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9] 국·공유지 생태계보전지역 지정으로 동강은 지켜질 것인가

지난 8월 7일 동강유역의 국·공유지 65평방킬로미터가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동강댐 건
설이 백지화된 지 2년 2개월 만의 일이다. 동강댐 반대운동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6년의 세월이
흐른 셈이다. 그 사이 동강은 지자체의 난개발과 수많은 행락객들로 인해 본래의 모습을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다.
우리나라 동강에만 유일하게 있는, 동강할미꽃 자생지가 있는 절벽 일대는 아스팔트 도로건설로
잘려나가고 수질오염으로 다묵장어, 납자루, 배가사리 등 동강 민물어종의 27퍼센트가 사라졌
다. 동강을 상징하는 나무로 얽어서 만든 섶다리가 사라진 자리엔 대형 아스팔트 교각이 들어서
고, 밭 기반 조성공사라는 명목으로 불과 10여 가구 내외 마을 안길마다 시멘트 포장길이 닦이
고 있다. 무수한 민박촌과 각종 공사로 파헤쳐진 강바닥과 포크레인의 굉음이 끊일 날이 없는
게 동강의 현재 모습이다. 동강은 댐반대 운동 과정에서 유명세를 타게 되어 댐건설 백지화 이전
부터 상당부분 훼손되고 있었기에 오늘과 같은 상황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강원도가 이제껏 해온 일
동강댐 반대운동을 이끌어 왔던 환경연합은 댐건설 백지화 이후 동강 생태계보전운동과 함께 댐
건설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주민을 위한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당
시 생태계보전지역 지정에 손놓고 있는 환경부만 믿기에는 동강의 훼손 속도가 걷잡을 수 없어
강원도 차원의 보전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강원도 산하기관인 강원개발연구원과 공동연구를 진
행, 최종 방안으로 ‘생태계보전지역 지정’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하지만 막판에 강원도가 본색을 드러내면서 연구원에 압력을 행사한 결과 공동의 연구결론은 사
라지고 강원도가 의도하는 바대로 연구결과가 왜곡된 채 연구원 자체의 연구로 종결되고 말았
다.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동강댐 반대운동이 절정에 오를 무렵 자치단체장으로서는 처음으로 댐
건설 반대계획을 밝히고 나서 당시 동강댐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반대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댐
건설 백지화 이후 김 지사가 한 일이란 동강의 유명세를 이용해 이 지역을 관광유원지화한 일과
국비·지방비 300억원으로 강원도와 뜻을 같이하는 일부 주민들(과거 보상을 위해 투기영농을 일
삼은 주민이 대다수)에게 지원사업의 전권을 넘겨 이들이 동강의 각종 난개발을 일삼도록 지원
한 일이다. 더 나아가서는 환경부의 생태계보전지역 지정을 막기 위해 끝까지 반대했으며, 자연
휴식지(지자체가 관리 감독권을 가지는 제도로 난개발을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음) 지
정을 통해서까지 이를 막으려 했다.
결국 김 지사는 댐건설이 백지화로 기울어질 무렵 기자회견을 통해 반대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자
신의 정치적 이미지를 높였고 백지화된 이후에는 생태계보전지역이 지정되는 이 시점에도 골프
장 건설, 대규모 레저타운 건설 등 동강 일대를 개발하는 데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환경부가 책임져야 할 일
뒤늦게 생태계보전지역을 지정하긴 했지만 동강이 이렇게 파괴된 데에는 환경부 또한 책임을 면
할 수 없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환경부가 가장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동
강의 생태계 파괴는 댐백지화 이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그런데 환경부는 댐백지화 이후 즉각적
인 보전대책을 수립하기보다는 자연휴식지 지정을 운운하다가 2003년에나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
정하겠다는 한가한 주장으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해왔다. 결국 환경부의 늑장대응이 동강의 생
태계보전을 더욱 힘들고 어렵게 만들어 온 것이다.
동강의 난개발이 가속화됨으로 인해 생태계 훼손과 수질오염이 심각해지고 이에 대한 환경단체
와 여론의 책임 추궁이 높아지자 그제야 움직인 게 환경부이다. 그 결과 환경부는 지난 3월 국·
공유지 80평방킬로미터와 사유지 31평방킬로미터 등 111평방킬로미터 지역을 생태계보전지역으
로 지정하기로 하고 1단계로 국·공유지는 올 6월, 나머지 사유지는 내년까지 생태계보전지역으
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던 것이 강원도와 지역주민, 산림청의 반대에 밀려 국·공유지는 15
평방킬로미터 축소되고 사유지 지정 기간은 2007년으로 미루어졌다. 더군다나 제외된 사유지 대
부분은 개발 욕구가 가장 높은 동강과 인접해 있고 희귀 동식물의 서식지와 비경을 포함하고 있
다. 당장 예산배정을 해서 늦더라도 내년 안에 사유지가 생태계보전지역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
지 않으면 동강은 만신창이가 될 게 뻔한 상황이다. 환경부가 계획하고 있는 생태계보전지역 111
평방킬로미터는 동강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최소한의 범위이다. 동강 생태계가 제대로 지켜지
기 위해서는 사유지 추가 지정과 더불어 동강 일대 광역단위 계획 또한 수립되어 동강 경계에서
이루어지는 난개발이 제어돼야 한다.

주민도 살리고 동강도 살리는 길
동강 생태계 보전을 위해서는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 대책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
서는 사유지 매입에 필요한 예산을 시급히 확보하여 주민들이 빚 청산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현지
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동강과 함께 살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현재와 같이 밭 기반을 조성하고 대규모 버섯사를 건설하는 등의 주민지원 방식으로는 주민들의
정주환경 조성보다는 투기성 자본에 이익만 가져다준다. 동강을 원형 그대로 보전하여 그 생태
적 우수성과 자연경관의 가치를 높여 이 곳의 출입을 제한하고 엄격하게 관리한다면 일반적 유원
지나 다름없는 싸구려 이미지가 아니라 고품질 생태관광지역으로 각광받게 되고 이로 인한 이익
은 고스란히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강원도와 정부가 할 일은 지역주민에게 이러한 혜
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지역주민도 살리고 동강
도 지키는 대책이 될 수 있다.
동강댐백지화는 수자원의 혜택을 포기하더라도 자연유산을 지키겠다는 국민들의 성숙한 환경의식
이 낳은 역사적 결과물이다. 그러나 다른 환경사안과 달리 건설계획이 백지화되는 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개발이익에 눈먼 지자체, 개발을 원하는 주민들, 생태계보전의지가 빈
약한 정부, 이 한가운데서 동강 생태계보전운동은 새로운 각오로 이뤄져야 한다. 반쪽자리 생태
계보전지역이 될 것인가 온전한 국민의 강이 될 것인가는 전적으로 우리의 노력에 달려 있다. 그
리고 무엇보다도 국민의 참여가 없다면 결국 동강은 지켜질 수 없을 것이다.

김혜정 kimhj@kfem.or.kr
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2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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