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12] 특집/독일 원전폐쇄와 한국의 미래(4)

특집·독일 원전폐쇄와 한국의 미래

우리나라 원전정책의 현황과 문제점

김혜정/환경련 환경조사국장


독일의 핵발전소 폐쇄선언은 세계 에너지산업의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사실 유럽
의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핵발전에 대한 숭배와 미련을 한커풀씩 벗어
버리고 있었다. 따라서 유럽연합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의 폐쇄선언은 그동안 핵발
전에 회의적이던 다른 나라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정책의 보수성과 비효율성으로 인해 여전히 핵발전에 목매달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리 4기, 울진 3기, 영광 4기, 월성 3기 등 총 14
기의 핵발전소가 가동중이며, 영광 5·6호기, 울진 4·5·6호기, 월성 4호기 등 6기
가 추가로 건설중이다. 여기에 2015년까지 신규로 10기를 추가 건설할 예정인데, 그
렇게 되면 2015년에는 총 30기의 핵발전소가 한반도를 점령하게 된다. 좁은 국토면
적에 인구밀도마저 세계에서 수위를 달리는 나라에 수십기의 핵발전소가 불안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핵발전소는 그동안 안전에 치명적인 핵연료봉 손상사례가 15건이
나 발생했다. 98년 한 해 동안만 해도 핵발전소 관련업계에 종사하는 5명의 노동자
가 안전사고로 사망했고, 핵연료봉 파손으로 인한 증기발생기내 이물질 증가, 냉각
수 유출 등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안전사고가 수차례 발생했다. 물론 언론에
공개적으로 보도된 것만 그렇다는 얘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여전히
원자력법 및 전기사업법 개정을 통해 핵발전소에 대한 대폭적인 안전규제완화를 추
진하고 있다.

거꾸로 가는 전력정책
정부는 올해 확정한 「4차년도 장기전력수급계획」에서도 역시 핵발전 위주의 전력
수급정책을 확정했다. 원자력의 경제성에 비판적 입장을 지닌 학자가 한국전력의
사장으로 부임했지만, 기존의 핵발전 예찬론자들을 제어하지는 못하고 있다. 실제
한전 사장은 모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4차 장기전력수급계획에서 자신은 도장만
찍는 대서소 역할만 했다고 털어 놓았다.
지난 8월 한전 입지개발처(처장 전재풍)에서는 핵발전소 9개 후보지 중 울진, 해남,
삼척 등 3곳을 최종후보지로 내정했다. 이 정보를 입수한 해남주민들이 상경해 한
전사장을 면담한 자리에서도 한전사장은 후보지 지정은 본인이 허락한 사실이 아니
며 입지처에서 독자적으로 추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덧붙여 주민이 반대
할 경우 핵발전소를 건설하지 않겠다는 것도 약속했다. 이후 한전사장은 입지개발
처장을 직위 해제시켰다. 그러나 위의 계획은 산업자원부에서 그대로 확정되었다
(이것이 바로 한전 사장이 도장찍는 역할만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가
될 수 있다).
어떻든 세계 각국의 핵발전소폐쇄정책과 관계없이 우리나라는 핵발전이 준국산에너
지이자 경제적이라는 이유로 2015년까지 원자력 비중을 50%로 올리겠다는 목표하
에 장기전력수급계획을 추진 중이다.
4차년도 장기전력수급계획의 관점은 기존의 발전소 공급일변도 정책에서 달라진 것
이 전혀 없다. IMF 이후 98년 1월부터 7월까지 전력소비가 전년대비 3.0% 감소,
특히 산업부문은 5.6%나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수급계획에서는 2000년까지 연평
균 3.4% 증가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다. 또한 2001년부터 2005년까지는 무려
6.1%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99년말 이후 경제성장율이 회복되어 전력
소비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전혀 터무니없는 근거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다.
2015년의 예상 최대수요도 97년 기준의 1.94배로 거의 2배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다.
절약과 효율성 증진을 통한 수요관리가 아니라 여전히 쓰는대로 무조건 공급만 하
겠다는 공급위주의 전력수급정책에 매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대체에너지 보급목표가 당초 96년에 1.0%였던 것을 2001년에
는 3.0%로 끌어올리겠다고 책정했다가 다시 2006년에는 2%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대체에너지 보급계획이 장기전력수급계획과 연동되어 있지 않고 있으며 대체에너지
기술개발의 필요성을 강조만 하고 있을 뿐 핵발전을 포함한 다른 발전원과 동일한
차원에서 평가하지 않은 채 투자계획에서도 제외하고 있는 실정이다.
에너지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수요관리나 대체에너지에 대한 투자계획은 전무한 채
무려 80조원의 돈을 투자해 1백17기의 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것이 산자부와 한전
이 발표한 장기전력수급정책의 핵심이다.

한전은 IMF의 주범
한전의 공급일변도의 전력정책이 환경파괴는 물론 비경제적이라는 것은 한전의 천
문학적인 부채로도 확인할 수 있다. 장영식 한전사장이 ‘그동안 발전소 건설에 막
대한 비용이 들어 회사 전체부채가 30조원에 달하며, 이중 외화 부채만 1백억 달러
에 달한다. 이런 점에서 한전은 IMF사태를 초래한 죄인이다’라고 고백하고 있듯
이, 한전의 전력정책이 구조조정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21세기 한국사회를 규정할
에너지 정책은 70년대 후진국형 공급 일변도의 정책에서 한치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의 GNP, 산업구조 및 인구, 가구수, 가전기기 보급율 등 전력수요에 영향을 미
치는 제반 사회경제적 요인을 예측하여 10년이상 미래의 전력수요계획을 적정하게
수립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원자력과 같은 대형발전소는 구조적으로
비탄력성이 내재되어 있어서 정부의 계획처럼 원전 18기가 건설될 경우 소비중심의
에너지정책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여전히 대형발전소 위주의 후진국
형 장기전력수급계획은 전면 백지화되어야 한다. 21세기의 에너지 정책은 소비절약
과 에너지 효율성을 제고하는 수요관리시스템, 그리고 대체에너지 개발이 구체화되
는 ‘연성적 에너지 시스템’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독일의 핵발전소 전면폐쇄는 시민들과 환경단체의 오랜 반핵운동의 결실이다. 우리
역시 핵발전소의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반핵운동 역시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지만, 대중적인 인식의 확산과 사회문제화되지 않고 있다. 찬핵집단의 흔들림없는
핵드라이브 정책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핵발전소 폐쇄정책을 계기로 국내 반핵운동은 앞으로 시민조직화 프로그램
의 다양화(예를 들면 한전 경영투명화와 효율적 운영을 위해 [한전10주갖기 운동]
등), 전기사업법·전원개발특례법 등 핵발전 위주의 정책을 제도적으로 보장한 악
법의 개정운동(고발, 소송, 입법과정의 주민참여제기 등), 세계적 원전정책 변화에
대한 백서작업과 정치권 로비 및 국민홍보 작업, 제주 함덕지구 풍력발전 시범단지
조성을 비롯한 재생가능에너지의 현실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3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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