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로 내몰린 파충류

길고 끈적한 카멜레온의 혀가 순식간에 거미를 낚아챈다. 두어발짝 떨어져 발톱을 땅에 박고 서 있는 노련한 사냥꾼은 앙다문 입으로 아작아작 먹이를 씹어 넘긴다. 연녹색과 흰색의 얼룩무늬 카멜레온은 마다가스카르 숲의 터줏대감이다. 그러나 섬의 말라가시 원주민 중 이 생물이 숲의 생태계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카멜레온이 독을 뿜는다고 잘못 알고 있거나 불길한 동물이라고 보는 사람이 허다하다. 아니면 몸 빛깔을 바꾸는 이색 동물이나 허술한 국제애완동물 시장의 규제를 틈타 찾는 이가 많은 돈벌이거리쯤으로 여기는 것이 고작이다. 
전세계 1백여종의 카멜레온 중 마다가스카르 섬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종이 절반이 넘는다. 마다가스카르 섬 카멜레온은 대부분 숲에 서식한다. 그러나 이 섬엔 카멜레온 뿐 아니라 매년 3%씩 불어나는 1천2백만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유달리 자원 욕심이 많은 인간은 톱과 도끼를 앞세워 섬 원시림의 80%를 베어냈다. 프랑스만한 이 나라의 과밀한 생태계가 점점 자취를 감추며 카멜레온도 함께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마다가스카르산 카멜레온의 처지는 오늘날 숱한 파충류가 겪는 위기의 축소판이다. 인간 활동이 왕성해짐에 따라 중생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파충류는 더욱 멸종 위기로 바짝 내몰렸다. 지난 4백년 동안 적어도 21종의 파충류가 지구 표면에서 자취를 감췄으며 이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1996년 <세계자연보호연합(IUCN)>이 발표한 「멸종위기동물명단」을 보면 ‘보호 대상으로 분류할 만큼 정보가 충분한 경우’라고 단서를 붙인 멸종위기 파충류가 20%에 이른다. 이 중 ‘심각한 멸종위기’가 3%, ‘멸종위기’는 5%, ‘위태로운 상태’는 12%이다. 
파충류는 카멜레온과 마찬가지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강한 두려움이나 신비감을 느끼게 한다. 이런 인식은 파충류의 생김새나 설화의 뿌리깊은 문화적 상징을 통해 이어졌다. 파충류를 강력한 종교적 상징으로 보는 문화권이 있는가 하면 힌두교에서는 코브라를 다산과 죽음의 상징 쉬바 신이 현현한 것으로 본다. 아즈텍 문화권에서는 풍요, 죽음, 부활의 상징으로서 깃털뱀 쿠에트사코틀을 최고의 숭배 대상으로 떠받든다. 모호크족과 미국 원주민의 창조 신화에서는 마음 넓은 거북이가 등으로 지구를 떠받들고 있다고 전해지며, 호주 원주민은 무지개뱀이 생명 잉태를 의미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파충류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것은 역시 창세기다. 아담과 이브를 타락의 길로 미혹한 사탄. 이 이미지는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최근 개봉된 헐리우드 영화 ‘아나콘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은 길이 12m의 식인뱀을 보고 공포에 떤다. 그러나 정작 공포에 떨어야 할 것은 사람이 아니라 파충류들이다. 
