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많이 지으면 서울시장 된다고?

 
2021년 4월 7일로 예정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자들이 쏟아내는 공약들이 심상찮다. 기후위기와 연동된 지속가능성의 위기를 악화시키는 헛공약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시대의 요구과 무관한 부동산 투기에 가까운 토건개발 일색의 공약들이다. 
 

‘집 지어줄게 표 달라!’는 후보들

 
서울시장 후보로 나온 출마 예정자들이 지금까지 쏟아낸 관련 공약들을 살펴보자. 먼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1월 14일 국회에서 가진 부동산 정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향후 5년간 서울에 73만6000호를 공급할 것’이라 밝혔다. 그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역세권, 준공업지역 개발은 물론 서울 시내에서 활용 가능한 가용부지, 용도를 다하지 못하는 개발제한구역 부지, 공공기관 이전 부지 등 각종 유휴 부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이미 고도로 개발된 서울 토지 가운데 공지를 쥐어짜 주택부지로 제공하고, 건축고도 또한 풀어서 고밀도 개발을 하겠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내용 속에 유일한 도시 팽창의 저지수단이자, 서울이라는 도시의 환경성을 결정 짓는 바로미터인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고 시사한 점이다. 주택만 더 건설할 수 있다면 그 어떤 환경적 무리수, 도시기능의 저하, 생활 어메니티의 하락도 감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린벨트 중에서 보면 실제로 나무가 전혀 없는 곳이 있다.”는 게 안 대표가 그린벨트 해제를 언급하며 한 말인데, 참으로 그린벨트와 도시계획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린벨트는 도시의 연담화를 방지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도하기 위한 도시성장 관리수단이다. 따라서 그린벨트 지역에 나무가 우거져 있지 않더라도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도심 외곽의 개발을 억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안 대표가 언급한 이른바 ‘훼손된 그린벨트’ 논란은 처음부터 개발이익을 노린 허구적 개발 프레임에 불과하다.
 
다른 후보의 공약도 매한가지다, 지난 1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21분 콤팩트 도시’ 공약도 심상찮다. 21분 안에 모든 것이 해결되는 콤팩트 도시로 서울을 재구성하겠다는 것이 이 공약의 내용이다. 박 전 장관이 공약을 설명하며 예로 든 것이 여의도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동여의도로 향하는 도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공원과 수직정원, 스마트팜, 1인가구텔을 조성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21분 콤팩트 도시’의 사례로 제시한 여의도는 이미 일자리, 주거 등 자족 기능을 전부 갖추고 있는 대표적인 고밀개발지역이다. 그런 여의도를 더욱 고밀도 개발을 하겠다는 박 전 장관의 ‘21분 도시’ 공약은 사실상 서울 곳곳을 여의도처럼, 그 이상으로 개발하겠다는 ‘부동산 난개발 선언’에 가깝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의 공약도 살펴보자. 나 전 의원의 공약도 다른 후보자들과 한 치도 다르지 않은 부동산 개발 공약이다. 나 전 의원은 지난 1월 31일 오후 태릉 그린벨트 앞에서 진행된 ‘동북권 발전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주민들에게 “태릉 그린벨트를 꼭 지켜드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헌데 정부는 2020년 8.4 수도권 주택공급대책에서 태릉 그린벨트에 1만 호의 주택공급을 예고한 바 있다. 액면만 보면 정부가 부동산 개발을 약속하고 나 후보가 그린벨트 보전을 약속한 것처럼 보인다. 나 후보의 태릉 그린벨트 보전 공약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나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주택 공급대책을 비판하며 내놓은 ‘그린벨트를 파괴하기보다, 재개발 재건축 규제를 해제하여 용적률을 높이고, 층고 제한을 해제하여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를 곱씹어 보면 문제가 없지 않다. 용적률과 층고제한 완화는 그 자체로 도시공간의 왜곡, 교통혼잡도 증가를 비롯한 다양한 부담을 부른다. 특히 그 실현 과정에서 건설사와 토지주에게 ‘폭발적인 개발이익’을 몰아주게 된다. 그렇게 개발되는 지역 인근에서 사는 시민들로서는 개발이익은 전혀 누리지 못하면서 조망권, 일조권, 교통 편의성 등 다양한 생활 어메니티를 박탈당하게 된다. 이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진짜 공약이 될 텐데 나 후보의 공약에는 그런 대책은 없다. 여기에도 좋고 저기에도 좋은 식의 공약은 현실성이 없다. 
 
