조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으나 쌀은 불안정한 상
승세를 보이고 있다. 당분간 국제곡물가격은 아시아 경제 불황에 따른 소득감소
로 육류소비가 위축되어 사료곡물의 수입수요 감소가 예상되면서 약세장이 지속
될 것으로 보이나, 쌀가격은 중국의 수량급감에 따른 시장교란이 발생하여 불안
정한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세계곡물비축량 48일분으로 떨어진다
세계식량문제를 보는 시각은 두가지이다. 앞으로 식량부족은 더욱더 심해질 것이
라는 비관론적 시각과 기술혁신으로 곡물생산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낙관론적
시각으로 구분된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식량수출국들은 세계의 곡물생산 증가추세는 인구증가에
의한 곡물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기술 혁신에 의하여 인구증가율 이상의 농업생
산 증가율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아 장기적 식량수급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
다. 따라서, 그들은 비교우위론에 의한 자유무역이 확대되면 식량문제는 장기적으
로 해결될 수 있다는 견해를 갖는다.
반면, 개도·후진국을 중심으로 한 식량수입국은 곡물생산을 위한 식부면적의 감
소, 곡물재고율의 지속적인 감소, 환경 친화적 농법으로의 전환, 토지·수자원의
한계, 기상이변에 따른 수량격감 등으로 획기적인 생산량 증가는 어려운 것으로
보고 중장기 식량수급에 대체적으로 비관적인 입장이다.
식량생산의 총량적인 면을 보았을 때는 단기적으로 낙관론 시각의 입장이 옳지만
실제 국제곡물시장은 항상 만성적인 수급불균형을 이루고 있어 조금만 생산이 감
소되어 재고물량이 줄면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어 비관론적 입장에
비중을 둘 수 있다. 한 예로 1996년의 곡물수확이 시작되었을 때 세계의 곡물재
고는 1970년대 초 세계식량위기가 발현할 당시의 최저치인 55일분보다도 낮은 51
일분인 2억4천6백만톤으로 하락하자 미국의 시카고 선물시장에 형성된 국제가격
은 밀의 경우 최근의 최저가인 1995년 4월의 1백26.9달러에 비해 1.8배 높은 2백
29달러를 기록했고 옥수수도 1994년 10월의 84.3달러의 2.2배인 1백85.4달러로 급
등했다. 또 다른 주요 곡물인 쌀의 경우 태국의 수출가격은 1995년 3월의 2백75
달러보다 1.25배가 오른 3백45달러였다.
월드워치연구소는 1998∼99년 세계의 곡물비축량이 1992∼93년 평균비축량(81일
분)의 60% 수준인 48일분으로 사상 최저치로 떨어질 것이며, 이대로 가면 오는
2015년까지 전세계 8억 인구가 식량난에 허덕일 것으로 내다보고 다가오는 21세
기는 세계적 식량난의 시대가 되어 사회적·정치적 불안이 온세계를 휩쓸 것이라
는 암울한 전망을 하고 있다. 이는 국제곡물시장 전망에 대한 시사적인 전망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빈국의 굶주림을 향해 달리는 세계식량열차
세계식량위기의 가능성을 논하기 위해서 수요와 공급측면으로 나누어 검토해 볼
수 있다. 먼저 수요측면을 보면 식량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인구의 수가 계속 증
가한다는 것이다. 특히 개도국을 중심으로 인구가 적게 죽고 많이 낳는(小死多産)
구조를 보이면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이러한 추세로 나가면 2025년의 세계인구
는 1998년의 59억명보다 26억명이 증가한 85억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인
구의 증가는 새로운 식량 수요의 증가를 의미한다. 그런데, 폭발적인 인구증가로
식량부족에 시달림을 받고 있는 나라는 선진국이 아니라 개도국에서 일어나고 있
다는 사실이다.
다른 수요측면에서의 식량위기 가능성은 개도국의 잠재수요와 육류소비의 증가추
세이다.