파충류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바위 밑에 웅크리거나 덤불 밑을 기어다니거나 물 속에서 잠수하거나 나뭇잎 뒤에 숨죽이고 있다. 안 보면 마음도 멀어지듯이 자연스레 파충류는 학자와 동물보호가의 우선 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새나 개구리처럼 목청이 터져라 노래하지도 못하고 덩치 큰 포유류처럼 기백으로 생물학자를 압도하지도 못한다. 당연히 파충류의 분포, 생태계, 기초 생물학에 관한 연구는 일천한 수준이다. 세계자연보호연합의 「멸종위험동물명단」도 6개의 파충류 목(目) 중 악어 목, 거북 목(바다거북, 남생이, 후미거북), 옛도마뱀 목 등 3개만 종합적인 연구가 이루어졌을 뿐이다. 이 세개 목의 멸종위험률은 악어목이 43%, 거북목이 38%, 옛도마뱀목이 50%로 밝혀졌다. 파충류 중 숫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뱀 목과 도마뱀 목의 연구는 부분적으로만 이루어졌으며 다리없는 양서류 목 역시 마찬가지다. 「멸종위험동물명단」을 발표한 학자들은 연구 수준 격차와 종합적인 조사를 한 세 목의 높은 멸종위험도를 고려한 후 ‘20% 라는 전반적인 파충류 멸종위험률은 전체 연구가 이루어지면 상향조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충류의 생태계 기여도를 입증할 연구는 적지만 파충류가 생태계의 활력과 균형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임은 분명하다. 카리브해 호텔 벽을 기어 다니는 옷핀만한 아놀리스 도마뱀부터 동남아 정글산 길이 8m의 왕뱀까지 모든 파충류는 먹이사슬의 핵심 고리다. 해충과 곤충의 주요 천적으로서 곤충 수를 억제함으로써 여러 종에 서식지를 제공하고 생태계 균형을 유지한다. 이런 파충류의 역할에 대해 우리 인간은 이제서야 조금씩 눈을 뜨고 있다.  북미의 올빼미, 여우, 쥐잡이뱀은 모두 흰발 쥐를 잡아먹지만 쥐잡이뱀만이 비좁은 굴 안으로까지 흰발 쥐를 따라들어가 어미와 새끼 쥐를 잡아먹을 수 있다. 쥐 서식지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쥐잡이뱀은 설치류의 지나친 번식을 억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계자연보호연합의 악어 전문가 페란 로스씨는 “파충류가 설치류와 곤충류 등 인간에게 문제가 되는 생물집단 수를 조절하는 의미있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열대와 아열대의 빽빽한 삼림, 사막, 심지어 집안에 사는 게코우 도마뱀 등 작은 도마뱀은 숱한 곤충과 무척추동물을 먹어치운다. 이 도마뱀 덕택에 병균을 옮기는 곤충 수를 조절할 수 있다. 
앨리게이터류의 남미산 검은색 카이만악어는 예로부터 카피바라라 불리는 설치류 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카이만악어 수가 급감하자 카피바라가 이상 번식을 하였고 일부 지역 농작물이 큰 피해를 입었다. 인도에서는 코브라와 쥐잡이 뱀이 해충 수를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일부 농경지에서 뱀을 박멸하여 들쥐 수가 폭증하게 되었다. 저명한 자연학자 가이 몬트포트씨는 ‘생태계에서 뱀이 제 구실을 못하면 인도는 식량을 자급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악어 목인 남미산 카이만과 아시아산 가리알은 상품 가치가 더 큰 물고기의 천적을 잡아먹어 수중 생태계의 물고기종의 다양성을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게다가 카이만 악어의 배설물은 수중 생태계 내에서 자양분이 순환하는 것을 돕는다. 척박한 아마존 미개발 지역이 카이만 악어 덕분에 생선 튀김용 물고기 어장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코모도 드래곤, 보아뱀, 나일강 악어처럼 몸집이 큰 파충류 종은 멧돼지, 사슴, 기린도 잡아 먹을 정도의 일급 육식동물이다. 한편 초식동물인 덩치 큰 남생이와 이구아나는 에쿠아도르 갈라파고스 등의 섬에 서식하며 먹이 사슬의 공백을 메꾼다. 이들은 풀을 뜯어 먹고 살기는 해도 염소나 소처럼 초지를 쑥밭으로 만들어 놓지는 않는다. 이구아나와 남생이의 소화기관은 식물 씨앗이 쉽게 발아되도록 되어 있어 식물 종자가 다른 지역에 퍼지도록 한다. 
