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의 4대강 그리고 빼앗긴 정의

녹조로 뒤덮인 낙동강 ⓒ함께사는길 이성수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호소(湖沼)는 ‘댐·보(洑) 또는 둑 등을 쌓아 하천 또는 계곡에 흐르는 물을 가두어 놓은 곳’으로 정의한다. 4대강사업이 시작될 때 환경부는 4대강이 모두 하천에서 호소로 바뀐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4대강사업을 하면 오히려 수질이 개선된다는 논리를 폈다. 최근 환경부는 ‘호소·하천 환경기준 적용방안 연구결과 보고서(2013)’에서 ‘이포보를 제외한 15개의 보가 모두 호소로 분류된다’고 밝혔다. 호소의 물리적 특성인 하천유속이 연평균 0.2m/sec에 미치지 못하고, 생물학적 특성으로 보 구간에 서식하는 어류가 유수성 어종(흐르는 물에 서식하는 어종)이 아닌 대부분 정수성 어종(멈춰있는 물에 서식하는 어종)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국무총리실 산하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2014)의 하천유속 측정결과를 살펴보면 낙동강의 경우 수문을 열지 않으면 0.0500.07m/sec 범위이고, 대한하천학회에서도 낙동강이 거의 정체되어 있다는 것을 수차례 측정한 바가 있다.
 

호소로 변한 4대강은 죽음의 공간

 
4대강은 더 이상 하천이 아니고 호소가 되었기 때문에 호소 수질관리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 녹조의 영양분이 되는 총인(T-P)의 농도 기준이 하천보다 호소에서 2배에서 4배까지 강화되기 때문에 그만큼 총인저감시설을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4대강사업을 할 때 환경부는 녹조발생을 예견하고 하수처리장 방류수의 총인 기준을 기존 2.0㎎/L에서 0.5㎎/L으로 대폭 강화하고(2010.2.26. 개정) 약 5000억 원을 투입해 총인처리시설을 강화했다. 하지만 호소로 변한 4대강에서는 4년 연속 녹조가 발생했다. 하천 내 정체구간에서 부영양화를 막기 위한 미국 환경청(EPA)의 총인농도 기준은 0.02㎎/L, OECD 기준은 0.035㎎/L임을 감안하면 비점오염원에 대한 대책은 없고 점오염원의 배출농도를 0.5㎎/L로 강화하더라고, 4대강에서 부영양화가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없는 현실이다. 
 
유기물질인 조류는 죽으면 하천의 밑바닥에 퇴적된다. 이렇게 퇴적된 유기물질과 외부로부터 유입된 유기물질을 미생물이 분해하면서 수중의 용존산소(DO)를 다량 소비할 뿐 아니라, 다시 수중으로 무기영양물질을 공급하게 된다. 만약 이러한 상태에서 외부로부터 영양물질이 계속해서 공급되면 하천에 용존산소가 줄어들게 된다. 적절한 양의 용존산소는 수생태계에 아주 중요한데, 부영양화가 극도로 진행되면 수중의 용존산소는 모두 고갈되어 산소를 이용하는 모든 수중의 생물은 죽게 된다. 용존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모든 유기물질은 혐기성 세균에 의해 부패되어 물은 썩고 악취가 난다. 
 
낙동강 강정보에서 채취한 하천바닥 저질토는 시커멓고 시궁창 냄새가 진동을 했다. 강정보 상류에서 수심별 용존산소(DO)를 측정한 결과를 살펴보면 강바닥에서 용존산소는 없고 수심 6미터 지점에서 용존산소는 약 4ppm 정도였다. 강바닥에는 산소가 없기 때문에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죽음의 공간으로 변했고, 4대강에 설치한 16개 보의 강바닥이 무산소층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대부분의 어류는 용존산소가 5ppm 이상이어야 생존이 가능하고 4ppm 이하에서 어류는  활동에 현저한 제한을 받거나 내성이 없는 민감한 어종은 폐사하게 된다(충청남도, 2013). 최근 금강과 낙동강 등에서 발생한 물고기 떼죽음 역시 물속의 용존산소 부족이 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2015년 7월 20일 낙동강 현장조사 때 하류지역 어민들과의 면담에서 낙동강의 수중생태 환경을 피부로 느끼는 어민들의 증언은 심각했다. 예년에 비해 어획량이 10분의 1 수준이고 죽은 물고기가 그물에 걸리는가 하면 어구에 악취가 나고 시커멓게 변한 물이 올라온다고 증언했다(오마이뉴스, 2015). 4대강사업으로 여울과 웅덩이 그리고 수초가 사라져 물고기의 서식처와 산란처가 대부분 훼손되었다. 낙동강은 물고기조차 살 수 없는 죽음의 강으로 전락했고, 그만큼 어민들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4대강 녹조에서 고농도 독소 검출 

 
현미경으로 본 남조류 사진제공 박창근
 
 
국립환경과학원 낙동강물환경연구소가 조류경보제를 시범운영하고 있는 칠곡보, 강정고령보(강정보), 창녕함안보(함안보)에서 매주 녹조를 관측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강정보(대구에 위치)와 함안보는 대부분의 관측기간(7011월) 동안 경계단계에 있었다. 이것은 낙동강의 대구 하류지역은 녹조가 심각하게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대구 상수원인 강정보의 경우 12월 중순까지 경계단계에 있었다.  
 
