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 공항? 흑산도 공황!

공항 건설 계획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흑산도 ⓒ황평우
 
울릉도 공항 건설과 함께 국내 최초의 섬 공항 건설 예정지가 된 흑산도. 이 작은 섬에 세워질 공항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건설되는 흑산도공항은 국립공원위원회에서 환경성, 경제성 등에 대해 심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국립공원위원회가 제대로 심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환경과 경제 양면에서 모두 ‘부적합’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반대의견들이 누락된 채, 찬성의견만 국립공원위원회 위원들에게 전달됐다는 사실이 드러난 상태다. 더구나 국립공원위원회는 환경부 차관이 위원장이며, 국토부 등 당연직 정부 관계자가 과반 수 이상을 차지한다. 객관적인 심의가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 사업의 적합성을 심사하는 첫 심의가 지난 11월 18일에 진행됐다. 이날 국립공원위원회 위원들은 ‘보류’ 결정을 내렸다. 구체적인 회의내용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환경부는 사업자가 요청하면 다시 심의를 한다는 입장이다.
 

비행기는 못 살고 새들에겐 천국인 곳

 
가장 유력한 흑산도 공항 부지는 대봉산이다. 흑산도 북동쪽 끝에 위치한 예정지는 예리에 위치한다. 1200미터 길이의 활주로와 계류장 1개소, 주차장 1개소, 여객터미널 1동, 관리동 1동, 경비초소 12동, 동력동 1동, 정비고 1동, 항공사지원시설 1동이 들어선다. 이 시설들이 들어서기 위해 대봉산 일대가 정리돼야 한다. 소나무숲이 우거진 대봉산 전체를 밀어버리는 것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흑산도 공항 부지는 대봉산이다. 공항이 들어서기 위해선 대봉산 전체를 밀어버려야 한다  ⓒ환경운동연합
 
흑산도의 공항 건설 계획은 2009년부터 시작되었지만 2011년 제4차 공항개발중장기 종합계획이 고시되고, 같은 해 자연공원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본격화되었다. 시행령 개정 후 국립공원 내에 소규모 공항 건설이 법적으로 가능해지자 2013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이다. 이후 2014년 전략환경영향평가 실시, 2015년 3월에 평가서 환경부 제출 등 추진이 가속화됐다.
 
그러나 환경부는 두 달 후인 5월에 사업자에게 보완을 요청했고 6월에 보완된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제출됐으나 다시 8월에 반려 결정이 났다. 그러나 사업자인 신안군은 10월에 또 다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재제출했다.
 
문제는 재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와 반려된 평가서에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재제출한 평가서는 통과됐다. 그간 반려된 이유는 국책연구기관의 검토 의견이 대부분 부정적이었고 결정적으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하 KEI)의 검토 의견이 공항 건설을 사실상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우선 KEI는 경제보고서격인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에서 사업자측인 신안군이 수요예측을 과도하게 부풀린 것을 지적했다. 연 항공수요를 60만 명으로 예측한 결과 B/C 분석 값이 4.38에 이르렀다. 이런 수요라면 흑산도 공항에서 사용할 50인승 비행기가 계절과 성수기에 상관없이 하루에 40회 이상 운항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흑산도 관광객의 수요는 지금도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 
 
사실이 이렇지만 사업자의 희망사항대로, ‘수요가 예측과 같다’고 가정해 보자! 문제는 그런 억지 가정 아래에서조차 흑산도의 기상이 하루 40회 이상의 비행을 허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연구보고서의 가정이야 사람의 임의로 가능하지만 자연기상조건까지 임의로 가정할 순 없다.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흑산도를 운항하는 배의 결항률의 최신 자료는 2010년에 15.6퍼센트에 이른다. 배를 운항하지 못할 정도의 기상에서 50인승 비행기의 운항이 불가능하다는 건 상식이다. 
 

