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ends of the Earth 19] 더러운 기름 타르 샌드 위험에 빠진 마다가스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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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 샌드는 온실가스 배출부터 수질 오염까지, 

기존의 석유보다 훨씬 더 반환경적이다


지난 3월 29일 미국 남부에 위치한 아칸소 주 메이플라워 시에서 원유 유출 사고가 일어났다. 파열된 오일 파이프라인에서 유출된 것은 일반원유가 아니라 타르 샌드(Tar Sand)였다. 캐나다 앨버타(Alberta) 주에서 생산된 뒤 송유관을 통해 미국 한복판을 가로질러 걸프만으로 향하던 타르 샌드는 한 마을을 완전히 폐허로 만들었다. 이 사고로 1만 배럴 이상의 타르가 누출되었고 주변농가에 있던 수천 마리 소들이 죽는 등 피해가 뒤따랐다. 

2010년에는 미시간 주 칼라마주(Kalamazoo)에서 약 2만4000배럴, 2011년에는 옐로스톤(Yellowstone) 강에 1000배럴이 유출되는 등 최근 미국에서 타르 샌드 유출 사고가 잦다. 모든 것은 캐나다에서 생산된 타르 샌드 탓이다.


유출 위험 큰 타르 샌드

타르 샌드는 석유가 점토와 모래에 달라붙어 있는 유전을 말한다. 액체상태인 일반 원유는 펌프로 퍼올린다. 반면 타르 샌드는 기름이 모래층에 섞여 있어 복잡한 추출 과정이 필요하고 생산비가 많이 든다. 그럼에도 타르 샌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원유보다 2.7배 많은 매장량 때문이다. 일반 원유가 고갈되어 가격이 오르고 있는 가운데 향후 사람들의 수요를 채우게 될 타르 샌드가 유망한 투자대상이 되고 있다. 비피(BP), 에니(Eni), 셸(Shell), 토탈(Total) 등 대표적인 석유회사 모두가 타르 샌드에 투자하고 있다.

캐나다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타르 샌드 보유국이다. 캐나다산 타르 샌드 오일 대부분은 파이프라인을 통해 미국 걸프만에 있는 텍사스 정유시설로 보내져 석유 제품화된다. 현재 미국에서 첨예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키스톤 파이프라인(Keystone XL Pipeline) 프로젝트 또한 캐나다 앨버타 주와 미국을 잇는 송유관 건설 사업의 일부다. 캐나다와 미국을 잇는 송유관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 건수는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연간 평균 22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타르 샌드 송유관은 일반 원유 송유관보다 기름 유출의 위험이 더 크다. 타르 샌드에서 분리된 역청(Bitumen, 찐득찐득한 원액 물질)의 점성 때문에 이동 시 기존 원유보다 더 높은 온도와 압력이 필요한데 그만큼 송유관이 부식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기름보다 ‘더러운 기름’

그러나 환경단체에서는 타르 샌드를 ‘더러운 기름(Dirty Oil)’이라고 부른다. 타르 샌드는 채취에서부터 정제에 이르기까지의 생산과정에서 일반 원유보다 70~110퍼센트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연료로 연소될 때에도 14~20퍼센트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국제사회가 합심하여 온실가스를 줄여도 시원찮을 판에 타르 샌드는 기후변화 대응 정국에 엄청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타르 샌드 산업에 앞장서온 캐나다의 2009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에 비해 17퍼센트 증가했다. 1990년 대비 6퍼센트 감축이라는 교토의정서 목표치 달성이 묘연해지던 끝에 캐나다는 결국 2011년 교토의정서를 탈퇴했다.

