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10] 특집 핵발전/ ‘지옥의 왕’을 수입하는 일본 / 한성숙

특집-핵발전, 되풀이되는 악몽

‘지옥의 왕’을 수입하는 일본

한성숙/환경운동연합 환경조사국


1941년 2월 24일 미국 버클리 대학에서 시보그, 케네디, 왈루 세 사람은 전혀 새로운 원소를
합성하였다. 그들은 이 새로운 원소(자연에 존재하는 원소는 원자번호가 92인 우라늄까지이
며 원자번호 93번 이후부터는 초우라늄 원소(transuranic element)라 불리며 모두가 인간에
의해 인공적으로 합성된 것이다)의 이름을 ‘플루토늄’이라 지었다.
사실 원자번호 94번인 이 원소에 플루토늄, 즉 ‘지옥왕의 원소‘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시
보그 등이 이 특별한 원소의 미래를 예측해서라기보다는 통상적인 원소명명법에 의한 것이
었다. 신이 창조한 가장 무거운 원소인 원자번호 92번의 이름이 우라늄(천왕성 Uranos에서
유래)이었기 때문에 인간이 최초로 합성하여 만들어낸 원소 원자번호 93번은 태양계의 순서
를 따라 넵투늄(해왕성 Neptune에서 그 이름을 빌려왔다)이라 했고, 그 이후 합성된 94번
원소는 당연히 명왕성(Pluto;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下界의 왕)의 이름을 따른 것이었
을 뿐이다.
핵분열이 가능한 최초의 인공원소로 발견 당시 과학자들을 들뜨게 했던 94번 원소(플루토
늄)는 ‘지옥의 왕’이라는 자신의 이름에 걸맞게 아주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다. 약 4년 후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최초의 우라늄 핵폭탄이, 이어 8월 9일 나
가사키에 플루토늄 핵폭탄이 투하되었고 인류는 지옥의 모습이 지상에 구현되는 것을 보며
숨을 죽여야 했다.
지난 7월 19일과 21일 영국의 배로우항과 프랑스의 쉘부르항에서 퍼시픽 핀테일(고방오리)
과 퍼시픽 틸(검둥오리)이라는 고운 새의 이름을 가진 두 척의 배가 각각 약 2백25kg 정도
의 플루토늄을 싣고서 일본을 향한 두 달 여간의 긴 항해를 시작하였다. 이 두 척의 배는 9
월 경, 태평양이 태풍의 지배에 있을 시기에 태평양을 가로질러 인류 최초의 ‘원폭 피해
국’에 도착하기로 되어 있다.
퍼시픽 틸과 퍼시픽 핀테일 두 척의 배에 실려 있는 플루토늄의 총량은 약 4백50kg. 일본의
나가사키를 지옥으로 만들었던 정도의 위력을 지닌 핵폭탄을 1백여 개 정도 만들 수 있는
양이며, 지난해 핵폭탄 실험으로 세계를 경악시켰던 인도가 진행하고 있는 핵개발 계획에
포함된 것보다 많은 양이다. 이번 수송이 성공적으로 마쳐진다면 이후로도 일본은 50여 톤
정도의 플루토늄을 유럽에서 더 수송해 올 예정이다.
일본의 핵물질 해상수송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84년 10월 프랑스로부터 처음 플루토늄
해상수송을 시작한 이래 92년 전세계의 비난을 받았던 고속증식로용 순수 플루토늄 수송,
그리고 95년, 97년, 98년에 연이은 고준위 핵폐기물 해상수송, 또한 일반에 알려지지 않은
채 지금까지 몇 번이나 있었는지도 모르는 일본에서 유럽 재처리공장으로의 사용후 핵연료
수송 등, 일본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위험한 물질을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수송하는 무모
한 일을 이미 여러 번 감행했다. 그리고 이제 또다시 플루토늄의 해상수송을 비밀리에 진행
시키고 있다.