소득이 증가하면 사람들은 식품섭취에 대한 질을 고려하게 된다. 최근 아시의 경
제성장은 한국, 일본을 중심으로 식품에 대한 수요가 식물성 식품에서 동물성 식
품으로 빠른 속도로 이행하고 있다. 동물성 식품 이행의 의미는 곡물을 직접 인
간이 먹는 식량수요 패턴에서 곡물을 가축에 먹여서 고기로 변형시켜 그 고기를
인간이 먹는다는 패턴으로 변화된다는 것이다. 비단 이 영향은 축산물의 수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축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사료곡물의 수급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곡물을 사료로 한 고기를 대량으로 먹게 된다면 곡물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많아지고, 이것이 식량부족을 가속화시키는 것이다. 뿐만 아니
라 아시아 각국의 농업은 대체로 쌀 중심이였기 때문에 사료곡물의 생산기반이
충분히 완비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아시아의 농업 특히 토지이
용형 농업은 금후 급속히 비교열위산업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특히 세계인구의 20%인 12억인구의 중국은 사료곡물의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면
서 세계 주요 곡물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전락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93년 약 1
천2백만톤의 옥수수를 수출하였으나 94년에는 오히려 4백30만톤을 수입했고, 95
년에는 2백50만톤을, 96년에는 6백43만톤을 수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중국
의 도시·산업화는 농업의 생산기반을 붕괴시켜 더욱더 식량부족을 가져올 것으
로 예상된다. 그리고, 농업용수의 부족으로 2025년의 곡물수입량이 1억7천5백만톤
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이러한 아시아의 곡물수요증가가 오늘의 식량위기를 증폭시키고 있으며, 현
재 세계곡물시장은 이와 같은 새로운 사태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어서 공급측면에 대해서 살펴보자. 선진국의 경우 자국의 농업을 유지·발전시
키기 위해 농산물의 생산비를 보상해 주는 가격정책을 취하고 있는데, 이 결과
농산물의 가격이 높아지고 생산과잉을 초래하고 있다. 이것을 방치하면 시장가격
이 하락되기 때문에 생산면적을 제한하여 시장가격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개도국의 농지개발도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식량증산을 위한 과도한 화전으로
인한 삼림면적의 감소가 산성비, 사막화 문제와 더불어 지구규모의 환경에 악영
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경제발전에 따른 농지를 상공업용지 및 택지 등으로 전
용하는 등 농지면적의 감소도 그 크기를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농산물의 식부
면적을 늘림으로써 식량 공급량을 증가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식부면적 증가에 어려움이 있다면 단수(單收)를 늘려서 식량을 증산할 수밖에 없
다. 그러나 이것 역시 전망이 밝지만은 못하다. 즉 단수를 증가시키기 위해서 다
수확품종의 개발·보급, 관개(灌漑)시설의 정비, 비료 및 농약의 투입 등 새로운
투자가 필요하나 이것에도 문제는 적지 않다. 국제적으로 화학비료 및 농약의 사
용을 환경보전 차원에서 억제하고 있고, 기상이변으로 인한 가뭄이 농업용수의
부족을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수를 늘리기 위해서 막대한 자금 투자
가 필요한데 개도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식량위기 극복을 위한 제안
식량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과거의 식량위기는 특정국가에 국한되어 있는 국지적
이고 정치적인 이유에서였다. 2차대전 당시 독일의 영국에 대한 곡물금수조치와
1980년초의 아프카니스탄 사태로 인한 미국의 소련에 대한 금수조치가 그 예이
다. 그러나 최근에 닥친 식량 위기는 전세계적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작금의 식량
위기는 기상이변으로 인한 생산감소와 인구와 소득 증대로 인한 식량수요 증가로
발생된 문제이다. 따라서, 식량위기는 곧 국가 안보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더
이상 식량위기의 문제를 정치적, 경제적 논리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
라서, 식량의 자급도가 30%밖에 안되는 우리나라는 언제든지 식량위기 극복을
위한 식량안보에 대한 체계적인 정책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식량위기 극복을 위한 몇가지 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민간전문가와 범정부가 참여하는 「비상 식량위기 관리기구」의 상설운영
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기구는 식량전문가는 물론 기상전문가, 정보기관, 농
림부, 예산청 등이 참여, 식량위기에 대처하는 상설기구를 의미한다. 세계 곳곳에
서 발생하는 기상변화가 각국의 농작물 생산에 미치는 영향과 세계곡물시장의 가
격 및 수급상황을 정밀 분석하여 비상식량 및 자금의 확보방안을 구체적으로 수
립하는 것이다.
둘째, 지구상의 기상이변과 곡물시장구조에 대한 정확한 현실인식이 필요하다. 혹
자는 식량이야 꼭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더라도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국내가격보
다 싼 가격으로 사다먹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제여건이라는 것
이 언제든지 좋은 것만은 아니어서 돈만 있으면이라는 가정은 비현실적이다. 세
계경제의 장기불황구조하에서는 더욱 그렇다. “언제든지, 국내가격보다 싼 가격
으로”라는 가정도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고 부족 및 가격폭등조짐을 볼 때 지나
치게 낙관적인 견해에 불과하다.
셋째, 식량안보에 관한 정부부처간 합의가 필요하다. 예컨대 농림부는 식량안보의
급박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타 부처는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식량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한 종합적이고 강력한 대안이 제시될 수 없을 것이다.
네째, 현재까지 유지·관리되고 있는 농지의 전용은 최대한 억제되어야 하며, 대
규모 간척사업에 의해 조성된 농지는 본래의 목적에 맞게 사용되어야 한다. 이는
정치적·경제적 논리 이전에 민족의 장래와 지속적 성장을 위한 국가안보적 차원
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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