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막염 일으키는 수돗물 논란

최근 수도권 수돗물에서 수인성 뇌막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그러나 환경부는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여전히 
‘수돗물은 안전하다’고 주장, 파란이 일고 있다. 
수돗물 과연 안전한가?


“87년 트리할로메탄 등 발암물질 검출 사건, 89년 중금속 기준치 초과 식수불가 판정 사건, 91년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 93년 서울 일반세균 검출파동, 94년 낙동강 식수오염 악취소동…….”   
수돗물 오염파동이 해마다 되풀이 되면서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시민은 거의 없다. 수돗물 불신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 해 또다시 수돗물에서 장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수돗물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대 김상종(미생물학과) 교수는 “먹는 물 수질 기준에 바이러스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환경부는 “문제 없다”고 말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번 논란은 김상종 교수가 97년 10월25일 전북대에서 개최된 <한국미생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상수원과 수돗물에 대한 병원성 바이러스 조사」를 발표하면서 시작되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최근 서울과 인천지역 11곳의 수돗물과, 한강 낙동강 금강 등의 상수 원수 27곳을 채취하여 분석한 결과, 소아마비와 뇌막염 등을 유발하는 엔테로 바이러스가 모두 검출되었다고 한다. 
서울과 인천의 수도꼭지에서 채취한 수돗물에서는 1천ℓ당 2〜10마리 정도 검출되었고, 북한강과 팔당호 잠실 수중보 등 수도권 지역 상수원에서도 10ℓ당 10〜50마리, 금강과 낙동강 하구에서는 10ℓ당 10〜20마리의 엔테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것이다. 이에 수돗물의 안전성 문제를 놓고 정부와 일부 학계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는 가운데 수돗물의 수질관리 및 검사방법과 그 실태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수장에서 수도꼭지까지 수질관리 무방비
수돗물을 비롯한 모든 음용수 수질관리에 대한 최종적인 행정책임은 환경부가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연구원에서 수돗물 수질을 직접 검사·관리하는 곳은 전체 6백 16개 정수장 중 광역시 이상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32개 정수장이다. 나머지 정수장은 내무부와 지방자치단체 산하의 보건환경연구원에서 검사·관리하고 환경부는 이에 대한 결과를 매달 서류상으로만 보고받는다. 환경부의 수질관리는 취수장의 원수를 염소소독한 정수장에만 수질검사를 할 뿐 정수된 물이 상수도관을 통해 수도꼭지에 이르는 과정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개별관리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의 각종 오염에 대해서는 전혀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가동 중인 정수장들은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응집, 침전, 여과, 소독으로 이어지는 재래식 정수공정들로 되어 있다. 그러나 각종 오염의 증가로 인해 새로운 유해물질들이 정수과정에서 제거되지 않고 수돗물에 잔류하여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아 외국에서는 이러한 물질들을 중심으로 수질기준이 강화되고 있다. 더구나 원수의 수질이 악화될수록 엄격한 수질기준과 고도의 정수기술이 필요하다. 현재 환경부의 수돗물 수질검사 항목은 전체 45개 항목(WHO:121 미국:85 영국:56 독일:49)인데 검사가 간편한 탁도, 냄새 등은 1회 검사를 실시하고 별도의 분석장비가 필요한 항목은 주간과 월간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장바이러스 일종인 엔테로 바이러스는 정부의 수질검사항목에 들어있지 않은 것으로, 인체에 다량 유입될 경우 소아마비, 수막염, 호흡기 질환, 설사 등을 유발하는 전염성 병원체이다. 엔테로 바이러스를 포함한 장바이러스는 수계에 있는 바이러스 중 가장 많은 것인데 환자의 대변과 함께 배설되어 수계에 유입, 수질오염을 일으킨다.
