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아닌 시작 4대강 복원 흔들리지 않도록

2021년 신년하례회가 끝나자마자 두꺼운 패딩 점퍼를 꺼내 입고 정부서울청사 앞으로 향했다. 대통령 산하 국가물관리위원회 정부 측 당연직 위원장인 국무총리에게 4대강 자연성 회복 의결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신년이 밝았지만 기쁘기보다 착잡한 마음이 앞섰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어느덧 만 4년이 가까워오지만 4대강은 여전히 그 무엇도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중 의결하겠다고 했지만, 신년이 밝아도 회의 개최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피켓을 세우고 청사 앞에 섰다. 혹시 정부가 4대강 자연성 회복이라는 국정과제를 잊은 것은 아닌지 말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1월 18일, 국가물관리위원회는 회의를 개최해서 금강과 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의결했다. 
 

정권 4년 만에 금강ㆍ영산강 보 처리방안 의결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는 1월 18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국가물관리위원회의 4대강 자연성 회복 의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환경운동연합
 
지난 2017년 5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6호 업무지시‘를 통해 즉각적으로 4대강 보를 상시개방하고, 보 철거 등을 포함한 보 처리방안을 1년 안에 결정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4대강 자연성 회복 업무지시는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으며 지난 대선 기간 동안 대다수 유력 후보들의 공약이었고, 이번 정부의 국정과제다. 그로부터 2년 만인 2019년 2월, 환경부가 금강과 영산강 5개 보 처리방안을 내놓았다.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이하 ‘4대강기획위’)는 시설의 안전성과 수문 개방 모니터링, 경제성 평가, 여론조사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서 세종보와 죽산보 해체, 공주보 부분 해체, 백제보와 승촌보 상시개방을 제시했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환경부 제시안에 대해서 금강/영산강 유역물관리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하겠다며 책임을 미뤘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유역물관리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지만 총리실이 나서서 이런저런 요구를 덧대는 바람에 유역물관리위원회의 논의는 한참을 공전해야만 했다. 유역물관리위원회는 총리실의 개입과 지역 내 실질적인 이해관계자, 지역정치 등이 얽히고설킨 상황 속에서도 2020년 9월 4대강기획위의 원안을 통과시켰다. 그로부터 국가물관리위원회 의결까지 4개월이 더 걸린 셈이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 처리에 대한 방안에 대해 ▲세종보 해체 ▲공주보 부분 해체 ▲백제보 상시개방 ▲승촌보 상시개방 ▲죽산보 해체를 원안대로 결정했다. 단 그 시기와 이행 방법 등은 지역 여건 고려 등이라는 단서 조항을 첨부했다. 다시 말해 4대강기획위 원안이 유역물관리위원회를 거치면서 지역여건을 고려하라는 단서조항이 붙여지고 이를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거의 그대로 통과시킨 셈이다. 의결 내용만 놓고 보면 4대강기획위 발표를 국가물관리위원회가 2년 동안이나 시간을 끌 이유가 전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과정을 보면 조금 다르다.
 

정부와 여당, 4대강 국정과제 후퇴를 원했나

 
지난 1월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신년사를 통해 올 한해 국정운영 방향을 밝혔다 ⓒ청와대
 
정부와 여당은 4대강 기획위 발표 이후 2년의 시간동안 4대강 복원이라는 국정과제를 후퇴시키기 위해 성실히 노력해온 것에 가깝다. 지난해 뉴스타파에서 보도한 기사(‘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변명’, 2020.08.02.)에서 확인한 것처럼 김수현 정책실장 등은 캠프시절부터 4대강 보 해체에 대해 매우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대통령의 업무지시가 정책실장을 거치면서 어떻게 추진되었을지 그려지는 대목이다. 의사결정 단계는 각종 위원회를 거치도록 복잡해졌고, 의사결정을 담당할 위원회는 보수적인 인사들로 채워지고 시민사회는 철저히 배제되었다. 
 
