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ends of the Earth 14] 인도 농민들 자살로 내몬 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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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들은 반대한다!" 유럽의 시민들의 GM 작물 반대 퍼포먼스 ⓒ지구의벗


국제농업생명공학정보센터(ISAAA)에 따르면 전 세계 유전자 조작 작물(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재배 면적은 2010년 1억2000만 헥타르에서 2011년 1억6000만 헥타르로 증가했다. GMO가 상업화된 1996년에 비해서는 무려 94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대두, 옥수수, 면화, 카놀라 등 4개 작물의 GMO 재배지는 2010년 47퍼센트에서 2011년 50퍼센트로 증가했다(유엔식량농업기구). 위해성 논란에도 GMO의 생산은 계속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GMO는 절대 안 된다’는 프랑스

세계 최대의 유전자 조작 작물 생산업체 몬산토(Monsanto)를 10년째 이끌어 온 최고경영자 휴 그랜트 씨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GMO는 안전하다. 유럽 식품안전청은 GMO가 안전하다고 결론 내렸고 프랑스에서도 몬산토 제품에 안전 문제가 없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랜트 씨가 언급한 프랑스는 GM 반대운동이 활발한 나라다. 지난 2008년 프랑스는 국민건강 및 생태계 파괴를 우려해 유전자 조작 옥수수에 대한 전면 재배 금지 조치를 취했다. 프랑스에서 재배되었던 처음이자 마지막 유전자 조작 작물, MON810은 몬산토에서 개발한 유전자 조작 옥수수였다. 당시 농민들은 GM 작물 재배를 당국이나 이웃 농가에 알리지 않아도 되었는데, 2005년의 경우 MON810이 500헥타르 정도 재배된 것으로 추정된다.

GM 작물 재배는 주변 생태계 교란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농민들은 지역적으로 GM에 대항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2007년 MON810 재배 등록이 의무화된 뒤에도 단식투쟁 등 시위는 계속되었다. 신고가 의무화되었다고 해서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시민사회의 10여 년의 노력 끝에 2008년 프랑스 정부는 MON810을 금지시켰다.

프랑스에서 MON810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은 2011년 9월 유럽사법재판소가 프랑스의 세이프가드 조치를 불법으로 판정하면서부터다. 같은 해 11월 프랑스 대법원은 MON810에 대한 재배 금지를 취소하는데, 이 소송의 원고 핵심 측은 몬산토였다. 그러나 재판 결과에도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환경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GM 옥수수 재배를 지속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GM 종자, 덫에 걸린 인도의 농민들

개발도상국에서 GM작물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인도의 시장 개방은 수백만 소농을 몰락시켰고 농민들을 빚더미 속으로 몰아넣었다. 특히 몬산토의 GM 면화는 인도 전역을 휩쓸었던 자살 전염병과도 무관하지 않다.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이는 지역이 면화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지역과 일치하는 것이다.

처음 몬산토는 자사의 Bt(Bio technology) 면화가 병충해에 강해 결과적으로 더 적은 살충제를 쓰게 돼 생산비를 줄일 수 있다고 홍보했다. Bt 면화는 GM 작물의 한 종류로 해충이 발생하지 않게 자체적으로 독성물질을 분비하도록 면화의 유전자를 조작한 작물이다. 그러나 인도의 종자지킴이 네트워크 ‘나브다냐(Navdanya)’에 따르면 마하슈트라(Maharashtra) 주 동부권인 비다르바(Vidharbha)에서는 Bt 면화를 사용한 이래 살충제 사용이 오히려 13배 증가했다. 살충제 부담은 고스란히 농민들 몫이었다. 세계적으로 두 번째로 많은 GM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브라질은 2008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살충제를 사용해 왔다. GM 작물 재배로 살충제 사용량을 줄일 수 없다는 얘기다.

