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발암물질 위에 부산시민공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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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민공원 조성 부지. 미군의 옛 하야리아 기지가 오염된 채로 반환됐지만 

제대로 된 정화 없이 시민공원이 조성돼 논란이 되고 있다 출처 부산시청

 

부산진구 범전동 및 연지동 일대 약 53만4932제곱미터(16만 평) 규모로 입지했던 미군의 옛 하야리아 기지 부지는 지금 한창 부산시민공원 조성을 위한 공사중이다. 공원이 조성되면 연간 500만 명의 시민이 공원을 이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나무 미로 공원과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음악분수, 부산시민공원 역사관과 문화공연장 등이 들어설 부산시민공원은 광역시임에도 가족 여가시설이 부족한 부산시민들에게 휴식의 장소가 될 것이기에 시민들의 기대가 높다. 하지만 시민들과 아이들의 휴식처가 될 이 공간에 현재 토양오염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100년 만에 돌아온 땅

 

부산시민공원 부지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경마장으로 사용한 곳이었다. 한국전쟁 중에는 미군의 물자 보관창고로 사용되고, 이후 미군의 주둔 기지로 사용되었다. 1905년부터 2006년까지 근•현대 역사 100년 동안 이 땅은 대한민국의 땅이라 부를 수가 없었다. 미군의 기지라 접근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치외법권’지역이었기 때문이다. 

기지가 들어설 당시에는 부산 도심 외곽 지역이었지만 부산진구 서면이 중심 도심지가 되면서 하야리아 기지와 인접하게 되었다. 이런 역사적, 지리적 요인으로 하야리아 부지에 대한 반환 운동에 힘이 실리게 되었다. 1990년대 초부터 미군기지 반환 운동이 시작된 후 90년대 중반 시민단체가 참여한 범시민운동으로 확산됐고 마침내 2006년 8월 하야리아 기지는 공식 폐쇄하게 되었다.

2009년, 반환되는 기지의 오염문제가 계속되자 한미양국은 SOFA규정 내에 ‘JEAP’, 즉 ‘공동환경평가절차서’라는 미군기지 오염 평가 방식을 새로 도입했다. 정화 기준을 초과하는 부분이 발생할 경우 미국 측이 자체 비용으로 치유한 뒤 기지를 한국에 반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2009년 이후 반환된 7개의 미군기지에 대한 ‘위해성 평가’ 결과 6개가 위해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유일하게 위해성이 인정된 부산 하야리아 기지도 부지 전체 면적의 0.26퍼센트만 위해성이 있는 것으로 결론 내려졌다. 토양오염정화 비용은 3억 원. 하지만 미국은 이조차도 부담하는 것을 거부했다. 

오염조사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105일 중 30일 밖에 수행하지 못했음에도 미국은 SOFA규정을 근거로 조사가 완료되었음을 강요했을 뿐만 아니라 SOFA부속서인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에 의거해 그 내용의 공개조차 차단했다. 

환경오염의 여부를 비롯하여, 오염의 수준에 대해 그 어떤 것도 알 수 없는 채로 굴욕적으로 반환된 것이다.  

 

토양오염정화작업 완료했다는 부산시. 하지만

 

부산시민공원 조성 부지 토양이 오염되었다는 제보를 받고 땅을 3~5미터 파내어보니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기름 범벅의 흙이 발견됐다. 토양오염정화사업을 마쳤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하야리아 기지 반환 후 국방부가 주관한 토양오염정밀조사는 환경공단의 주체로 이루어졌다. 조사 완료 후 이관 받은 부산시는 오염정화실시설계를 하고, 17개월간 환경오염정화 작업을 했다. 토양오염 정화 사업을 실시한 부산시는 14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부지의 토양오염을 완전히 치유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초 오염정화 비용이 3억 원에서 143억 원으로 늘어난 것이나 2009년에 실시한 한미 합동 환경오염 조사에서 200여 곳 이상에서 발견되었던 벤조피렌이 2010년 반환 후 시행된 토양 오염 정밀 조사에서는 4곳이라고 보고가 되어 있는 등 의문점이 많았다. 벤조피렌뿐만 아니라 여러 유해물질들이 허용기준치를 넘은 것으로 조사되었는데도 부산시가 진행한 2010년의 ‘환경오염 정밀조사’와 2011년에서 2012년의 ‘환경오염 정화사업’에서는 이러한 결과가 누락되었다. 