일본의 핵정책
이번 플루토늄의 해상수송 계획은 처음부터 모든 것이 비밀리에 진행되었다. 99년도에 들어
서야 플루토늄 수송선이 유럽에서 일본을 향해 간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었을 뿐 그 시기나
수송량에 대해서는 어떤 것도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채 무수한 예측들만이 나돌고 있었
다.
수송에 대해서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 일본 언론에서 후쿠이현이 간사이
전력의 타카하마 핵발전소에서 플루토늄 MOX 사용을 허가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내보낸 이
후부터이다. 일본의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영국의 BNFL과 프랑스의 COGEMA는 즉
각 플루토늄 수송준비를 시작했고 이에 맞서 환경단체들의 활동도 활발해졌다.
BNFL과 COGEMA는 수송선을 무장하고 재처리공장에서 플루토늄 MOX를 운반해 배에 선
적하기 시작했으며, 배로우항과 쉘부르항 등 출발항이라 예상되는 지역에 많은 경찰들을 배
치하고 출입을 통제하였다.
이에 대해 각국의 환경단체들은 적극적인 수송저지 및 이번 수송의 위험함을 알리는 활동을
전개하였다. 프랑스에서는 그린피스 대원들이 쉘부르항의 고공 크레인에 올랐고, 영국 그린
피스는 배로우항에서 보트시위를 강행하였다. 일본 각지에서도 많은 환경단체들이 반대 시
위를 하고 또한 수송경로상에 위치하리라고 예측되는 국가들은 플루토늄 수송선의 입항 거
부는 물론 영해와 배타적경계수역 통과불가라는 방침을 계속 밝히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반대 움직임에 대해 일본, 영국, 프랑스는 플루토늄 수송은 안전하며 단순한
화물수송과 다름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92년의 경우와 비교해 이번 것은 순수한
플루토늄이 아닌 우라늄과 섞인 MOX(mixed oxide)의 형태이므로 경우가 다르다는 주장이
다. 92년 플루토늄 수송 때에는 프랑스에서 출발해 일본에 도착할 때까지 수송항로 등을 비
롯한 수송에 관한 어떠한 정보도 공개하지 않은 것에 비해 이번에는 두 척의 배가 대서양
공해상에 들어선 24일 BNFL과 COGEMA, 일본의 도쿄전력과 간사이전력 등은 플루토늄
수송선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희망봉과 뉴질랜드쪽의 태평양을 거쳐 일본으로 들어올 것이
라고 밝혔다.
안전을 이유로 플루토늄 수송에 관한 어떠한 정보도 공개할 수 없다는 이전의 입장에서 한
발 후퇴해 대략적인 항로만이라도 밝힌 것은 점점 더 거세어질 것으로 보이는 세계의 반대
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한 술책이었다. 이들은 애초 출발 하루 이틀 전에 출발일과 수송선 이
름, 적재항구 이름, 적재량 등을 밝히고, 다시 출발 후 하루 뒤에는 수송경로와 대략적인 도
착일 등을 밝히겠다는 내용으로 6월 30일 일본, 프랑스, 영국이 공동으로 발표해 놓고서도
새벽 2시에 몰래 배를 출발시키고 수송경로상에 위치하게 될 국가들의 안전과 주권을 무시
한 채 대략적인 항로만을 밝히는 등, 비밀스럽고 오만한 행태만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자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플루토늄을 수송하고 그것을 핵연료로 사
용하고자 하는데에는 여러가지 이유있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이며 또한 대외적으로 주장
하는 것은 ‘에너지의 자급자족’이다. 1970년대 오일 쇼크 이후 일본은 핵발전소 증설, 사
용후 핵연료 재처리, 고속증식로, 핵융합 등 핵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펼쳐 오고 있
다. 일본과 영국, 프랑스 사이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계약은 1978∼79년 사이에 맺어졌고,
84년 플루토늄 수송부터 이번 플루토늄 MOX 수송에 이르기까지 행해진 무수한 핵물질 수
송은 모두 그때 체결된 계약에 의한 것이다.
