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의 주인은 뭇 생명들이다

지리산 정령치 도로를 차가 아닌 두 발로 걷는 사람들
 
기후 위기와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직면한 지도 어느새 1년 반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저질러 왔던 반생태적 행동들에 대해서 처절한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리산에 깃들어 사는 그리고 지리산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머니의 산 지리산의 의미를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아픈 대한민국을 보듬어 주고 치유해 주는 지리산의 역할이 앞으로 얼마나 더 중요하게 자리할지 충분히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지리산은 안타깝게도 상처투성이로 신음하고 있다. 확실치도 않은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미명으로 온갖 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거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게 현재의 지리산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지리산 댐 건설 계획에서부터 여러 지자체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케이블카 설치 계획 그리고 최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하동 알프스 프로젝트’에 ‘남원 산악열차 설치 계획’ 등 끊임없는 개발 망령들이 민족의 영산 지리산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죽음의 지리산 관통 도로

 
이에 우리 지리산 사람들과 종교계 그리고 지리산을 아끼는 국민들의 이름으로 지리산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을 정부와 지자체에 요구하기로 하고 그 첫 번째 몸짓으로 ‘성삼재·정령치 도로 전환연대’를 출범키로 하고 지난 4월 29일 출범식을 가졌다. 연간 45만 대의 차량이 통과하는 지리산 관통 도로는 성수기 통행 차량 폭증으로 인한 교통 체증과 탄소 발생량 증가 그리고 수많은 로드킬 발생에서 해마다 그 심각한 폐해를 목도하고 있다. 1988년에 올림픽 관광객들을 유치해서 돈 좀 벌어보자는 생각으로 지리산의 산허리를 관통하는 아스팔트 도로를 깔아버린 이 낡은 유산을 문재인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2050 탄소 중립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임이 분명하다. 
 
이제는 지리산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이 도로들에 대한 자연생태 복원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란 게 환경단체와 학계의 중론이다. 진작부터 국립공원 지정의 취지와 생태환경을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성삼재·정령치 도로의 아스콘 포장을 뜯어내고 원 상태로 복원하는 것이 좋겠지만 지역 주민들의 이동권 보장에 대한 고려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성삼재, 정령치 도로의 재자연화를 논의할 민관학계를 아우르는 협의체 구성을 위해 정부 유관 기관에서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고 이를 통해 우선 도로의 이용 방식이라도 바꿀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물론 지리산 관통도로의 생태복원이 결코 단기간에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임을 알기에 차량 운행을 점차 줄여나가는 방안으로 전기차나 수소차 등 친환경 셔틀버스 운행도 대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를 위해 지역민 주도의 사회적 기업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주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리라 기대가 된다.
 

지리산이 행복해야 우리도 행복

 
지난 4월 3일, 빗속에서도 우리 지리산 사람들은 남원시에서 산악열차를 놓겠다는 정령치 도로를 두 발로 걸었다. 해발 1172m의 정령치에서 고기리까지 걸으면서 만난 지리산의 뭇 생명들을 보면서 인간의 그 얄팍한 상술이 지리산의 원래 주인인 그 생명들을 얼마나 위태롭게 하고 있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을 할 수가 있었다. 함께 걸었던 길동무에는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도 있었는데, 그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단절과 죽임 도로가 되어버린 이 도로를 걷어내어야 한다는 사실을 길동무 모두가 공감했다.
 
‘성삼재·정령치 도로 전환연대’ 출범을 계기로 지리산이 탄소 중립 실현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녹색 커튼으로 거듭나길 바라면서 지리산이 아프면 우리도 아프고 지리산이 행복해야 우리가 행복하다는 사실을 모두가 잊지 말았으면 하는 게 지리산의 품에 안겨 살아가는 지역 주민의 간절한 바람임을 알아주길 바랄 뿐이다.  
 
글・사진 / 최세현 지리산생명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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