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인도에서 발암물질 누출사고 일으켜

LG화학 인도공장에서 스티렌가스가 뿜어져나와 마을을 뒤덮는 CCTV 사진 출처 인디아투데이 영상 캡처
 

#1. 유니언카바이드 그리고 보팔참사

 
1984년 12월 3일 새벽, 인도 중부의 대도시 보팔에 위치한 미국 살충제 농약회사 ‘유니언카바이드(현재의 다우케미칼)’ 공장에서 40여 톤의 메틸이소시아네이트(MIC)가 담긴 탱크가 폭발했다. 가스는 땅바닥으로 깔리면서 마을을 뒤덮었다. 잠든 채 가스를 흡입한 인근 주민들은 숨이 막히기 시작했고 놀라 잠에서 깬 눈에 가스가 닿자 엄청난 통증이 밀려왔다. 독가스는 신체적으로 약한 어린 아이들을 먼저 덮쳤고 아이들은 몸을 뒤틀며 눈을 뜬 채 죽어갔다. 
 
유니언카바이드는 미국 내 안전보건 규제가 강화되자 이를 피하려 규제가 없는 인도에서 공장을 가동했고 그 결과는 세계적인 환경참사였다. 위험시설 공해수출과 산업 선·후진국의 규제 격차를 악용해 벌어진 사고의 대표적 사례다. 보팔참사는 공식집계상 2250명이 사망한 역사상 가장 참혹한 환경·산업재해로 기록됐다. 2006년 나온 인도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3만8478명의 경상자와 3900명의 중증장애자를 포함하여 모두 55만8125명의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사고 후 미국과 인도에서 다수의 민형사재판이 이어졌다. 그러나 사고를 일으킨 회사와 관계자들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고, 희생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사고 현장은 여전히 오염된 채 방치돼 있다.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있다 
 

#2. LG화학 그리고 스티렌 누출사고 

 
2020년 5월 7일 새벽 3시경 인도 남부의 해안도시 비사카파트남. 플라스틱 원료를 만드는 LG화학의 LG폴리머스 공장에서 스티렌(styrene) 가스가 누출되었다. 불이 난듯 자욱한 가스연기가 마을을 뒤덮으면서 아이들이 먼저 쓰러졌고 아이를 구하려던 엄마도 쓰러졌다.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던 이들은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거품을 내뿜으며 소들도 쓰러졌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작은 도랑에 정신을 잃은 이들이 굴러떨어졌다. 이 사고로 12명의 지역주민들이 사망했고 1천여 명의 사람들이 병원으로 실려갔다. 
 
인도는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중이라 사람들의 이동이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큰 사고가 났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인도언론의 현지취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언론의 현지 취재는 물론 전혀 없었다. 결국 LG화학 한국본사의 ‘최선을 다해 사고를 수습하고 있다’는 일방적인 주장만 되풀이해 보도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네트워크(ANROEV, 이하 안로에브)’를 통해 현장의 피해주민 목소리를 한국과 인도 및 국제언론에 직접 전달하는 온라인 국제기자회견을 5월 15일 조직했다. 
 
LG화학 인도공장의 사고현장 인근 모습 출처 현지인 제보동영상 캡처
 
사고 공장으로부터 3.5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주민인 나게스와라 라오(Nageswara Rao)는 끔찍했던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7일) 새벽 1시15분께 공장 사람들이 가스 누출을 알았다. 새벽 2시에 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경보알람은 전혀 울리지 않았다. 새벽 4시가 되어서야 주민들이 대피를 시작했다. 자지 않고 휴대전화로 채팅을 하거나 게임을 하던 아이들이 먼저 알아차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눈이 타는 듯 아팠다.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병원으로 달려갔다. 어린이나 노약자는 물론이고 건강한 경찰관도 바닥에 쓰러졌다. 주민들은 안전한 장소를 찾아 이리저리 뛰었다. 35만 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졌다. 당국은 코로나19 전파를 이유로 이들이 다른 지역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았다.” 공장 반경 1~3킬로미터에 있는 주민들은 심각한 영향을 받았다. 가스 누출은 1회에 그치지 않았다. 첫 누출 후 이틀이 지나 또 한차례 가스가 누출돼 주민들은 다시 대피를 했다.
 
LG인도공장의 사고원인 물질인 스티렌은 벤젠의 유도체이자 무색의 유성액체로 피부와 눈의 가려움 및 상부 호흡기 자극을 일으킨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 의해 2019년 Group2A(probable carcinogen)로 분류된 발암물질로 백혈병 등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유해물질이다. 한국에서도 유사사고가 났었다.  2019년 5월 대산공단의 한화토탈 공장에서 97톤의 스티렌이 반경 3킬로미터를 오염시켜 주민과 노동자 3640명이 치료를 받았다. 민가가 공장으로부터 떨어져 있던 덕에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  
 

