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푸른길



어쩌면 푸른길은 철도부지 인근 주민의 요구로부터 땅의 새로운 모색이 시작된 만큼 그 탄생에서부터 시민의 참여를 담보로 한 셈이다 시민의 권리획득과 공공복지의 표상으로서 근대의 도시공원이 탄생된 본질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이다



광주 푸른길공원은 경전선 광주역-효천역 사이의 광주도심부 통과구간이 폐쇄된 2000년 8월 이후 2002년 공원으로 도시계획이 결정된 뒤, 2003년 공사를 시작해 현재 구간별로 조성이 계속되고 있는 좁고 길다란 모양의 공원이다. 총 10.8킬로미터 가운데 실제로 공원으로 지정된 구간은 광주역-서구 진월동 동성고 간의 약 7.9킬로미터로 전체 면적은 3만여 평에 이르지만 그 폭이 10~25미터에 불과해, 요즘 도시 근린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운동시설, 휴게시설, 수경시설 등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힘든 조건이다.

공원 이름은 ‘광주도심철도 폐선부지 푸른길공원’이라고 하는 게 공원 탄생의 배경을 포함한 정확한 표현이 되겠지만 시민들은 그저 ‘푸른길’로 부른다. 푸른길공원은 폭 2미터 내외의 길이 길게 이어지면서 사이사이 공간마다 풀과 나무를 심은, 가끔 소광장과 만나는 비교적 단순한 구성의 공원이다. 그러나 이 심심한 듯 소담한 공원은 만만찮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1980년대부터 도시철도 폐선을 둘러싼 광주 시민사회의 갈등이 녹아 있고 여기 관련된 행정과 시민단체, 철도 주변 주민들이 이 갈등을 딛고 구간 전체를 도시숲길로 만들어 온 아름다운 참여와 시민협동 사례들이 녹아들어 있다.







푸른길에 더해지는 시민참여의 숲
우리나라 도시에서 택지개발사업 등의 개발사업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시가지 내에서 새로 공원을 조성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며, 어느 도시의 공원이라 하더라도 그 성립에서부터 시민의 의견에 대응하고 참여를 배경으로 하는 경우는 드물다. 신도시나 택지개발지구에 조성되는 공원을 전형으로 한다면 처음부터 그 이용자가 될 시민의 존재는 배제되고 계획논리에 의해 물적으로만 완성된(물론 수목의 성장이나 이용에 의해 공원은 끊임없이 변화를 겪게 된다) 상태에서 입주자인 이용자에게 넘겨진다. 그야말로 주어지는 대로 받는(賜) 것이다. 이에 반해 폐선부지나 산업시설 이전지 등을 공원화하는 경우에는 도시시설 결정과정에서 있어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게 되고 따라서 앞에서의 공원과는 달리 요구하고 얻어내는(取) 것이다. 시민의 권리획득과 공공복지의 표상으로서 근대의 도시공원이 탄생된 본질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푸른길은 철도부지 인근 주민의 요구로부터 땅의 새로운 모색이 시작된 만큼 그 탄생에서부터 시민의 참여를 담보로 한 셈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푸른길의 공사에서는 공공부문이 우선은 주를 이루지만 광주시와의 파트너십을 전제로 설계 과정에의 시민참여가 있었고,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시공 단계에서도 설계변경에 관여하는 참여 부분이 있다.
2005년 대남로 구간에서는 시민참여 헌수에 의한 수목 식재와 단체의 기금출연에 의한 기념정원, 벤치 설치 등의 참여가 있었고,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진월동 구간에서는 설계시부터 880미터의 시민참여 구간을 두어 이 구간에서는 독립적인 시민참여 숲이 조성될 예정이다. 시민참여는 광주의 범시민단체 조직으로 결성된 <사단법인 푸른길가꾸기운동본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나무심기나 공연 등의 행사 및 기금조성이 이루어지고 있다.

푸른길,
도시녹지 네트워커

철도가 다니던 시절 순천, 벌교의 아낙들이 꼬막이며 장어며 함지박에 싣고 남해 바다의 이야기를 새벽시장에 풀어놓던 남광주역 앞 시장. 역의 플랫폼 서쪽 끝에서 광주천이, 이제는 교각만 남은 남광주철교 아래로 흐른다. 남광주역 부지는 푸른길 전체 구간에서 중간에 위치하면서 푸른길 공원의 가장 핵심적인 잠재력을 가지는 곳이다. 1차 순환도로가 지나가고 화순으로 연계되는 동문로와 광주천, 지하철 1호선이 교차한다. 마치 활과 활시위가 만나며 지탱되는 접점에 해당되는 곳이다.

