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09] 그린벨트가 사라진 도시의 미래

그린벨트가 사라진 도시의 미래
이창수/경원대 도시계획과 교수


정부는 지난 7월 22일 개발제한구역 제도 개선안을 확정 발표하였다. 춘천, 여수, 제주를 비
롯한 7개 중소도시권은 전면해제이며 나머지 수도권과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마창진
(마산, 창원, 진해) 등 7개 도시권은 부분해제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은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 및 시가지의 연장화 방지, 자연환경
보전과 건전한 생활환경 확보, 국가 보안상의 도시개발 제한 등을 목적으로 영국의 그린벨
트제도를 모델로 하여 1971년 도입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개발제한구역의 해제가 본래의 취
지에 적합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적절한 조치였을까. 전면해제로 인한 파급효과를 중심으
로 이를 되짚어 본다.

전면해제, 도시권의 난개발과 환경훼손
정부는 개발제한구역이 지정된 도시권의 성장형태와 시가지 확산압력, 그리고 광역도시관리
의 필요성 등 세 가지를 평가지표로 하여 전면 해제 도시권을 결정하였다. 즉, 개발제한구역
전면 해제의 명분이 이들 도시권에 있어서는 시가지의 외연적 확산의 우려가 없다는 점이었
다. 이 점에 있어서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첫째, 개발제한구역이 시가지의 외연적 확산 방지 외에도 자연환경 보전이라는 매우 중요한
목적을 위해 지정했는데, 이번에 전면해제 도시권을 결정함에 있어서 해제로 인한 환경영향
평가는커녕 토지의 환경등급을 평가한 환경평가 내용조차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환경
평가 내용만이라도 고려되었다면 수질을 보호하여야 할 춘천이나 진주 등의 도시권이 전면
해제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이는 이번의 정책결정이 개발제한구역의 지정목적을 도외시하였
거나 의도적으로 편협하게 해석하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같은 정책결정은 결국 전면해제
도시권의 환경훼손을 필연적으로 초래하게 된다.
둘째, 외연적 확산 압력이 크지 않은 도시권에 대해 개발제한구역을 전면 해제함으로써 초
래되는 손실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외연적 확산의 압력이 크지 않다는 것은 시가지로서의
개발잠재력이 크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개발 잠재력이 크지 않은 막대한 양의 토지를 개발
용지로 허용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난개발을 부추키게 된다. 막대한 양의 토지가 개발가용지
로 공급된 결과 국가 경쟁력을 획득한 것이 아니라 난개발과 국토환경훼손이 유발된 것을
우리는 이미 준농림지역의 대폭적 규제 완화를 통해 경험한 바 있다. 동일한 이치로 개발압
력이 적은 도시권의 개발제한구역이 음식점과 숙박시설 등 향락적 소비산업시설로 대체될
것은 자명하다.

