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도 잔인한 모피의 진실

인류가 최초로 입었던 의상은 무엇일까? 옷감을 만들어 입을 줄 몰랐을 테니 가죽과 모피가 먼저였을까? 인간 몸의 털이 퇴화하면서 인간은 모피나 나뭇잎 등을 방한용으로 몸에 걸치기 시작했고 지혜의 발달과 더불어 각종 섬유를 채취하고 가공하여 직물을 만들었다고 추측되고 있다. 아주 오래전 인간은 주로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옷을 입었지만 그 후 사회적 목적을 위해 옷을 입기 시작했다. 사교적인 목적, 우월감의 표시, 예절, 품위, 개성, 생활의 편의를 위한 기능 등 사회적인 목적을 위해 의상은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어 왔다. 그렇다면 현대사회에서 사회적인 목적을 위해 가장 고가의 값을 치르면서 구입하는 의상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모피가 단연 선두에 있었음은 틀림없다.


중저가 모피 대유행하는 한국

우리나라에서도 모피는 여성들이 입는 의상 중 최고가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유함을 상징하는 의상으로 많은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풍성하고 부드러운 털은 럭셔리한 의상으로 인식되어져 여성이라면 한 번쯤 입고 또 간직하고 싶어 하는 의상으로 오랜 세월동안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근래에는 혼수 필수품으로까지 모피가 각광받고 있다. 이렇듯 과거 모피는 부유층만이 향유할 수 있는 사치품에 속하였으나 이제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다. 결국 한국은 세계 최대의 모피 소비국 중 하나가 되기에 이르렀다. 

한국에서 소비되는 모피는 주로 북유럽, 북미와 중국에서 들여오는 것이다. 고급모피시장만큼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후변화가 심해지고 동물단체들의 노력으로 인해 불경기에 처해 있지만 중저가 모피시장은 거래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고 한다. 모피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꾸준한 계발을 하고 있어 무거웠던 기존의 모피 대신 쉬어드(sheared: 깍은 밍크)와 니트 형태 등의 신상품이 나오고 있다. 동시에 예술작품으로 만들어진 모피제품 또한 소비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최근에는 퍼 트리밍(Fur Trimming, 부분 털 장식) 제품이 대 유행이다. 이제 겨울철에는 털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모피는 모든 의상을 휩쓸고 있고 소재와 스타일이 다양해졌다. 올해에는 조끼형태의 모피 또한 트랜드로 자리 잡아 모피 구입이 늘고 있다. 한편 완구나 침구 등에도 모피가 쓰이고 있어 모피는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모피 수요가 당분간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과연 모피는 인간이 옷을 입는 목적에 부합하는 옷일까? 이미 여러 기능적인 직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의 개발로 인해, 건강과 안전을 위해 모피를 대체할 수 있는 원단은 넘친다. 모피에 기댈 이유가 없는 것이다. 모피가 사회적인 목적, 그러니까 과시적 멋이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람이라는 신분의 표지로서 기능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서야 인정할 만도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모피로 인해 여러 가지 사회적 병폐가 발생한다면 우리는 과연 모피를 입어야 할까?


개와 고양이마저 약탈하는 나쁜 옷 모피

모피는 다른 의상과 달리 여러 가지 복잡한 공정이 필요한 옷이고 그로 인해 막대한 에너지 자원이 손실된다. 또 수많은 동물의 끔찍한 도살이 수반되는 옷이다. 엄청난 수의 모피동물을 사육함에 있어서 발생되는 환경적인 피해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흰 토끼의 눈알은 왜 붉은 것일까? 그것은 색소가 부족한 알비노 현상 때문이다. 알비노 증세를 가진 토끼는 자연의 선물이 아니라 인간이 흰 토끼털 의상을 만들기 위해 인공교배를 통해 붉은 눈을 가진 토끼를 대량 ‘생산’했기 때문에 존재한다. 모피를 빼앗기는 하프 물범들은 대부분 생후 4주 이하의 것들이다. 그들 하프물범들의 42퍼센트는 모피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진다. 동족이 보는 앞에서 몽둥이로 무차별폭행을 당해 죽는 야생 모피동물들의 운명도 효과적으로 대량생산하기 위해 운동량을 줄이고 그러기 위해 죽지 않을 만큼 최소한의 공간에 갇혀 자라는 공장식 사육에 희생되는 모피동물들보다 잔인한 건 아니다. 몸을 돌릴 수도 없는 좁은 공간에서,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죽여지기 위해 사육되는 인공사육장의 모피동물들은 정신이상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모피동물에 쓰이는 동물은 밍크, 여우, 너구리, 단비, 카라쿨 종의 어린 양, 1년 이내의 어린 양, 비버, 마모트, 사향쥐, 다람쥐, 누트리아, 친칠라, 족제비, 토끼, 와일드 캣(산 고양이), 표범, 오셀롯(고양이과 동물), 늑대 등이다. 이외에도 두더지 등도 있다.  

주목할 것은 고양이와 개과의 동물들까지 모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세계 모피 원단의 주요 공급처인 중국에서는 실제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들을 무차별 포획 거래하여 모피동물로 둔갑, 이용하고 있다. 이들 개와 고양이들은 주인이 있던 유기동물들이 대부분이며 역시 산 채로 껍질이 벗겨지는 참혹한 죽음을 당하고 있다. 한국에서 소비되는 최저가의 제품과 잡화 등에는 개와 고양이의 털이 상당수를 이루고 있다. 

모피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1백 마리의 친칠라, 11마리의 푸른 여우가 필요하며, 크기에 따라 밍크가 45마리에서 200마리가 도살되어야 가능하다고 한다. 중국의 모피자원 중 야생동물의 모피는 약 25~30퍼센트에 달하며, 인공사육한 모피동물의 모피는 약 70~75퍼센트에 달한다고 한다. 이렇듯 야생동물의 멸종을 모피라는 의상이 부추기고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엄청난 수의 모피 동물의 인공사육 역시 생명윤리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이며 환경적인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모피의 진실을 깨달을 수 있어야 우리는 문명인, 사회적 책임감을 가진 시민으로서 살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반성이 필요하다.


모피를 넘어 지구를 지키는 가장 쉬운 일

현상세계에서는 인과법칙이 존재한다고 한다. 어떤 특정 동물종의 희생은 희생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 영향은 인간이 살고 있는 환경을 파괴하고 인간의 정서를 파괴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얼마 전 신평, 장림의 피혁조합 폐수처리장의 심각한 환경피해로 인해 떠들썩한 적이 있었다. 가죽을 얻기 위해 동물을 죽이고 가죽을 가공하다가 환경을 오염시키게 된 것이다.

생명의 고통에 대한 논점 이전에라도 지구온난화, 화석연료 고갈, 에너지 절약, 친환경 등 이미 너무나 친숙해진 단어들이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심각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그 문제들을 가속화하는 가축산업에 기생하고 있는 모피라는 의상을 입어야만 하는 것일까? 

모피의 공포 속에도 아직은 희망이 있다. 다른 동물문제보다 가장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동물문제가 바로 모피동물이다. 모피가 얼마나 많은 동물에게 착취를 가한 고통의 산물인지, 또 그로 인해 인간이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고 그로 인해 자신이 입는 의상에 대한 남들의 시선이 결코 곱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모피를 입을 사람은 사라질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고,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사회적인 목적을 위해 모피를 입어 왔으니까 말이다. 우리가 진정 조직해야 할 것은 바로 그런 사람들의 ‘자각’일 것이다.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 fromca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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