또한 최근 부산 KBS의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토양오염에 관한 방송을 취재하는 도중 지하에 매설된 콘크리트 구조물이 발견되었다. 지하 매설물의 경우 모두 제거되어야 함에도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으며, 부산시민공원 추진단과 부산시 등 공사 관계자는 이 사실조차 몰랐다고 한다. 단순한 오류나 불찰로 판단하기에는 사안이 너무나 중대하고 민감하다. 하야리아 환경오염 사실에 대한 누락은 부산시의 의도적인 은폐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2010년 부산환경연합에서 한미합동 위해성 평가 보고서를 공개하라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1급 발암물질 벤조피렌의 오염도를 알 수 있었다. 부산시민공원 환경오염 조사 및 위해성 평가보고서(위해성평가보고서)에 따르면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Benzopyrene)과 비소(As)가 부지 내 각각 216개, 455개 시료에서 기준치를 초과했다. 벤조피렌과 비소는 국제암연구소(IARC)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로, 벤조피렌은 물질을 태울 때 발생하는 연기 등에서 발생하고, 비소는 옛날 임금이 내렸던 사약의 주성분이며 맹독성으로 유명하다. 이런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과 비소가 정화되지 않은 토지 위에 부산시민공원 공사가 진행중인 것이다.

이외에도 나프탈렌, 석유계총탄화수소(THP) 등도 기준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경북 칠곡 ‘캠프 캐럴’의 고엽제 매립에 대한 증언이 나오자 하야리아 부지에도 고엽제 매립 의혹이 나왔고, 미군이 사용했던 건물을 철거하면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되기도 했다.

 

부산시민공원 조성 공사 서두르는 이유는?

 

부산시민공원은 2014년 3월 개장을 목표로 한창 공사가 진행중이다. 현재 시민들에게 기증 받은 나무를 식재하고 있는데, 50퍼센트가 완료된 상태라고 한다. 오염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되는 가운데에도 공사를 강행하는 이유는 허남식 시장의 임기 내에 시민공원을 완공하기 위해서라는 의혹이 크다. “100년 만에 기지도 반환 받고, 그 부지에 명품 부산시민공원을 개장했다.”는 완료형 타이틀을 자신의 정치적 업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의도를 허 시장은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부산시는 즉각 공사를 중단하고 민관합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토양환경보전법(제15조)에 따라 관할 부산 진구청은 부산시민공원 오염원인자가 토양 관련 전문기관으로부터 토양정밀조사를 받도록 조치해야 한다. 하지만 부산시는 제기되는 의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공사를 강행하고 있고, 부산 진구청은 벤조피렌의 오염지역이 유류오염 지역과 겹쳐 유류오염정화를 통해 전부 정화했다는 해명을 하고 있다. 토양전문가들은 유류오염 정화 작업 방식으로는 벤조피렌이나 비소, 중금속의 정화는 되지 않는다고 한다. 부산시와 부산 진구청의 해명은 납득할수 없다. 부산시민과 어린이들을 위해서라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100년 만에 부산시민의 품으로 돌아와 부산시민공원으로 조성된다는 기쁨도 잠시, 부산시민들은 토양오염문제로 위기를 맞고 있다. 진정 부산시민을 위한다면 공원 공사를 서두를 것이 아니라 토양오염 정밀 조사를 실시하고, 실제적인 오염정화를 해야 한다. 

많은 시민의 관심과 협력 속에 찾은 부지에 오염문제가 남지 않도록 다시 한번 시민의 힘이 필요한 때다. 부산시민의 관심과 행동만이 부산시민공원의 오염문제를 치유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김진옥 부산환경운동연합 활동가 atlmo@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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