1970년대 세계는 핵에너지의 미래를 꿈꾸었다. 그러나 한정된 자연자원인 우라늄만으로는
부족했다. 게다가 당시 우라늄의 값이 급속한 핵발전소 건설과 핵무기 경쟁으로 인해 급등
했다. 그리고 우라늄의 대안으로 다가왔던 것이 플루토늄이었다. 당시 플루토늄은(지금도 상
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핵무기의 원료로만 사용되고 있었다. 이후 에너지원으로서 플
루토늄이 가지는 가치를 발견한 사람들은 이를 위해 거대한 플루토늄 계획을 수립했다. 그
계획은 사용후 핵연로로부터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재처리공장의 건설과 추출한 플루토늄을
다시 증식하는 고속증식로 건설이었다.
그렇지만 불행히도 무한한 에너지 공급계획이라고도 할 수 있는 플루토늄 계획은 핵산업계
의 바람과는 달리 순조롭지 못했다. 새로운 우라늄광의 발견, 핵무기 감축의 진전, 그리고
미국 TMI 사고와 체르노빌 사고 등으로 인해 핵산업계에 몰아친 한파 등으로 인해 우라늄
을 대체하는 플루토늄이 가지는 경제성은 빛을 잃게 되었다. 게다가 95년 12월에 있었던 일
본 고속증식로 몬주의 일차 냉각수 유출사고, 97년 3월의 도카이 핵재처리 공장 화재 등과
같은 사고에서 알 수 있듯이 재처리나 고속증식로는 기술적으로도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
었다.
특히 고속증식로는 노심내에 고밀도의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만약 사고
가 났을 경우 기존의 원자로와는 달리 정말 핵폭탄처럼 폭발하는 확률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기술상의 큰 약점을 지니게 된다. 이렇게 경제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전혀 유리할
것이 없는 에너지이기 때문에 70년대에 플루토늄 계획에 뛰어들었던 많은 국가들은 이를 포
기하였다. 독일, 영국, 미국 등 핵선진국 등은 건설·운전중이던 고속증식로를 모두 폐쇄했
으며 고속증식로 계획을 가장 야심차게 추진하던 프랑스마저도 대형 고속증식로 쉬페 피닉
스를 발전로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공식 포기했다. 그런데 오직 일본만이 고속증식로에 대
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플루토늄 수송의 문제점
이번 일본의 플루토늄 해상수송은 해상수송 자체가 지닌 위험, 일반 경수로에서 MOX를 사
용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동북아지역 핵무장 위험성 증가 등 크게 세가지 점에서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우선 해상수송 자체가 지닌 위험성을 살펴보자. 스톡홀름 평화연구소의 바너비 박사는 올해
1월부터 3월 사이에 66번 정도의 해상강탈사고가 있었으며 발생빈도와 폭력성은 날로 증가
하고 있다고 7월 4일 영국 인디펜던트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플루토늄 강탈사고,
영화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수송 초기부터 제
기되었던 안전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일본은 92년 13억엔에 달하는 플루토늄 수송을 위해 2백30억엔이라는 비용을 지불했다. 결
국 경제적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일본정부와 전력회사들은 이번에는
경비절감을 위해 호위 군함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이번 플루토늄 수송이 특별한
핵물질의 수송이 아닌 평범한 화물수송이라는 광고효과를 노린 것도 허술한 호위의 또 다른
이유이다.
미국조차도 11년전 국방부의 한 보고서에서 “그 배들(플루토늄 수송선)은 항해 내내 공격
당하기 쉽고 또한 실제 공격에도 취약하다. 특히 운하, 해협, 그 밖의 다른 제한된 수로를
지날 때나 해안 가까이 있을 때가 위험하다”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98년 2월 고준위핵
폐기물 수송선 퍼시픽 스완호가 파나마 운하에 들어오는 도중에 그린피스 대원 3명이 배에
뛰어 올라 배 위쪽에 수송반대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만일 이들이 그린피스 대원들이 아
닌 플루토늄을 노리는 테러리스트였다면 그 결과는 어떠했을지 상상하기조차 두렵다.
