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황새의 부활

둥지를 떠난 어린 황새들이 충남 예산군 예당저수지 옆 농경지에서 원형의 황새꽃을 이루며 어미새(가운데)가 뱉어낸 먹잇감을 받아먹고 있다
 
황새(멸종위기야생동물1급,천연기념물 199호). 우리나라에서 멸종된 대표적인 새다. 예로부터 ‘관학(冠學)’이라 하여 그림과 자수 등에도 흔히 등장한 황새는 한국, 중국, 일본의 역사와 전통문화 속에 신비롭게 살아 숨을 쉬던 친근한 우리의 이웃이었다. 짝을 맺은 한 쌍이 평생을 농촌 마을의 수호신으로 사람과 친숙하게 살아왔다. 유럽에서는 아기를 원하는 가정에 아기를 선사해주는 새로 여겨져 다산다복(多産多福)의 상징이었다. 
 
산업화와 더불어 자연습지가 사라지고 농약의 과다사용으로 황새는 지난 50년 이래 러시아와 중국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라졌다. 한국황새(Oriental White Stork)는 1971년 충북 음성군 생극면에서 마지막 한 쌍이 발견됐으나 수컷은 곧바로 밀렵꾼의 총에 맞아 죽었다. 암컷은 창경원을 거쳐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으나 1994년 숨을 거뒀다. 지구상에 남아있는 동북아황새는 그 개체수가 2000여 마리 안팎에 불과하다.
 
충남 예산군 광시면 대리에 둥지를 튼 A10황새와 B10황새 사이에 6마리의 황새가 부화했으나, 맨 마지막에 부화된 어린새끼를 A10수컷이 도태시키고 있다
 
유럽과 아프리카를 오가는 유럽황새는 아직도 적정 개체수를 유지하고 있지만, 동북아시아황새는 왜 멸종의 길을 걷고 있을까? 황새는 습지에서 서식하는 물새이다. 한국, 일본, 중국의 습지 상태가 유럽보다 건강치 못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논농사를 경작하는 동북아시아에서 농약과 비료의 과다 살포는 이들의 멸종에 결정적인 원인이다. 인간이 만든 논도 생물에게는 일종의 습지다.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이 일반화되기 전의 우리 논에는 수많은 개구리와 미꾸리, 붕어, 민물새우는 물론 우렁이가 살았다. 50년쯤 전에는 가을철 쌀 수확 이전에는 사람들도 영양식으로 즐겨 먹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다 못 잡아먹을 정도로 풍부한 습지생물들은 다른 수많은 동물들의 먹이가 돼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모든 것이 사라졌다. 
 
예산 황새공원 인근에 둥지를 튼 수컷 황새A10이 가족 부양을 위해 온종일 사냥 하느라 기진맥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황새 복원은 한국교원대 생물교육과 고 김수일(2005년 51세로 별세) 박사가 첫 삽을 떴다. 『황새야, 황새야!』란 자연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장안의 화제가 됐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 김 박사가 1996년 한국교원대에 <황새복원센터>를 건립했다. 같은 과 박시룡 교수와 협력해 러시아와 독일에서 2마리의 아무르황새를 들여오고, 이어서 일본에서 3개의 수정란을 들여와 2마리를 인공부화시켰다. 이들이 우리나라 복원 황새의 조상인 셈이다. 
 
2015년 ‘예산황새공원’이 설립되어 6마리의 황새 야생 방사가 처음으로 이루어졌다. 
 
한국교원대와 예산군이 주도하고, 한국전력과 LG상록재단이 후원해 둥지탑(황새가 서식, 산란할 수 있도록 철골조 뼈대를 세우고 상부에 원형 공골을 부착한 탑으로 황새들이 검불과 가지를 물어와 그 위에 깔고 둥지를 완성해 산란한다)도 곳곳에 설치했다. 예산 ‘황새생태공원’ 주변 농민들은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어 황새들이 삶의 터전을 일굴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주고 있다.
 
아침이슬이 맺힌 예산 들녘에서 어린 황새가 사냥한 미꾸라지를 꿀꺽 삼키고 있다
 
2021년 황새모니터링 집계를 보면 68마리의 황새가 방사됐고, 49마리의 황새가 야생에서 부화했다. 이 중 21마리가 폐사했다. 지난해 충남 천수만에서 방사한 황새가 자연둥지를 짓고 첫 부화에 성공하더니 올해는 경남 창녕 우포습지에서 1쌍이 자연부화에 성공했다. 황새복원사업을 시작한 지 25년 만에 진정한 한국황새가 부활한 것이다. 
 
황새의 개체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습지의 서식환경을 먼저 복원시켜야 한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과다 살포하는 농법에서 모든 생물들이 공존할 수 있는 유기농법으로 또 비교적 덜 유해한 생물학적 농약을 사용하는 농법으로 대체하는 것이 시급하다. 황새가 살지 못하는 땅은 결국 인간도 살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글∙ 사진 / 김연수 생태사진가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
 
* 더 많은 사진은 월간 함께사는길 8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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