이낙연 전 총리는 2009년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장 시절 민주당 등 당시 야당의원들의 반대에도 농림부 4대강사업 예산을 날치기 통과시키면서 광주전남 시민사회의 강력한 비판을 받기도 했던 대표적인 보수인사다. 그는 총리시절 4대강 보 수문 개방에 대해서 “단 한 명의 농민도 반대하지 않을 때까지 설득하라”고 지시했다. 당시는 수문 개방의 피해와 상관없는 보수당 지지자들이 농민이라고 칭하며 반대한 상황이었는데, 환경부의 수문 개방 노력으로 괜한 정쟁이 생기지 않도록 하라는 질타에 가까운 것이었다. 이후  환경부는 4대강 복원에 대한 정치적인 반대를 행정적으로 풀어야하는 처지가 되었다. 농민들이 수문 개방에 반대하지 않도록 환경부 실무책임자는 농민들을 붙잡고 막걸리를 마시며 설득하고 민원을 들어주는 창구가 되어버린 것이다. 한강과 낙동강 수문 개방이 여전히 요원한 이유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역시 4대강 복원 발목을 잡았다. 2016년 20대 국회의원 당시 이해찬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이학수 수자원공사 사장에게 세종보 철거를 요구했다. 그는 ‘4대강사업 실패한 사업인가, 범죄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까지 개최하며 4대강사업으로 만들어진 16개 보가 이수나 치수에 쓸모가 없고, 수질을 악화시키며 농어민의 피해까지 발생시킨다고 직접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2019년 세종보 철거 제시안이 발표되자 입장을 바꿨다. 그는 당 대표로서 조명래 장관, 이개호 농림부 장관, 김현미 국토부 장관, 문성혁 해수부 장관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세종보 해체를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정세균 총리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정 총리는 2016년 국회의장 시절 이해찬 의원실의 토론회에 축사를 보내서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사업이었고 지금까지 이 사업은 홍수 예방과 가뭄 극복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 하천생태계에 여러 가지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정 총리는 유역물관리위원회와 국가물관리위원회 의결과정에서 이춘희 세종시장 등 여당 지자체장의 민원에 손을 들어주기 급급했다.
문재인 정부의 4대강 국정과제가 왜 이렇게 더디냐고 많은 이들이 묻는다. 정부와 여당을 지켜보면 4대강사업을 그저 진영논리로만 바라봤던 수많은 정치인들의 위선이 너무나 선명하다. 4대강 복원은 정치적인 이슈지만 정치적인 결단은 없고, 정책적인 해법은 정치적인 셈법에 밀렸다. 시민사회는 4대강 복원 국정과제의 책임부서인 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미온적인 태도를 비판했지만, 환경부 역시 4대강 복원 추진 동력 만들기가 순탄치 않았을 것이라는 점도 충분히 상상가능하다. 
 

문재인 정부의 남은 숙제 세 가지

 
낙동강 딜성보. 4대강사업으로 보에 막힌 낙동강은 매년 녹조가 발생해 식수원까지 위협하고 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조명래 장관이 임기를 시작한 직후 4대강기획위를 공식 위촉했으니, 임기 동안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 의결이라는 성과를 남긴 셈이다. 조명래 장관이 힘든 여건 속에서 애쓴 바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문 정부 4년의 성과라고 하기에는 금강과 영산강 자연성 회복에 대한 최소한의 의사결정 마무리라는 초라한 성적표가 남았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에 대한 최소한의 로드맵도 제시하지 못했고, 한강낙동강 수문 개방이나 보 처리방안 마련에 대해서는 아예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이처럼 많은 숙제가 남았지만, 시민사회는 이번 의결이 국정과제 후퇴를 간신히 부여잡은 한걸음이라는 것을 알기에 작은 매듭을 지었다는 안도감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혹자는 이제 4대강 복원 운동이 끝난 게 아니냐고 하지만 사실은 기나긴 캠페인의 출발선에 선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여 남았다. 문재인 정부는 차기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4대강 자연성 회복의 실행이 흔들리지 않도록 매듭지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 있다. 첫째,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 중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세종보의 경우, 이해당사자가 거의 없고 수문 개방으로 인한 수질 및 수생태계 개선 효과가 선명히 확인되고 있는 만큼, 문재인 정부는 임기 안에 최소한 세종보 해체라는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수문 개방만으로는 하상의 왜곡과 홍수 피해 유발, 유지관리비 낭비라는 문제를 피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한강과 낙동강 수문 개방의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낙동강은 녹조라떼의 상징과도 같다. 또한 낙동강은 1300만 영남 주민들의 상수원인 만큼 다른 어떤 강보다도 수문 개방을 통한 녹조 저감이 절실한 상황이다. 보 처리방안 마련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2018년 폭염 당시 부산지역 수돗물 정수가 중단될 만큼 녹조가 심각한 상황에는 수문을 개방할 수 있도록 취수장과 양수장이 개선되어야 한다. 이 공사에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만큼 적어도 이번 정부 임기 안에 수문 개방 방침을 확정하고 공사를 시작해야 다음 정부에라도 수문을 개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셋째, 지속가능한 정책추진이 가능하도록 법적, 조직적 기반을 만드는 일이다. 현재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추진하고 있는 환경부 내 부서는 대통령 훈령으로 만들어진 임시조직이다. 향후 4대강 보 해체 및 개방, 새만금 해수 유통, 영주댐 철거, 농업용보 해체 등 강이 자유롭게 흘러 바다로 갈 수 있도록 강의 종적 연결성을 회복하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다. 현재 이같은 현안들이 환경부 내에서 산재해서 전문성 있는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이번 정부가 지나고 나면 과연 지속적인 정책 추진이 가능한지도 불투명하다. 1년 뒤 하천관리 일원화 시기에 맞춰 물정책실을 신설하는 시기에 ‘우리강자연성회복사업단’이 함께 출범할 수 있도록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1월 20일 오전 현재, 한정애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아마 한정애 후보가 장관이 된다면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환경부 장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4대강 자연성 회복의 핵심 과제를 풀기위해서 남은 시간이 많지 않고, 과제는 많다는 점에서 장관의 적극적인 의지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시민사회는 정부와 여당에만 책임을 지우고 비켜날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시민사회는 지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4대강 공사를 반대하고, 녹조라떼를 모니터링하고, 시민들에게 복원의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분투해왔다. 지친 마음을 다시금 가다듬고 강 복원의 긴 여정을 준비해야 할 때다.  
 
 
글 /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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