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의 송악선언은 제주를 지킬 수 있을까?

지난 11월 2일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송악선언 실천조치 1호를 발표했다 ⓒ제주도청
 
오랜 시간 제주도를 괴롭히고 있는 각종 난개발사업들이 도민사회의 갈등과 각종 환경문제 제기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원희룡 지사의 송악선언이 발표되었다. 난개발사업들에 대한 논란과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발표된 송악선언은 오랜 논란과 갈등의 종지부를 찍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결정이었다. 특히 청정과 공존의 제주를 만들겠다던 원희룡 지사 본인의 공약과 일맥상통하는 선언이었기에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오랜 시간 도민사회의 갈등과 우려를 높이 쌓아 오다가 이제야 선언이 발표되고 이행계획들이 하나둘 씩 나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난개발 사업을 멈춰 세운 것

 
이번 송악선언에서 분명하게 사업철회가 선언된 것은 크게 세 가지 개발사업이다. 하나는 송악산 인근의 천혜의 경관을 사유화하고 인근의 역사문화유산과 지질자원, 자연환경 파괴 논란을 빚었던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이고 또 하나는 천연기념물인 중문-대포 주상절리대를 사유화한다는 논란을 빚었던 중문 부영호텔 개발사업이다. 끝으로 세계자연유산과 곶자왈 파괴 논란을 비롯해 맹수 사파리 건설 논란을 빚었던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이다.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의 경우 송악산을 문화재로 지정해 일대에 대한 개발행위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보전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의 경우 주민동의 없는 개발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우며 사실상 사업철회 수순을 밟고 있다. 그리고 중문 부영호텔 개발사업의 경우 이미 대법원의 판결로 사업추진이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이기 때문에 사업추진이 어려운 상태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난개발 사업을 멈춰 세운 것이 과연 송악선언 때문일까? 정확히 말하면 아니다.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은 사업자의 무리한 사업 추진과 각종 로비활동, 제주도의 불법적인 환경영향평가 유착문제 등의 논란이 커지자 지역주민들이 개발에 강하게 반대하면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이런 이유로 제주도의회는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을 부동의로 결정하고 환경영향평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게다가 사업자가 환경단체 활동가에게 금품 로비를 시도하고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담당공무원과 사업자의 유착 사실이 확인되면서 도민사회의 여론도 매우 좋지 않아 사실상 사업추진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중문 부영호텔 개발사업의 경우는 더욱 상황이 좋지 않았다. 지난 2016년 제주환경운동연합의 조사 결과로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변경절차 위반행위 등이 드러나자 이를 이유로 제주도는 해당 사업을 반려했다. 이후 부영그룹 측이 반려결정이 부당하다며 제주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소송에서 제주도가 내리 승소하며 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대법원도 제주도가 건축허가 신청을 반려할 만큼 절차 위반 사항이 명확하고,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인정된다며 부영그룹의 잘못을 인정했다. 특히 대법원은 환경영향평가법의 규정취지가 주민들에게 환경침해가 발생하지 않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개별적 이익을 보호하려는데 있다며 부영그룹의 개발 사업이 사실상 주민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개별적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봤다. 또한 시행승인 이후에 중문-대포 주상절리대가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는 등 최초 승인 후 약 19년이 경과하여 기존 계획에서 중대한 변경이 있는 경우, 환경보전방안을 마련해 다시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부영그룹의 패소를 확정했다. 대법원이 주민들의 환경권 보호는 물론 환경단체가 지적한 절차위반 문제까지 명확히 확인해준 것이다. 이렇듯 사업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가 버린 상황에서 사업추진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도 마찬가지다. 지역주민들의 강력한 개발반대운동과 함께 맹수 사파리 등 동물원 추진에 따른 환경단체와 동물보호단체의 반발이 극심했다. 이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과 여론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지역주민과 <조천읍람사르습지도시지역위원회>의 동의는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이었다. 결국 지역주민과 위원회의 동의 없이는 사실상 사업추진이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송악선언이 신뢰받지 못하고 이유

 
이렇듯 개발사업들의 추진은 난개발로 인한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도민여론에 가로막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송악선언이 발표된 것이다. 그래서 송악선언이 사업추진이 어려운 개발사업만 골라서 발표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존재한다. 게다가 이번 송악선언에서 언급된 개발사업들은 원희룡 지사가 직접 나서 챙기며 도민사회의 문제제기를 철저히 무시해 온 사업들이다. 그런 점에서 도지사의 명확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없었다는 점도 중요한 비판지점이다. 이런 이유로 도민사회는 원희룡 지사의 송악선언을 액면 그대로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환경파괴와 난개발 논란이 극심한 비자림로 확장공사와 제2공항 계획에 대해서는 도리어 강행을 천명하고 있다.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멸종위기종의 이식 등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방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고 제2공항 계획은 반드시 추진하겠다며 기존의 도민공론화 약속까지 폐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송악선언으로 난개발의 역사를 끊어내겠다던 원희룡 지사의 말과는 전혀 반대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송악선언이 정치행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과 관련하여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의 검토의견 원문을 사업자에게 유출하고 불리한 내용을 빼는 등 사업자와 담당공무원 간의 유착이 확인됐지만 이에 대해 훈계로 끝내면서 봐주기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위법사항이 명확한 만큼 수사를 의뢰하라는 요구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송악선언이 원희룡 지사 본인의 정치행보를 위한 재물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청정과 공존에 대한 의지와 답 필요

 
그렇다고 송악선언 자체가 가지는 의미가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상 사업추진이 어렵다고 상황을 지켜보며 언제든지 사업을 재추진할 틈을 바라보던 개발사업자들에게 사업중단을 명확히 보여준 것은 의미가 있다. 또한 도지사의 의지만 있다면 난개발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는 사실도 이번 선언을 통해 더욱 분명해 졌다.  
 
이번 선언이 원희룡 지사의 정치행보를 위한 수단이 아니기 위해서는 다시금 청정과 공존에 대한 원희룡 지사의 분명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결국 원희룡 지사가 앞선 의문들에 분명한 답을 내놔야만 송악선언이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
 
제주도는 급격한 인구와 관광객의 증가, 그에 따른 극심한 난개발로 제주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상실해 가고 있다. 많은 도민들이 우리가 사랑하는 제주가 사라지고 있다며 분노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발표된 송악선언이 선언으로만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난개발과 명확히 결별하겠다는 의지를 원희룡 도정이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부디 선언이 말로 끝나지 않고 행동과 실천으로 이어져 진정한 청정과 공존이라는 결실로 맺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글 /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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