부분해제, 도시권의 교통 및 환경문제 초래
수도권내 개발제한구역 중에서 표고 1백m 이하 지역의 면적은 1천66㎢에 이른다. 따라서
표고 1백m 이하 지역으로서 우선적 보존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임야 4백95㎢를 제외하더
라도 5백71㎢의 토지가 개발 가능한 구역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토지규모는 서울시의 행정
구역보다는 다소 작으나 서울시 시가지 면적의 1.5배에 해당되는 면적이다.
서울시의 인구밀도로 시가지를 개발한다면 1천5백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이다. 일차적
으로 시가지로 개발가능한 토지규모의 최소한도는 표고 1백m 이하 지역으로서 지목이 대
(垈)인 토지 28.3㎢이고 잡종지 및 기타의 지목은 도로·철도 등 공공용지, 보존용지 등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이것을 제외한 3백79.7㎢가 시가지 개발의 2차 대상지가 될 것이다. 이
면적은 수도권 그린벨트의 24% 정도가 된다. 이 규모는 서울시 시가지면적과 동일하며 서
울시 인구밀도로 개발하면 1천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
시가지 개발에 있어서 수용가능한 인구규모는 단독주택일 경우 총인구밀도 90∼1백80인/ha
를 적용할 때 1백80∼3백40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 이를 만약 APT로 건설했을 경우에는 그
인구규모는 수치상으로 거의 우리나라 전 국민에게 새로운 주택을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이
다.
개발제한구역 해제로 인한 주택증가가 앞에서 서술한 바와 대로 개발이 된다면 이에 따른
교통혼잡문제나 환경오염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또한 도시화에 따른 토지의 불투수면의
증가, 하천과 실개울의 복개, 하천의 직강화 및 정비 등으로 우수유출량 및 유달속도가 증가
하여 도시지역은 대규모가 아닌 강우에도 침수의 위험을 안게 된다.
지난해 중랑천 범람의 원인은 논밭이었던 경기도 의정부와 서울 노원구 상계동 지역이 상
업·주거 지역으로 변하면서 물을 머금는 논밭의 저장·조절기능을 상실한 탓이 한 원인이
었다. 게다가 녹지인 그린벨트가 시가화된다면 지하로 침투되는 수량이 감소하게 되어 지하
수위가 낮아지고 하천의 건천화를 가져오고 자연적인 물순환 과정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다.
또한 수자원의 급격한 사용량 증가에 따라 오수가 다량 방출되어 수질오염문제가 발생되고,
이는 다시 도시의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등 심각한 도시문제의 발생이우려된다.
그 외에도 해제구역의 신규 주택건설로 인해 수도권의 인구가 증가하고 수도권은 보다 거대
화되어 규모의 불경제를 일으키게 될 것이다. 규모의 불경제는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교통
혼잡, 환경오염, 재해의 위험 등 많은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지가상승
개발제한구역 제도개선책 발표 이후 개발제한구역 내의 지가가 상승하고 있다. 전면해제 대
상도시는 이미 2배 이상 상승한 곳도 있다. 사실상 개발제한구역 해제발표 이전 금년 1분기
중 이들 지역의 토지거래가 크게 늘어났다. 이는 개발제한구역 해제시 지가가 상승할 것이
라는 기대감에서 일어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올해 1분기 중 개발제한구역 내 토지 거래건수는 총 1만1천6백2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8.8%나 증가하였고, 그 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8배가 넘는 면적이다. 이에 따라 지난
해부터 정부에서는 개발제한구역 전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제도적 장치
를 만들어 실수요자만 거래허가를 받을 수 있게 했으나 개발제한구역 지정 이후 지금까지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었던 지역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편 지가상승으로 인한
이익은 개발부담금, 양도세 등과 같은 방법으로 환수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과거에도 그 실효성이 크지 않았던 만큼 지금에도 획기적인 환수방안이 될 수가
없다.
또한 지가 상승과 관련하여 일부에서는 대량의 가용토지가 공급되면 지가는 하락하여 안정
된 지가구조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에 대해서 그간의 우리 나라 지가 상
승추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79년부터 지가상승 추이가 멈추던 1991년까지 12년간의 우리 나라의 지가상승 추이는 전
국 평균이 4.55배 상승한 데 반해 대도시는 6.79배 수준, 중소도시 5.38배 수준, 군지역 3.70
배 수준이었다. 이 같은 경향은 지가 상승이 도시의 인구규모와 매우 강한 상관관계가 있었
음을 의미한다. 당연히 서울의 경우 대도시 평균을 훨씬 웃도는 7.37배 수준이었다. 서울시
에서의 지가상승 추이를 보면 강남은 12.57배 수준, 종로는 9.80배 수준이었다. 1970년대 후
반부터 서울 강남에 막대한 양의 토지가 공급되었는데 강남뿐만 아니라 종로도 지속적으로
급격한 지가상승 추이를 보였다. 즉, 토지의 공급이 지가를 하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구의 유입을 촉진한 결과 인구규모가 커짐으로써 오히려 지가 상승을 촉진시킨 결과를 보
였다. 이것은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던지는 것이다.
분당 신도시의 건설배경에는 1980년대 후반 강남지역의 지가 급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
이 있었다. 그 목적에 충실하게 분당 신도시 건설로 인해 단기적으로 강남지역의 지가상승
이 억제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분당 신도시 역시 서울의 지가와 유사한 가격대를 형
성하고 있으며 그 변동율에 있어서도 서울에 준하고 있다. 강남 역시 지속적인 상승을 보이
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분당 신도시의 경우 장기적으로 서울시 주변의 지가를 상승시켰고
효율적인 지가안정화 대책이 아니었던 것이다.
구역 해제를 통해 많은 양의 개발용지가 공급되면 해제 당시에는 중심도시의 지가가 하락할
수도 있다. 당연히 지가하락을 통해 인구 및 산업의 유입이 촉진된다. 한편 중심도시의 외곽
을 형성하는 개발제한구역이 개발됨으로써 중심도시의 규모는 더욱 커진다. 이 두가지 힘이
함께 작용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중심도시의 지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왜냐하
면 첫째, 토지는 공급의 한계가 있다는 특징이 있으며, 둘째, 지가상승율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인이 도시인구규모 및 인구증가율이기 때문이다.