지난해 12월 일찌감치 서울시장에 도전 의사를 밝힌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가 짚은 서울의 문제는 다음의 한 마디에 집약돼 있다.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서울이 지금 서울시 부동산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문제가 서울시의 핵심 문제이며 그런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서울에 주택이 부족하다는 진단인 것이다. 우 의원은 이를 풀 해법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공공주택 16만 호 공급’이다. 강북의 전철 지상구간을 지하화하거나, 한강변 도로 일부 구간에 덮개를 씌워 택지를 마련하겠다는 게 그의 복안이다. 실제로 서울시와 SH공사는 북부간선도로 500m 구간 상부에 인공대지를 만들어, 공공주택 990세대 등을 건설 중이다. 정부가 기 진행중인 도시개발정책을 공약으로 끌어들인 거야 그럴 수 있다고 치지만, 그런 개발에 더해 추가적인 토건사업을 일으키겠다는 게 공약의 핵심이다보니 그의 선거공약이 전형적인 토건개발공약이 아닐 수 없게 된 것이다. 서울에 주택이 모자라다기보다 투기용 다주택자들이 실거주용 주택 수요자를 시외로 내쫓거나 열악한 시내 주택에 고비용으로 세 살게 만들고 있다는 현실의 해결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 의원이 내놓은 또다른 핵심공약의 하나인 ‘2030년 내연기관 자동차 신규등록 금지’ 등은 사실. 이미 서울시가 2020년 7월에 발표한 ‘서울형 그린뉴딜 정책’의 시점을 5년 앞당기겠다고 한 것이라 참신하진 않다.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크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 부문 정책에서 기후위기 대응, 도시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정책 간 협응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 의원의 다른 공약들이 그러한 정책간 협동 위에 질서 있게 디자인 됐다고 보긴 어렵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부동산 공약을 내세웠다. 오 전 시장은 ‘향후 5년간 36만 호의 주택 공급’을 공약했다.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로 18만5000가구를 공급하고, 공공기관이 민간토지를 빌려 주택을 건설하는 상생주택 7만 가구, 여러 작은 집들을 모아 도심형 타운하우스로 만드는 모아주택제도를 도입해 3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한강변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규제를 50층까지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전형적인, 너무나 전형적인 도심 고밀도 재개발 공약이고 규모와 방식도 이전에 해오던 그 방식, 그대로다. 실현가능성을 논외로 하고 발상 자체가 토건사업으로 표를 얻겠다는 노골성이 현저할 뿐이다.
 

교통환경노동…기후위기는?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들 모두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 대규모 주택 공급을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대규모 택지 개발은 반드시 도시 녹지의 축소 등 반환경 어메니티의 축소와 연동된다. 그렇다면, 서울이라는 동일 면적에 더 많은 주택이 들어설 때 필연코 뒤따를 교통, 환경, 노동… 등의 더욱 다양하게 불거질 부문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건가? 그 모든 부문의 문제적 이슈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분명하다. 서울은 더욱 더 기후위기에 취약한 도시가 될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할 최후의 보루인 그린벨트 등 그린 인프라를 파괴하고, 자연경관을 사유화시키고, 하다못해 얼마 남지 않은 도심 속 공공녹지에다마저 집을 짓겠다는 발상은 지속가능한 도시로서 서울의 미래를 기대하기 힘들게 만든다. 당선이 목적이 아니라 서울이라는 거대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주택 개발에 목매는 토건개발공약이 아니라 기후변화라는 상수의 위기에 대한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주택 등 부문 정책을 디자인해야 옳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지속가능한 서울의 미래를 고민하며,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다섯 가지 핵심 과제를 제안했다.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선도하는 탄소중립도시 △쓰레기를 줄여 책임지고 처리하는 자원순환도시 △생활권 이동은 자전거가 담당하는 생태교통도시 △다양한 생명과 생태계를 존중하는 생물다양성 도시 △흐르는 한강을 품은 자연공원도시가 그것이다. 서울시장이 되려는 후보들이 시정의 핵심을 담은 공약을 설계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지속가능성의 확대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 수요가 있으니 주택을 추가 공급한다는 게 서울 시정의 핵심이어서는 안 된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시정이 작동돼야 한다. 시장 후보들의 공약은 그러한 시정의 예향, 방향타와 같다. 
 
기후와 에너지의 위기 시대에 서울이라는 도시의 미래가 ‘확장하고 확대되고 사람과 도시 인프라 밀도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일로직진해서는 서울은 지속적으로 그 자신의 지속가능성을 시험받는 위기에 중첩될 뿐이다. 1000만 명이 밀집해서 살아가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공간적 한계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2020년 수도권 인구는 2600만 명, 전국 인구의 50%를 넘어섰다. 이 도시권역의 밀도는 사람도 자연도 정상성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높다. 막대한 에너지를 외부에서 끌어와 이 기이한 고밀도 도시는 겨우 가동되고 있다. 
 

대선회를 요구하며

 
서울은 더 이상, 더 많은 집과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방식으로 가동되어서는 안 된다. 서울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도시기능을 축소하고, 축소된 기능을 다른 지역으로 분산해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서울은 전국 최저 에너지 자립도의 도시이며 자신이 소비한 쓰레기 처리를 다른 도시에 맡겨야만 겨우 도시기능의 유지가 가능한 도시다. 커지기보다 작아지고 외부화시킨 기후, 에너지, 환경 부담을 내재화하는 방식으로 서울은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기후위기시대 서울이 지속가능한 도시로 나아갈 방향이다. 오늘, 새로이 서울의 시장이 되려는 후보들이 자신의 시정이 어떠할 것이라고 보여주는 공약들을 재점검하고 그 지향을 토건개발에서 지속가능성의 확대로 대선회해야 할 이유가 거기 있다. 
 
 
글 / 최영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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