미국산 악어과 앨리게이터는 학계에서 흔히 ‘중추 종’이라고 일컫는 대표적인 예이다. 중추 종이란 다른 종의 생존의 기반이 된다는 뜻이다. 질긴 가죽의 플로리다주 에버글레이드산 앨리게이터는 건기엔 웅덩이를 파고 봄철 우기엔 나즈막한 흙무더기에 둥지를 튼다. 악어가 공들여 판 이 ‘악어 구멍’은 다른 파충류, 수중 무척추 생물, 물고기, 양서류, 물새, 너구리 등 포유류 생물이 건기를 날 수 있는 오아시스가 된다. 뼛속까지 바짝 마르는 건기가 지나가고 다시 우기가 오면 오아시스에 모였던 생물종은 각기 제 살길을 찾아 다시 흩어진다. 
앨리게이터는 에버글레이드의 배수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앨리게이터가 에버글레이드 갯펄을 가로질러 가는 길을 따라 얕은 물길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기에 솟아오른 흙무덤 위에는 습지에서 살아 남기 어려운 은매화와 작은 나무가 자란다. 미국 동남부의 땅거북이 파놓은 기다란 홈은 여러 생물에게 보금자리가 된다. 앨리게이터, 땅거북, 땅개구리, 각종 설치류, 북미에서 가장 큰 독없는 인디고뱀 등은 모두 다른 생물의 생존기반 역할을 하고 있다.  

어떤 파충류 종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다. 하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인류가 숲속의 나무를 베어내고 평야에 아스팔트를 깔고 습지를 개간하고 사막을 파올려 파충류가 살 곳은 점점 줄어든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더불어 풀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는 염소, 양, 소, 그리고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는 고양이, 몽구스, 개가 뒤이어 파충류의 삶터로 비집고 들어왔다. 또한 갈수록 심해지는 강과 수로 오염, 서식지를 갈라 놓는 도로, 이색 애완동물 거래도 파충류의 생존를 위협한다.  
습지나 사막 할 것 없이 파충류는 서식지로부터 밀려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새와 포유류와 달리 움직임이 느린 파충류는 서식지가 파괴돼도 재빨리 피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미 동부지역의 보그거북은 늪과 습한 초지 등 서식 생태계가 말라버리자 거의 자취를 감췄다. 영국에는 도마뱀이 2종 밖에 없는데, 그 중 하나인 모래도마뱀마저 개발로 인해 서식지를 빼앗겼다. 남아프리카 케이프 반도에 사는 기하학적 민물거북은 서식지인 건조한 저지대가 90% 정도 사라졌다. 
상황은 열대우림이 더 심각하다. 가장 많은 파충류종이 살고 있지만 학계의 관심은 가장 적었기 때문이다. 열대우림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파충류는 수백종에 이른다. 뱀 전문가 해리 그린씨는 저서 『뱀, 자연 진화의 수수께끼』에서 페루 우림에는 보통 도시 하나만한 땅덩어리에 75종이나 되는 뱀이 산다고 밝혔다. 
공해 또한 파충류의 건강과 생태계의 균형을 깨는 원인이다. 80년도 미국 플로리다주의 아포프카 호수에서는 이곳에 흘러들어오는 농업폐수와 사고로 누출된 화학물질이 반응하여 악어 생식 장애를 일으켰다. 호수에 사는 악어와 거북이를 지속적으로 관찰한 결과 악어의 알 부화 속도는 절반으로 떨어졌고 간신히 부화한 새끼 악어도 비정상적인 생식기 발육현상을 보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호수의 농어와 물새의 알껍질이 비정상적으로 얇아 현재 악어와 비교 연구중이다. 

특히 파충류 중에서도 희귀종과 멸종위기종은 가죽 및 특정 동물 부위를 노린 밀렵꾼과 수집상의 등살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시장의 규제가 허술한 탓에 동물 거래가 급증하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96년 한해 동안 전세계적으로 1〜2백억달러 상당의 동식물이 밀거래되었다. 물론 파충류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지속 불가능한 파충류 착취의 증거는 도처에 널려 있다. 야생 동식물 거래 감시단체인 <트래픽 유에스에이(TRAFFIC USA)>의 보고에 의하면 미국에서만 매년 12만5천마리의 방울뱀이 고기, 가죽, 쓸개(한약재), 기념품으로 쓰기 위해 살상된다고 한다. 