몬산토의 Bt 면화 종자는 ‘toxin Cry’라는 살충제 성분을 함유해 더 비싼데도 인도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2011년 7월 인도 정부는 전체 면화 생산지의 90퍼센트가 Bt 면화라고 밝혔다. ‘볼가드(Bollgard)’라 불리는 Bt 면화는 목화다래벌레(bollworm)에 강하도록 디자인되었다. 그런데 목화다래벌레가 Bt 면화에 저항력을 갖게 되어 또 다른 버전의 Bt 면화를 개발해야 했다. 추가적인 독성 유전자를 두 가지 더 갖고 있는 ‘볼가드2(Bollgard2)’는 이런 식으로 장악된 시장을 손쉽게 이어갔다. 농민은 고비용을 감내하면서도 계속 몬산토의 제품을 써야 했고 농가 소득이 바닥으로 떨어지자 죽음이라는 극단의 선택을 한 것이다.

식량주권을 위하여

가지는 인도에서 널리 소비되는 기본적인 먹거리에 속한다. 몬산토는 인도에서 일명 ‘Bt 가지’라는 GM 가지를 출시해 토종 종자를 위협했다. 자연이 물려준 씨앗을 사용해 온 농민들은 과학자와 연대해 몬산토에 맞섰다. Bt 유전자가 지역의 종 다양성을 교란하고 인간의 건강을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시민사회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자 인도 정부는 2010년 2월 GM 가지에 대한 재배금지를 선언했다. 생명공학의 상업화 압력에 대한 인도 식량주권의 승리였다.

한편 몬산토가 인도의 생물자원을 수탈했다는 ‘생물자원수탈(Biopiracy)’ 문제가 제기되었다. 벌레에 저항력이 있게 가지 유전자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몬산토가 관련 당국의 허가도 없이 인도 지방의 6개 종자를 갖다 썼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는 몬산토가 GM 작물을 만들기 위해 카르나타카(Karnataka) 주에서 불법적으로 토종 가지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2011년 8월 인도 정부기관인 국가생물다양성기구(National Biodiversity Authority)에서도 몬산토의 생물자원수탈에 대한 법적 문제를 제기했다.

2011년 8월 인도 독립기념일에 맞춰 농민과 활동가들은 인도 곳곳에서 ‘몬산토여, 인도를 떠나라(Monsanto, Quit India)’ 캠페인을 펼쳤다. 영국의 지배에 반기를 들었던 반식민 저항 운동이었던 ‘Quit India’ 운동을 본뜬 것이다. 타밀나두(Tamil Nadu), 우타르프라데시(Uttar Pradesh), 오리사(Orissa), 안드라프라데시(Andhra Pradesh), 비하르(Bihar), 카르나타카(Karnataka), 마하라슈트라(Maharashtra), 펀자브(Punjab), 마디아프라데시(Madhya Pradesh), 구자라트(Gujarat) 주에서도 몬산토가 인도 종자를 독점하려는 데 대한 저항과 함께 생태농업 운동이 일었다.


‘침묵의 봄’의 교훈은 어디에

미국은 몬산토의 근원지이자 전 세계 GM 작물의 45퍼센트를 생산하는 국가다. 몬산토는 미국 의회를 비롯해 다양한 정부 기관 로비에 1999년부터 2010년까지 총 5000만 달러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 시장을 확보하고 GM 작물 확산의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함이다.

몬산토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GM 작물은 인간 보건에 대한 악영향 및 생태계 교란 뿐만 아니라 기술의존의 덫에 걸린 농민들에게 고비용을 전가시킴으로써 개도국의 경제 체질을 악화시키고 있다. 또한 기업은 타국의 종 도용에 있어 생물자원수탈을 서슴지 않으면서 자기 소유에 대한 로열티는 악착같이 챙기고 있다.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을 통해 인간의 편의적 사고에 입각한 살충제 사용이 얼마나 위험하고 어리석은 짓인지 경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제 인간은 유전자 조작으로 살충제를 대신하려 한다. 생태 교란에 관한 한 유전자 조작은 살충제의 그것보다 더더욱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몬산토와 같은 거대 기업의 배를 불리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희생하고 있는 것인지.



김현지 환경운동연합 국제연대 활동가 arqus@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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