더구나 MOX 형태의 플루토늄이나 순수한 플루토늄 모두 IAEA에서는 ‘즉시 핵무기로 사
용가능한’ 물질로 분류를 하고 있다. 게다가 1994년 미국과학아카데미(NAS)는 “어떠한
조성의 플루토늄도 핵무기 제조를 위해 이용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또한 이
를 단순히 일종의 ‘독물질’처럼 사용하는 것도 힘든 일은 아니다. 참고로 플루토늄의 연
간섭취한도는 1백억분의 5.6g이며 플루토늄 1g은 방대한 지역을 완전히 휩쓸어버릴수 있는
양이다.
해상수송의 또다른 위험성은 해상사고이다. 핵물질 수송 사고 중 가장 끔찍했던 것은 지난
97년 11월 대서양에서 발생했다.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의학용으로 사용될 방사성 동위원소
인 세슘을 싣고 가던 프랑스 화물선이 대서양에서 폭풍에 의해 반파되었고 한 달여의 조사
에도 불구하고 세슘은 찾지를 못했다. 이 사고로 누출된 방사선량은 체르노빌 사고 때의 약
10분의 1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었다.
또한 운반함의 견고함도 지적되고 있다. 해상사고로 배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 섭씨 1천도
이상의 온도에서 20시간 이상 불이 지속된다. 그러나 핵물질 운반함의 국제기준은 섭씨 8백
도에서 30분만 견디면 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물론 이번 운반함도 이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다.
만약 사고가 생겨 운반함과 연료봉이 하나라도 깨지면 그 속에 있던 플루토늄과 플루토늄이
반응해서 생긴 ‘아메리슘’이라는 방사성원소가 잘게 부셔져 에어로졸의 형태로 대기와 바
다에 퍼져 나가고 인간과 그 밖의 생물들에게 옮겨가게 된다. 이렇게 체내에 축적된 ‘2만
4천년’의 반감기를 지닌 플루토늄과 아메리슘 등의 방사성 물질은 평생 체내에 남아 폐암
등과 같은 불치병을 발생시키거나 생식세포에 영향을 주어 후손에게도 그 고통을 전하게 된
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수송 후 플루토늄 MOX를 기존의 일본 경수로에서 사용할
경우 과연 원자로가 안전할까 하는 것이다. 경수로는 핵연료로 우라늄235가 2∼4%로 농축
된 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며 발전소의 모든 사항들이 이를 기본으로 하여 설계되어 있다. 그
런데 플루토늄 MOX는 농축 우라늄과는 그 성질이 전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안전
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우려되고 있다. 사고가 났을 경우 안전을 위한 일차 장치라 할 수 있
는 제어봉의 효력을 약화시키다든가 또는 원자로의 정지여유를 단축시키는 등의 문제가 있
을 수 있다. 플루토늄 MOX의 행태가 좀 더 연구되어야 한다는 것은 핵공학계에서도 인정
하는 부분이다.
최근 7월 5일 오후 4시경 일본의 한 핵발전소가 일차냉각수 유출로 수동정지한 사고가 있었
다. 관계당국은 큰 사고는 아니며 곧 복구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고가 난 발전소는 후쿠이현
타카하마핵발전소였고 이 발전소는 이번에 해상수송되는 플루토늄 MOX를 올해 중에 장전
하기로 되어 있는 발전소였다.
그리고 7월 12일에는 쓰루가핵발전소에서 냉각수의 5분의 1이 누출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
다. 이 사고 역시 그리 심각하지 않으며 금세 복구가 가능한 사고라고 발표했지만, 냉각재의
대량 유출사고는 핵발전소 사고 가운데서도 심각한 등급으로 취급되는 사고이다.
