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돌고래, 법정에 서다

큰돌고래, 법정에 서다

글·사진 황현진 핫핑크돌핀스 jinaya86@hanmail.net

 

2011년7월 퍼시픽랜드 (14).JPG

(불법 포획한 멸종위기종 큰돌고래를 돌고래쇼에 이용한 제주 퍼시픽랜드. 2011년 7월)

 

지난해 7월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과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단지의 돌고래쇼에 출연중인 돌고래들이 국제보호종이자 멸종위기종인 ‘큰돌고래’라는 것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들은 불법 포획된 돌고래였다. 몇몇 어민들은 199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제주도 앞바다에서 조업하며 멸종위기종인 큰돌고래가 정치망에 걸려들 때마다 놓아주지 않고 마리당 700만~1000만 원을 받고 팔아왔다. 업자들은 이를 통해 돌고래쇼에 이용해온 것이다.


큰돌고래는 국제포경규제협약(ICRW)에 따른 국제적 보호종으로 태평양 일본 근해에서 살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제주도 해역에만 20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을 뿐이다. 현행법에는 고래 등 보호종을 포획하려면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며, 산 채로 그물에 걸려든 고래 등을 풀어주지 않고 보관·운반·판매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다.


2월 8일 흰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아침 제주지방법원 302호 법정에서는 국내에서는 최초로 돌고래 방생 관련 재판이 열렸다. 지난 20년간 국제보호종인 남방큰돌고래를 불법 포획해 돌고래쇼에 이용한 퍼시픽랜드의 죄를 묻는 첫 번째 공판이었다.

 

불법포획 인정하면서 방사는 안 된다는 업자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합니까?”(판사)
“모두 인정합니다.”(피고인측 변호사)
“검사 구형은 몰수형으로 할 생각인가요?”(판사)
“그렇습니다.”(검사)
“돌고래들이 방사되면 자연 상태에서 생존할 수 있는가가 쟁점이 될 것 같은데, 이에 대해 피고인은 의견서를 제출하셨죠?”(판사)
“그렇습니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는 고래류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 방사 시 생존 가능성에 대해서 답하기가 곤란하지만, 제주대학교와 고래연구소 직원들은 사견임을 전제로 돌고래들이 방사됐을 경우 자연에서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했습니다.”(피고인)


생존가능성 희박이라니. 전 세계적으로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들이 자유를 찾은 사례들은 꽤있다. 그리고 설령 방생 시 생존가능성이 희박하다하더라도 평생 인간들의 탐욕과 즐거움을 위해 쇼를 하다 소각장에서 생을 마감하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또한 부경대학교에 문의한 결과 생존 가능성이 있다는 대답을 듣기도 했다. 판사는 다음 공판까지 포획된 돌고래들의 방사 시 생존 가능성에 대해 관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피고인 더 할 말 없나요?”(판사)
“오래 전에 벌어진 일이라 남방큰돌고래가 국제보호종으로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현재 퍼시픽랜드 측에서는 보호종이 아닌 낫돌고래를 공연, 전시용으로 포획 승인 신청을 해놓은 상태입니다.”(피고인)


이날 열린 첫 번째 공판에서 피고인 퍼시픽랜드 측은 국제보호종인 남방큰돌고래 대신에 낫돌고래를 공연과 전시를 위해 포획하겠다는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국에 낫돌고래 개체수가 많다면서 포획 신청의 승인이 나면 낫돌고래를 포획해 돌고래쇼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20여 년 동안 불법포획된 멸종위기종 남방큰돌고래들을 가둬놓고 쇼를 시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비윤리적이고,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이제는 낫돌고래쇼를 하겠다는 것이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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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님,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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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바다가 아닌 수조에 갇혀 쇼에 이용되어온 큰돌고래들)


검찰이 제기한 혐의는 수산업법 위반이며, 첫 공판에서 피고인들은 혐의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이것은 퍼시픽랜드 측이 불법으로 포획된 남방큰돌고래들을 사용해 돌고래쇼를 해왔고, 이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챙겨왔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피고인 측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들도 모두 인정했다. 검찰은 퍼시픽랜드에 갇혀 있는 11마리의 남방큰돌고래 가운데 2마리가 폐사하고, 현재 9마리가 남아 있는 것으로 증거 자료를 제출했다. 피고인 퍼시픽랜드는 검찰 조사와 기소 과정에서 네 마리가 추가로 폐사해 총 6마리가 폐사했고, 현재 5마리의 남방큰돌고래가 살아 서 돌고래쇼에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일단 현재 살아 있는 남방큰돌고래들에 대해 ‘몰수형’을 구형할 뜻을 재판부에 밝혔다. 이는 즉 퍼시픽랜드에 갇혀 있는 남방큰돌고래들이 방생되어 바다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날 첫 번째 공판에서 돌고래들의 방류 시 생존 가능성 여부를 피고인 측에 물었다. 피고인의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한국에서는 고래류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 이에 관련된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제주대학교와 고래연구소 직원 등의 말을 인용해 돌고래들이 방생되어도 자연 상태의 바다에서 생존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학계 전문가들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니다. 또한 퍼시픽랜드에서 부경대학교에 문의한 결과 이들 돌고래들이 방생되면 생존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오는 3월 14일 두 번째 공판이 진행된다. 현재 퍼시픽랜드에 갇혀 있는 5마리의 남방큰돌고래들을 방류했을 경우 생존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가 재판의 쟁점이 될 것이다. 피고인 측은 농수산식품부와 고래연구소 등에 질의해 이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을 구한 뒤 자료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2월8일 재판 (3).JPG

(제주남방큰돌고래를 지키기 위해 결성된 ‘핫핑크돌핀스’는 재판이 열린 2월 8일 법원 앞에서 캠페인을 진행했다)

 

돌고래들이 있어야 할 곳!
재판을 마치고 법정에서 나왔다. 계단으로 급히 내려가는 퍼시픽랜드 사람들을 만났다. 퍼시픽랜드 사장에게 물었다.


“돌고래들을 방생할 의사가 있으십니까?”
그는 멈칫하며 고개를 돌려 답했다.
“법정에서 알게 되겠죠!”


전 세계적으로도 전시목적 포획이 이슈가 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도 돌고래쇼와 관련된 재판이 진행중이다.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 <PETA>가 테마수족관을 운영하는 시월드를 상대로 미국 수정헌법 13조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수정헌법 13조는 노예제도나 강제노역은 형사처벌에 의한 경우가 아닌 한 미국 또는 그 관할 내 어느 곳에서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PETA>는 이를 들어 시월드 측이 돌고래쇼에 동원하는 범고래들을 노예처럼 강제노역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6일 샌디에이고 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시월드 측 변호인은 “범고래는 미국 헌법 전문이 보호대상으로 하는 우리 국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PETA> 측 변호인은 “단지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노예화돼도 좋은가.”라고 반문했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우리는 그 소중한 생명들을 지켜 주고 보호해 주어야한다. 단지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자유를 빼앗고 강제노동을 시켜서는 안 된다. 돌고래들이 있어야 할 곳은 좁은 쇼장이 아니라 드넓은 바다다.


부디, 법정에서 현명한 판결이 내려져 더 이상 인간들의 탐욕에 의해 소중한 생명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불법 포획되어 좁은 쇼장에 갇힌 남방큰돌고래들이 다시 드넓은 바다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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