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상류에 ‘고담시’ 있다

석포면에 드리운 영풍의 그림자
 
석포제련소 ⓒ함께사는길 이성수
 
만화 베트맨에는 부패와 탐욕, 범죄로 물든 상징적인 도시 고담시가 나온다. 고담시의 기업들은 범죄로 돈을 벌고, 정치인들은 범죄자의 도움으로 권력을 잡으며, 관료들은 마피아의 사병 노릇을 한다. 시민의 경제적 양극화는 심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지원은 없으며 끊임없이 범죄가 이어지는 악순환의 도시다. 만화책에나 나올법한 이 도시가 현실에서도 펼쳐지고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불법행위 수십 건 적발에도 중단 없는 영풍제련소

 
낙동강 최상류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는 영풍문고로 잘 알려진 (주)영풍의 석포제련소가 자리하고 있다. 1970년부터 가동을 시작해 올해로 49년째 운영되고 있는 이 공장은 아연을 제련하고 합금을 생산한다. 금속을 제련할 때 배출되는 아황산가스로 인해 제련소 주변의 나무와 풀이 말라 죽고 산은 황폐하고, 카드뮴, 납, 비소와 같은 독성 물질이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채 버려져 제련소 주변의 땅은 중금속으로 오염되었다. 
 
영풍제련소는 최근 3년 동안에만 무려 36건에 이르는 불법행위가 적발됐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행정처분을 받은 셈이다. 폐수배출시설 및 대기배출시설 운영·관리 미흡, 대기 배출허용기준 초과, 수질 배출허용기준 초과, 수질오염물질 무단배출, 지정폐기물 관리기준 위반 등 총 위반사항도 다양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 차례도 이 제련소가 조업을 중단한 적은 없다.
 
2015년 제련소에서 배출되는 찌꺼기와 중금속 등으로 공장부지가 심각하게 오염이 된 것이 확인되어 봉화군청이 공장부지의 토양을 정화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영풍제련소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항소심에서 봉화군을 상대로 승소했다. 환경부가 제련소 외부의 토양오염을 조사한 결과 기준치를 초과한 중금속 오염이 밝혀져 토양정화명령을 내렸지만 아직까지 이 명령도 이행되지 않았다.
 
2018년에는 중금속 폐수 70톤을 낙동강에 무단방류한 것이 적발되어 경상북도가 조업정지 행정처분를 내렸다. 그러나 영풍제련소는 이에 불복하여 행정심판을 제기하였고 심판이 기각되자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현재까지 다툼을 하고 있다. 적발되지 않은 불법행위가 더 많은 것을 가늠해본다면 영풍제련소의 환경오염은 일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불법행위에도 영풍제련소가 솜방망이 처벌만을 받았던 배경에는 소위 ‘환경마피아’가 있다. 영풍그룹의 관료 출신 사외 이사 비율은 80퍼센트가 넘는다. 영풍의 소준섭 부사장은 석포제련소의 지도감독을 맡았던 대구지방환경청장 출신이다. 환경부 경인지방청장을 지낸 장성기 청장은 9년간 사외이사 겸 감사로 영풍에서 월급을 받았다. 같은 계열사인 고려아연 주봉현 사외이사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 출신이다. 이규용 전 환경부 장관,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장관, 김병배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이진강 전 성남지방경찰청 성남지청장 등도 고려아연의 사외이사를 지냈다. 
 
지난 5월 15일, 또 다시 영풍제련소의 불법행위가 드러났다. 정부가 (주)영풍석포제련소에 대해 특별 지도·점검한 결과 폐수 배출시설 및 처리시설을 적정하지 않게 운영한 것이 드러났으며, 지하수 관정을 허가 없이 개발하고 이용하는 등 6가지의 관련 법률위반사항이 또 다시 확인됐다. 영풍제련소는 작년 「물환경보전법」 조업정지 20일 행정처분에 이어 또 다시 4개월의 조업정지 처분을 받게 됐다.
 

범죄 악순환 끊어내려면 통합환경조사 실시해야 

 
 
과연 영풍의 범죄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을까? 현실 고담시에는 베트맨이 없는 것일까? 
 
환경연합은 지금의 오염 관리·감독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영풍제련소의 배출시설을 둘러싼 관리·감독은 오염 매체별로 기관을 달리하고 있다. 경상북도가 대기와 수질을 관리하고 대구환경청이 화학물질과 지정폐기물을, 봉화군이 일반폐기물과 토양, 지하수를 관리·감독하고 있다. 지금의 오염매체별 관리는 허가권자가 상이하며, 중복점검이 이뤄지고, 관리가 복잡해 실제 환경개선을 위한 관리라기보다 단속과 처벌 위주의 관리가 이뤄진다는 문제가 있다.
 
환경연합은 오염물질이 대기, 수질, 토양 등 환경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오염원의 규제를 사업장 단위로 종합해서 관리·감독하는 통합환경조사를 실시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나의 사업장, 동일 공정 내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은 하나의 매체로만 배출되는 것이 아니며, 그 오염이 전이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2018년과 2019년에 이어 3차 「물환경보전법」 위반 사항이 적발되면 공장의 허가취소 또는 폐쇄명령을 내릴 수 있다.
 
과연 영웅 베트맨이 펭귄맨을 처단한 것처럼 한 번이라도 정의가 승리할 수 있을까? 아니면 만화에서처럼 영원히 범죄를 없애지 못하는 악의 도시로 남을까?
 
 
글 / 안숙희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 물순환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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