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도심공원에 그들이 살고 있다

창처럼 바위가 뚫린 창꼼소
 
1999년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시작된 도시공원 일몰제로 원래 목적대로 개발되지 않는 도시공원이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된다. 제주도도 마찬가지이다. 더군다나 제주도 당국은 제주시 도심에 위치한 오등봉공원 등 3곳은 사유지 매입을 포기하고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으로 민간업체에 맡겨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사기업에 경관이 좋은 전원주택단지 개발 권한을 주는 특혜를 주는 것이다. 
 

오등봉공원과 한천

 
오등봉공원 내 한천의 모습
 
제주 시내에 있는 오등봉공원은 제주도민들이 즐겨찾는 오드싱오름과 한천, 병문천이 포함된 곳으로서 건강한 자연생태계가 멋진 경관을 이루고 있다. 이곳에 대단지(2000세대) 아파트 건설을 하겠다는 것이다. 제주환경연합의 조사 결과 이곳은 아파트 단지를 개발할 곳이 아니었다. 상당히 높은 환경생태적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등봉공원 안에 위치한 한천(총길이 16킬로미터)은 사업부지 내를 2킬로미터 정도 흐르는데 그 구간의 지질·생태·인문적 가치는 매우 높다. 한라산 백록담 북벽에서 발원한 한천의 하류 구간인 사업부지 내 하천은 한라산국립공원 안에 있는 고지대 상류 계곡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만큼 아름다운 경관과 생태계를 갖고 있다. 
 

제주도롱뇽 원앙 매 북방산개구리

 
이 하천 구간은 웅장한 규모의 기암괴석과 커다란 소, 그리고 하천변의 울창한 상록활엽수림으로 구성돼 있다. 하천 곳곳에 있는 수많은 소들은 양서파충류와 수서곤충의 서식공간이기도 하다. 최근 조사에서는 북방산개구리와 제주도롱뇽이 발견됐다. 또한 종가시나무 등에서 떨어지는 도토리들을 먹기 위해 수백 마리의 원앙(천연기념물 327호)이 날아오고 있다. 도심과 가까운 공원에 이처럼 원앙이 대규모로 날아오는 경우는 드물다. 원앙뿐만이 아니라 매(멸종위기 야생동물 I급)도 이번 조사에서 발견됐다. 
 
오등봉공원 내 한천의 종가시나무
 

설문대 할망의 족두리

 
오등봉공원 안 한천의 전경
 
생태환경가치뿐만 아니라 이곳은 제주 선조들의 애환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풍부히 담긴 곳이다. 제주의 창조 여신인 설문대 할망이 머리에 쓰고 다니던 족두리였다고 전해지는 바위(족감석), 밤마다 빨래 방망이 소리가 들린다는 항소, 바위에 어두운 방에 빛이 들어오도록 창을 뚫어놓은 것 같은 구멍이 있는 창꼼소, 판관 일행이 풍류를 즐겼다는 판관소, 애개의 슬픈 전설이 담겨있는 애개소, 민물게가 많이 살았다는 깅이소 등 수많은 제주 전래의 이야기가 담긴 장소들이 곳곳에 빼곡하다.
 
오등봉공원과 한천은 생태계 동식물들의 피난처로, 도시에서 벗어나 휴식을 찾는 사람들의 안식할 공간으로 남아야 한다. 사람과 자연을 위한 공공지대로 남겨야 한다.
 
글 /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eco1826@empas.com
사진 / 제주환경운동연합 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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