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지질공원 됐어도 계속되는 한탄강의 고통

포천 관인면 중리 한탄강 ‘멍우리협곡’ Ⓒ이우형
 
 
“허 참…. 머드 축제해야 할 판이네, 머드 축제”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자일리 한탄강 화적연(禾積淵). 강 가운데 볏짚을 쌓아 올린 듯한 화강암이 자리한 이곳은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93호로 지정될 만큼 풍광이 좋아 평소 관광객 발길이 이어지던 곳이다. 그러나 홍수가 지난 다음 사람들을 맞이한 건 걸을 때마다 발목 높이로 푹푹 빠지게 하는 짙은 황갈색 진흙이었다. 며칠 전 내린 비는 한탄강을 황톳빛으로 넘치게 했고, 이때 밀려온 진흙은 화적연 진입로 일대를 두껍게 덮어버렸다. 한 주민은 뻘밭 상태를 ‘머드 축제’라 비유하며 혀를 찼다. 그는 “사람 손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라며 “(포천)군에서 포클레인을 보내줘야 정리가 될 것”이라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8월 7일 지역 역사문화 전문가인 이우형 현강역사문화연구소 소장과 함께 홍수 후 한탄강을 찾았다. 올해 40일 넘게 지속된 중부지방 장마는 기후위기의 한 단면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지만, 한탄강이 겪고 있는 비극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그 원인이 바로 2016년 준공된 한탄강댐이다. 이우형 소장은 “한탄강이 이렇게 침수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특히 한탄강이 침수되면서 진흙이 굉장한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 우려했다.
 
한탄강 명승과 관광지 전체가 이런 뻘밭으로 변한 상태다. 이 지역은 접경지라는 특성 때문에 쉽게 정리할 수도 없다. 폭우에 지뢰가 유실될 수 있기에 군부대가 우선 탐사를 해야 한다. 더욱 큰 문제는 한탄강댐으로 한탄강 절경지 전체가 침수에 따른 영향을 받게 되지만, 수자원공사나 지자체가 관리할 수 있는 지점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용암대지 흐르는 한탄강, 세계지질공원 지정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 93호로 지정된 화적연 일대가 진흙으로 뒤덮였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한탄강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용암대지에 형성된 강이다. 27만 년 전 화산이 폭발하면서 철원평야를 비롯해 포천, 연천 등지로 용암이 쏟아졌다. 오랜 시간 동안 물줄기는 용암대지의 약한 부분을 파고들면서 물길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한탄강은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는 현무암 절리(주상절리, 판상절리)가 발달했고, ‘한국의 그랜드 캐니언’이란 말처럼 깎아지른 절벽의 협곡 지형 절경을 갖게 됐다. 한탄강 상류 지역은 휴전선과 민간인 통제지역으로 사람 왕래가 제한되면서 천연기념물과 역사·문화 유적, 생태계 등이 비교적 잘 보전된 지역이다. 또 지질학적으로는 선캄브리아시대부터 신생대까지 지층을 볼 수 있는 지질학의 보물 창고다.
 
한탄강의 가치는 국제적으로도 인정 받았다. 지난 7월 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09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는 한탄강 일대를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했다. 『경향신문』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세계지질공원은 미적, 고고학적, 역사·문화적, 생태학적,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곳을 체계적으로 보전하며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정하는 구역”이다. 한탄강 일대는 비둘기낭 폭포, 포천 아우라지 베개 용암, 재인폭포, 직탕폭포, 고석정, 철원 용암대지 등 총 26곳이 지질 명소로 지정됐다. 앞서 2015년 환경부는 한탄강·임진강 유역 주요 지점을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했다.
 
한탄강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정은 한탄강의 가치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국가적 경사다. 또 1990년대부터 한탄강 보존을 외쳤던 지역 전문가와 환경단체들의 주장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주는 결과다. 그러나 이우형 소장과 같이 지난 20여 년 넘게 한탄강댐 문제점을 지적해온 이들은 세계지질공원 지정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정확히는 한탄강댐과 세계지질공원이 병립 가능한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이우형 소장은 한탄강이 세계적 문화유산이 될 거라 가장 먼저 알렸던 사람임과 동시에 이 지역에 댐이 들어서게 되면 세계적 유산이 훼손된다고 경고했던 사람이다.
 
수십만 년 동안 자연 그대로 흐르던 한탄강에 위기가 찾아온 건 1990년대 말부터였다. 한탄강은 임진강으로 유입되는데, 1996년 등 세 번에 걸쳐 임진강 하류 파주 등에서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1999년부터 정부는 홍수 피해 방지와 수도권 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다목적댐 건설을 추진했다.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이 확산되고 강원도청이 공식 반대를 밝히는 등 한탄강댐 추진은 쉽지 않은 일이 됐지만, 최종적으로 국무총리실 주관 임진강 유역 홍수대책특별위원회는 2006년 8월 홍수조절댐으로 확정했다. 지역 대책위는 2007년 3월 한탄강댐 건설 기본계획 고시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2년 넘게 진행된 소송에서 한탄강댐의 부당성과 대안 비교의 허구성을 지적했지만, 1심(2008. 6)과 2심(2008. 12)에 이어 대법원(2009. 5)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선고됐다.
 

세계지질공원이 지질학적 가치가 없다고?

