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통제구역 개발의 신호탄 ‘문산-개성 고속도로’ 중단하라

 
“이거 이명박 정부 때 하려다가 중단된 동서평화도로인데요.” 
최근 주민공람을 하고 의견수렴절차에 들어간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전략환경영향평가(초안)’의 노선을 보자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모임> 국장이 한 말이다.
 
‘DMZ동서평화도로’는 이명박 정부 시절 녹색자전거도로와 함께 파주부터 고성까지 남방한계선과 민간인통제구역을 따라 건설하려고 시도했던 도로이다. 당시 조승수 국회의원이 국정감사가 열리는 자리에서 녹색자전거도로 건설현장에서 나온 지뢰를 공개하며 안전 문제를 제기하면서 녹색자전거도로와 동서평화도로는 사실상 중단됐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DMZ동서평화도로’가 ‘문산-개성 간 고속도로’라는 이름으로 남북협력사업인 것처럼 포장돼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MB정부 때 중단된 ‘동서평화도로’ 문재인 정부서 부활?  

 
토건세력은 아주 신속했다.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자마자 한국도로공사가 문산 개성 간 고속도로를 짓기 위한 TF팀을 구성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심지어 인터넷에서는 노선까지 돌아다녔다. ‘남방한계선고속도로’란 이름으로 고성까지 연결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정부 쪽 연구기관의 보고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물밑작업에 이어 급기야 2018년 말 정부는 임진강, 한강하구, 파주의 민간인통제구역 내부를 개발할 수 있는 조치들을 잇따라 발표했다. 우선 국방부는 군사시설보호구역 몇 군데를 해제하면서, 파주 민간인통제구역 내 백연리 벌판 일부를 ‘군사시설통제구역’에서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완화시켰다. 국방부가 동의하면 건물 짓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 환경부는 임진강하구와 한강하구에 대해 생태자연도를 등급 외 지역으로 완화시켰다. 명분은 이 지역은 조사를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환경부 말대로라면 개발이 불가능한 생태자연도 1등급지를 유지할 것이지 굳이 개발 가능한 상태로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 반문할 수 있다. 역시 같은 시기 기획재정부는 23개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한다며, 그 속에 남북협력사업이라는 이유로 ‘문산-개성 간 고속도로’도 포함시켰다.
 
당시에 <임진강지키기파주시민대책위>와 임진강·한강하구시민네트워크는 공동으로 ‘문산-개성 간 고속도로 예타면제 안 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자 한국도로공사는 매우 신속하게 노선도를 들고 찾아왔다. 노선도에 따르면 ‘문산 개성 간 고속도로’는 ‘서울-문산 간 민자고속도로’의 파주 탄현구간에서 인터체인지로 연결하여 낙하리 산줄기를 자르면서 통과해 임진강 중립구역수역 인근을 다리로 연결하여 민간인통제구역 안으로 들어간다. 민간인통제구역 내에서는 장단반도 옆 DMZ남방한계선 산줄기를 따라 통과해 도라산역 인근 백연리 논에 인터체인지를 설치해 통일로에 연결한다. 이 노선은 현재 전략환경평가서(초안)에 문산-도라산 고속도로란 이름으로 공개된 노선이다.    
 
도라산에서 개성으로 연결하는 계획은 존재하지 않았다. 한국도로공사 측에 따르면 북한과 합의되지 않은 데다 남북출입사무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상당기간 도라산에서 개성으로 연결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도로공사 측은 또 생태적으로 중요한 장단반도의 농경지로 노선이 지나가는 것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남방한계선의 산줄기를 따라가는 노선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전략환경평가서에서는 장단반도를 ‘제2의 개성공단’인 ‘평화특구’지역이라고 버젓이 명시하고 있다. 결국은 민간인통제구역 내 장단반도와 도라산역 인근 농경지를 개발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이 도로의 목적이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장단반도는 문산지역 홍수를 예방하기 위한 저류지이다. 또 장단반도 내 농경지의 약 절반가까이는 파주, 광명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부천의 일부 학교에 급식으로 납품하는 친환경급식 쌀 생산지이다. 또 두루미, 재두루미, 시베리아흰두루미, 독수리, 큰기러기, 뜸부기, 흰꼬리수리, 저어새, 구렁이 등 온갖 종류의 멸종위기종의 먹이터이자 쉼터이며 산란터이다. 
 
무엇보다 이곳은 환경단체와 파주의 도시민과 농민들이 7년 동안 싸워서 함께 지킨 곳이다. 바로 ‘임진강 거곡·마정지구 하천정비사업’으로 장단반도 농경지를 덮어버리려던 것을 시민들이 싸워서 막았다.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민통선 개발의 빗장이 풀리는 것이며 사실상 임진강 준설사업이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 
 

DMZ와 민간인통제구역 지금 이대로 놔둬라

 
DMZ와 민간인통제구역은 한국전쟁과 분단이라는 엄청난 희생을 대가로 우리에게 남겨진 유산이다. 우리가 함부로 해서는 안 될 뿐더러 위험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우리 세대는 냉전논리와 개발=발전이라는 생각에 익숙한 세대이다. 우리 세대는 DMZ와 민간인통제구역을  건드리지 말고 그냥 놔둬야 한다. 그리고 20~30년이 흐른 다음 평화시대를 사는 남북의 젊은이들이 한반도를 경영할 때 그때 그들이 DMZ와 민간인통제구역을 어떻게 할지 결정하도록 하자. 
 
민통선 개발의 신호탄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중단해야 한다. DMZ와 민간인통제구역 지금 이대로 놔둬라.  
 
 
글 / 노현기 파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임진강지키기파주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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