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송유관 기름유출사고 구멍 뚫린 방재 시스템

화성 송유관 기름유출사고
구멍 뚫린 방재시스템

 

글·사진 허민영
화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myhur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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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유출 사고 후 신리천과 오산천 합류 지점에서 발견된 흰뺨검둥오리 사체)

 

지난 1월 1일 새해 벽두, 경기 화성시 동탄면 신리천은 기름에 뒤덮였다. 전남 여수에서 경기 판교까지 이어지는 남북송유관 호남라인(관로연장476km) 중 화성 동탄 지역에 매설된 관로에서 기름도둑들이 구멍을 뚫어 기름을 훔치다가 단속반을 발견하고 그대로 달아나버렸고 송유관에서 새어나온 기름(경유)은 곧 인근 농지, 농수로, 하천으로 유출되어 하천과 토양을 오염시켰다. 방재당국인 대한송유관공사와 화성시, 오산시는 사고 이후 약 13일간 긴급방재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미흡한 초동대응과 부실한 방재대책으로 피해를 최소화하지 못했다.


송유관 기름유출사고는 이번만의 문제가 아니다. 송유관에서 기름이 유출되어 인근을 오염시키는 일이 매년,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송유관 기름유출사고에 대한 재발방지와 근본적인 방재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오염 피해 키운 방재당국
환경오염사고에 있어서 초동대응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사시 이것이 잘 이행되지 않는다는 것은 평소에 방재시스템이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이번 화성 기름유출사고에서 피해가 가중된 가장 큰 원인은 사고 직후 기름의 하천유입을 차단하지 않고 해당지자체에 보고하지 않은 대한송유관공사의 부실한 초동대응에 있다. 이는 또한 대한송유관공사의 자체 대응매뉴얼인 「환경오염 긴급방제작업지침」에는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다.


대한송유관공사는 단속반이 도유범을 발견한 1월 1일 오후2시부터 27시간이 지난 1월 2일 오후 5시가 되어서야 유출 기름의 하천유입지점에 임시 방유둑(가물막이)을 설치했다. 사고 직후 농수로만 바로 차단했어도 하천 유입과 오염을 대부분 막을 수 있었다.


대한송유관공사와 행정 당국의 신속한 공조가 이뤄지지 못한 점도 큰 피해를 불러왔다. 해당 지자체에 보고하는 일은 가장 기본적인 절차임에도 대한송유관공사는 지자체에 알리지 않았다. 화성시, 오산시는 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사고를 인지하고 현장에 출동했다.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제16조에 따르면 ‘유류·유독물·농약 또는 특정수질유해물질을 운송 또는 보관중인 자가 당해 물질로 인하여 수질을 오염시킨 때에는 지체 없이 지방환경관서 또는 시·군·구 등의 행정기관에 신고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조항이 없어 환경부도 속수무책이다. 현재 이에 대한 조항을 신설하는 법률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중이라고 한다.


대한송유관공사는 이 사고로 경유 6만여 리터를 도유 당했으며 약 200리터가 유출되어 콘크리트 농수로(폭 1미터, 높이 1미터) 약 500미터, 신리천(하천폭 6미터, 오산천의 상류 소하천) 약 500미터가 오염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또한 상당한 축소은폐의혹을 사고 있다. 사고 직후 농수로에 고여 있던 기름의 양만 따져도 최소 10톤(1만 리터) 이상으로 추정되며 사고지점으로부터 6.4킬로미터 떨어진 오산천(하천폭 50미터 이상) 중하류까지 흘러내려온 상당량의 기름띠를 육안으로 확인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유출량이 고작 200리터에 그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대한송유관공사는 유출량 200리터에 대한 근거와 송유관 유출구를 차단한 시각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송유관공사의 이같은 태도는 오산천으로 흘러내려간 기름에 대해 무방비로 일관하는 등 더 큰 피해를 불렀다.


사고발생 1주일 후인 1월 8일 화성환경운동연합은 신리천과 오산천이 합류되는 방재현장에서 기름오염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흰뺨검둥오리 사체 1구와 물고기 사체 등을 발견하는 등 생태계 피해도 확인했다. 사고발생 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하천변 토양에 기름이 흡착되고 있는 광범위한 토양오염도 확인했다.