개발동맹 억지에 항복한 국책연구기관들의 변심 

 
생물다양성과 서식지 보전의 측면에서 흑산도는 서해안 철새 이동경로의 주요 통과지점이고, 멸종위기야생생물 I, II급 조류 29종, 천연기념물 조류 23종 등 총 43종의 법정보호조류가 서식하는 지역이다. 특히 흑산도는 한반도 서남부를 거쳐 이동하는 이동성 조류들의 주요 중간기착지로서 국내 철새종의 약 70퍼센트 이상이 출현하는 중요한 지역이다. 사업계획지구인 예리 일대는 소형철새(산새류)들이 휴식과 취식을 하는 장소이며, 예리항 일대는 갈매기류의 주요 월동지이다. 만약 계획대로 공항건설을 시행한다면 예리 일대를 활용하는 조류의 이동경로가 단절되어 해당 종의 서식에 심각한 악영향이 생길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또 예리항 일대에 서식하는 갈매기류는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를 촉발하여 항공기 운항의 치명적인 위험 요소가 된다. 인근의 배낭기미습지를 대체 서식지로 활용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훼손되는 서식지 면적만큼을 확보한 것도 아니고 기존에 배낭기미습지를 이용하는 조류들의 서식을 교란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흑산도 공항 건설이 수지도 안 맞고 사람과 자연 모두에게 위험하다는 이러한 명백한 증거에도, 그리고 기존에 이러한 명백한 증거를 앞세워 건설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기도 한 KEI는 돌연 입장을 바꿔 2015년 11월 ‘평가서에서 가장 최적안으로 제시된 제3안(예리 대봉산 일대)의 입지를 신중히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함’이라며 찬성 입장으로 급선회했다. ‘철새연구센터’가 조류서식 빈도가 높고 갈매기 등과 항공기 충돌우려 높아서 입지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음에도 사업주가 재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대체 서식지 필요성’ 등의 의견을 달아 건설 찬성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도 당초 반대 입장에서 모니터링 강화, 항공기와 조류 간의 충돌 최소화 방안을 제시하면서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다. 국책연구기관이 어떤 이유로 개선점이 없는 평가서에 대해 다른 입장으로 돌아섰을지 추측하는 건 쉬운 일이다. 이제까지 대부분의 개발사업에서 늘 그랬듯 국토부가 국책연구기관들을 압박했을 것이고 또한 늘 그랬듯이 환경부는 암묵적으로 동의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책연구기관들의 근거 없는 태도 변화가 애초 그들이 정당한 근거를 가지고 내렸던 ‘건설 불가 판단의 정당성’조차 뒤엎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책연구기관들이 지적했듯 흑산도 공항의 경제성 B/C분석이 4.38이나 나왔다는 것은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의심스러운 값이다. 게다가 다른 지표인 지역경제 활성화효과 지수AHP값도 0.814로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낮은 수준이다. 이는 공항 건설의 경제적 효과가 지역 경제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공항을 운영하는 쪽에 몰린다는 것을 뜻한다. 비행기로 흑산도를 오갈 경우 숙박을 유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흑산도에서 숙박하지 않고 당일로 구경만 하고 섬을 떠날 것이다. 섬 여행의 백미는 배를 타고 여행하는 것에 있지 비행기를 이용한 초고속 관광에 있지 않다. 더군다나 목포항에서 흑산도와 홍도를 가는 배편을 이용하는 관광객의 숫자가 현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 목포 시민은 “흑산도에 공항이 생기면 목포 상권이 다 죽을 것”이라며 흑산도 공항 건설을 반대했다. 
 
공항 건설은 흑산도라는 생태를 파괴하면서 흑산도의 생태를 관광자원으로 삼으려는 모순적 입장에 서 있다. 공항 측은 경제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수요를 창출하려 할 것이고 이는 얼마든지 추가 공사로 이어질 수 있다. 소형 항공기로 수요가 부족하면, 바다를 매립해서 활주로 길이를 늘려서라도 대형 항공기로 수요를 확대하려 들 게 너무도 명확히 예상된다. 4대강사업에서 볼 수 있듯이 토건공사는 또 다른 토건공사를 부른다.
 
그렇게 추가 공사로 혈세를 퍼 붓고서도 별 효과가 없으면 전국의 수많은 적자 공항들처럼 흉물로 남게 될 것 또한 불문가지의 일이다. 국책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전국을 공사판으로 난도질했던 과정들이 딱 그러했기 때문이다. 
 

새들의 스트라이크, 대가는 주민과 여행객 목숨

 
지난 11월 17일 환경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흑산도 공항 건설 계획에 반대했다 ⓒ환경운동연합
 
뿐만 아니다! 공항이 들어서면 앞서 지적한 바대로 버드 스트라이크의 위험(새가 엔진이나 비행기의 기타 부분에 충돌해 비행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것)이 상존하게 된다. 한국공항공사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에 버드 스트라이크 방지를 위해 전국의 공항에서 포획한 새의 총 개체수가 1만478마리이다. 버드스트라이크 방지를 위한 조류 포획은 종을 불문하고 이루어졌기 때문에 여기에 법정 보호종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재제출된 평가서에도 조류 충돌 위험 정도가 매우 심각한 벌매, 황조롱이, 매가 사냥하는 모습이 빈번하게 관찰되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만약 흑산도에 공항이 생기면 철새들의 기착지인 흑산도의 새들은 ‘비행안전을 위한 포획’의 미명 아래 희생될 게 분명하다. 보호종을 불문하고 포획할 것이기 때문에 철새들의 서식과 안전에 심각한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흑산도에는 철새보호센터가 있다. 철새보호센터에서는 철새들의 이동경로와 서식지를 연구하기 위해 밴딩(가락지 끼우기) 작업 및 철새 보호를 위한 활동을 한다. 한쪽에서는 철새들의 서식을 심각하게 교란하는 공항 건설이 계획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철새를 보호하려는 센터가 있게 되는 셈이다. 
 
철새보호센터가 흑산도에 있다는 것은 흑산도가 철새들의 기착지로서 보호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흑산도 섬의 일부를 완전히 파괴하면서 철새를 멸종시키고 적자에 시달릴 공항을 건설한다면 이는 개발 기업에게 국민의 세금을 지원해 특혜를 몰아주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흑산도에 한 주민은 “정부의 행태를 믿을 수가 없다. 환경평가에 주민들 반대 의견은 반영되지도 않았다. 경제성도 없는 공항을 건설해서 자식들에게 물려줄 자연환경을 파괴하려고 한다. 흑산도의 미래에 관심도 없고 건설로 인한 이득만 보고 달려들 사업꾼들이 흑산도를 파괴하도록 놔둘 수 없다”고 분노했다.
 
누가 봐도 억지인 일이, 누가 봐도 기업의 이익을 위해 정부가 지역의 자연자산을 훼손하라고 허가를 해 주는 일이 흑산도에서 벌어지고 있다. 사람이 이 부당한 일을 못 막는다면 나중에 흑산도의 새들이 죽음으로써 항거하게 될 것이다. 그 때 피해는 단지 지역 주민만이 아니라 ‘그 날의 운수 나쁜 여행객들’도 입게 될 것이다. 이런 일을 정히 해야 하겠는가?
 
글 / 오일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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