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0] 난지도, 한국판 러브커넬이 될 것인가 / 이철재

난지도, 한국판 러브커넬이 될 것인가


난지도는 서울시의 택지조성사업이 막바지에 이르던 1978년 3월 ‘쓰레기 및 오물처리장’으로
도시계획 사업실시 인가가 나면서부터 서울의 쓰레기를 매립하였던 곳이다. 본래 꽃섬, 문도(門
島)라 불릴 정도로 철마다 만발한 꽃들과 수많은 철새들로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하던 난지도는
매립 당시부터 침출수 차단기능이 약한 충적층에 조성되었으며 홍수에 의한 침수 가능성이 상존
하던 곳이기도 했다. 난지도는 15년간의 매립기간 동안 8.5톤 트럭 1천3백만대 분량인 약 9천만
입방미터에 달하는 산업쓰레기와 생활쓰레기로 해발 90미터가 넘는 두 개의 쓰레기 산이 되어 지
금에 이르게 되었다.
93년 매립이 중단된 이후 난지도에는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어떠한 생명도 살지 못할 것만 같았
던 난지도는 그 생명력과 자연의 복원력으로 놀랄 만한 변신을 하였다. 이제는 2백56종에 달하
는 식물이 번성하는 난지도는 아카시아와 버드나무의 숲이 매립지 사면을 감싸 각종 생물들이 번
성하게 만들었다.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를 비롯하여 환경부 지정보호동물인 새호리기, 맹꽁이,
왕은점표범나비 등이 서식하고 있어 우리는 다시 살아나는 난지도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난지도 주변 광범위한 지역에서 황산가리 검출
그러나 난지도 매립지는 비위생 단순매립이라는 태생적인 한계로 인해 끊임없이 신음하고 있다.
매립지 전구간에 걸쳐 인체에 치명적인 휘발성유기화합물질(VOCs) 등의 발암물질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매립지 침출수 역시 차수벽 공사를 마무리 지어도 유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그 심
각함을 짐작하게 한다.
얼마 전 문제가 되었던 난지도 매립지 발암물질에 대해, 특히 VOCs에 대해 작년 서울시정개발연
구원에서 발간된 보고서 「난지도지역 환경성 검토 및 친환경적 정비방안 - 대기오염(휘발성유기
화합물질)관리」(이하 시정연보고서)와 서울시가 발간한 「밀레니엄공원 기본계획」(이하 밀레니
엄보고서) 중 VOCs 위해도 평가에 대해 각각 비교하여 검토해 보았다. 그 결과 최소 6가지 물질
이 미국환경보호청 기준을 초과하였음에도 발암물질의 위해성을 고의로 누락한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시정연보고서는 발암물질의 위해도를 부록에만 넣고 본문에서 이유 없이 누락시키고 있는
데, 다른 물질들의 위해성도 아무런 언급 없이 누락시켰다. 다시 말해 VOCs 측정 결과에는 밝히
고 있으면서 결과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에서는 그 위해도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사결과를 보면 염화비닐, 카본테트라 클로라이드, 벤젠, 사염화탄소, 클로로포름, 디클로로에
텐 등은 미국환경보호청 권고치(백만명당 1명)를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고 특히 사염화
탄소의 경우는 만명당 1.2명, 벤젠은 10만명당 2.3명이 암에 걸릴 정도의 위해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언급한 물질 중 벤젠은 백혈병과 임파암, 혈액암을 유발하고
클로로포름은 방광염, 염화비닐은 뇌, 폐종양, 간 혈관육종, 조혈, 세포조직 이상 및 간암을 일
으키며 디클로로에텐은 중추신경제 억압, 호흡기병을 유발하고 있는 물질이다.
그러나 시정연보고서는 매립가스의 유해물질을 75% 저감했을 때 남은 대기오염물질(VOCs)의 인체
건강 위해도는 최악의 경우에도 미국환경청의 안전기준을 초과하지 않는 수준이라고 결론내리며
조사결과를 교묘히 은폐하려 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유해물질 75% 저감을 전제로 결론을 내렸는
데 유해물질을 어떻게 75% 저감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방법과 내용은 전혀 언급하고 있
지 않다. 이 내용을 뒤집으면 앞으로 상당기간, 즉 대기오염이 75% 저감될 때까지 심각한 발암물
질에 노출된다는 말이다. 서울시의 밀레니엄보고서는 한 술 더 뜨고 있다. 이 보고서는 시정연보
고서를 인용하며 결론부분에서는 75% 저감이라는 전제마저 완전 삭제해 정책결정자들이나 일반인
들이 난지도 매립지와 주변의 발암물질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정리하고 있어, 서울시가
고의로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떨칠 수가 없다.