길고 좁다는 공간적 제약으로만 보면 푸른길을 도시숲길로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푸른길이 통과하는 주변 지역과 푸른길이 감싸 안고 있는 도심지역의 열악한 공원녹지율을 보면 그 정도의 규모일지라도 소중하기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남광주역에서 교차하는 광주천의 자연형 하천정비가 네트워크 형성의 가치에서 함께 이야기되는 것도 선적으로 이어지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 공간이 도심과 재개발 필요성이 제기되는 열악한 지역을 통과하면서 언젠가는 그 지역이 겪게 될 도시재생 과정에서 하나의 실마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필연성은 광주 시가지 지도를 들여다 볼 때, 푸른길과 광주천이 그려내는 선형과 도심 시가지가 필시 가지고 있을 법한 관련성에서 드러난다. 그것들의 관계는 마치 활과 화살처럼 직관적인 형상을 떠올리게 한다. 그것은 단지 형태가 유사하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두 도시공간들은 각자 내포한 녹지축으로서의 잠재성을 상호 높여주는 관계를 맺고 있다. 녹지가 선형으로 연결되어 도시를 끌어안고 그들이 이루는 연관된 공간 속에 도시의 잠재역량을 잔뜩 담아둔 형국인 것이다. 그러기에 푸른길에 나무를 심어 그 공간만이 녹지 네트워크의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는 게 아닌 것이다.

철도부지였던 좁고 긴 땅에 붙여진 푸른길이라는 이상적인 이름은 그 주변에 이어지는 도심 재개발의 미래상에 따라 이름값을 하게 될 수도 이름뿐일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생활녹지와 공개공지 등의 소규모 녹지들이 푸른길에 계속 이어져 마침내 도시 내외부로 시민이 공유하는 숲길이 이어질 때 비로소 푸른길은 완성되는 것이다. 광주 시민들은 지금 그런 미래의 제 1막을 자신들의 손으로 열었다.


글·사진/조동범 kwangju@kfem.or.kr
〈광주푸른길가꾸기운동본부〉 집행위원, 전남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광주시민들의 참여와 정성으로 이룬 푸른길
광주 도심철도의 폐선이 최초로 거론된 것은 1988년 6월 <도심철도이설추진위원회>가 결성되어 도심철도 교차로의 교통혼잡, 인명과 차량사고, 재산 피해 등을 호소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이에 따라 1995년 철도이설공사 착공 이후 광주시는 폐선부지 일부 구간을 매각하여 신설 철도 건설비용으로 충당하려던 원래 방침을 바꿔 여론에 따라 공공목적으로만 활용키로 결정했다. 이후 광주시 순환전철 등 지하철 1호선 이후 대안노선으로 활용하는 광주시의 경전철 방안과 환경단체와 주민들이 낸 소규모 공원, 주차장 등의 활용 방안이 대립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1998년 2월 폐선부지 주변 주민 300여 명이 광주시의회에 ‘폐선부지 녹지공원화, 자전거도로 설치’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같은 해 광주환경연합은 폐선부지를 친환경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러한 흐름은 결국 1999년 6월 5일 민간단체와 지역주민이 ‘경전철 반대, 푸른길 조성’을 이슈로 <도심철도 이설부지 푸른길가꾸기 시민회의>를 창립하고, ‘폐선부지 경전철 도입을 반대하는 지역 1차 주민결의대회’(99.9.17), ‘경전철 도입 반대 2차 지역 주민 결의대회’(99.19.27), ‘대보름맞이 푸른길 기원 광주시민한마당개최’(00.2.19), ‘푸른길 염원 빌딩 오르기’(00.4.23) 등 시민참여운동으로 이어졌다. 지역주민들은 자발적 서명운동을 펼쳐 3개월 만에 7천여 명의 주민서명을 받는 등 주민 참여는 가속화됐다. 2002년 3월 27일에는 기존의 시민회의의 참여규모가 확대된 <광주푸른길가꾸기운동본부>가 결성돼 푸른길 만들기 시민운동을 본격화했고 결국 그해 6월 광주시는 폐선부지를 도시공원으로 만든다는 도시계획 결정을 내렸다. 시민들은 지난 2005년 ‘푸른길 100만 그루 헌수운동’을 전개해 2억 원 이상의 기금을 조성하는 등 푸른길 만들기에 힘써왔다. 마침내 지난 3월 대남로푸른길 시민참여구간이 준공됐다.

푸른길공원 조성현황

2003년 5월~2004년 6월 : 남광주역~조선대앞 (535미터) 조성완료
2003년 8월~2005년 7월 : 대남로구간 (1,760미터) 조성
2005년 2월 ~ : 백운광장~동성중 (2,400미터) 조성중
2007년 이후 : 조선대학교~광주역(2,880미터) 조성 예정
제작년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