#3. 공해수출과 이중규제의 덫

 
영국 가디언과 AP 등 해외언론은 ‘LG인도공장이 안전 관련 환경허가(EC)를 받지 않고 다섯 차례나 공장을 증설해 불법적으로 운영’했다고 보도했다.인도정부는2006년부터 공장 운영 전에 ‘영향평가 및 오염 관련 연구, 지역사회와의 협의 및 환경오염 가능성 조사 등에 관한 환경허가(EC)’를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지방정부로부터 공장운영허가를 받았고 중앙정부의 환경허가는 받지 않아도 되지만 만일을 위해 신청한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5월 14일 유엔 인권이사회에 소속된 특별보고관들이 이번 사고에 대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최근 인도에서의 공장가스 누출사고는1984년 인도 보팔참사와 똑 닮았다. 그때는 미국의 유니언카바이드(Union Carbide), 이번엔 한국의LG화학이라는 초국적기업이 연루되었다. 인류의 고삐 풀린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가 어떤 인권침해 문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입장문 발표를 주도한 바스크트 툰각(Baskut Tuncak)은 유해물질 및 폐기물 처리에 관한 인권특별보고관으로서 2015년 한국을 방문해 가습기살균제와 삼성 백혈병 사건 등을 조사한 바 있다. 그는 옥시레킷벤키저와 환경부 등을 조사한 후 유엔 인권이사회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SK, 옥시레킷벤키저를 적시하며 기업의 책임을 지적했다. 
 
유엔 특별보고관들은 입장문을 통해 “사고의 피해자들이 향후에 질환이나 장애가 생기게 되었을때 적절한 치료를 보장받지 못할까 우려된다. 인도와 한국정부와 관련 기업은 정의실현을 내버렸던 보팔참사 때의 법적 절차의 실수와 오용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보팔 피해자들은 오늘날까지도 고통받고 있다. 가스누출 사고의 피해자들에게 삼가 깊은 조의를 표한다. 피할 수 있었던 참사가 화학산업계에서 또 발생하고 말았고, 인도의 무고한 노동자들과 지역주민들에게 끔찍한 고통을 주고 있다. 여전히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소규모의 보팔참사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는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라고 경고했다.
 

#4. 범죄이자 살인

 
안로에브는 2019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연례총회를 통해 ‘반복되는 산재와 주민피해사고는 범죄이며 사망피해는 살인이다(Repeated accident is a crime and another death at work and community is a murder).’라고 비판했다. 안로에브의 비판은 우리가 ‘반복되는 화학사고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에 관한 선명한 기준을 제공한다. 안로에브는 아시아 전역 20여 개 국가의 100여 개 피해자 단체, 노동조합, 환경 및 노동단체 그리고 의학 및 법학전문가들이 결성한 시민사회네트워크이다. 30년 전 중국과 태국, 방글라데시 등에서 대규모 화재로 많은 노동자들이 사망하자 직장과 지역사회의 건강과 안전의 개선 및 피해자의 권리 증진을 위해 결성됐다. 
 
안로에브는 지난 5월 12일 성명을 통해 “LG는 이번 인도공장 가스 유출사건을 한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여기고 사상자에 대한 대책과 인도공장 주변지역의 오염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LG가 말해온 글로벌 스탠다드다. 이것이 보팔참사에서 미국기업 유니언카바이드가 남긴 교훈이며 가습기살균제 참사에서 영국기업 레킷벤키저가 옥시사태로 남긴 교훈이다”라고 지적했다. 선진국의 공해기업들이 자국의 노동과 환경안전 규제를 피하고 싼 노동력을 얻기 위해 개발도상국으로 위험 공정의 공장을 옮겨 허술하게 운영하는 공해수출과 이중규제가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안로에브는 “재난에 대한 조사와 노출된 모든 사람들에 대한 급성 및 만성 건강영향조사가 지체없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장 폐쇄 조치 후 작업장의 안전이 보장되도록 현장 실사가 지역사회 및 피해자 대표의 참여로 실행되어야 한다. 다시는 유사한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안전시스템과 강력한 규제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5. 한국기업의 해외 사고, 국내기준으로 처리해야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인도 보팔참사 35주년을 맞이해 보팔참사를 잊지 말자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제공 환경보건시민센터  
 
해외에서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고가 나면 한국 언론들은 사상자들 중에 한국인이 몇 명이나 되는지에 관심을 두고 보도한다. 이번 LG인도공장 사고 때도 그랬다. 
 
한국기업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사고가 나서 인도 주민들 십여 명이 사망하고 1000여 명이 병원에 실려갔다는 내용의 보도인데 기사 제목은 ‘한국인 피해자는 없다’였다. 불행 중 다행이라는 뜻이었을까, 아니면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라는 뜻이었을까. ‘공해수출과 이중규제에 관한 왜곡된 사고방식이 한국인과 한국언론의 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참담한 자문을 해야 했다. 한국기업들이 해외 각지에서 수많은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 현지에서 사고가 날 경우에도 한국의 안전규제와 처벌조항을 적용해서 정부가 즉각 조사하고 안전조치를 강구하고 사고 책임을 묻는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
 
글 / 최예용 환경보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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