타르 샌드가 ‘더러운 기름’으로 불리는 또 다른 이유는 물을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타르 샌드는 추출 과정에서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 돌이나 모래에 붙어있는 타르를 분리하기 위해서는 정제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1배럴의 타르를 얻기 위해서는 약 5~10배럴의 물이 필요하다. 사용된 물은 타르 찌꺼기와 함께 폐수가 된다. 또한, 역청은 점성을 낮추기 위해서 탄화수소로 희석되는데, 희석된 역청에는 인체에 해로운 벤젠, 아로마틱탄화수소, 중금속 등이 포함되어 있어 물이 오염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캐나다 정부는 유럽연합에 로비를 꾸준히 하고 있다. 캐나다가 타르 샌드를 유럽에 수출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럽의 견해가 향후 캐나다의 타르 샌드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은 2008년 12월 개정된 연료품질지침(FQD: Fuel Quality Directive)을 채택한 바 있다. 수송연료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개정법은 수송연료 업자들에게 제품의 탄소발자국을 2010년을 기준선으로 하여 2020년까지 6퍼센트 감축할 것을 요구한다. 배기관의 탄소 배출량 단순 저감보다는 수송연료의 생명주기(Life Cycle) 전체를 통한 저감 기조 속에서 타르 샌드는 기존 석유보다 환경오염을 가중시키는 천연자원으로 분류되었다.

2011년 10월 유럽연합위원회는 이 같은 연료품질지침 이행 제안서를 연료품질위원회에 제출했다. 제안서는 2012년 2월 한차례 투표를 거치긴 했으나 캐나다 정부, 석유 회사 그리고 영국처럼 캐나다를 지지하는 몇몇 유럽 국가들의 입김으로 예정에 없던 영향평가가 이뤄지는 등 시행이 지체되고 있다. 소속 국가들의 추가적인 승인도 얻어야 한다.


우려되는 마다가스카르

마다가스카르는 석유회사 토탈(Total)과 타르 샌드 추출에 대한 계약을 맺고 현재 준비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본격적으로 채굴이 시작되면 마다가스카르는 캐나다보다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 되리라는 게 사람들의 우려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의 오일 분석가 랄라니리나(Lalanirina Rasoanandrianina) 씨는 “마다가스카르 베모랑가(Bemolanga)에는 러시아, 캐나다, 베네수엘라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양의 타르 샌드가 있다. 타르 샌드 채굴로 엄청난 오염이 일어날 것이라는 건 자명하다. 예를 들어 토탈을 비롯한 기업들이 어떤 오염을 일으켜도, 여기서는 물의 질을 통제할 방법 자체가 없다.”라고 말한다.

타르 샌드 채굴은 지역주민들의 삶과도 충돌한다. 지역사회 활동가 장(Jean-Pierre Ratsimbazafy) 씨는 “모라페노브(Morafenobe)에는 충분한 물 펌프가 없어서 사람들이 강에 의존한다. 그릇을 닦고 옷을 빨고 몸을 씻기도 한다. 토탈이 베모랑가에서 타르 샌드 채굴을 시작하면 이 강물을 쓰게 될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물을 많이 사용하면서 동시에 오염시킬 토탈의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뿐만이 아니라 삶의 터전 역시 위협받는다. 그는 “지역주민 대부분이 생계형 소몰이꾼으로 넓은 초지를 사용하고 있는데, 토탈은 초지에 사람이 상시 거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을 이곳에서 몰아내려 한다.”며 말을 이었다.

한편 타르 샌드 수출을 위해 토탈이 건설할 송유관은 마다가스카르에서 현재 임시 지위를 가진 국립공원을 통과한다. 장 씨는 “베앙카(Beanka)는 과학자들이 곤충, 새, 식물에 대한 목록을 만들기 시작할 만큼 종 다양성이 풍부한 곳이다. 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정부 조치가 속도를 내지 않는다면 토탈의 자연 파괴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 말했다.

마다가스카르 정부는 2050년까지 75퍼센트의 에너지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더러운 기름’인 타르 샌드 채굴이 시작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계획이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다. 타르 샌드 산업을 방관하다 생긴 기름 유출 사고 앞에서는 제아무리 미국이라도 속수무책이었다. 마다가스카르는 무사할 수 있을까?


김현지 환경운동연합 국제연대 활동가 arqus@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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