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도시공원을 일몰로부터 온전히 지키기 위해

서울의 한 도시공원 ⓒ함께사는길 이성수
 
답 없이 꼬여있는 퍼즐 같았던 도시공원일몰제 문제를 풀기 위해 2017년부터 쉴 새 없이 달려왔다. 전국의 4451개 공원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전국을 다녔다. 여당 야당을 가리지 않고 국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처음에는 환경단체와의 대화를 어색해하던 많은 보수 야당 의원실조차도 지역구에서 공원이 사라지는데 변변히 자료조차 구할 수 없는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결국 공원을 살리기 위한 주요 법안들에 대해서 국회 내 반발은 없었지만,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의 높을 벽을 넘지 못했다. 국공유지 일몰 유예나 지방채 이자 지원 등 이런저런 성과도 있었지만, 여전히 공원일몰제는 남아있는 과제가 더 많다. 
 

국공유지와 대지 외 부지는 일몰에서 제외해야

 
가장 먼저 공원일몰에서 국공유지와 지목 상 ‘대지(건물을 지을 수 있는 용도의 땅)’ 등의 부지를 제외하는 일이다. 사실 헌법재판소는 애초부터 국공유지와 대지를 일몰대상에 포함시키라고 판결한 적이 없다. 1999년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을 다시보자. 먼저 재판부는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토지가 나대지인 경우, 토지소유자는 더 이상 그 토지를 종래 허용된 용도(건축)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됨으로써 토지의 매도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고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이용가능성이 배제된다.”고 지적하며 이를 “헌법상의 재산권보장에 위배된다.”고 봤다. 즉, 대지의 경우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용도가 정해진 땅인데 도시계획시설 부지로 정해놓고 장기간 집행하지 않은 것은 사적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바꿔서 말하면, 사적 재산권 침해 소지가 없는 국공유지와 대지 외 부지는 처음부터 대상이 아니었다. 
 
제주 오등봉공원의 창꼼소.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진행중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
 
미집행공원은 전국적으로 447제곱킬로미터에 달한다. 이중 헌법재판소에서 언급한 ‘대지’는 26제곱킬로미터로 전체 미집행공원의 6퍼센트도 채 되지 않는다. 당장 7월에 실효예정인 공원부지는 364제곱킬로미터이며, 이중 94제곱킬로미터는 국공유지다. 전체 실효대상 공원부지의 25퍼센트에 해당한다. 또한 도시공원으로 지정된 부지는 대부분이 임야다. 헌법재판소는 지목(토지의 이용목적)이 산(임야)이나 논밭(전답)인 토지의 경우는 어차피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지목이 아니기 때문에 공원으로 지정되더라도 산, 논, 밭으로 유지될 수 있다면, 원래의 목적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재산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명확하게 판시했다. 국공유지와 지목이 대지가 아닌 부지는 원칙적으로 일몰대상에서 제외해야 하는 것이 맞다. 
 
국공유지 실효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지난해 5월 국토부는 국공유지에 한해 실효를 10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고, 이어 국회 국토위는 도시공원일몰 부지 중 국공유지에 대한 실효기간을 10년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국공유지는 어느 한 부처만의, 한 공기업만의 소유 자산이 아니다. 국가의 것이고, 시민들은 함께 누릴 권리가 있다. 국가 재산과 관련하여 「국유재산법」이 존재한다. 국유재산법 제7조(국유재산의 보호) 제2항에는 ‘행정재산은 민법 제245조에도 불구하고 시효취득(일정기간 계속해 사실상 행사하는 자에게 그 권리를 취득케 하는 제도)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같은 법 제3장제27조 처분의 제한 제1항에 따르면 ‘행정재산은 처분하지 못한다. 다만, 교환하거나 양여할 수 있는 조건이 있다.’
 
즉, 지금처럼 모든 관계부처가 실효시점만 지나면 자신들의 땅을 해제하겠다고 호시탐탐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소한 국공유지만큼은 국유재산법만으로도 보전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부동산투자에 앞장서서야 되겠는가?
 

보전녹지와 도시자연공원구역 제도 활용해야

 
두 번째 과제는 보전녹지와 도시자연공원구역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도시자연공원구역은 공원 일몰제로 실효되는 공원부지의 난개발 등을 방지하기 위해 2005년 도입된 용도구역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동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토지소유자가 지자체장에게 도시자연공원구역 내 토지를 매수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매수판정 기준을 완화하고, 관련 행위 제한을 완화하는 등 제도의 적극적인 활용을 유도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지난 4월 29일에는 민간공원특례사업을 중단시킬 수 있는 훈령을 발표했다. 장기미집행 공원 중 민간공원특례사업으로 조성이 추진되는 도시공원의 경우 도시공원 실효 60일 전까지 가시적인 절차가 진행되지 않으면 해당 도시공원 부지를 보전녹지, 도시자연공원구역, 경관지구로 지정하거나 성장관리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즉, 민간공원특례사업 사업자로 선정돼 지자체와 협약을 맺었더라도 사업 추진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 합의가 완료되지 않았거나, 공원조성계획 (변경) 결정 고시가 이행되지 않으면 각 지자체장의 권한으로 민간공원특례사업을 중단시키고 해당 부지는 녹지로 계속 보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민간공원특례사업이 추진 중인 78곳 중 재정공원으로 전환되거나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13곳을 제외하면 이 훈령에 영향을 받아 보전녹지로 지정 받을 수 있는 곳은 현재 65개소다. 
 
