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산천의 층층둥굴레를 아시나요?

층층둥굴레는 주로 강이나 하천의 수로변 모래땅에서 무리지어 30~90센티미터로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잎은 길쭉한 피침 꼴로 마디마다 4~5장이 둥글게 배열된다. 줄기 중간부분의 잎겨드랑이에 짤막한 2~3개의 꽃대가 자라 올라와 각기 2송이씩 꽃을 피운다. 꽃은 길쭉한 방울처럼 생겼으며 길이는 1.5센티미터 정도로 밑을 향해 피어난다. 
 
북방계 식물로 강원도와 경기도 여주와 파주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엔 남방한계선 이남지역인 전남 구례에서도 발견되었다. 하지만 무분별한 강변개발로 모래땅에 사는 층층둥굴레가 뿌리를 내리고 살만한 땅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더 이상의 훼손을 막기 위해 정부는 16종의 둥굴레 중 층층둥글레를 유일하게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했다.
 
국가하천인 파주 문산천에는 이 귀한 멸종위기 2급 야생식물인 층층둥굴레 대규모 서식지가 있다. 
 
하얀색 꽃이 핀 멸종위기종 층층둥글레 Ⓒ조영권
 
 

층층둥굴레 서식지 문산천

 
지난해 가스공급공사(포천-교하 주배관 제2공구 건설공사)를 하면서 층층둥굴레 서식지 주변에 공사용 차량이 드나들 수 있도록 길을 내면서 서식지가 위협 받게 되었다. 파주환경연합은 파주시청 환경정책과에 서식지 훼손을 막기 위한 보호대책을 요구했고 이에 파주시는 안내표지판을 두 곳에 세우고 서식지 주변에 길을 내기 위해 파낸 흙을 쌓지 않기로 약속했다. 
 
지난 5월 시민의 제보로 다시 찾은 층층둥굴레 서식지 주변은 길을 만들면서 쌓은 흙으로 사람들의 접근이 쉽지 않았다. 쌓인 흙 넘어 하천변에는 층층둥굴레가 폭 4미터, 길이 70미터의 넓은 지역에 다량 서식하고 있었다. 방형구법(일정 면적의 구획을 설정해 그 안의 생물 종과 그 개체 수 등을 조사하는 방법)을 이용한 조사결과 9000개체가 하천변에 분포했고 하천변 둑길 옆에도 또 다른 서식지가 확인되었다. 이곳은 밭으로 이어지는 경사면에 폭 5미터, 길이 120미터로 대규모로 분포되어 있고 전체 개체수는 2만 개체로 하천변보다는 생육환경이 좋았다. 현재 50~70센티미터 가량 자랐으며 잎겨드랑이에 수레바퀴모양으로 꽃망울이 맺혀있어 5월말에는 개화할 것으로 보인다.
 
파주시 환경정책과는 무분별한 훼손을 막기 위해 안내표지판 제작 설치와 함께 옹색하지만 노끈으로 서식지 주변을 표시해놓았다. 또한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사차량이 다닌 흔적이 그대로 있는 길은 전문가와 협의를 통해 원상복구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민속식물연구소 송홍선 소장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모래가 있는 곳에서 군락을 이루며 생육이 끝나면 그때야 다른 식물이 침입하게 된다. 모래땅에 들어갈 수 있는 귀화식물이 많지 않고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곳에 있어서 훼손이 안 된 것이다. 파주지역에 희귀식물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니까 꽃이 질 때까지 모니터링을 해서 자료를 축척해 놓아야 한다. 현재로는 그대로 놔두는 것이 오히려 낫다. 공사가 시작될 때 근거자료로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하천변에는 돼지풀과 가는잎쐐기풀이 번창하고 있으나 층층둥굴레 서식지에는 교란이 없음이 확인되어 옆으로 길게 뻗는 층층둥굴레의 뿌리줄기가 다른 식물의 침입을 막아낸 듯 보인다. 둑길 옆도 산딸기군락을 제외한 곳은 애기똥풀과 어울려서 자라고 있었고 아까시나무의 그늘 속에서도 잘 자라고 있었다. 위생처리장이 있기에 인가도 없고 도로 포장 안 된 둑길은 황토먼지 폴폴 날리고 인간의 간섭이 거의 없는 하천변이라는 조건 때문에 문산천 층층둥굴레는 자리를 지켜갈 수 있었다.
 
문산천 층층둥굴레 서식지 Ⓒ정명희
 

서식지 보호 필요

 
문산천의 층층둥굴레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06년이다. 다행히 강한 생명력으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서식지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당장 하천 곳곳에 홍수예방용 석축쌓기가 진행되고 있어 층층둥굴레의 운명은 바람 앞에 등불 같은 신세가 되어가고 있다.
 
환경부는 서식지에서 보전할 필요가 있는 생물들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다. 그렇다면 그에 따른 대책을 세우고 조사를 통해 확인이 된 곳은 적극적인 서식지 보전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파주환경연합이 환경부에 이곳을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우리나라에서 특별구역으로 지정한 곳은 섬진강 수달서식지 하나밖에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들었다. 
 
이렇게 대규모 군락으로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는 곳은 환경부에서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하여 훼손이 될 수 있는 환경을 차단하고 정책을 입안해서라도 반드시 보호를 해야만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자연은 후손들에게 잠시 빌려온 것이다. 더 이상의 망가짐 없이 고스란히 그들에게 돌려줘야 할 책무를 잊지 말아야 한다.

정명희 파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paju@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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