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림로 확장구간은 생태계의 곳간이었다

팔색조 ⓒ조영균
 
올해 초 재개된 제주 비자림로 확장 공사가 최근에 다시 중단되었다. 사업지구에서 법정 보호종의 서식이 다수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비자림로를 지키는 시민모임에서 진행한 모니터링 결과 애기뿔소똥구리와 팔색조의 서식이 확인됐다. 모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이다. 최근에는 조류전문가에 의해 보호종인 긴꼬리딱새와 천연기념물인 두견이도 발견되었다. 제주도가 진행한 소규모환경영향평가에서는 확인이 안 된 종들로 제주도의 환경영향평가가 얼마나 부실하게 진행되었는지도 함께 드러났다. 
 

법정보호종 서식지이자 제주국립공원 예정지

 
제주도는 지난해 8월 전체 비자림로 구간인 27.3킬로미터 중에 중산간에 위치한 대천동0금백조로 입구 2.9킬로미터 구간을 4차로로 확장하는 공사를 시작했다. 당시 제주도는 교통량 증가에 따른 교통 혼잡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이 사업은 도·내외 여론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사업구간 주변의 오름 군락과 초지, 삼나무 숲이 어우러진 경관이 크게 훼손되고, 실제 사업구간의 교통 혼잡과 정체 현상은 확인 결과 과장된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전국적인 여론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자 제주도는 공사를 중단하고 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대안검토를 하게 된다.
 
애기뿔소똥구리 ⓒ이영웅
 
하지만 자문위원회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다. 3개월간 운영한 자문위원회는 4차로 확장을 전제로 한 논의와 고작 2차례의 회의로 수정 계획을 발표한다. 확장을 하되 일부 구간의 삼나무는 중앙분리대 형식으로 보호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러한 설계변경으로 오히려 도로에 편입되는 면적은 더 늘어나게 되고 말았다. 그리고 올 4월 중단되었던 공사는 다시 강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변수도 있었다. 환경부의 제주국립공원 예정지 발표였다. 제주도는 제주환경자산의 가치를 높이고, 국가차원의 보전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제주국립공원 확대를 제주도정의 주요 시책 중 하나로 추진해 왔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를 제안해 문재인 대통령의 제주지역 공약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 환경부는 기존 한라산국립공원 외에 추가적인 제주국립공원 예정지를 발표했다. 그 국립공원 예정지에 비자림로 확장구간이 포함되어 있었다.
 
신규 국립공원에 포함되는 권역 중에 ‘안돌/민오름 권역’이 비자림로 확장구간을 포함하는 곳이다. ‘안돌/민오름 권역’은 비자림로 확장공사가 계획된 비자림로를 중심으로 북쪽으로는 체오름, 거친오름, 밧돌오름, 안돌오름, 거슨세미가 위치해 있고, 남쪽으로는 칡오름, 민오름, 족은돌이미, 큰돌이미, 비치미오름이 분포한다. 이 오름들 모두 신규 국립공원에 포함되는데 이들 오름 군락의 생태축 중앙에 비자림로와 삼나무 수림이 있다. 
 

책임회피하는 제주도와 환경부

 
이런 상황에서도 제주도와 환경부는 이러한 사실을 무시하고, 책임회피로 일관할 뿐이었다. 제주도는 제주국립공원 확대의 취지는 망각한 채 국립공원 예정지임을 확인하면서도 법률적으로 도로 확장에는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 환경부 역시 제주도가 국립공원 예정지 내 도로 확장의 가능성을 문의해 오면 논의하겠지만 환경부가 먼저 논의를 제안할 의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보호종의 서식 확인으로 환경부가 제주도에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기는 했지만 일련의 상황을 볼 때 공사재개는 불을 보듯 뻔해 보인다.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를 그대로 협의했듯이 추가 환경조사에 따른 제주도의 환경보전계획을 환경부가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공사 강행의 의지가 넘치는 제주도와 환경보전의 의지가 없는 환경부 간의 협의는 예견된 것이 아닌가. 국립공원 확대와 세계환경수도를 추진하는 두 당국의 진정성이 절실한 지금이다. 
 
 
글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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