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3] 경칩인가? 나가볼까?

경칩인가? 나가볼까?




벌레들이 먼저 깨는 경칩
‘옴친다’는 말은 ‘움츠린다’는 뜻으로,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일을 성사시키려면 마땅히 그
일을 위해 준비하고 주선할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 다른 의미로는 ‘개구리가 주저앉
는 뜻은 멀리 뛰자는 뜻이라’는 말도 있다. 아무튼 풀밭에 숨어 있던 개구락지 놈이 사람 발걸
음 소리에 놀라 펄떡 무논으로 뛰어들 때면 빠트리지 않고 찍! 오줌을 내깔기고 간다. 개구리는
오줌을 함부로 누지 않고 모아뒀다가 위험에 처하면 쏟아 부어 천적의 공격을 막는 데 쓴다.
맞다, 개구리를 양서류(兩棲類)라 부른다. 양서류를 ‘물뭍동물’이라고 불러도 좋다. ‘물과
땅 양쪽에 산다’는 뜻으로, 도롱뇽, 두꺼비, 무당개구리, 청개구리, 맹꽁이, 산개구리, 황소개
구리가 다 양서류다. 이것들은 모두 알을 물에다 낳고 알이 깨어서 올챙이가 되며 복잡한 변태
를 거쳐 땅으로 올라와 산다.
3월 6일이 겨울잠을 자던 벌레들이 깨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경칩(驚蟄)이다. 흔히들 개구리
가 동면을 깨는 날을 경칩이라고 하지만, 벌레가 요동치지 않으면 절대로 개구리가 나올 리가 없
고, 따라서 뱀이 굴 밖을 나서지 않는다. 먹이사슬의 순서대로, 앞쪽에 있는 벌레가 기어나오고
그것을 잡아먹고 사는 개구리, 다음에 뱀이 거동을 하게 된다. 뱀이 개구리보다 먼저 나오는 얼
토당토 않는 일을 자연계에서는 보기 어렵다. 다 순서와 차례가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어디 동
안거를 개구리만 하는가. 곰은 굴속에서 한잠 푹 자고, 스님들은 한 곳에 틀어박혀 참선을 겨우
내 한다. 개구리, 곰, 스님 모두 몸이 수척해지도록 수행하고 이제 활동을 개시할 때다. 봄이 그
래서 좋다!
동안거 중일 때의 개구리의 모습을 살펴보자. 참개구리는 땅속 깊은 곳으로 기어 들어가고, 물개
구리들은 개울물 속에서 피부호흡으로만 견딘다. 그리고 청개구리는 마냥 몇 켜의 가랑잎 속에
몸을 파묻고 겨울을 참고 지낸다. 땅속은 영상이고, 개울 속은 얼지 않으니 역시 영상인데, 땅
위의 낙엽덤불은 춥기 그지없다. 하여, 청개구리의 살갗은 제 색을 잃어버리고, 핏줄의 혈은 꽝
꽝 얼고, 사지는 뻣뻣이 굳어져 버린다. 심장과 허파의 일부에만 피가 돌고 나머지는 땡땡 얼어
빠져 냉동 상태가 된 청개구리는 지금쯤 그 언 피가 스르르 녹아 생기를 찾고, 허기진 배를 움켜
쥐며 벌레 찾아 나섰을 것이다.
절멸동물 중 양서류가 으뜸
청개구리(tree frog)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우리나라에는 단 두 종의 청개구리가 산다. 즉 도
롱뇽 무리 4종, 개구리 무리 13종을 합한 한국산 양서류 17종 중에서 두 종만이 나무에 산다는
뜻이다. 물론 이들은 가끔씩 호박밭에 내려와 살기도 한다. 열대지방인 우림지대에서는 80퍼센
트 정도가 나무에 기어올라 산다. 나무에 적응하여 사는 청개구리와 땅바닥에 사는 개구리는 보
호색은 물론이고 몸의 구조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보통 개구리는 앞다리에 발가락이 4개, 뒷다
리에 5개이며, 뒷다리에는 물갈퀴가 있다. 그러나 청개구리는 물에 살지 않기에 다리에 물갈퀴
가 없고, 대신 나뭇잎이나 줄기에 잘 달라붙게끔 땅개구리에는 없는, 발가락 끝에 주걱 모양의
발판이 생겨났다. 적응현상이 얼마나 무서운가?
아무튼 새 봄을 맞이한 개구리들은 먹이 찾기에 눈이 휘둥그레져 있을 것이다. 지난 가을에 비축
했던 기름기는 겨우내 홀랑 다 써버려 배가 홀쭉해졌고 뒷다리의 힘살도 맥 빠져 뜀박질도 뒤뚱
뒤뚱 제대로 안 된다. 그래도 살아야하니 눈에 불을 켜고 하늘 위를 노려본다. 개구리는 움직이
는 물체라야 덥석 물어 제치니 개구리 낚시를 할 때는 바늘 끝에 벌레를 잡아 꿰어서 풀밭 위를
흔들어대는 것이다. 개구리도 먹이 잡는데만 정신 팔다가는 어느새 뱀, 솔개가 달려드니 한시도
곁눈을 팔 수가 없다. 먹고 먹히는 이 한세상이 험하되 험하다. ‘약육강식’, ‘정글의 법칙’
이 어디 개구리에만 해당하던가? 이야기 끝에, ‘황소개구리’는 우리나라 양서류 목록에 넣을
까 아니면 흘러들어 온 녀석이라 빼 버릴까. 소위 말하는 ‘유입종’을 어떻게 대접해야 하느냐
는 것이다. 그렇게 다 잡아죽이려 달려들어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개구리가 아니던가. 사실 처음
부터 우리나라에 살아온 재래종 생물이 어디 몇이 되는가. 거의 모두 들어와서 자리 잡은 것이
요, 자연이 너 여기 살아도 좋다고 허락한 이상 우리 사람이 이래라 저래라 간섭할 계제가 못된
다. 어찌 대자연이 우리 사람만 못하겠는가. 하여, 황소개구리는 우리 개구리가 되었다.
그런데 지구에서 사라지는 절멸동물 중에서 양서류가 으뜸이라고 한다. 환경 오염에 따라 줄거
나 없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저 위 하늘 똥구멍인 오존층이 뚫려서 강력한 자외선이 내리 쬐어
개구리들이 죽어간다는 외국의 보고가 우리에게도 예외는 아닐 듯 싶다. 의외로 환경변화에 민감
한 개구리까지도 신경을 써야할 판이다. 개구리 만세!

권오길 okkwon@kangwon.ac.kr
강원대학교 생물학과 교수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2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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