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ends of the Earth 85] 식용유 안 먹고 살 거냐는 물음에 대하여

2018년 중부 칼리만탄의 한 팜유 플랜테이션의 CPO 공장에서 배출되는 연기 ⓒ환경운동연합
 
“거 식용유 안 먹고 살 거요? 답답한 소리 하네!” 
지난 2016년 한국계 인도네시아 팜유 기업의 환경파괴인권침해 사안을 놓고 정부 관계자와 통화하던 중 들은 말이다. 인도네시아 팜유 산업의 파괴적인 사업 관행은 한국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팜유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주로 식용유로 사용되는) 팜유 없이는 우리 일상의 소비를 충족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브레이크 없는 소비의 쳇바퀴를 돌리기 위해서라면 환경, 사회적인 가치는 그저 허무하게 맴돌 수밖에 없는 것인가. 지난 3월, 오랜 기간 팜유 플랜테이션 문제에 대응해 온 인도네시아 활동가가 환경운동연합을 찾았다. 인도네시아 활동가 쿠르니아완 사바르(Kurniawan Sabar)는 2009년부터 인도네시아 최대 환경운동단체인 <WALHI>에서 남부 술라웨시 마을의 소농, 어부와 청년들을 조직하는 일들을 담당했다. 2017년부터는 INDIES(Institute for National and Democracy Studies)의 대표로 대규모 팜 플랜테이션, 벌목 플랜테이션 및 채굴산업으로 인한 농업 분쟁, 토지 권리, 산불과 기후 변화에 대한 연구 및 옹호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그는 한국 시민들과 만나 팜유 플랜테이션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래는 그의 강연 ‘식탁 위의 팜유, 열대림 파괴의 대가’에서 나온 내용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인도네시아 잠식한 팜유 플랜테이션 

 
인도네시아는 1만3466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로 300개 이상의 민족이 살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열대림을 보호하고 있는 국가이며 4번째로 큰 이탄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탄지는 각종 식물의 유해가 미분해되거나 약간 분해된 상태로 두껍게 퇴적된 습지대로 거대한 탄소 창고 역할을 한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팜 농장을 보유하고 있다. 2900만 헥타르의 광대한 면적의 토지가 팜 농장 건설을 위해 허가가 나 있고 현재 약 1300만 헥타르(남한 면적 1100만 헥타르)의 팜 농장이 개발되어 있다. 팜유는 팜나무 열매에서 추출한 기름으로 식품과 화장품, 연료 등 다양한 곳에 사용되고 있다. 열대지역에서 잘 자라는 팜나무의 특성상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필리핀, 캄보디아, 미얀마, 태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미 인도네시아에서 충분히 과잉 생산되고 있는 팜유 생산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든 팜유를 사용하고 있지만, 팜유가 어떤 방식으로 생산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팜 열매를 운반 트럭에 싣는 노동자 ⓒ공익법센터 어필
 
팜유 농장 개발은 토지의 독점을 통해 이루어진다. 기업들은 농장개발을 위해 국유지뿐만 아니라 소농과 선주민들이 관습적 권리를 인정받은 토지까지 침범한다. 인도네시아의 헌법은 땅에 대한 사람들의 권리 특히, 한 지역에서 오래 산 선주민들의 토지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부패한 정부와의 결탁을 통해 합법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손쉽게 토지를 획득한다. 2004년에 620만 헥타르였던 인도네시아의 팜유 농장은 2025년까지 2600만 헥타르로 확장할 계획을 세웠다. 계획에 있는 땅의 대부분은 선주민들의 권리가 인정되는 곳이다. 
 
인도네시아 중부 칼리만탄의 경우 전체 면적이 1500만 헥타르에 달하는데 이 중 약 1280만 헥타르가 기업에 넘어갔다. 이 중 팜유 플랜테이션이 400만 헥타르에 달하고 이곳의 상당부분 역시 관습적 권리가 인정되는 곳이다. 기업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자산인 땅을 독점하는 방식으로 팜 농장을 확대하고 있다. 
 

