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은 강이고 싶다 _ 이상백



지금 낙동강은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002년∼03년 연이어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루사와 매미로 엄청난 수해를 입었던 현장이다.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지천과 그 지천으로 흘러드는 실개천까지, 물이 흐르는 곳이라면 거의 예외 없이 육중한 중장비들이 누비고 있다. 바야흐로 봄철을 맞아 활기를 띠기 시작한 수해복구 현장, 한적한 인접 시골 마을들은 굴삭기와 덤프트럭의 굉음으로 온통 뒤덮였다.

대한민국은 지금 공사 중
경남 함안군 법수면 백산 일대. 낙동강의 주요 지류인 남강 유역에 자리잡은 곳이다. ‘남강백산제하천개수공사’ 현장, 한눈에도 새로 쌓은 제방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체 약 3킬로미터 구간에 걸친 제방축조 공사는 원래 있던 제방을 위로 한 2미터 이상 올려놓고 있었다. 이곳은 지난 2002년 루사가 오기 직전 8월초 집중호우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던 곳이다. 당시 남강댐이 저수를 감당하지 못하고 본류로 한꺼번에 방류를 하는 바람에 둑 한쪽이 터지면서 논밭과 마을 대부분이 물에 잠겼기 때문이었다. 이곳에 수십 년을 살았어도 처음 보는 홍수였다. “인재라 카는 말이 맞는기라예. 수문 쪽에서부터 터졌는데 그때 구멍이 뚫려 있다 켓는데도 아무 대책 없이 있다가 거서부터 무너졌다 아입니꺼.” 새로 단장한 비닐하우스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린다. “재작년에는 물이 다 씰어 가뿌리고 작년에는 바람이 다 씰어 가뿌리고, 마, 농사는 말도 몬합니더.”

둑 위에서 만난 현장 소장은 사뭇 경계의 눈초리다. “총 공정의 95프로는 완료됐고 올해 공정도 80프로 이상 됐습니다. 농번기 들어가기 전 5월까지는 마무리지을 계획입니다.” 소장은 이 제방이 100년 빈도 기준인지 200년 빈도 기준인지는 모른다. 설계된 대로 할 뿐이다. 30퍼센트의 여유고를 둔다고 하나 루사나 매미 같은 태풍과 살인 호우가 또 온다면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싶다. 이러다간 하늘까지 바벨탑을 쌓지 않을까.




다음으로 찾은 곳은 경남 의령군 정곡면 월현천. 남강으로 흘러드는 지천이다. 이곳은 수해를 두 해 연거푸 당한 곳이다. 루사 때도 둑이 터지고 매미 때는 상상도 못한 다른 곳에서 또 둑이 터져 고스란히 물을 덮어썼던 곳이다. 주민들의 억울한 심정은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하다. “우리 집만 해도 천만원짜리 크레인이 못 쓰게 됐제, 창고도 엉망이 됐는데 보상도 못 받았지예.” 그래도 이 아줌마는 이제 천변으로 담장만큼이나 높게 늘어선 새 둑만 굳게 믿고 있음이 분명하다. 수해복구공사 팻말 너머로 굴삭기들과 트럭들이 쉴새 없이 움직인다.

같은 군내 지정면 봉곡천도 마찬가지다. 이곳은 제방공사 완료. 새로 바른 콘크리트 벽이 햇빛에 하얗게 빛나며 물을 가두며 일직선으로 시원하게 뻗어 있다. 여울도, 소도 찾아볼 수 없는 곳, 생태계가 단조로워지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싶다. 이외에도 마장천, 신반천, 토곡천 등 함안군, 의령군내 수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모든 지방하천에서는 똑같은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지금 공사 중이다.

다음은 경호강이라고도 부르는 남강 상류에 위치한 산청군 생초면. 이곳은 루사가 상륙했을 당시 법수면의 수해 때문에 본류로 방류하지 못한 남강댐이 만수위에 달하면서 물이 역류해 침수되면서 극심한 피해를 본 곳이다. 3번 국도 건너편의 농경지와 마을은, 지금은 당시를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원래의 모습을 찾았지만 수해 당시 산 밑의 가옥 몇 채만 남기고 모두 물에 잠겼었다고 한다. 수해 이후 한동안 제방공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한때 이 지역은 배후습지가 복원되는 것 아닌가 하는 추측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뒤늦게 시작한 공사가 지금 한창이었고 더구나 골재채취까지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치수대책은 이처럼 어디를 가나 한국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하천정비기본계획의 근간은 정부가 세우는 것이고 건설교통부(이하 건교부)가 관리하는 국가하천이든 시도지사가 관리하는 지방하천이든 실제로는 위임에 재위임을 거쳐 기초자치단체인 시군이 실질적으로 모든 하천관리를 하고 있다. 민원을 직접 담당해야 하는 각 시군은 엄청난 사업비 때문에라도 중앙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으며 실제 비용부담은 국비와 지방비 반반이다. 따라서 중앙 정부의 계획에 변화가 없으면 지방에서도 변화가 있을 수 없다.

