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카노 부산대가 금정산을 우짠다고?

2020 도시공원 일몰제 대응 부산시민행동은 국립공원 지정을 앞둔 금정산에 개발을 추진하는 부산대를 비판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진산(鎭山)이란 것이 있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도읍지나 각 고을에서 그곳을 진호(鎭護)하는 주산(主山)으로 정하여 제사하던 산. 조선 시대에는 동쪽의 금강산, 남쪽의 지리산, 서쪽의 묘향산, 북쪽의 백두산, 중심의 삼각산을 오악(五嶽)이라고 하여 주산으로 삼았다’고 풀이한다. 일테면 대구는 팔공산, 대전 식장산, 광주 무등산, 청주 우암산, 인천 계양산 등이 지역의 지주산인 것이다. 부산의 경우 두말할 것 없이 금정산이다. 부산에서 해발고도(고당봉 801.5미터)가 가장 높은 산이기도 하다. 날이 맑을 때는 일본 쓰시마가 보이기도 한다. 그런 만큼 부산 사람이건 외지인이건 금정산을 부산의 진산으로 꼽는 데 인색하지 않다.
 

국립공원 만들려는 금정산이 미국인 소유? 

 
몇 해 전부터 금정산을 국립공원으로 만들자는 시민운동이 시작됐다. 국립공원이 되자면 몇 가지 충족되어야 할 요건이 있는데, 금정산은 그 기준을 충족하고도 남는다. 문제는 산에 깃든 역사와 생태문화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산의 86퍼센트가 사유지라는 점이다. 물론 금정산에 대한 부산 시민들의 애정과 존중심을 생각하면 소유자라고 마음대로 처분할 순 없다.
 
‘머 금정산을 어째 머라카노, 마, 콱’의 시민정서가 여전히 산을 지키고 있다. 그런데 최근 부산 시민의 금정산 사랑을 시험하는 일이 생겼다. 먼저 금정산 고당봉 일원이 지난해 5월 미국인 명의가 됐다. 둘째, 금정산 자락에 터를 잡은 부산대학교가 금정산 자락 장전공원에 특수학교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두 사안에 대한 시민 반응은 ‘어처구니 없다. 까불고 있네!’다. 
 
부산 시민들에게는 황당하다고 들리지만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보니, 소유권 이전된 땅은 모두 30여 개 필지, 총 면적 87만 제곱미터나 된다. 축구장 면적의 120배 크기로 주식회사 삼천리와 삼탄의 소유였다. 삼탄은 삼천리의 계열사고 삼천리는 총자산 6조5천억 원 재계 순위 65위의 에너지 관련기업이다. 주)삼천리는 1980년 6월 금정산 북문 일원에 36홀 골프장을 만들 요량으로 땅을 매입했고 이후 80년대 중후반 실제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다 부산공해추방시민운동협의회(약칭 공추협-부산환경운동연합 전신)를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단체의 반대로 사업을 백지화한 적이 있다. 이후 부산환경운동연합은 금정산을 지키고 보전하기 위해서는 전문 보전운동체가 필요하다 하여 대한산악연맹 부산지부 소속 부산산악인들과 더불어 <금정산보전회>를 만들어 지금껏 연대하고 있다. 그런데 그 삼천리의 유모 회장이 미국 국적의 둘째 아들에게 금정산 일원의 땅을 증여한 것이다. 
 
지주의 입장에서 본다면 장차 금정산이 국립공원이 될 경우 자산가치의 하락이 예견되고, 이를 방어하고 대응하기 위한 방도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택한 바가 미국 국적의 아들에게 증여함으로써 돌파구를 찾고자 한 것이다. 실제 공공개발을 위한 사유지 강제 수용은 법적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미국처럼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나라의 국민이 소유한 땅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자신의 재산권이 부당하게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 영어로 ‘ISD’라고 하는 국제 중재제도를 활용한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땅 강제 수용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수용을 하더라도 보상 가격은 반드시 당사자와 합의하게 되어 있다. 이 무슨 꼴이란 말인가.
 