동물 산업의 규제 부재현상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미국 일부 주에서 열리는 ‘방울뱀 로데오 경기’이다. 이 경기 때문에 수천마리의 방울뱀이 생포되어 팔리거나 죽을 때까지 비참한 상태로 갇혀 있다. 그러나 이 행사로 인간을 해칠 수 있는 방울뱀이 없어졌다고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학계에서는 생태계의 역공을 우려한다. 설치류의 지나친 번식을 막는 방울뱀이 사라지면 생태계의 미묘한 균형이 깨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실제 미국에서 독사한테 몰려 죽은 사람은 매년 6명이 채 안된다).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자원 사용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이제 파충류를 위협하는 요소는 도처에 널려 있다. 바다거북은 성장기간이 유난히 긴 탓에 안 그래도 종의 보존이 어려운 상황에서 매년 수천마리가 그물에 걸려 죽는다. 인도의 오리사주에서는 93년 12월부터 94년 5월 사이에 죽은 올리브 리들리 바다거북 5천2백82마리가 해안으로 쓸려왔다. 이 거북은 해안가 근처의 어망에 걸려 떼죽음을 당한 것이다. 주로 해안에 둥지를 트는 바닥거북은 알과 고기를 구하는 사람들에 의해 시달림을 당한다. 피서지에서 어렵사리 부화한 새끼 바다거북은 처음 눈에 들어온 불빛 쪽으로 본능적으로 이동한다. 달빛을 따라 바다로 가야할 갓태어난 새끼 거북은 안타깝게도 행락지의 전기 불빛으로 잘못 방향을 잡아 결국은 죽고 만다. 
세계자연보호연합은 마다가스카르섬에만 서식하고 있는 수명이 백년 가까이 되는 거북과 방사형 남생이를 ‘위태로운 상태’로 분류하였다. 그러니까 이 거북이도 멸종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염소방목, 도로건설, 벌목 등으로 이 방사형 거북의 서식지가 크게 파괴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아름다운 별모양의 등껍질을 수집하는 사람들은 한 마리에 만불이라도 기꺼이 지불하려고 하여 더욱 어려움에 처해 있다.  
남미산 카이만에 대한 연구 결과가 자연보호 잡지인 『오릭스(Oryx)』에 발표되었다. 이것을 보면 한때 번창했던 종이 날로 증가하는 수많은 생존위협에 에워싸여 사라져가는지를 알 수 있다. 96년도 실시된 한 조사에 따르면 브라질의 검은색과 보통 카이만 악어는 인근 금광에서 나온 수은과 납성분의 산업 폐기물로 인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춰버렸다. 이러한 산업 폐기물 무단투기 문제는 인구 밀도가 높은 론도니아주와 같은 지역에서 더욱 심각하다. 이 조사의 표본집단이 된 카이만 악어의 절반 이상의 세포조직에서 엄청난 수치의 납이 검출되었다. 게다가 농경지와 목장을 만들기 위해 강변의 숲을 밀어버려 토사가 쓸려나가고 퇴적물이 쌓이게 되었다. 