정부 낙동강 치수 16조원 투입, 늘 하던 대로 한다
건교부는 두 번의 연속된 태풍과 집중호우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낙동강 유역을 전반적으로 대수술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02년 12월 시작된 사업추진계획은 이제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 부산·경남권 자문회의를 거쳐 4월초 대구·경북권 자문회의도 끝냈다. 관계자에 따르면 앞으로 공청회를 거친 뒤 올해 안으로 확정지을 예정이라고 한다.

4월 7일 중앙·지방 부처 관계자와 지역 전문가, 환경단체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경북도청에서 열린 자문회의에서 발표된 건교부의 이른바 ‘낙동강 유역종합치수계획(안)’은 이제까지 해오던 대로 수많은 토목공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낙동강 유역에 2016년까지 총 15조86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해 홍수에 대비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내용을 보면 △홍수조절용으로 화북댐(경북 군위), 감천댐(경북 김천), 이안천댐(경북 상주), 송리원댐(경북 영주) 등 4개의 신규댐 건설 △범람시 바다로 곧장 물을 뺄 수 있는 함안 칠서∼마산 진동 앞바다간 35킬로미터짜리 방수로 건설 △홍수시 물이 잘 빠지도록 현재 10개인 낙동강 하구언 배수문을 6개 추가 증설 △홍수시 일시 저류할 수 있는 홍수조절지 1개소(경북 문경), 천변저류지 20개소 조성 △이밖에 81개소 배수장, 사방댐 234개소 건설과 기본적인 하천개수, 제방축조, 하도정비 등이 계획의 골자다.

이 계획에 대한 환경단체와 지역 인사들의 반발은 거셌다. <송리원댐반대대책위> 김주원 위원장은 “송리원댐은 홍수조절용으로 필요가 없으며 만약 강행한다면 엄청난 주민들의 저항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가뭄용, 홍수용, 상수원용으로 필요할 때마다 표변하는 댐 계획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경북 상주의 지난 수해는 안동댐, 임하댐에서 수위를 견디지 못해 갑자기 방류한 데 따른 피해였다”며 “탁상행정으로 계획만 세우지 말고 지역주민, 지자체와 먼저 상의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영남자연생태보전회> 회장 류승원 박사는 “좁게 직강화한 것이 본류에 부담을 준 것이 홍수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며 “범람지 확보가 치수의 중요한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댐 건설로 인한 생태적·정신적·역사적·문화적 가치의 손실을 계량화해 본 적이나 있느냐”며 신규댐 건설계획에 반대했다.

대구환경연합의 문창식 집행위원장은 “이제까지 환경단체의 의견이 정책적으로 반영된 것이 전무한 실정이어서 이런 자리가 또 하나의 형식적 절차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전제한 뒤 이어 “90년대 이후 급격히 피해가 증가하는 추세임을 감안할 때 이제는 기존 방식에 대한 반성이 필요할 때”라며 건교부의 구태의연한 계획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지난해 9월 환경연합에서 낸 ‘태풍 매미 관련 피해조사 보고서’에 기초해 대안으로 △습지복원과 홍수터 확보 △낙동강 하구둑 등 불필요한 하천 구조물 철거와 정비 △하천 정비사업의 환경성 확보 △지역공동체의 대응능력 제고 △유역통합관리체계 구축 △물의 순환체계 고려한 하천관리 등을 주문했다.

환경단체의 주장은 ‘강의 땅은 강으로 돌려주자’는 것으로 집약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댐의 효용성이 절대적으로 부정될 수는 없고 배후습지를 확보하는 문제도 농경지와 주거지가 혼재한 상황에서 쉽지만은 않다. 게다가 낙동강의 경우 상하류 지역간 물의 이용과 부담을 둘러싼 갈등도 숙제로 남아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대대적인 토목공사로 하천을 재단하려는 방식은 조금도 발전의 여지가 없는 구태의 반복일 뿐이다. 인간의 필요에 따른 근시안적 하천관리의 폐해가 언제 또다시 ‘자연의 역습’으로 돌변할지 모른다. 지금 건교부의 무모한 대규모 낙동강 수술계획이 본격적으로 메스를 들 날만 기다리고 있다.


이상백 기자 leesb@kfem.or.kr
제작년월: 

환경단체 소식

사이트 소개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뉴스&월간 환경잡지 입니다.

청소년 보호 정책

구독

구독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