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이 부른 인재의 현장 강동골프장

아름드리 소나무가 성냥개비처럼 힘없이 꺾여버렸다
 
강동골프장은 2020년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됐다. 초여름 긴 장마가 덮친 폭우에 급격한 절개지마다 토사가 다 떠내려가고 앙상한 뼈대만 남았다. ‘원형보존’한다며 골프장 건설현장에 남겨놓은 소나무들은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으로 성냥개비마냥 꺾어져 일대는 쑥대밭이 되었다. 골프장 사업자와 관계 공무원들은 불가항력적인 천재라고 주장할지 모르나 현장을 직접 살펴본 필자는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인재라고 생각한다.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할퀴고 간 현장은 그만큼 처참했다. 
 

골프장 사업자 마음대로 개발해도 합법?

 
삶과 죽음을 가른 것은 숲이냐, 나무냐의 차이였다. 즉, 울창한 숲을 유지하고 있을 때는 서로 의지가 되어 역대급 태풍에도 큰 피해가 없었는데 골프장 건설을 위해 대규모 벌목을 하면서 조금씩 남겨놓은 나무는 온실 속에 자라던 화초를 허허벌판에 내놓고 태풍을 맞게 한 것처럼 모조리 꺾여버린 것이다. 감시망을 피해 잠입하여 현장 사진을 찍으면서 기가 막히고 말문이 막혔다. 재앙으로 이어지는 개발을 막아내지 못한 자책감에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강동골프장 공사현장의 태풍피해는 천재(天災)가 아니라 인재(人災)인 것이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이 강동골프장 건설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시점은 법적인 절차가 다 이뤄진 2020년 봄, 벌목작업을 막 시작한 때였다. 뒤늦게라도 인허가 절차에 하자가 있는지,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벌목작업 과정에서 불법은 없는지 면밀하게 살펴본 결과 몇 가지 중요한 문제점을 찾아냈다.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서 관리계획을 심사할 때 환경부가 반드시 보존하라고 특정한 지점이 환경영향평가 본안에서는 개발지로 바뀌었는가 하면, 관리계획 승인 당시 도면에 원형 보전지로 표시됐던 지역도 대부분 변경되어 있었다. 
 
환경부에서 최대한 보존을 하라고 의견을 달았던 녹지자연도 7등급 지역도 대부분 나무를 베어내고 절토를 했다. 녹지자연도 8등급과 9등급은 개발허가 자체가 안 되기 때문에 녹지자연도 7등급 지역은 개발이 가능한 곳 중에서 최상위 등급이다. 강동골프장 부지 74만여 ㎡ 중에서 녹지자연도 7등급 지역이 3분의 1이 넘는 약 22만 ㎡이니까 이곳의 숲 상태가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22만 ㎡ 중에서 원형지로 남겨진 면적은 5만 ㎡ 정도에 불과하다. 관리계획 승인과정에서 환경부가 제시했던 조건이나 의견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울창한 숲으로 남은 곳은 부러진 나무가 거의 없지만 듬성듬성 남겨놓은 나무들은 성냥개비처럼 부러졌다
 
이에 대해 울산시와 북구청 담당 공무원들은 녹지면적만 큰 변동이 없으면 위치를 바꾸어서 개발하는 것은 자신들 소관 사항이 아니고 문제없다고 주장한다. 환경영향평가를 담당하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환경부가 제시했던 조건부 승인과 원형지 보존 의견과는 반대로 된 환경영향평가서를 승인했다. 환경부가 반드시 보존하라며 조건부 의견을 달았던 ‘동남축’에 대해서 환경영향평가 초안까지는 보존으로 지켜졌으나 이후 본안에서는 개발로 바뀐 것이다. 이쯤 되면 환경영향평가는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개발사업자가 원하는 대로 명분을 만들어 주거나 면죄부를 주기 위한 절차로 둔갑했음을 보여준다.
 
당초에 환경부가 원형지를 보존하라는 의견을 내는 이유는 그곳의 임목 상태와 경사도를 감안한 것이다. 그런데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사업자가 원하는 대로 원형지 보존 위치를 바꿔줬고, 울산시와 북구청은 ‘그건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결국 골프장 건설사업자는 자기들이 개발하고 싶은 대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문제가 많은데도 인허가 절차를 거친 ‘합법적인 공사’여서 환경연합의 주장은 씨알도 안 먹혔다. 행정기관은 물론, 지역사회 언론들도 대부분 환경연합의 문제 제기에 침묵했다.
 

수상한 사업자 교체와 인허가 과정

 
개발제한구역인 이곳에 대한 관리계획 승인(즉, 개발허가)을 받은 것은 14년 전인 2007년이었다. 하지만 2019년 각종 인허가를 받아 벌목을 하고 토목공사를 시작한 것은 2020년이었으니 무려 13년이나 걸렸다. 그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첫 사업자가 중앙도시계획위원회로부터 관리계획 승인을 받고 환경영향평가 초안까지 진행한 상태에서 ‘동업자’로 끼어든 두 번째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 본안까지를 진행한 다음에 세 번째 현 사업자에게 사업권을 인수했다고 주장한다.  
 
첫 사업자를 제쳐두고 두 번째 사업자와 세 번째 사업자끼리 사업권을 사고팔았다는 것은 이상하다. 그래서 첫 사업자와 두 번째 사업자 간에는 법적 분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또 있다. 지방정부 정권 교체가 이뤄진 직후인 2018년 하반기부터 울산시장과 북구청장은 세 번째 사업자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나섰다. 세 번째 사업자와 MOU 체결, 공식 사업자 지정, 이후 인허가 절차까지 이례적일 정도로 빠르게 이뤄졌다. 선의로 해석하면 강동 관광단지와 시너지 효과를 위해서 골프장 건설을 지원하는 것일 수 있고, 의심의 눈초리로 보면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성 지원으로 보일 수 있는 대목이다.
 

마을 지키던 숲 빼앗은 골프장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문제는 골프장 건설로 인해 인근 마을의 태풍피해가 커진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산 아래 구남마을에서는 하이선 태풍에 당산나무가 쓰러졌다. 마을에서 나고 자란 70대 중반의 어르신은 평생 처음 겪는 태풍피해라며 골프장 건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1959년 사라호 태풍,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 등 역대급 태풍을 다 겪으면서도 건재했던 당산나무가 쓰러진 것이다. 골프장을 건설하면서 나무를 모두 베어냄으로써 방풍림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마을 사람들 주장은 일리가 있었다.
 
벌목한 한 절개지로 토사가 유출되고 있다
 
더욱이 앞으로 매년 상습적인 태풍피해를 우려했다. 울창했던 숲의 높이가 평균 15m는 되니까 벌목을 하는 것만으로도 15m가 낮아진다. 게다가 골프장 건설을 위해서 산을 깎아내리는 높이가 설계기준 18m라니까 산술적으로 33m 낮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동해안에서 불어오는 태풍을 막아주던 산 높이가 33m 낮아지는 것만큼 산 아래 마을의 태풍피해가 커지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강동골프장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에서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문제를 어떻게 다뤘는지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대규모 벌목과정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으나 처참하게 꺾여버린 강동골프장 건설현장의 소나무는 인간의 탐욕과 거꾸로 운영되는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고발한다. 강동골프장 건설을 막아내지 못하더라도 이후 제도개선을 위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글・사진 / 이상범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제작년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