금정산 훼손해 캠퍼스 늘린다는 부산대

 
 
부산대가 특수학교를 건설하겠다고 한 금정산 장전공원 송림지역
 
이런 판국에 국립대인 부산대학교가 금정산 대륙봉 동사면 산 가장자리 일원에 난데없이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를 짓겠다고 나섰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시민사회가 즉각 공분에 휩싸였고 반대운동이 시작됐다. 
 
부산대가 계획하고 있는 특수학교 부지는 소나무를 중심으로 형성된 송림 우점 식생지역이다. 부산그린트러스트가 지난해 부산지역 터줏대감나무 발굴 5년차 마지막 조사로 수행했던 산지 노거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11개 산지 50곳의 조사했는데 총 7종 234그루를 발굴했다. 우점종은 소나무류였다. 이중 흉고둘레 2.5~3.0미터 이상의 노거수가 80여 그루나 됐다. 주목할 사실은 부산대가 계획하고 있는 장전공원 주변에서만 58그루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흉고 2.0미터, 그에 준하는 1.7~19미터의 노거수들은 수천 그루나 된다. 
 
부산그린트러스트가 지난해 부산지역 도시공원 도래 야행성 여름철새를 조사했다. 놀랍게도 이 조사에서도 장전공원은 조사 대상종 5종의 조류가 다 서식하고 있었다. 조사 대상종은 소쩍새, 큰소쩍새, 솔부엉이, 쏙독새, 호랑지빠귀이며 부산에서는 불광산 유원지와 금정산 장전공원에서만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사실 부산대 대동장 뒤편 금정산 자락 숲은 익히 알려진 뛰어난 경관을 품고 있는 곳이다. 시민들은 이런 곳을 개발하겠다는 부산대의 계획을 언어도단이라고 비판한다. 유감스럽게도 부산대는 금정산 토지를 소유한 대지주 3곳 중 1곳이다. 120만 제곱미터를 소유하고 있다. 또 부산대 소유 금정산 땅 중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필지가 바로 특수학교 건립 후보지인 ‘장전동 산 30번지’ 일원으로 그 면적은 108만6천여 제곱미터에 달한다. 16만 평 크기인 부산시민공원의 2배가 넘는다. 
 
부산 KBS 취재 결과, 부산대는 개발이 금지된 그린벨트 구역 내에서 지난 30년 동안 쉬지 않고 건물을 쌓아 올렸다. 어떻게 ‘개발제한구역’에서 건축이 가능했을까. 1980년대, 부산대는 당시 정부로부터 개발제한구역 내 행위허가를 받았다. 교육토지로 형질을 바꿔 건축이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1986년, 그린벨트 구역 내에 제2사범관이 처음 들어섰다. 그리고 2년 뒤 학생회관이, 뒤이어 기숙사와 체육관 등이 줄줄이 생겼다. 1986년부터 2014년까지 모두 17개의 건물이 금정산 자락을 타고 세워졌다. 부산대 장전동 캠퍼스 전체 108만여 제곱미터 땅 중에서 이런 식으로 형질이 변경된 땅은 무려 20만7000제곱미터이며 이중 약 20퍼센트가 캠퍼스 확장에 쓰인 것이다.
 

시민 분노 속 금정산 도미노 개발 위기

 
문제가 된 특수학교 계획부지는 근린공원으로 2020년 7월 해제되는 부산 도시공원 일몰대상지 90곳 중의 한곳이다. 금정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자 하는 마당에 부산대가 도리어 금정산 전체에 개발 도미노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부산대학교는 이미 부산시교육청 등과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시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다. 이 개발은 ‘국유지 개발도 하면서 사유지는 왜 개발 못하냐’는 논리를 불러와 금정산 도미도 개발을 불러올 우려가 크다. 부산대는 이런 시민의 우려를 무시하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부산대학교가 부산 시민에게 받는 사랑과 존경심을 금정산 훼손 개발로 다 날려먹을 참인지 산수부터 바로 할 일이다. 부산 시민들은 금정산을 손대려는 세력을 용서해본 적이 없다.
 
 
글 사진 / 이성근 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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