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악열차가 내쫓는 것들

지난 8월 3일 형제봉에서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 퍼포먼스가 100여명의 5개군 주민들과 환경단체 회원들이 모여 진행됐다 Ⓒ지리산산악반대대책위
 
고향에 돌아온 건 2018년 11월이었다. 우리집이 지리산 남부능선 중턱이고 이 곳에서의 삶은 도시처럼 많은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가 알게 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그 겨울이 지날 무렵인 2019년 2월, 한수원이 양수발전소 사업 후보지를 공모했고, 우리집은 수몰될 위기에 처했다. 이제야 우리집을 좋아하게 됐는데 떠나야 한다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환경운동가가 아니다. 환경을 지키는 것보다 내 자신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사람이다. 하지만 양수댐 반대운동을 하면서 ‘너는 샴푸 안 쓰냐, 디젤차 타지 않느냐, 타 지역에 양수발전소 건설할 때에는 뭐 했냐’는 등의 공격을 받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하동군의 양수발전소 유치계획은 10일만에 철회되었다. 그 동안 지역사람들은 찬반 양론으로 갈리기도 했고 사업설명회를 들어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주민들이 주도한 10일 동안의 짧은 반대운동에도 지역의 낡은 갈등들이 튀어나와 서로를 괴롭혔다. 내 고향의 군수가 누구인지도 몰랐던 나는 윤상기 하동군수를 미워하게 되었다. 하동군수 윤상기는 2018년 재선에 성공했고, ‘알프스하동 프로젝트’를 공약사업으로 내걸었다. 이 프로젝트는 지리산에 산악열차와 모노레일을 건설한다는 프로젝트로, 현실성이 없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지역에서 당선되는 수많은 단체장들의 개발공약 중 하나였고, 단지 이번에도 우리 마을이 사업대상지역에 포함되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나빴을 뿐이었다(양수댐 유치 철회 이후 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 모노레일은 괜찮냐고 운을 떼기도 했다). 
 
지난 6월 기획재정부에서 ‘알프스하동 프로젝트’를 상생조정기구인 ‘한걸음모델’에서 과제로 선정하기에 이르렀다. 산 정상부에 산악열차와 케이블카, 모노레일 등 대규모 관광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인 이 프로젝트는 2015년 전경련이 제안하고 정부가 발의한 「산악관광 진흥구역 지정에 관한 법률」로부터 시작된다. 이 법에 따라 산악관광 진흥구역으로 지정되면 산 정상부를 깎아 대규모 관광시설을 건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법은 해당 지역이 지리산이든 대관령이든 한라산이든 상관이 없었다. 국회에서 계류되다가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자동폐기 되었다. 산 정상부를 대규모로 개발하는 산악관광사업은 2018년 대통령직속 일자리 위원회와 경남도에서 주관한 일자리 대토론회에서 윤상기 하동군수의 ‘알프스하동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다시 거론되었고 2020년 6월 신산업 창출이라는 명목으로 기획재정부의 한걸음모델 선정과제로 채택되었다.
 
지난 7월 11일 하동군 화개면에서 지리산산악열차 반대대책위가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는 환경성, 공익성, 경제성, 기술성 모두 부족한 지리산산악열차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라고 요구했다 Ⓒ지리산산악열차반대대책위
 
‘알프스하동 프로젝트’는 여섯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 번째 문제는 지리산과 섬진강이라는 자연환경에 기대어 살았던 뭇 생명들과 주민들을 무시하는 사업계획이라는 점이다. 사업대상지역은 생태자연도 1등급지역이며, 수백억을 투자해 간신히 복원에 성공한 천연기념물 반달가슴곰의 주요서식지다. 반달가슴곰이 서식지를 잃으면 마을로 내려가 갈등이 벌어지거나 죽어갈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이 사업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침체된 경제를 부양시킨다는 주장의 허구성이다.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확산되고 세계 문명이 흔들리게 된 계기는 인간이 자연을 끊임없이 파괴하여 바이러스의 숙주인 야생동물들과 접촉이 잦아진 까닭이다. 이 상황에서 자연을 더 개발하여 산악열차를 건설하고 호텔을 지어 경제를 살리겠다고 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집단관광은 더 어려워졌는데 말이다. 
 