결국 카이만 악어의 서식지인 습지 생태계가 변질되었다. 카이만 악어 고기와 가죽을 밀반출하려는 밀렵꾼도 카이만 악어가 사라지는데 한 몫을 했다. 조사가 실시된 85년부터 92년 사이에 카이만 악어가 39개 조사지역 중 4개 지역에서 멸종되었고, 나머지 지역에서도 그 수가 점차 줄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보통 카이만 악어는 39개 서식지 중 4개 지역에서 멸종된 반면 검은색 카이만 악어는 47개 조사지역 중 41개 지역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잘못으로 파충류의 진화가 서서히 변화하는 경우도 있다. 갈라파고스섬에서만 서식하는 라바 도마뱀은 사람이 이 섬에 고양이를 들여온 이후 몸집이 작아지고 겁이 많아졌으며 쉽게 눈에 띄지 않게 되었음이 뉴멕시코 대학의 연구결과로 밝혀졌다. 2백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라바 도마뱀은 외부에서 들어온 천적인 고양이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점점 몸집이 작은 어린 시기에 새끼를 낳게 되었다. 또한 눈길을 끄는 현란한 무늬의 도마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도태되었다. 이 연구의 결론은 ‘토착종과 외부에서 들어온 천적은 공존할 수 있으나 그 결과 토착종의 생물학적 다양성과 진화의 방향 자체가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파충류는 사방팔방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에 에워싸여 있다. 그러나 섬 지역은 상대적으로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외부와 단절되어 있기에 서식지 파괴가 미치는 파급효과는 더욱 증폭된다. 게다가 토착종은 갑자기 등장한 천적과 싸워 이길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적자 생존 경쟁에서 도태된다. 학자들은 섬에 사는 파충류를 보고 전세계 환경 위협의 경고 신호를 읽는다고 한다. 
서인도에만 서식하는 9개의 이구아나종은 덩치가 큰 파충류로서 다른 어떤 생물보다 이 섬에 먼저 뿌리를 내렸다. 이 이구아나가 외래종인 몽구스와 개에 쫓겨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또한 학자들은 갈라파고스 군도의 5개 섬에서 바다 이구아나 새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5개 섬의 공통점은 모두 들고양이가 살았다는 것이다. 만일 이대로 놔둔다면 들고양이는 남아 있는 이구아나까지 잡아먹어 이구아나의 완전멸종을 마무리지을 것이다. 
공룡의 전성기 이전에 번창한 2개의 도마뱀 목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옛도마뱀 목도 상황이 심각하기는 매한가지다. 옛도마뱀 목은 외래종인 쥐와 마오리족, 유럽 정착민에게 밀려나 오늘날 뉴질랜드 해안의 작은 섬에서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작은 바위섬에 사는 옛도마뱀 목 역시 외래종인 폴리네시아산 쥐와의 생존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현재 뉴질랜드는 위험에 처한 옛도마뱀 목을 살리기 위해 이 종을 다시 서식지에 들여오거나 쥐를 소탕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덕분에 섬에 둥지를 튼 물새와 다른 토속 동물종도 살기가 한결 편해졌다. 
 
감소하는 파충류 수를 적정수준으로 회복하려면 파충류가 처한 문제만큼이나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파충류의 대부분이 열대기후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이 나라들은 경제와 사회가 매우 어려운 형편이라 값비싼 야생동식물 보호 프로그램 비용을 감당할 수 없거나 프로그램이 있어도 관리가 부실하기 일쑤다. 경제 성장 가도를 달리는 나라들은 그나마 남아 있는 국립 공원과 야생동식물 보호구역에까지 불도저를 들이밀고 있다. 
소수지만 열성적인 학자들은 파충류의 서식지가 날로 감소함에 따라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은 종이 서식하는 지역을 우선보호지역으로 선별해 보호에 힘쓰고 있다. 97년 미국에 본부를 둔 환경방어기금과 프린스턴 대학은 미국 각 읍 단위 별로 멸종위기종의 발생빈도가 가장 높은 지역을 뽑아 발표했다. 이 연구결과 북미에서 멸종위기의 파충류 종의 생물학적 다양성이 가장 높은 곳은 미 동남부의 텍사스 해안과 남부 캘리포니아주 해안으로 드러났다. 연구에 참여한 데이비드 윌코브씨는 우선보호지역만 잘 선정하면 ‘좁은 지역에서도 상당히 많은 멸종위기종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한다. 