 
포천 운산리 운산천 하류 구라이현무암협곡 ‘큰가마소’ Ⓒ이우형
 
한탄강댐은 2000년 동강댐 백지화 이후 확정된 유일한 대형 댐이란 점에서 찬반 모두 사활을 걸었다. 반대 측은 한탄강댐의 홍수량과 경제성이 조작되는 등 처음부터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댐이 들어서게 되면 한탄강 일대의 절경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댐 반대 운동의 중심에 섰던 이우형 소장은 “한탄강댐 수몰 예정지가 생태적, 지질적 핵심지”라고 말했다. 2009년 10월 국무총리실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한나라당 이진복 국회의원은 임진강특위 회의록 분석을 통해 ‘한탄강댐 추진을 결정한 임진강특위 등이 편파적이었고, 댐 건설을 목적에 두고 움직였다’라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그러나 건교부와 수공 등은 ‘담수를 하지 않는 홍수전용댐이기 때문에 영향이 미미하다’라며 반대 측 문제 제기를 수용하지 않았다. 더욱이 댐 추진을 위해 한탄강의 가치를 왜곡했다. 이우형 소장은 “많은 답사 프로그램과 토론회에서 한탄강의 가치를 수없이 얘기해 왔다.”라면서 “1, 2심 소송 현장 검증을 하면서 현재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명소를 다 답사했다.”라고 말했다. 당시 정부 측 전문가는 ‘한탄강에는 가치 있는 게 별로 없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한탄강댐 1심 소송에서 정부 측 대리인은 2007년 10월 ‘한탄강홍수조절용댐 행정 소송 변론요지 환경, 문화재 및 보상 쟁점’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첫째, 서울대 등 지질전문가 8인의 현지 조사와 자문 결과 한강탄 유역에는 현무암 특이 지형으로 철원 순담 계곡이 있지만, 댐 수몰지 내에는 현무암 지형지질 특성 발달이 미약하고 희귀성이 높지 않다. 둘째, 2001년 10월 문화재청의 지질광물 문화재 자원조사 결과 보존이 요구되는 주상절리는 대교천 주상절리뿐으로 2004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셋째, 2002년 5~6월 환경영향평가 협의 시 다른 주상절리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 없었고, 그 외 다른 지역에 대한 문화재 지정 여부에 대한 원고 측의 견해는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에 불과하다.
 
한탄강 가치에 대한 댐 반대 측의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는 이후 환경부 국가지질공원을 넘어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정받았다. 한탄강댐 추진 당시 국가의 논리대로라면 한탄강 세계지질 공원 지정은 어불성설이다. 댐 반대 측이 한탄강댐을 “토건족과 거기에 기생하는 전문가 집단의 협작이자 국가 사기”라고 규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탄강댐 수문 안에 이번 집중호우 때 떠밀려 온 쓰레기들이 가득하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포천시 문암동 전망대는 한탄강 수직 주상절리 절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가을철이면 절벽을 따라 붉게 단풍이 지면서 장관을 이루는 곳이기도 하다. 일행이 현장에 갔을 때 전망대로 이어지는 곳은 장화 없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뻘층이 깊게 쌓여 있었다. 여기서 만나 한 주민은 “살면서 한탄강에 이렇게 물이 차오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무서울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원래 한탄강은 큰 여울(漢灘)의 강이란 명칭처럼 홍수 때는 바닥에 돌 굴러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유속이 빨랐다. 또 수위도 낮았다. 1996년 상류 철원에 1000mm가 넘는 비가 왔을 때도 강물은 30여 m 높이 문암동 수직 절벽의 3분의 1도 채우지 않고 흘렀다. 그러나 한탄강댐이 들어선 이후인 올해는 그보다 적은 양의 비가 왔음에도 수직 절벽의 거의 꼭대기까지 수몰됐다. 포천시 관인면 영로대교에서도 댐 건설 전후 홍수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1996년 홍수 시 강물은 한탄강 협곡의 4분의 1(옛 영로교)을 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는 협곡 윗부분까지 누렇게 색을 바꿔놓았다.
 
포천시 문암동 전망대 일대까지 물이 차올라 고추밭 일대를 뒤덮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비둘기낭이나 재인폭포 등 진입로에 쌓인 진흙과 쓰레기는 어떻게든 정리가 된다 해도 폭포를 둘러싼 수직 절벽 등 U자형 협곡 지형은 진입로 자체가 없어서 장비가 들어갈 수조차 없다. 그저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절벽에 찌든 진흙과 쓰레기를 씻겨내야 하는데, 조금만 많이 와도 또 침수되는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다. 현무암 주상절리 한 덩어리가 붕락하는데 자연 상태에서 보통 70년이 걸린다는 게 이우형 소장의 말이다. 여기에 찌든 이물질은 동결과 해빙 과정을 거치면서 주상절리를 더 빠르고 더 많이 붕락시키는 원인이 된다. 더욱이 주상절리 수직 절벽은 수리부엉이의 둥지가 있는 곳이며, 한탄강구절초(포천구절초) 등 특이 식생의 주요 서식지이기도 하다. 목도리담비 등도 협곡 지형에 살고 있고, 강에는 어름치, 쉬리 등이 한반도 고유종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사람이 간섭할 수 없는 현무암 협곡 지형에 적응해 살아왔지만, 한탄강댐으로 침수가 된 이후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우형 소장은 절벽 식생이 죽어 하얗게 변해버리는 백화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한탄강 망치는 댐 두고만 볼 건가

 
중국 러산시에 있는 세계문화유산 러산대불이 홍수에 일부 잠겨 훼손이 우려된다는 외신 보도가 있지만, 정작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이 침수되는 문제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조차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한탄강댐으로 인한 세계지질공원 침수가 현실이 된 상황에서, 한탄강댐과 세계지질공원은 과연 공존할 수 있을까?
 
글 / 이철재 에코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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