매립지 침출수 속수무책
난지도 침출수 문제도 비슷하다. 최근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난지도 쓰레기매립지 안정화 공사
가 부실과 편법으로 얼룩져 아연, 망간 등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이 한강으로 계속 유입되고 있
어 담당 공무원을 주의 조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서울시가 차수벽 공사가 마무리된 시점인
99년 6월부터 2년의 시간이 지나도록 62개의 확인공을 설치해야 했으나 시행하지 않았으며, 또
한 난지천 매립지 주변은 당초 설계를 무시하고 차수벽 시공을 제외한 것이 적발되었기 때문이
다.
그리고 작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실시한 매립지 주변 지하수 오염도 조사를 보면 난지도 쓰
레기매립지의 오염이 매립장뿐만 아니라 주변지역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된 것으로 드러났다. 시정
연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난지도 주변의 중금속 오염은 광범위하고 심각함을 보여준다. 서
울시가 새로운 주택단지로 개발하려는 상암동 택지지역과 국방대학원에 이르는 지역의 지하수에
서 시안(청산가리)을 비롯해 납, 카드뮴, 철, 망간 등 검출되어서는 안 되는 치명적인 중금속이
조사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현재 서울시가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차수벽 공사가 완공이 되더라고
10년 동안 연평균 2만여톤에 가까운 침출수가 차수벽 아래로 유출된다는 사실이다. 서울시와 시
정연은 96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는 침출수 유출방지 차수벽을 난지도 매립지 6킬로미터 둘레에 설
치하고 31개의 집수정을 통해 하루 60입방미터씩 양수하였을 때 차수벽 밑으로 유출되는 침출수
의 양이 극히 적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자세히 보면 10년 후에도 하루 37.9톤의
침출수가 차수벽 밑으로 유출되며, 10년간 평균은 하루 52.9톤으로 연평균 1만9천3백여톤의 침출
수가 유출된다. 그러나 차수벽 아래로 유출되는 침출수에 대해 서울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미국의 환경재난지역의 백배도 넘는 쓰레기매립
미국의 러브커넬(Love Canal)의 경우 2만여톤의 유해화학물질의 불법 매립으로 인해 환경재난지
역으로 선포됐다. 그것의 백배도 훨씬 넘는 2백90만톤의 산업쓰레기가 매립된 난지도의 상황을
비교해 보면 난지도 주변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알 수 있다.
이곳에 서울시는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제1매립지 위쪽 10만평 중 5만8천평에 골프장
을 짓고 나머지는 시민들의 산책 공간을 만든다는 것이다. 과연 골프공이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
는 곳에서 산책하는 시민이 누가 있을 것이며, 인체에 유해한 발암물질이 생성되는 곳에서 골프
를 치는 사람은 또 누가 있을 것인가. 또한 골프장 유지를 위해 사용되는 독성 농약은 정상부의
강한 바람을 타고 주변으로 확산될 것이 확실함에도 서울시는 그저 골프장 건설을 강행하고 있
다. 난지도는 전반적으로 다시 고려되어야 한다. 시민과 주변 생태계에 대한 안전성과 매립지 자
체에 대한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골프장과 같은 무리한 시설의 강행은 또다른 비극
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근본부터 다시 시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철재 leecj@kfem.or.kr
서울환경운동연합 조사팀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2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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