우선보호지역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동물의 보호 지역이 상당수 겹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학자들은 동물종 보호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게 되었다. 일례로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의 조류, 파충류, 양서류는 서식지 분포가 상당히 비슷하다는 사실이 92년도 국제조류학회의 연구로 밝혀졌다. 성 빈센트 섬에만 서식하는 키로니우스 빈센티라는 희귀뱀은 성 빈센트 그레나딘 제도에서만 사는 성 빈센트 앵무새와 서식 환경 조건이 거의 동일하다. 둘다 삼림 황폐화로 위협받고 있는 상태인데 현재 진행중인 앵무새 보호를 위한 열대림 별도 지정, 국민 교육 캠페인 등으로 키로니우스 빈센티 뱀도 보호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세계 다른 지역의 파충류도 인지도가 높은 종의 보호 노력으로 덕을 톡톡히 입고 있다. 인도산 호랑이 보호구역, 아프리카산 코끼리 보호구역이 생긴 후 파충류는 자신의 서식지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우연의 일치로 인한 무임승차식 파충류 보호는 모든 파충류 종에 효력을 발휘할 수는 없다. 특히 멸종위기가 코 앞에 닥친 토착종은 보호구역이나 공원 밖에 살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파충류의 수적 감소를 막기 위해 야생동식물 보호구역과 공원을 지정하는 것은 다양한 전략의 핵심 고리다. 그러나 알짜배기 땅을 보호구역으로 할당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큰 반발을 일으킨다. 뿐만 아니라 토지를 매입하고 관리인을 교육시키는 데도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지역 주민의 지지가 꼭 있어야 한다. 야생동물 보호에 관한 방대한 저술을 남긴 영국의 동물학자 엘트링검씨는 ‘야생동식물을 보호하기가 어려운 것은 보호를 원하는 사람들과 비용 부담자가 일치하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여러 어려움을 겪은 세계자연보호연합 등의 동물보호운동가들은 지금까지 굳게 지켜오던 ‘전면적인 보호’ 방침에서 일부는 상업적 이용을 허용한다는 쪽으로 전략을 일정 정도 수정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돈벌이가 되는 파충류를 사육하는 농장이 확산되고 있다. 파충류를 상품화함으로써 지역 사회가 파충류의 금전적 가치를 인정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돈벌이가 된다고 생각하면 보호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돈벌이가 안 되는 파충류 종은 별도로 보호함으로써 보호와 상업적 사육이 병행한다면 좋을 것이다. 또한 농장에서 견과류, 목재, 과일, 약초 등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하여 판다면 종합적인 동식물 서식지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인도 칭글펫 지역의 관목림과 농장은 뱀을 잡아 생계를 유지하던 지역주민의 요구와 파충류 보호, 지속적인 상업 모두를 충족시키는 성공적인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 지역에 사는 2만여명의 이룰라족은 독사를 비롯한 동물을 잡아 생계를 유지해왔다. 코브라를 신처럼 모시고 뱀이 재물을 부른다고 믿는 이룰라족은 뱀을 잡아 가죽을 팔았다. 
1978년 인도 정부가 뱀가죽 수출 금지령을 내린 후 이 부족의 생계가 위협받게 되었다. 이때 파충류학자 로물러스 위테이커씨가 부족민을 도와 <이룰라 독물협동조합>을 설립했다. 타밀 나두주 삼림부는 이룰라족이 코브라, 크레이트와 같은 독사를 잡아 독을 뽑아내고 다시 숲으로 돌려보낸다는 조합의 제안을 허가했다. 이렇게 축출된 독은 해독제 용도로 팔고 뱀으로부터 독을 뽑아내는 과정을 관광객들에 보여줘 신종 관광 아이템으로 개발했다. 이 협동조합은 초기 비용을 회수하고 이제는 흑자경영을 하는 인도 제1의 해독제 생산조합이다. 