지난해 8월말 환경연합과 대한하천학회는 일본 국립 신슈대학 박호동(朴虎東) 교수, 구마모토환경보건대학 다카하시 토루(高橋 撤) 교수 등 일본전문가를 초정하여 3일간 4대강 녹조에 대한 한일공동조사를 실시했다.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라는 남조류에는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라는 독성물질이 있는데, 이 물질은 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조사 결과 낙동강에서 발생한 남조류의 우점종은 마이크로시스티스였다. 남조류를 현미경으로 40배 확대하면 원형고리처럼 생긴 마이크로시스티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15년 12월 28일 일본전문가들(박호동 교수팀)이 낙동강 조류 분석결과를  발표하였다. 결과에 따르면 총 마이크로시스티스(MC)는 낙동강에서 260456㎍/L 범위에서 검출되었고, 가장 독성물질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마이크로시스티스-LR(MC-LR)은 달성보에서 128㎍/L까지 검출되었다. 여름철 한 번의 조사결과를 일반화시키기에는 다소 자료가 부족하지만 마이크로시스티스의 농도가 지금까지의 예상을 훨씬 상회하는 고농도였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러한 연구결과에 대한 환경부는 한심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일 공동 연구팀이 녹조조사결과를 발표하자 보도자료(2015.12.29)를 통해 ‘낙동강의 201402015년 조류독성물질(마이크로시스틴-LR) 모니터링 결과, 강정보에서 최대 2.0ppb(㎍/L)로 검출(2015.8.31)’되었고, ‘총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강정보에서 최대 5.7ppb(2015.8.31)’라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부 산하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은 2015년 8월 31일 강정보에서 마이크로시스틴-LR은 검출되지 않았고, 8월 10일 함안보에서 유일하게 단 한차례 마이크로시스틴-LR이 0.1㎍/L 검출하였다고 발표했다. 환경부는 독성물질의 농도를 대규모로 축소했고, 자체 자료도 왜곡하여 발표하였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신뢰가 없다.
 
남조류의 일종인 마이크로시스티스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물질을 배출하는데 정수과정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의 99퍼센트까지 제거할 수 있다고 해도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기준치가 음용수에서 1㎍/L임을 감안하면 적어도 기준치 이상의 마이크로시스틴이 음용수에 포함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우리나라는 마이크로시스틴을 수질감시 항목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1300만 명의 식수원인 낙동강의 녹조발생은 이제 일상화되었기 때문에 먹는물 수질기준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4대강사업 면죄부 준 법원

 
2015년 12월 10일 대법원이 ‘4대강 종합정비기본계획 및 하천공사 시행계획 취소’ 등 소송 제기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하자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의 판결을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4대강 범대위는 “이제 사법부의 정치적 판결로 4대강 사업은 다시 우리사회의 과제로 돌아왔다. 과거 새만금 사업을 비롯한 환경 관련 사법부의 판단은 항상 정부에 면죄부를 주어왔다. 사법부가 불법을 외면할 때 재앙은 현실이 되었다. 오늘의 판결로 인해 우리는 한국사회의 부조리한 사법 현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의 선고는 4대강을 지키지는 못할망정, 불법조차 눈감은 또 하나의 부끄러운 사법부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4대강사업의 싸움이 끝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
 
이명박 정부는 4대강사업을 하면 홍수예방, 가뭄극복, 수질개선이 된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22조 원의 국민세금을 투입했다. 지천 홍수위험은 여전하고 산간농촌지역의 가뭄은 해결하지 못하고, 하천수질은 더 악화되어 식수원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와 같이 잘못된 국책사업이 발생한 원인은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사업이라도 해야 하는 관료제의 병폐, 잘못된 사업에 왜곡된 이론을 제공하는 전문가들의 곡학아세를 들 수 있다. 또 다른 원인은 사법부의 정치적 판단이다. 2009년 국토부장관 등을 상대로 ‘4대강사업 시행계획 취소’ 소송을 제기했는데, 대법원은 2015년 12월 10일 상고기각 결정으로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국가재정법 관련 부분에서는 예비타당성조사 미실시는 예산 편성의 하자이지 4대강사업의 절차상 하자가 아니고, 하천법 관계법령의 상하위 계획 시점의 불일치도 큰 문제가 아니며, 환경영향평가 관련해서는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를 근거한 한 사업이라도 인정되어야 하며, 정부 재량권 일탈 남용에 대해서도 정부의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홍수예방 및 수질개선 효과에 대해서도 정부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또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하여, 4대강사업으로 생태계에 다소 변화가 예상되더라도 사업으로 인하여 얻어지는 이익을 능가할 정도로 생태계 파괴가 예상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부가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4대강사업에 대한 사법적 정의를 실현하지 못한 잘못된 판결이다.
 
사회적 논란이 되었던 토목사업에 대해 사법부는 언제나 정부의 재량권 일탈남용이 아니라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문제가 되더라도 사법부로부터 면죄부를 받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정부는 거리낌이 없다. 이것은 사법부가 스스로 위신을 실추시킨 것이다. 사법 정의의 실종은 우리사회가 얼마나 퇴보했는지 보여주는 지표이다.
 

‘묻지마 토목사업’ 선거 경계해야

 
결국 문제는 정치이다. 토목사업을 하면 땅값이 오른다는 인식이 전국토를 공사판으로 만들고 있다. 그 결과는 이미 우리가 목도한대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심화다. 토목사업을 유치하면 지역이 발전하고, 그것은 정치인의 능력이고 표로 직접 연결된다는 소아적 발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정된 국가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토목정책이다. 하지만 토목정책으로 경쟁하는 선거가 아니라 ‘묻지마 토목사업’을 쏟아내는 선거가 닥칠 것이다. 8조 원의 서울-세종 고속도로 사업, 10조 원의 동남권 신공항 사업, 20조 원의 4대강사업의 부작용을 은폐하기 위한 지천사업 등 크고 작은 토목사업이 올해 총선에서 주요 공약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토목사업이 공공사업이며 말 그대로 공(公)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는 기본원칙을 지금 다시 되새길 필요가 있다.
 
글 박창근 가톨릭 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ckpark@c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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