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3] 이 땅에서 사라져 가는 야생동물⑭

북태평양의 무법자 큰다사자




지구표면의 7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바다. 38억년 전, 지구에서 최초의 생물이 탄생한 곳도 원
시바다에서였다. 바다는 화산과 더불어 아직도 태고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지구상에 얼마 남
지 않은 신비의 세계이다. 생물 탄생의 고향인 바다가 그리워 육상에서 태어났지만 고향으로 되
돌아가 생활하는 동물이 있다. 중생대의 공룡보다 더 크고 체중이 무겁다는 고래로 대표되는 해
양성 포유동물종이 그들이다. 육지에서 서식하고 있는 동물들과 달리 해양에서 생활하고 있는 포
유동물들의 생태는 거의 대부분이 베일에 가려 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난류
와 한류의 교차에 따른 어류의 계절적 이동과 산란이 가능하고, 연안에 산재한 약 4천개의 섬들
은 해양성 동물들이 서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1995년부터 국내외 자료조사 결과,
20세기 초까지 우리나라에는 약 40여종에 달하는 해양 포유동물이 분포하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우리나라에서 더는 볼 수 없는 바다의 원주민이 되었다.
겨울이 되면 얼음으로 뒤덮이는 북위 42도 이북의 북태평양에서 드물게 한반도 연안을 찾아오는
진귀한 손님이 있다. 수컷의 평균 몸 전체길이는 280센티미터, 체중은 570킬로그램. 암컷은 평
균 230센티미터의 몸길이에 263킬로그램이 나가는 거구의 해양 포유동물의 정체는 다름 아닌 큰
바다사자이다. 지금까지 조사된 가장 큰 수컷은 몸길이가 325센티미터에 이르고, 체중은 1톤을
넘어 1120킬로그램에 이르렀다고 기록되어 있다. 큰바다사자는 낮에는 휴식하고 밤에 활동하는
습성을 지닌 야행성 동물이다. 몸의 비중이 바닷물보다 크기 때문에 물개와 같이 물 위에서 잠
을 잘 수가 없고 반드시 암초나 섬과 같은 육지에 상륙해야만 한다.
매년 6월이 되어 번식기를 맞이하면 북태평양의 동서에 걸쳐 약 20여 곳의 알려진 무인도에서는
수컷간에 암컷을 둘러싼 생사를 건 치열한 전쟁이 일어난다. 큰바다사자는 한 마리의 수컷이 여
러 마리의 암컷을 거느리는 일부다처제로 유명한 ‘하렘’이라는 독특한 번식구조를 가진 사회
성 동물이기 때문이다. 수명은 암컷이 약 30년, 수컷은 암컷에 비해 훨씬 적은 약 18년을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번식기에 한 마리의 암컷이라도 더 소유하기 위한 다른 수컷과의 치
열한 싸움이 결국 수컷들의 수명을 단축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19세기 말 북태평양 일대의 동
물상을 탐사한 스텔러는 러시아 극동연안에서 연안의 바위지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모여 휴식
하고 있는 큰바다사자의 무리를 발견하고 경탄하였다고 전해진다. 북미해역의 개체군과 북동아시
아 연안의 개체군은 서로 교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종래의 생각과는 달리 위성을 이용한 최근
의 위치추적연구에 의하면 서로 교류하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우리나라에서는 1995
년 4월경 서해 공해상에서 러시아 캄차카반도 주변 섬에서 태어난 큰바다사자의 어린 개체가 출
현한 것이 확인되었다.
큰바다사자의 생존을 위해서는 어자원이 풍부한 환경이 필수적이다. 큰바다사자의 최후 서식지
북태평양 지역은 명태의 산지로 유명하다. 하지만 인간의 어자원 남획은 명태의 자원 고갈을 초
래하고 있어 매년 명태 어획지역이 축소되고 어획량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한편 어민들에게
는 큰바다사자가 명태를 잡아먹고 그물을 찢어 경제적 피해를 주는 해로운 동물로 뿌리깊게 인식
되어, 일본의 경우 최근까지 국가에서 돈을 지원하여 매년 100∼200마리씩 포획하였다. 현재는
국제적 보호조치에 의해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이지만 언제든 어업피해를 빌미로 다시 포획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남아 있다. 큰바다사자의 총 생존 개체수는 1985년의 약 29만마리에서 1991
년에는 9만마리로 급격히 감소하여 절멸 위험이 있는 동물로 간주되고 있다. 분포지 전역에서 갑
자기 개체수가 큰 폭으로 감소한 명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생각되는 주원인으로는 북
태평양 고위도 해역에서 이루어지는 명태자원의 과도한 남획이다. 그밖에 생각되는 이유로서는
장기적인 해양 수온의 변화, 인간이 생산하는 독소의 축적, 그리고 질병이 있다. 이들 요인들의
미묘한 상호작용에 의해 큰바다사자의 급격한 개체수 감소가 일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원인들은 인간의 이기적 활동에 의해서 그리고 인간이 의식하지 못하는 행위에 의해서
큰바다사자가 멸종의 길로 내몰리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한상훈 kwirc@chol.com
야생동물 보전생태학자, 야생동물연합 상임의장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2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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