이 외에도 일본은 지난 95년 12월 몬주 고속증식로 냉각재 유출사고, 97년 3월 도카이 핵재
처리공장 화재사고, 그리고 이번 타카하마와 쓰루가 일차 냉각수 유출 사고 등 매우 심각한
핵사고가 수시로 일어나는 곳이다. 이처럼 안전성이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기존 경수로의
플루토늄 MOX 연료 사용’은 어떠한 핵사고를 야기시킬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일본
은 MOX 사용을 계속 확대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번 후쿠이현의 타카하마 핵발전소를 시작으로 하여 MOX를 사용하게 될 핵발전소의
상당부분이 한국의 동해쪽에 위치한 큐슈 등지에 몰려 있다.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하다면
그 여파는 일본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해를 거쳐 한반도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
이다. 우리가 일본의 플루토늄 수송을 반대하야 하는 이유는 한국의 동해를 지나가기 때문
만은 아니라 일본의 플루토늄 사용계획 자체가 이처럼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핵무장?
이번 일본의 플루토늄 수송과 관련해 전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는 일본의 핵무
장과 동북아 핵확산에 대한 염려 때문이다. 1995년 12월 고속증식로 몬주가 사고로 정지되
었을 때 일본의 플루토늄 이용 계획이 잠시 멈추는가 싶었다. 하지만 고속증식로를 위해 준
비해왔던 플루토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문제가 되었다. 일본은 이미 자국 내에 약 5
톤의 플루토늄을 비축하고 있었고 70년대 말에 맺은 재처리 계약은 비록 확정된 것은 아니
었지만 수십 톤의 플루토늄을 일본에 보내기로 되어 있었다.
한 국가가 필요 이상으로 잉여의 플루토늄을 비축할 경우 주위의 다른 나라로부터 핵무장의
의심을 받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93년 북한이 수킬로그램 정도의 플루토늄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유 때문에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됐고, 미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북
한과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보며 지난한 외교전을 전개했었다. 그에 비해 지금의 일본은 어
떠한가. 이미 수십 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플루토늄을 비축하고 있고 이번에
들여오는 플루토늄 양만 해도 인도의 핵개발 계획보다도 더 많다.
이미 일본은 수 차례 핵개발의 의혹을 받아온 바 있으며 지금도 경제적, 기술적으로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불리한 것이 분명한 플루토늄을 선택하려는 것에 대해 명백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만일 일본이 핵개발을 하려 한다는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채 현재의 핵정책을
진행시켜 간다면 동북아는 연쇄 핵개발 경쟁에 돌입하게 될지도 모른다. 94년 고속증식로
몬주가 가동을 시작했을 때 북한은 일본이 핵개발 야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비
난했었다. 수십톤의 플루토늄이 일본에 쌓이는 것을 바라보며 남한, 북한, 중국, 대만 등이
어떻게 바라볼지는 쉽게 예측 가능할 것이다.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공화국, 카리브 연안에 수 십 개의 국가들이 일본의 플루토늄 해상 수
송에 공식적으로 유감의 뜻을 나타냈으며 전세계의 환경단체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이번 계
획의 당사자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떠다니는 체르노빌.’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채 한 배 가득 지옥의 힘과 공포만을
실은 유령선 퍼시픽 틸과 퍼시픽 핀테일에 붙여진 별명이다. 향후 10년간에 걸쳐 80번 이상
계속될 플루토늄 해상 수송은 이 두 배의 출항으로 이미 시작되었다.
플루토늄의 반감기는 2만4천년이며, 재처리를 통해 최고 1백85배까지 증가된 고준위 핵폐기
물에 있는 또 다른 방사성물질의 반감기 역시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천, 수만 년에 이
른다. 핵은 더 이상 새로운 시대의 대안이 아니며 일본이 꿈꾸는 플루토늄의 미래 또한 무
한한 에너지를 끊임없이 공급해주는 마법으로 가득 찬 항아리가 아니다.
얼마 전 한반도의 토양이 방사능에 오염되어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플루토늄 등 방사성 동
위원소의 양이 기준치보다 높게 나왔다는 것이었다. 플루토늄은 원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물질이 아니라 인간들이 만들어낸 물질이다. 그런데 그런 물질에 한반도의 땅 속에서
발견되었다니.
지금으로부터 54년 전 8월 어느 날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little boy’와
‘fat man’이라는 핵폭탄을 기억한다면, 일본은 즉각 플루토늄 위주의 핵정책을 철회해야
할 것이다.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3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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