수돗물 바이러스 검출에 대해 환경부는 “문제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당장 위험하지는 않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대 소아과 이환종 박사는 “엔테로 바이러스가 뇌수막염, 신체마비, 호흡기 질환 등을 유발하지만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고 곧바로 인체에 감염되고 질병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라며 “보도된 바이러스 수는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나 바이러스 자체가 가지는 위험성 때문에 만약 검출된 것이 사실이라면 철저한 조사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지난 해 11월 21일에는 경남에서 유행한 무균성 뇌막염과 엔테로 바이러스와의 관련성에 대한 임상보고서가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대한감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이 보고서는 97년 3월에서 10월까지 경남 중부지방에서 2백39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질병을 발생시킨 원인 바이러스 종류가 이번에 검출된 바이러스와 동일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바이러스의 법적 기준을 포괄적으로만 명시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채택내용은 없으며, 염소소독으로 미생물의 99.9%는 제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설령 김교수의 주장대로 바이러스가 있다해도 프랑스 권장기준에 크게 못 미쳐 인체에 곧바로 위해를 가할 만큼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편 수질검사항목 포함여부를 위해 3년간 연구조사중이라고 밝혀 수돗물 안정성에 의심을 품고있는 시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상종 교수는 바이러스는 염소에 대한 내성이 강해 제거가 쉽지 않으며, 또한 염소소독을 거친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는 것은 정수처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서울시 사업본부 생산관리부 김정우 수질과장은 “정수처리를 거치고 염소처리까지 하는데 미생물이 나올 수 없다”고 반박하면서 현재 “서울시가 갖고 있는 정수처리 시스템은 외국과 비교해 손색이 없고 정수장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김상종 교수의 분석에서는 어떻게 바이러스가 나올 수 있었냐고 묻자 김 과장은 “실험과정에 대해 투명하게 알지 못하며 좀더 객관적이고 공인된 기관에서 검증을 거쳐봐야 한다”며 김 교수가 “검증되지도 않은 내용을 언론에 터뜨려 시민들의 수돗물 불신만 가중시켰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실제 바이러스 검사를 할 만한 장비와 기술력을 가진 기관과 전문가가 국내에 별로 없어 김상종 교수를 제외한 공동조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김 과장은 이 부분을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객관성을 위해 굳이 제3의 기관이나 전문가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모순적인 주장을 하고 있어 공동조사에 대한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여진다.
또한 정수과정에서는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정수된 물이 상수도관을 통과해 수도꼭지에 이르는 과정에서 수도관 부식이나 관리 소홀로 이물질 유입이 가능한데 이것에 대한 대책 또한 없는 실정이다. 
“하루 50여만톤의 수돗물을 공급하는데, 수돗물 먹고 병 일으키는 사람이 있냐”고, 그러니 “수돗물은 안전하지 않냐”는 말로 시민들의 수돗물 불안감에 답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환경부의 상하수도 음용수 관리과 김원민 과장은 “먹는 물도 투자를 해야 좋은 수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늘날 선진국의  수돗물은 수십년 수백년 투자 속에서 나온 것이라는 얘기다. 김 과장은 또 “바이러스의 위험성 알지만 기술적인 문제와 제반 예산 문제가 걸려 있어 충분한 검토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립환경연구원에는 10여명의 분석인원이 있는데 1백종이 넘는 바이러스를 일일이 수시로 검사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병원균 검출 보도중지 요청한 환경부 장관 
항상 연례행사처럼 터지는 수돗물 파동 뒤에는 어김없이 그 수습을 위한 사업들이 이어졌다. 93〜97년까지의 <맑은 물 공급종합대책>, 96년 3월 대통령의 <환경복지구상>, 96년 8월 <물관리종합대책과 녹색환경나라 건설을 위한 실천계획> 등 수돗물 오염파동만 나면 대책을 공언하지만  엄청나게 쏟아붓는 예산 뒤에 얼마나 나아졌는지에 대한 말은 어디에도 없다. 단지 똑같은 문제와 결과만 해마다 되풀이되고, 비싼 정수기를 사거나 생수를 먹는 사람만 늘어났을 뿐이다. 
수돗물 바이러스 문제가 터졌을 때 윤여준 장관은 전날밤 각 언론사 편집장들에게 보도 자제를 종용했다고 한다. 환경부와 서울시는 수질정책이나 수질관리의 문제점 등 근본적인 대책마련보다는 예산과 기술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실제보다 언론에서 과장되게 보도돼 애꿎은 시민들의 수돗물 불신만 더하게 했다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글 / 황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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