세 번째 문제는 지역경제가 활성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대규모 관광시설이 들어서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는 것은 옛말이 되었다. 산 정상에 관광호텔, 미술관 등 각종 위락시설이 들어서면 그 지역의 관광객들을 모두 흡수해 지역에서 소규모로 관광업을 하는 사람들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기획서에는 체류형 관광을 활성화한다고 하였는데 체류형 관광은 30일 이상을 그 지역에 머물면서 지내는 것을 의미한다. 과연 산악열차를 타기 위해서 그 지역에 한 달 이상 지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 건설 이후 그 일대가 공동화되어 폐허가 되었다는 사례는 이미 유명하다. 상생조정기구 위원들에게 설악산에 한번 가볼 것을 추천한다. 
 
네 번째는 민자사업이 가지는 위험성이다.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지방정부의 재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경남에는 마산 로봇랜드라는 세금 먹는 하마가 있다. 수천억을 들여 조성한 테마파크가 예상을 훨씬 밑도는 방문객수로 민간 사업자에게 세금으로 빚을 갚아줘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하동군은 이미 갈사·대송산업단지의 실패로 2280억이라는 빚을 감당해야하는 상황이다. 산악열차의 비용편익분석을 살펴보면, 이용객수가 수천 명만 차이가 나더라도 적자를 보게 된다. 적자가 나면 기업이 운영을 포기하고 철수하거나, 지방정부가 이익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유지할 것이다. 전자의 경우 흉물스런 폐허로 남을 것이고, 후자의 경우 하동군민과 정부가 감당해야할 부채가 늘어난다. 
 
다섯 번째 문제는 지역갈등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사회적 타협을 지향한다는 한걸음모델은 시작부터 주민간의 갈등을 유발했다. 반대 대책위 출범에 대응하기라도 하듯 졸속 진행한 사업설명회에서는 지역민 간에 고성이 오가고 대립하는 상황까지 발생했고, 찬성측 주민이 반대측 주민을 협박하는 일도 있었다. 
 
마지막 문제는 이 사업이 전국의 산림을 파괴하는 신호탄이라는 점이다. 만약 이 사업이 추진되어 산 정상부분의 개발이 허용될 경우, 이 땅의 모든 산들에 구멍이 뻥뻥 뚫릴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는 ‘한걸음모델’에서 ‘알프스하동 프로젝트’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재정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사업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는 것이 이상하다. 대책위 활동 중 기획재정부 관계자와 통화할 일이 몇 번 있었다. 위와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모든 것이 애매하지만 이해해 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돌아온 고향산천에서 평화와 안정을 되찾은 나에게, 산에서 밥을 먹고 짝짓기하고 새끼를 낳는 반달가슴곰에게, ‘네가 쫓겨나 죽을 수도 있지만 이해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일까. “나는 어쩌면 반달곰과 같은 처지”라고 인터뷰한 적이 있다. 이제 개발의 칼끝은 사람인 나에게까지 향하고 있다. 
 
내가 산악열차를 반대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를 부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삶과 지리산의 뭇 생명들의 삶을 긍정하기 위해서다. 각종 재난에 시달리는 현재 우리 사회를 지키기 위한 일이다. 결국 이 문제는 ‘우리 사회가 개발을 통한 성장을 언제까지 할 수 있겠느냐?’는 근원적인 질문에 다다른다. 섬진강 대홍수와 코로나19의 확산, 이로 인한 경제 공황은 이미 예견된 일들처럼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성장에 대한 환상을 버리기 시작했고, 크고 작은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이제 무얼 해야 할까?  
 
글 / 배혜원 지리산산악열차반대대책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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