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3] 봄을 알려주는 야생화, 앉은부채

봄을 알려주는 야생화, 앉은부채



꽃을 피워 봄을 알리는 식물들
우리나라의 봄꽃은 남부 지방과 제주도 지방에서 겨울에 이미 개화한 꽃들이 봄철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주로 개화와 함께 계절을 넘기는 식물들은 개불알풀, 한라민들레, 민들레, 방가지
똥, 등대풀, 동백, 서향, 백서향, 수선화 등이며 이들 꽃 중에는 겨울꽃에 속하는 것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내륙지방에서 가장 먼저 봄을 알려 주는 꽃들은 냉이, 꽃다지, 머위, 노루귀, 너도
바람꽃, 변산바람꽃, 광대나물, 현호색, 산괴불주머니 등이며 이들은 한적한 숲속에서 잎 사이
로 얼굴을 내밀 듯 꽃을 피워 내민다. 나무의 경우는 미선나무, 히어리, 진달래, 개나리, 백목
련, 산수유 등이 먼저 꽃을 피워 봄을 알린다. 하지만 큰 나무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봄꽃은 작
은 풀들에서 피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그래서 길가에 화사하게 피었다가 무심
코 지나가는 사람의 발길에 무참히 짓밟혀 만신창이가 되기 일쑤이다. 하지만 이런 작은 풀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귀여운 꽃술과 꽃잎이 빼곡이 모여 팔랑거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
나 너무 작은 꽃이기에 그리고 추운 날씨에 일찍 폈다는 이유로 벌과 나비들의 외면을 받기도 한
다.
겨울잠 깨우는 앉은부채
이 무렵, 높은 산이나 깊은 계곡의 습기 있는 골짜기 숲속에서 커다랗게 땅속에서 또는 얼음을
뚫고 나오는 꽃이 있다. 이 꽃이 피기 시작할 때면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도 봄이 왔다는 것을 알
고 잠에서 깨 활동하기 시작한다. 이 식물의 이름은 ‘앉은부채’로 천남성과의 여러해살이풀이
다. 천남성과의 풀이 대부분 그렇듯 이 풀 역시 독성분이 많아 사람이 먹으면 생명을 잃기도 한
다. 또 가지고 있는 외형 때문에 먹을 수 있는 나물로 오인되기도 한다. 주로 3∼4월에 자주색
의 꽃이 피고 6∼7월에 붉은색의 열매가 익는다. 앉은부채라는 이름은 잎의 모양이 부채처럼 넓
게 펴진 것에 연유하고 있다. 앉은부채는 대개 내륙지방 깊은 산간에서 자라며, 입춘(立春)이 지
나 봄이 되면 산간의 차가운 날씨와 빙설(氷雪)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먼저 꽃봉오리를 올린다.
꽃은 아이들의 손바닥처럼 생긴 포엽(苞葉, 꽃을 보호하는 잎)에 싸여서 피어나는데, 자주색의
꽃은 공같이 둥글며 군데군데 꽃술이 달려 있어 아이들 장난감인 도깨비 방망이를 닮아 있다.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이 꽃을 촬영하러 찾아가 보면 포엽만 남아 있고 안에 있는 꽃은 온데간
데 없고 옆에 짐승의 발자국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앉은부채의 꽃과 동
물의 재미있는 관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산짐승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가을이 되면 먹
을 것을 많이 섭취한 뒤 동면에 들어간다. 동면이 끝나는 봄이 되고 앉은부채가 꽃을 피워 동물
들의 잠을 깨우면 곰을 비롯한 산짐승들이 이 꽃을 찾아와 꽃만 따먹는다. 꽃이 피는 장소도 알
리 만무한 산짐승들이 어떻게 앉은부채의 꽃을 찾는 것일까? 앉은부채는 이들 산짐승들이 겨울잠
에서 깰 무렵이 되면 향기가 진한 꽃을 피워 이들을 유인한다. 그렇기 때문에 산짐승들은 묘하게
도 이 꽃을 찾아낸다. 그리고 커다란 포엽 속에 들어 있는 둥근 꽃만 따먹고 돌아가기 때문에 언
제나 이 꽃을 찾아가 보면 포엽만 남아 있어 이 꽃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것이
다. 산짐승들이 앉은부채의 꽃을 찾는 이유는 꽃의 이뇨(利尿) 성분 때문이다. 한방의 약재로도
쓰이는 앉은부채의 꽃을 요놈의 짐승들은 용케도 이뇨 성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꽃을 따먹는 것
이다. 산짐승들은 겨울동안 긴 잠을 잔 관계로 뱃속의 배설물이 굳어 있어 배설을 할 수가 없
다. 그렇기 때문에 꽃을 따먹어 배설을 순조롭게 하는 것이다. 꽃을 따먹지 못한 짐승들은 배설
을 못하고 곧 병들어서 죽게 된다고 한다. 이렇듯 말 못하는 짐승들이지만 본능을 통해 자연 속
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선조들은 봄이 되면 길가에 파릇파릇 돋아난 쑥의 새로운 싹을 캐어
된장국을 먹었다. 이는 단순히 밥을 먹기 위해 쑥 된장국을 먹은 것이 아니라, 겨울동안 탁해진
피를 맑게 해 주려고 한 것이다. 정혈 작용 성분과 지혈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피를 맑게 한다
는 쑥의 가치를 선조들이 자연을 통해 깨달은 것은 산짐승들이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도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 줄 알아야
한다.

김태정 wildmain@wildflower.co.kr
한국야생화연구소 소장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2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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