짐바브웨에서는 야생동식물 보호와 경제적 이익을 절묘하게 결합시켜 나일강 악어 농장 프로그램을 성공시켰다. 야생상태에서 악어알은 변덕스런 날씨를 이겨내지 못하거나 큰 도마뱀, 새, 기타 천적에게 잡아 먹혀 대부분 살아남지 못한다. 짐바브웨 국립공원 당국은 악어 농장을 통해 야생 악어알을 수집해 부화시켰다. 부화한 악어의 2%는 반드시 숲으로 되돌려 보냈으며, 나머지 악어는 가죽을 팔아 수익을 올렸다. 그 결과 현재 이 나라에는 5만여 마리의 건강한 야생 악어가  살고 있으며, 15만 마리의 악어가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으로 94년에만 2백8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으니 큰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짐바브웨 나일강 악어의 수는 유엔 환경프로그램의 ‘멸종위기종 거래에 관한 국제협약’의 두번째 부속문서에 명시돼 있다. 이 협약은 멸종위기종의 거래를 면밀히 감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금지하지는 않고 있다. 
1971년 이래 나일강 악어, 아메리칸 앨리게이터, 호주산 소금물 악어를 포함한 다른 6종의 악어가 보호조치와 면밀한 감시하에 이루어진 사육 농장 덕택에 멸종위기명단에서 제외되었다. 이외 다른 생식기간이 짧고 찾는 사람이 많은 녹색 이구아나(식용과 애완동물), 남미산 테구 도마뱀(가죽), 아시아산 게코우 도마뱀(한약재)을 사육농장에서 키우자는 제안이 있었다. 신중하고 책임있게 운영한다면 이런 농장은 야생동물의 수요를 줄여 생태계의 균형 파괴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성공사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야생 파충류에 대한 수요는 높다. 그래서 사육 농장을 사라져 가는 종의 상업적 살생을 정당화하는 수단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 외에 다른 지속적 프로그램으로 기반시설과 관광객의 관심만 뒷받침 되면 에코투어리즘, 즉 생태관광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파충류를 카메라에 담으려는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갈라파고스 군도와 멸종위기에 놓인 코모도 드래곤이 서식하는 인도네시아는 관광 명소로 많은 외화를 벌어 들인다. 그러나 관광객 수, 이들의 접근과 행동 허용 범위에 관한 엄격한 규제가 정비되었을 때에만 비로소 생태관광이 실이 아닌 득이 될 것이다.

인간의 잘못으로 파충류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생태계의 균형이 깨어졌다. 파충류와 생태계의 미래는 인간이 바로 오늘 동물보호와 개발에 관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다. 현명한 판단을 하려면 넓은 지역에 걸쳐 두루 자료 조사를 해야 한다. 특히 파충류의 현주소와 다양성을 이해하려면 열대 지역에 대한 조사가 절실하다. 물론 지금까지 있었던 조사 노력은 큰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그중 하나는 80년대 이후로 마다가스카르와 쿠바의 서식지에 관한 철두철미한 조사였다.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은 이 조사 덕택에 그간 부진했던 파충류에 대한 연구가 질적 비약을 했고 수십개의 새로운 종이 발견되었다. 특히 이 두 섬나라 모두 전체 삼림의 80%가 유실되고 습지까지 대부분 자취를 감춘 상황에서 이 연구는 큰 의미를 지닌다. 연구의 깊이가 더해 갈수록 파충류와 다른 종의 생물학적 다양성 보존 방법에 대한 길이 보일 것이다. 
신중한 연구와 보호 전략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파충류 보호는 지역주민, 지역 조직체, 정부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조건이다. 강력한 법집행, 동물보호 캠페인, 경제적 동기부여가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인류의 자원 수요와 파충류의 서식지 보존의 요구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생물종이 어우러져 이루어낸 화려한 카펫이 한 올 한 올 풀려나가고 있다. 파충류는 전체의 그림에 들어가는 실 한 올에 불과하다. 인구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사람들은 파충류라는 실이 빠지면 전체 생태계의 그림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컴퓨터 키 하나로 수천 헥타아르의 삼림을 날려버릴 수 있는 숨가쁜 세계에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굼뜬 친구 거북과 파충류종으로부터 우리는 생태계에 관해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우리보다 2억년전부터 이 곳에 살았던 파충류는 분명 무언가 말하려 하고 있다.


하워드 유스 / 『주고어(ZooGoer)』 부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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