방재당국은 오일펜스, 오일붐, 흡착포, 집유정, 방유둑, 유처리제, 하천변 오염 식물 제거, 수질분석 등의 방재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4월까지 토양오염복구작업을 마칠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실태파악이 선행되지 않아 미흡한 대응이 될 우려가 크다. 또한 유처리제 사용은 필수적인 방재작업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지만 기름을 물에 희석시키고 물 밑에 가라앉게 하여 수생태계를 오염시키는 등 2차오염의 위험성이 높음에도 유처리제 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나 규제가 없는 것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기름유출사고 방재시스템 개선해야
2004년 원주, 2006년 화성, 2008년 영천, 대구, 2009년 순천, 2010년 영천, 2011년 청원 등 거의 매년 전국 곳곳에서 송유관 기름유출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대한송유관공사와 행정당국의 방재시스템 발전을 위한 노력은 더디다.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승인한 대한송유관공사의 안전관리규정은 정부에서 대한송유관공사의 안전관리를 감독하는 유일한 공식문서다. 하지만 이 규정은 20년 전인 1992년 만들어져 1999년 개정된 이래 보강된 내용이 없으며 이 또한 기름유출사고 등 특정 안전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아닌 개괄적인 안전관리수칙과 조직구조에 대한 규정일 뿐이다. 또한 대한송유관공사가 자체 제작한 「환경오염 긴급방제작업지침」은 필수적인 행동수칙만을 나열해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에 취약하며 적절한 대응이었는지에 대한 평가의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좀 더 세밀하고 현장성 있는 지침 제작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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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이 흘러든 농수로)


이번 동탄 사고에서 도유범들은 2011년 12월9일부터 올해 1월1일까지 15차례에 걸쳐 6만여 리터를 훔쳐갔다. 하지만 대한송유관공사는 송유관 유압 이상 징후도 발견하지 못했다. 대한송유관공사는 도유방지시스템 개발을 홍보하고 있지만 답보상태로 이에 대한 국가적, 국민적인 관심과 감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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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출된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흡착포로 뒤덮인 신리천과 오산천 합류 지점)


행정의 경우, 2007년 태안기름유출사고 등 잇따른 수질오염사고의 경험으로 예전에 비해 대응체계와 장비를 갖추게 되었으나 형식적인 방재에 그치는 부분도 없지 않다. 지자체는 환경부에서 제작한 「대규모 환경(수질)오염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을 따르고 있으나 담당공무원들은 159쪽에 달하는 내용을 평소에 숙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사고발생시 매뉴얼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화성시는 몇 차례 대규모 수질오염사고로 방재장비를 갖추고 있어 그나마 긴급대응이 가능하였으나 오산시는 방재장비와 체계가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오산천 기름오염에 대해 속수무책이었다. 장비를 갖추고 있는 지역 대기업의 도움으로 응급 대처하는 웃지 못 할 일도 생겼다.


송유관 기름유출사고는 최근 급증하는 도유사건과 송유관 노후에 따른 파손 등으로 또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기름유출사고는 재산상의 피해뿐만 아니라 주변 자연생태계 오염을 반드시 동반하는 매우 위험한 사고다. 방재책임당국인 대한송유관공사와 행정의 체계적이고 세심한 방재정책과 재발방지대책이 요구된다. 또 현재 방재작업에서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생태계 오염조사와 복구 작업 또한 작업항목에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대한송유관공사는 2001년 민영화된 이후 안전사고대응을 자체적으로 처리하고 있으며 사고지역 해당지자체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할 경우 방재조치에 대한 별도의 평가, 감시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 등 지역사회의 재난긴급대응시스템 확립이 필요하다. 송유관 기름유출사고 혹은 유류 수질오염사고 발생 시 지역에서 반드시 대처해야 할 몇 가지를 소개한다.

 

기름유출사고 8가지 행동지침

1. 지자체 등 행정당국에 즉시 신고
2. 하천, 토양으로의 진입로, 하천의 하류 차단(집유정, 오일펜스)
3. 기름유출량, 확산 범위 등 피해현황 파악
4. 방재당국의 방재계획 확인
5. 유처리제 사용을 지양할 것을 사전에 요청
6. 수질검사결과 확인
7. 토양오염조사 참여
8. 방재기간 및 방재종료 후 지속적인 시민모니터링과 당국에 적절한 조치 요구

(자세한 사항은 환경부 홈페이지에서 「대규모 환경(수질)오염 현장조치 행동매뉴얼」 다운로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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