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10] 특별기획/ 연해주의 야생 호랑이/ 한상훈

연해주의 야생 호랑이
- 야생동물연합 러시아 방문기

사진제공 :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극동지부 생물학 연구소(촬영 : 빅토르 유딘 박사)
/ 한국 야생동물연합


배달민족의 용맹스런 조상, 발해인의 영토였음에도 잊혀져 가는 역사의 뒤안길에 남아 있는 유라
시아 대륙 극동지역 연해주. 그 곳은 아직까지 개발이라는 인간의 탐욕의 손길을 거부한 채, 호
랑이, 표범, 반달가슴곰, 늑대, 여우 등 한반도에서 사라져 가는 야생동물들이 자연 그대로 살아
가는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대자연의 보고’다. 또한, 야생동물에 흥미를 갖고 있는 사
람이라면 누구나 평생에 한번쯤은 방문하고 싶은 동경의 땅이기도 하다.
야생동물연합이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극동지부 생물학연구소의 초청을 받아 연해주 최대도시이
며, 러시아 극동함대사령부 기지도시인 블라디보스톡에 첫 발을 내디딘 날짜는 7월 19일. 우리
일행을 맞이한 필자의 연구협력자이면서 동시에 친우인 생물학연구소 유전학연구실 실장인 알렉
세이 크류코프 박사의 운전과 현지안내로 도착 다음날부터 호랑이와 표범을 찾아 나섰다.

천혜의 야생동물 서식지
첫 방문지는 구 소련 공산당 간부들이 사냥을 하기 위해 즐겨 찾던 삼림휴양지 ‘독수리 헌터 캠
프’. 블라디보스톡에서 동북 방향으로 약 1백50km 떨어진 산악지대에 자리잡고 있었다. 다음
날 캠프 앞산에 오른 방문팀은 구렁이와 까치살모사를 목격하고, 반달가슴곰 두마리의 흔적과 털
을 수거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 외에 지나간 지 한시간도 채 안된 사슴의 흔적과 멧돼지 목욕탕
을 볼 수 있었다. 이곳엔 이따금 호랑이도 나타난다고 한다. 한국의 산에 비해 야생동물의 흔적
이 즐비한 것이 부러웠다.
두번째 방문지는 우수리스크에 위치한 한카호의 호반림에 위치한 빅토르 유딘 박사의 호랑이 증
식캠프. 교육방송에 소개된 적이 있는 곳이다. 유딘박사는 연해주 일대의 호랑이, 늑대 등 육식
동물의 생태권위자로 2년 전에 생물학연구소 포유동물연구실 실장을 그만두고 자신이 보호하고
있는 호랑이의 증식에 몰두하고 있다.
그의 호랑이 캠프에는 작년에 태어난 새끼호랑이 3마리와 어미호랑이 2마리, 반달가슴곰 2마리,
여우 2마리, 노루 3마리, 고슴도치 새끼 2마리가 유딘 박사 가족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필자
는 1997년 3월에 방문하여 암컷 호랑이 새끼 한 마리의 소유권을 양도받은 적이 있다. 필자는 그
동안 2천여불을 호랑이 보호기금으로 전달해왔다. 만일 한국의 산야에 호랑이의 자연서식회복을
위한 계획이 실행된다면 그의 호랑이 가족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3년 전에 태어
난 새끼호랑이는 러시아의 대자연에서 살고 있다.

한국에 야생호랑이 복원가능
세번째 방문지는 두만강유역 핫산지구에 위치한 케드로바야 파드 자연보호구. <생물학연구소>가
야외연구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관리하고 있는 자연보호구다. 이곳은 현재 연해주 전역에 30
마리밖에 생존하고 있지 않는 표범의 자연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책임연구자인 빅토르 코르키쉬
코 박사(국제적인 표범전문연구자)의 안내로 7월 24일 보호구 내 야생동물조사를 하였다. 산행채
비를 갖추고 삼림 내 소로를 따라 들어서자 동물들의 서식환경으로서는 최적의 환경임을 필자의
오랜 경험에 비추어 느낄 수 있었다. 10분쯤 걸어가자 코르키쉬코 박사가 소로변에 서 있는 나
무 밑둥을 가리키며 호랑이와 표범의 영역표식을 하는 나무라고 설명했다. 땅에서 높이 50cm에
서 1m 사이의 나무껍질이 벗겨져 있고, 위에서 아래로 긁은 발톱자국과 옆구리와 등을 기대어 비
벼댄 흔적을 볼 수가 있었다. 소로를 따라 다닌 멧돼지, 사슴, 오소리 발자국이 즐비하였고, 가
까운 숲 속에서는 암컷에게 사랑의 세레나데를 노래하는 수컷 사슴의 울음소리가 진동하였다. 빗
물이 고인 물웅덩이에서는 표범의 며칠 지난 발자국 흔적을 관찰하였고, 코르키쉬코 박사의 호의
에 의해 표범의 바위 밑 휴식처와 사향노루의 먹이식물(나무 위에 자생하는 지의류)과 정상 바위
틈에 20여마리가 모여있는 까치살모사 무리를 발견했다.


밀렵된 동물도 야생으로 돌려보내
두만강으로 이동해 다음날 오전 동안 두만강유역에 발달한 습지대에서 동물들의 흔적을 조사하였
다. 그러나 예상외로 삵과 너구리의 발자국과 배설물만 발견되고, 주변 산야가 산불로 파괴되어
선지 가장 흔할 것으로 생각되던 노루는 전혀 흔적이 없었다.
귀국예정 하루전인 27일에는 블라디보스톡에서 연해주 야생동물 밀렵감시민간단체 <불사조>
(Phoenix)를 방문하였다. 이 단체는 10명도 채 안 되는 소수 정예인력으로 중국으로 밀반출되는
호랑이, 표범, 반달가슴곰의 밀렵을 막기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압수한 어린 반달가
슴곰을 자연상태로 관리하여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사업도 작년부터 실행하고 있다.
짧은 일정 동안 이동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이상기후로 비가 많이 내렸지만 생동하고 있는 연
해주 자연의 생명력을 뼈 속 깊이 느낄 수 있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환경에도 불구하고 야
생동물보호와 연구를 위해 노력하는 그들에게 진심으로 찬사를 보낸다. 자연상태의 야생동물들
의 순수한 모습을 통하여 우리들은 잃어가고 있는 생명가치의 존엄성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것
이며, 지금 이 순간 살고 있다는 환희를 만끽할 것이다. 끝으로 나의 러시아 친우 알렉세이 크류
코프박사, 빅토르 유딘박사, 코르키쉬코박사 및 Phoenix 관계자에게 이 지면을 빌어 감사 드린
다. 러시아 학자들은 한국의 호랑이와 표범의 생존을 기대하며, 한반도 강산에 야생동물이 회복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을 약속하였다.

한상훈 KWIRC@chollian.net
야생동물연합 상임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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