보전녹지나 도시자연공원구역도 사실상 난개발이 가능하고, 기존 도시공원과 달리 세제혜택의 차이가 나타나는 등 대책으로서는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두 제도를 활용하면 무엇보다도 민간공원특례사업으로 개발 위기에 몰렸던 도시공원이 한 숨 돌릴 수 있을 것이다. 
 

함께 만든 공원일몰 위기

 
7월 1일 시행되는 도시공원일몰제를 앞두고 일부 공원에 개인 사유지임을 알리며 통행에도 제한을 두는 곳이 생겼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이 역시 일몰제에 대한 온전한 해법은 아니며 여전히 일몰제로 위기에 처한 도시공원들이 전국에 산재해 있다. 하지만 실효가 목 밑까지 다가온 이 시점까지도 어느 지역의 어떤 공원이 해제되는지, 면적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데이터가 없다. 중앙정부, 지방정부가 발표하는 보도자료는 저마다 그 면적이 다르다. 심지어 정부가 작성한 일몰 대상지 면적 자료에는 단순 사칙연산 검산조차 불완전한 경우도 있다. 도시공원에 대한 인식과 일몰제로부터 도시공원을 구할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자체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가을 국감에 국토부가 제출한 실효대상공원 자료를 보면, 여전히 공원 이름조차 붙어있지 않고 1-55호 등 숫자로 호칭하는 공원들도 많다. 20년 동안 공원이름도 없이 ‘1-55호’, ‘근린공원1’ 등으로 불러왔다는 것은 말 그대로 지자체가 ‘아무것도’ 안한 증거다. 이러한 공원들은 지자체에서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쥐도 새도 모르게 해제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름조차 없는 서류상의 공원을 사용 못하게 되어 빗발치는 시민들의 민원은 온전히 지방정부의 실책으로 기록되어야 한다.   
 
국회도 책임이 있다. 20대 국회는 도시공원 지키기에 실패했다. 시민사회는 도시공원 일몰제로부터 도시공원을 구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과 입법을 지속적으로 제안해왔다. 일부 개선이 있었지만 도시공원을 지키기 위한 법 제도 상당수가 여전히 잠들어 있다. 통과되지 못한 법은 △중앙정부의 지방정부에 대한 예산 지원과 토지 소유자에 대한 세제 혜택 △지방채 상환 기간 연장 △공원일몰제 시행 시점 3년 연기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부처도 한몫했다. 국회에서 입법안을 통과시키기 전에 정부 부처에 의견 회람을 요청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획재정부가 추가 예산 투입에 반대하자, 국토교통부도 함께 입법안을 반대한 결과다. 이번 재난기본소득 사태에서도 보았듯이 나라의 곳간 열쇠를 쥐고 있는 관료들이 엄청난 권력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21대 국회 역시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번 21대 총선 지역구 당선인들의 공약을 분석해보면 △개발제한구역/상수원보호구역의 합리적인 재조정, △국도/고속도로 연장 등의 공약이 최소 한 항목 이상 빠짐없이 들어가 있다. 우리 사회는 입으로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부르짖으면서도, 정작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의 지속가능성에는 그만큼 둔감하고 마이너스 감수성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도시공원 필요성에 대해서는 명확히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연합이 21대 총선을 앞두고 21대 총선에 나온 후보자들에게 도시공원에 대한 공개질의를 한 결과, 후보자들 92퍼센트는 본인이 출마한 선거구에 공원이 부족하다고 응답했으며 민간공원특례사업에 대해선 62.7퍼센트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시민들의 소중한 일상의 공간, 공원을 지켜야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자연과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 필요성에 더더욱 절박해졌다. 구글이 지난 4월 발표한 ‘공동체 이동 보고서’에 따르면 3월 27일부터 29일까지 한국인의 공원 방문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1월 3일부터 2월 6일까지의 평균치보다 약 51퍼센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에서 시민들이 마음 편히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공원임을 새삼 확인한 것이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2020년 7월 1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2020년 7월 1일은 가장 오래된 미집행 공원들이 해제되는 것이고, 그 뒤로도 미집행 도시공원들이 도미노처럼 실효 예정되어있다. 이 도미노를 멈춰야 한다. 기본적으로 시민들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개방성, 투명성, 민주성을 다시 신발 끈 동여매고 목소리 높여 요구할 때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국회가 되어야 한다. 친구들과 봄볕을 쬐는 일상에 대한 아쉬움이 높아진 만큼 21대 국회는 이를 외면하면 안 될 것이다.
 
 
글 /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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