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는 실패한 주택정책의 희생양이 아니다

산 주변을 타고 개발되어 택지가 건설되는 서울 Ⓒ함께사는길 이성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은 생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국토를 미래세대에게 넘겨주기 위한 미래자산이다.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도시의 울타리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린벨트는 도시를 환상(環狀)형으로 에워싸 도시의 무질서한 확장과 도시 연담화를 방지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도시 연담화란 인접한 두 개 이상의 도시가 점점 성장하다가 연결돼, 개별 도시의 고유한 정체성이 사라지거나, 대도시에 흡수되어 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도시 연담화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주민들이 길만 건너면 행정구역이 달라져 다양한 불편을 겪게 되곤 한다. 그린벨트는 지역 공동체도 지키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숲이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공익적 가치로 생물다양성 보전, 대기오염물질 정화, 열섬 완화, 정서적 안정감 제공 등이 꼽힌다. 그린벨트의 기능도 비슷하다. 대부분이 산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의 그린벨트는 보전가치의 높낮이를 따져 산림에만 지정한 것이 아니다.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도시 중심부에서 반지름 10~25km 떨어진 외곽에 산지, 농지, 초지, 대지를 가리지 않고 선을 그어 지정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과 도시 연담화 등에 의한 누적적 환경 영향에 따른 교통, 사회, 환경 등 다양한 도시 문제를 방지하고 있다. 
 
그린벨트를 허물어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특히 수도권의 경우 이미 그린벨트를 넘어 도시가 확산하고 있어서, 그린벨트 지역을 통과해야 하는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간만 늘어날 뿐이기 때문에 그린벨트를 개발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논리를 펼치기도 한다. 그 논리의 표면만 보면 타당한 측면도 있어 보이지만 그린벨트가 애초 왜 필요한가라는 깊은 맥락에서 볼 때 헛말이다. 만약 그린벨트가 없었다면, 서울 남부의 낮은 산지들은 모두 개발돼 도시화됐을 것이다. 
 

20년간 지속된 그린벨트 해제 러시

 
지난 20여 년간 주택공급, 산업단지 조성 등 정부의 필요에 따라 1568㎢의 그린벨트가 해제돼왔다. 1999년 7월, 그린벨트 전면 해제를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김대중 정부가 ‘개발제한구역 제도 개선안’으로 그린벨트 개발을 허용한 것을 시작으로 공공주택 공급 명분의 그린벨트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국민임대주택과 제2기 신도시 건설,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박근혜 정부의 기업형 임대주택 등 그간 정권이 여러 번 바뀌었음에도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이라는 동일한 정책이 오랜 기간 명칭만 달리하며 반복되었다. 이로 인한 난개발과 환경훼손 등이 대규모 도시개발 사업으로 인한 문제점으로 계속 제기되었다. 그러나 널뛰듯 요동치는 부동산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역대 정부가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대규모 주택공급 계획이었다. 그 결과 2019년 기준으로 수도권 그린벨트는 서민주택 공급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2020년 광역도시계획’에 배정된 해제 가능 총량을 27.8㎢ 초과하여 해제된 상황이다. 그러나 2009년에 이미 ‘광역도시계획 수립지침’ 개정을 통해 해제 가능 총량을 넉넉히 확보한 터라, 앞으로 3기신도시 그린벨트를 해제하고도 해제 가능 총량은 50㎢ 이상 남게 됐다. 
 
도시 외곽에 개발을 제한하는 울타리를 두르고 도시의 무질서한 확장을 방지하는 그린벨트 제도의 핵심은 그 도심 외곽 울타리의 ‘환상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임대주택, 보금자리주택, 기업형임대주택과 공공주택지구 등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대규모의 신규주택공급을 반복한 결과 수도권 그린벨트 환상형의 축은 대규모로 단절되었고 이로 인한 피해는 시민들의 몫으로 오롯이 돌아오고 있다.
 

주택정책 실패 후유증 떠안은 그린벨트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주택 부족과 주거 안정성 약화, 그리고 과도한 도시화는 국토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다. 이에 과거 정부에서는 그린벨트를 대규모로 허물어 판교, 위례, 마곡, 광교 등 2기 신도시를 개발하였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2기 신도시 개발 당시 그린벨트를 해제한 공공택지에 대해서는 공공임대주택을 절반 이상 짓겠다던 정부는 신도시를 민간분양주택과 분양전환 임대주택으로 채워 넣었다. 그 결과,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다던 공공임대주택은 20% 수준에 불과했다. 사업시행자와 건설사, 주택분양자에게는 개발이익과 시세차익을 보장해주었고 이는 집값상승을 견인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공기업 땅장사와 건설사 집장사로 서민들의 주거 불안은 심화되었고 도시의 지속가능성은 훼손되었다.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택지에 한정해 엄격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던 취지와 유일한 도시성장관리수단은 무력해지고, 로또 분양주택만 남겨졌다. 과연 서민주거 안정이란 목표가 그린벨트를 해제해 달성할 수 있는 목표인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녹지를 파괴하고 건설되는 서울의 아파트 Ⓒ함께사는길 이성수
 
우리사회는 20여 년에 걸쳐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대규모 신규 주택공급이라는 정책을 추진해왔고, 현재의 개발 방식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아직 2기 신도시 입주가 완료되지도 않은 상황임에도, 30㎢ 이상의 그린벨트를 추가로 해제해 3기 신도시라는 대규모의 신규주택공급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3기 신도시 부지인 고양 창릉지구는 97.7%가 그린벨트고, 부천 대장지구는 99.9%가 그린벨트다. 이런 수도권의 그린벨트를 추가로 해제하여 대규모의 신규 주택공급을 강행한다는 것은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그린벨트 지켜야 도시에 미래 있다

 
기후위기와 코로나19로 인한 보건위기를 겪으며 사람과 환경을 치유하는 녹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단절된 도시 생태계의 연결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늘어나고 있다. 유력 대선 후보들조차도 하나같이 그린벨트를 보존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시민들의 삶의 질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도시 녹지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너나없이 야금야금 파먹으며 그린벨트를 훼손해왔지만,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모두가 더불어 살 수 있는 미래를 위해 훼손한 그린벨트를 지금부터라도 복원해나가야 한다. 
 
입목밀도가 높은 산림이든,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농지든, 혹은 환경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생각할 수 있는 대지든, 도시의 열섬현상을 완화하는 등 지속가능성을 보전하기 위한 울타리라는 점에서 그린벨트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1971년 7월 30일, 건설부고시 제447호로 처음 지정된 우리나라의 그린벨트는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의 사회적 위기와 기후변화로 시험받는 도시의 지속가능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도시의 마지막 방어선 그린벨트를 지켜야 한다. 그린벨트는 실패한 주택정책의 희생양이 아니다.  
 
 
글 / 최영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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