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보호지역 설악산을 개발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될까?”

지난 12월 29일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은 행정심판위원회에서 행정심판 기각을 촉구하며, 고공 피켓팅을 진행했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2020년을 이틀 앞두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기어이 살려냈다. 12월 29일 중앙행정심판위는 사업자인 양양군이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결정에 절차적, 실체적 하자가 존재한다며 협의내용 취소 재결을 요구하며 제기한 행정심판청구에서 환경영향평가 부동의가 부당하다며 양양군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에 양양군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앞으로 설악산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중앙행정심판위의 판단은 옳았는가. 정인철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상황실장으로부터 중앙행정심판위의 결정에 대한 입장과 앞으로의 일에 대해 물었다.   
 
중앙행정심판위(중항행심위)의 결정으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재추진될 상황이다. 중앙행정심판위의 결정 내용, 어떻게 생각하는가.  
 
단언컨대 비전문가들이 판단한 비상식적인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보도자료에 적시된 인용사유를 보면, 중앙행심위는 자연공원법과 환경영향평가법을 뒤섞어 해석했을 뿐만 아니라 법에서 위임한 예규 등은 전혀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사업자가 몽니 부리듯 주장했던 논리들을 그대로 수용했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비정상적인 심리과정을 면밀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그리고 제3자소송이 가능한지에 따라 행정소송과 위헌소송을 청구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중앙행정심판위는 이번 결정에 대해 크게 세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중앙행정심판위의 근거가 타당한지 하나하나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자연공원 삭도 설치·운영 가이드라인 등의 절차를 거쳐 국립공원위원회의 국립공원계획변경승인을 받은 사업으로 자연환경영향평가를 받았다는 주장이다.
 
자연환경영향평가는 사업자가 국립공원위원회 사업승인을 받기 위해 해당 지역의 기본 현황과 변화상을 분석하고 저감방안을 제시하는 통상절차다. 이는 자연공원법을 근거로 한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사업계획이 환경보전계획과 부합하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로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협의절차다. 환경영향평가법에는 자연환경영향평가를 받았다고 하여 전략환경평가를 의제(면제)하지 않는다고 명시해놨다. 엄격하게 다른 법이고, 다른 절차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앙행심위는 국립공원위원회가 승인했으므로 환경영향평가가 문제가 있다하여 부동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의도적이었던 아니었던 간에 중앙행심위가 해당 사실을 간과했다면 심각한 오판을 저질렀다고 하겠다. 
 
두 번째 국립공원계획변경 시 이미 입지의 타당성에 대해 검토가 있었음에도 이 사건 사업에 대해 전략영향평가 검토기준에 해당하는 계획의 적정성 및 입지의 타당성이 부적절하다는 전제로 이 사건 통보를 한 것은 관련 규정의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이다. 
 
중앙행심위가 환경영향평가제도 전반을 이해하지 못한데서 나온 판단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은 사업은 ‘환경영향평가서 작성규정 제2조 제5조’에 따라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입지를 대안으로 설정하여 평가할 수 있다. 여기서 대안은 사업계획상 토지이용계획과 사업입지 등을 대상으로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더군다나 국립공원위원회 부대조건들은 사업계획 적정성, 입지 타당성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사업자의 동의와 합의하에 환경영향평가에 반영해 논의해온 사항들이다. 이 역시 중앙행심위의 오판이라고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동물상·식물상 등에 대하여 추가로 보완기회를 줄 수 있었음에도 바로 부동의한 것은 부당한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해당사유를 보면 중앙행심위의 비전문성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환경영향평가법 상 보완요구는 2차례 할 수 있으나, 예규에 따르면 보완 요구는 1회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협의기관은 평가서 작성 시 중요한 사항을 누락하고, 거짓 작성하여 반려 대상이 될 경우에만 1회를 추가로 보완 요청할 수 있다. 오히려 이 규정은 사업자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준이다. 중앙행심위의 심리가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양양군은 “환경영향평가서 부동의는 적폐사업이라는 틀에 맞춘 정치적 결정”이라는 주장을 펼쳐왔으며 검찰 고발까지 진행했다. 사실 많은 국민들이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대표적인 적폐사업으로 꼽으며 촛불을 들고 반대해왔다. 어떻게 보는가.
 
(양양군의 주장은) 이미 검찰이 이유가 없고, 부적합하다고 판단해서 각하 결정한 사안이다. 그래서 뜬금없고 가당찮은 주장이라 할 것이다. 사업자는 갈등조정협의회에 참여해 국립공원위원회 부대조건 이행여부를 함께 검토했다. 협의회 구성에 있어서도 위원 다수로 참여했다. 당시 협의회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구성했다. 어떤 결정이 나오던지 간에 그 결정을 존중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부동의로 결론나자 정치적 결정이라고 억지를 폈다. 구태의연한 색깔론을 내세워 본질을 호도하는 전형적인 선동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중앙행정심판위는 문화재위원회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거부 처분도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문화재위원회는 2015년 12월에 오색케이블카 설치가 설악산천연보호구역에 심각한 훼손영향을 미친다고 하여 사업자가 신청한 ‘문화재현상변경허가신청’을 부결한 바 있다. 당시에도 사업자는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중앙행심위는 ‘문화향유권’을 검토하지 않았다는 사유로 취소처분 청구를 인용하였다. 문화재위원회가 재차 부결했으나 문화재청은 행정심판 기속력에 따라 조건부 동의로 처분했다. 그때와 지금에서 공통점이 하나 있다. 적법한 절차로 분야별 전문가들이 결정한 사항을 중앙행심위가 뒤집었다는 것이 그렇다. 중앙행심위가 환경전문가들보다 훨씬 높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고, 현장증거조사를 실시한 것인지 의문이다. 
 
설악산 케이블카에 대한 두 기관의 결정은 모두 “부당하다”였지만 중앙행정심판위의 결론으로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
 
행정심판은 행정청의 위법·부당한 처분(또는 그 밖에 공권력의 행사·불행사)등으로 권리 및 이익을 침해 받은 국민이 신속하고 간편하게 법적으로 이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사업자들이 행정심판 제도를 악용해 무분별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단심제로 행정청이 반박할 여지도 주어지지 않는다. 설악산케이블카 사례를 보면 분명하다. 행정뿐 아니라 공론화 성과 역시 무력화되고, 정치적인 결정들만 줄을 잇고 있다. 환경부가 부동의한 사업들은 줄줄이 행정심판을 청구할 것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중앙행심위 권한에 대한 위헌 여부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양양군은 설악산에 케이블카 건설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이블카로부터 설악산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한 어떻게 설악산을 지켜낼 수 있을까.
  
사업자 기대와는 달리 복잡한 상황이 전개될 것 같다. 우선 환경영향평가서는 조건부 동의가 아닌 재보완으로 통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재보완된 보고서가 접수되면, 환경부는 다시 부동의할 법적근거도 있다. 당장은 사업 추진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신임 환경부 장관이 부동의 수준의 재보완을 통보하고, 다시금 부동의 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과거 부동의 사유와 다른 새로운 문제점들을 찾아내야 하고 증명해야 한다. 전문가들과 협력해서 적극 대응해나갈 계획이다. 중앙행심위를 대상으로 행정소송과 위헌소송도 추진할 것이다. 설악산을 지켜야할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에서도 단 1%만 지정된 특별보호지역이기 때문이다. 이곳을 개발할 수 있게 되면 나머지는 어떻게 될까? 
 
지난 1월 한정애 환경부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앞두고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은 설악산 케이블카 백지화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글 /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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