합법 가장한 대규모 환경파괴

 
팜유 농장은 토지를 독점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엄청난 환경파괴를 유발한다. 팜유 농장은 다양한 생물군의 보고인 열대림을 무참히 베어내고 이탄지를 포함한 그곳의 식생을 모조리 파괴하고 들어선다. 2015년 인도네시아에서 최악의 화재가 발생했는데 당시 팜 농장 지대에서 상당수의 화재지점(hotspot)을 발견할 수 있었다. 팜유 회사가 값싸고 손쉬운 방식으로 산지를 정리하기 위해 고의로 방화를 저지른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보르네오 섬에서만 최근 16년간 약 10만 마리의 오랑우탄이 사라졌고 오랑우탄과 코뿔소는 멸종위기종이 되었다. 과거에는 주로 목재를 얻기 위한 벌목에 의해, 최근에는 팜유 농장 때문에 이들의 서식처가 파괴되고 있다. 지역주민과 오랑우탄 간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팜유 농장이 확대되며 일종의 영토 경쟁이 생겨난 것이다. 오랑우탄이 먹이를 위해 지역주민의 집에 침입하기도 하며 지역사회 주민들이 오랑우탄을 죽이는 일도 생겼다. 팜 농장의 확대로 서식지가 줄어든 지역주민과 오랑우탄이 서식처를 두고 경쟁하게 된 것이다.
 
팜유 농장이 들어선 이후에도 환경파괴는 계속된다. 24시간 가동되는 팜유 생산시설에서 나오는 시꺼먼 연기를 지역주민들이 고스란히 마시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팜유 플랜테이션을 지역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몇백 미터 떨어진 곳에 짓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마을 인근에 플랜테이션이 들어서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한국에서는 시꺼먼 연기를 뿜어대는 공장을 흔히 볼 수 있는가? 그렇다. 기술이 없어서 못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은 오염물질 배출을 저감하는데 돈을 쓰려 하지 않고 당국에서도 엄격하게 규제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이다. 지역주민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식수오염이다. 팜유 농장이 있는 대부분의 지역은 외딴 시골지역이라 상하수도가 없다. 주민들은 주로 인근 호수와 강에서 식수와 생활용수를 구해 생활해왔다. 하지만 팜유 농장이 들어선 이후, 농장에서 적절한 정화과정을 거치지 않은 폐수를 그대로 호수와 강에 방류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숲에서 자급자족하며 쓰레기를 만들 일이 없던 주민들은 이제 매일같이 플라스틱 생수병을 소비해야만 한다. 
 

인권 존중과 환경보호하는 정책 세워야

 
인도네시아 단체를 비롯해 국제환경단체가 요구하는 것은 팜유 농장을 모두 닫자는 것이 아니다. 더 이상의 농장을 확장하지 말자는 것이다. 기존에 지어진 팜유 농장을 충분히 잘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키며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말레이시아보다 넓은 면적의 팜유 농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생산량은 더 적다. 운영의 문제다. 면적당 생산량을 높일 수 있도록 운영방식을 향상시켜야 한다. 또한 더 좋은 관행으로 사업을 해야 한다. 인권을 존중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사업 정책을 세워야 한다. 인도네시아에는 팜유를 가공하는 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기본적인 생산단계의 사업만 이루어지고, 이 중 80퍼센트가 세계 시장으로 수출된다. 세계 시장의 수요만을 고려해 농장 확장을 고려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가공 산업 분야의 발전 역시 필요하다. 
 

국내 팜유 수입 절반이 인도네시아산! 

 
한국이 수입하는 팜유의 절반가량이 인도네시아로부터 수입한 것이다. 한국 굴지의 대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팜유 플랜테이션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는 일부 기업에 저금리로 융자를 대출하거나, 보조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팜유 농장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한국기업 역시 환경파괴, 인권침해 등의 문제로 국제사회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일상에서 팜유를 사용하는 우리들은 팜유 산업의 문제에 대해 알아야 한다. 팜유 농장으로 인한 환경적, 인권적, 사회적 문제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세금으로 팜유 산업에 뛰어든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어떠한 기업이라도 문제가 있다면 규제할 수 있어야 한다. 대중과 소비자가 팜유 생산과정에 대해 알고 기업들의 사업관행을 감시하며 정부와 기업이 더 나은 방향을 택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의 사업관행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기 때문에 이를 만들고 파는 이들에게 책임 있는 태도를 가지라는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우리의 작은 관심만으로도 인도네시아의 외딴 시골 마을에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 
 
 
글 / 김혜린 환경운동연합 국제연대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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