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뒤덮은 녹조, 시아노박테리아에 대해

매년 늦은 봄부터 초가을 사이에 이제는 너무나도 흔하게 녹조로 인해 변해버린 초록색 강과 호수를 볼 수 있다. 이 시기가 되면 우리나라의 많은 뉴스와 방송에서 녹조에 관해 앞 다투어 보도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그 심각성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지 그리고 그 대처방안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지 대한 의문이 생긴다. 
 

남조류는 조류 아닌 세균

 
2021년 8월 20일 낙동강 매곡취수장 건너편에 발생한 녹조 Ⓒ환경운동연합
 
녹조 발생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전 세계 주요 강, 호수, 저수지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각국은 녹조 문제를 해결하고 처리·예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 호수, 저수지 등 민물에서 발생하는 ‘녹조’는 시아노박테리아(남조류 또는 남세균)에 의해 발생한다. 시아노박테리아는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생성하는 독특한 세균(bacteria)이며, 진핵생물인 조류(algae)와는 구별된다. 시아노박테리아는 35억 년 전부터 지구상에 존재했으며 현재의 지구 대기 조성에도 큰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긴 세월 동안 사막을 포함한 다양한 환경에 적응 및 생존하였으며, 자연생태계에서 ‘생산자’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자연 생태계에서 중요한 시아노박테리아가 어느 순간 왜 우리에게 골칫덩어리가 되었을까?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 산업화, 무분별한 개발 등이 자연환경을 파괴하였고 이러한 자연환경의 변화는 물 생태계에도 영향을 주었다. 부영양화, 기온 및 수온의 상승, 염류의 증가, 유속의 변화 등으로 인해 시아노박테리아가 다른 미생물과 경쟁하여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형성되었다. 그 결과 수온이 높은 여름철, 강, 호수, 저수지에서 시아노박테리아가 과도하게 그 수를 증가하는 현상인 ‘녹조’를 우리는 자주 경험하게 되었다. 
 
녹조는 우리가 아는 것처럼 단순히 물의 색만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녹조 발생은 물의 탁도(turbidity)를 나쁘게 하며 물의 산소를 고갈시켜 물과 그 인접 생태계를 파괴하고 어패류의 폐사를 포함한 수중 생물에게 악영향을 준다. 특히 녹조를 발생하는 아나베나(Anabaena),  아파니조메논(Aphanizomenon), 실린드로스퍼몹시스(Cylindrospermopsis),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 노듈라리아(Nodularia), 플랑크토트릭스(Planktothrix) 등 30여종의 시아노박테리아는 ‘시아노톡신’(cyanotoxin)이라는 독성물질을 생성한다. 대표적인 시아노톡신으로는  아나톡신(anatoxin), 실린드로스퍼몹신(cylindrospermopsin),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 노둘라린(nodularin), 삭시톡신(saxitoxin) 등이 있다. 사람이 시아노톡신에 노출되면 피부발진, 감기 유사 증상, 구토, 호흡곤란, 소화장애, 복통, 간 및 신장 등 장기손상 같은 다양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시아노톡신은 크게 간독소, 신경독소, 피부독소로 분류되며, 특히 녹조 발생 시 물에서 흔히 검출되는 마이크로시스틴은 간독소 물질(hepatotoxin)로 장기간 노출 시 간의 손상, 염증 및 간암 발생과도 연관성이 있다. 이처럼 녹조의 발생은 생태계의 파괴 및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우리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입, 피부, 코로 노출 농작물에서도 검출 

 
상추 표면 기공 등 다양한 곳에 존재하는 시아노박테리아(작은 구슬 모양) 출처 : 이승준. 2021. “남세균 대발생(녹조)이 환경 및 건강에 미치는 영향”
 
우리는 흔히 마시는 물을 통해서만 시아노톡신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최근 여러 연구를 보면 시아노톡신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인체에 유입될 수 있다. 우선 마시는 물부터 보자.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장 독성이 높은 마이크로시스틴-LR(100종 이상의 마이크로시스틴 중 하나)을 1μg/L(1L당 1μg, 1μg은 100만분의 1g)로 제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을 영유아는 0.3μg/L, 성인은 1.6μg/L로 제한하며, 실린드로스퍼몹신은 영유아는 0.7μg/L, 성인은 3μg/L로 제한하고 있다. 
 
상수처리를 거친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면 그 지역의 수돗물을 단수 조치하는데 그 이유는 마이크로시스틴은 끓여서는 파괴되지 않으며 샤워를 통해 코, 입을 통해 들어오거나 피부 접촉으로 노출될 수 있으며, 요리에도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미국 오하이오 주 톨레도시(Toledo)에서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어 단수 조치된 사례도 있다. 
 