형평성의 문제와 국토이용정책의 난맥상
정부의 환경평가에 의한 개발제한구역 해제 지역 선정은 모호한 기준으로 되어 있다. 개발
제한구역은 한번 해제가 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 일단 해제가 되면 해제가 된 지역을
다시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점에서 해제 구역의 선정기준
은 정확하고 분명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해제 기준은 너무 포괄적이고 명확하지 못하다.
이러한 기준이라면 현재 개발제한구역과 유사하게 지정되어 있는 자연보호구역, 군사시설보
호구역, 상수원보호구역 역시 그 명맥을 유지하기 어렵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은 분단이라는
특수한 사항 아래서 그 지정 목적이 나머지 구역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그 운용 및 관리에
있어서는 다른 구역과 유사하다.
따라서 이러한 지역들에 사는 주민들은 선례를 통해 형평성을 내세워 자신들의 목소리를 한
층 더 높일 것이고 정부는 또 다시 딜레마에 빠지게 되며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시작으로 도
미노 현상처럼 모두 해제될 위험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의 경우 우리보다 앞서 개발제
한구역을 지정하여 규제하였지만 경제논리와 주민들의 반발에 의해 규제를 조금씩 완화하기
시작하면서 나중에는 결국 개발제한구역이 사라졌다.
정부가 내세운 환경평가는 현 토지의 이용상황에 대한 평가일 뿐 그 대상 토지의 이용 변화
에 따른 영향에 대해서 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아니다. 즉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현 상황에
적합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판단하는 기준에 지나지 않을 뿐 장래에 대한 영향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지역은 해제하고 또 어느 지역은 보존할 것인가라는 뚜렷
한 근거와 그로 인한 영향이 어떨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건교부는 전면 해제도시와 환경평가 기준만 정해주고 지자체별로 ‘선계획 후해제’의 원
칙 에 의해 도시기본계획 수립을 거쳐 구체적인 해제지역이나 보전지역을 선정하도록 한다
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민선 지자체장들과 국회의원, 지방의원들은 자신의 지지기반 확
보를 의식한 민원이나 압력을 제기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부분해제 대상인 대도시권역의 지자체간 협의에 있어서도 서로 자기 지역을 해제해 달라는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많다. 또한 해제가 되었더라도 도시기본계획을 비롯하여 개발 및 관
리를 일임할 수밖에 없는 현시점에서 각 자치단체장들은 주민들의 민원과 개발압력으로 인
하여 선심행정을 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개발제한구역이 현지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와 삶의 질적 향상을 추구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욕구에 제약을 가해 생활에 불편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동
의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는 오히려 또다른 심각한 문제를 유발시킬 것이
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판단의 기준으로 구역을 조정해야 하며 해제시 그로 인한 영향
을 충분히 검토하여야 한다. 더욱이 해제된 지역에 대해서는 지가상승으로 인한 이익의 적
절한 환수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해당 토지의 이용 또한 합리적이어야 한다.
토지는 분명히 일반상품과는 달리 희소성을 갖고 있는 모든 활동에 근본이 되는 자원이다.
이러한 자원을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 지금 우리는 현재의 모
습만을 생각하고 미래의 후손에 대한 배려는 뒷전으로 하고 있다. 그린벨트 전면해제는 결
국 우리 세대의 이기주의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놓은 꼴이다.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3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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