우리가 시아노톡신에 노출될 수 있는 또 다른 경로는 바로 수영, 낚시, 보트 등 수상 활동이다. 녹조가 가장 심한 여름철에 수상 레저활동 활발히 이루어진다. 수영이나 보트 등 수상스포츠를 통해 시아노톡신은 우리 입, 피부, 코로 들어올 수 있다. 그 때문에 미국은 주마다 레저 활동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시아노톡신의 기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대중에게 공개하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 주를 보면 마이크로시스틴, 아나톡신, 삭시톡신, 실린드로스퍼몹신을 측정하고 측정된 시아노톡신의 양에 따라 그 지역 호수 및 강에서 레저활동을 자제하거나 금지한다. 
 
또한, 물은 우리 생활에서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우리는 강이나 호수에서 어패류를 잡아서 먹으며, 그 물로 농작물을 재배하고 가축을 기른다. 최근에는 우리가 먹는 식품에서 시아노톡신이 검출된 다양한 연구들이 발표되었다. 녹조가 심한 지역에서 채취된 조개 및 생선의 내장과 우리가 먹는 근육조직에서 시아노톡신이 발견되었으며, 그 물을 이용하여 재배한 작물 및 소의 우유에서도 시아노톡신이 검출되었다. 식품에서 검출된 시아노톡신의 양은 사용된 물의 독성물질 농도나 생물·식물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달랐고,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일일섭취허용량을 넘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대기 중에 부유하는 액체의 미립자(에어로졸)가 코를 통해 우리에게 노출될 수 있다. 미국 다트머스대학 연구팀의 연구를 포함한 최근 에어로졸 연구 결과를 보면 녹조가 심한 인근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 코에서 시아노박테리아 또는 시아노톡신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그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아쉬운 한국 조류경보제

 
앞서 언급했듯이 녹조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환경문제이며 시아노톡신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올 수 있다. 각국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 및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녹조 문제를 가장 잘 대응하고 있는 미국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녹조 발생 정도에 따라 주별로 대응방안이 조금씩 다르다. 녹조가 심한 오대호 중 하나인 이리호(Lake Erie)가 포함된 오하이오 주를 예로 보자. 녹조예보를 도입하여 매년 초 녹조 발생정도를 예측 및 공개하며, 이에 대비한다. 늦은 봄에서 초가을 사이 녹조가 발생하는 시기에는 다각도로 녹조의 발생정도를 분석하고 시아노톡신을 측정하여 일반인들에게 공개한다. 독성물질이 특정 가이드라인을 넘을 경우 수돗물의 사용을 금지하거나 수상 레저 활동을 제한하는 경고문을 표시한다. 또한 녹조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농민 및 어민들과 토의를 거쳐 비료와 사료의 사용량을 감소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교육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녹조의 심각성을 알리며, 학회와 연구지원을 통해 다채로운 연구들이 이루어지는 장기간에 걸쳐 녹조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해마다 녹조의 발생이나 그 심각 정도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녹조의 발생은 환경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여러 경로로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2019년 발표한 오하이오주립대 연구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녹조 발생의 정도와 간 질환 발생률 사이에 의미 있는 연관성을 밝혔다. 녹조로 발생할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도 조류경보제를 도입하여 주기별로 녹조의 심각 정도를 파악하고 일정 이상의 녹조현상이 유지되면 시아노톡신을 측정하고 공개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녹조 측정의 방법적인 측면이나 적극적인 녹조대응 조사가 조금은 아쉽다. 특히 현재의 4종의 유해 시아노박테리아의 수를 측정하는 간접적인 방법에서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녹조의 독성물질인 시아노톡신을 더 자주 측정하고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인다.
 

녹조 제대로 인식하고 대처해야

 
지난 8월 18일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은 낙동강 강정고령보 선착장에서 낙동강 재자연화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펼쳤다 Ⓒ환경운동연합
 
녹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마지막에 꼭 많은 사람이 어떻게 하면 녹조를 제거할 수 있는지 묻는다. 그 답은 사실 매우 쉽지만 실행에 옮기기가 힘들다. 지금 우리가 보는 녹조현상은 환경파괴로 비롯된 것이다. 하루 이틀 단기간의 문제로 발생한 것은 결코 아니다. 자연을 무관심하게 관리하고 당연하게 사용한 결과이다. 우리는 쉬운 곳에서 답을 찾기 위해 서로 간 책임공방에만 급급하다. 하지만 녹조는 매년 발생하고 있고 해결되지 않으며, 그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 ‘블루골드(Blue gold)’는 물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물을 부르는 또 다른 말이다.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우리는 물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하지만 그 물이 독소가 가득한 초록색으로 변하고 있다. 많은 환경문제가 그렇듯이 환경은 단기간에 파괴될 수 있고 그 결과는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그리고 그것을 복구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이제 우리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환경을 바라보고 함께 지켜나가야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녹조가 발생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물을 이용해 마시고, 축산, 어업, 농업 등에 이용하며, 수상레저 활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매년 여름만 되면 반복되는 뉴스를 보며 언제쯤 우리는 ‘녹조’라는 환경파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올바르게 대처해나갈지 궁금하다. 
 
 
글 / 이승준 부경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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