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흑두루미의 천년 길을 바꾸었나

 
흑두루미들이 겨울나기를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머리 부분을 빼고 목 아래와 몸통 부분이 검은 색인 흑두루미는 시베리아 또는 중국 동북부 지방에서 번식을 하고 겨울이 되면 가족과 함께 일본 이즈미까지 내려와 겨울을 보내고 봄이면 다시 번식지로 돌아간다. 
 
다른 두루미에 비하면 크기가 작은 편이지만 그래도 90센티미터가 넘는 몸으로 일본 이즈미에서 러시아 아무르강까지 날아가야 한다. 그 거리만도 3000킬로미터가 넘는다. 때문에 흑두루미는 중간에 내려앉아 에너지도 보충하고 쉴 곳이 필요하다. 한반도는 먼 길 떠나는 흑두루미에게 중요한 쉼터다. 흑두루미가 번식지에서 월동지로 가는 10월과 11월, 또 월동지에서 번식지로 북상하는 2~4월에 우리나라를 거쳐 간다. 
 
하지만 흑두루미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수천 년 동안 오가던 그 길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낙동강 대신 서해안 따라 북상

 
매년 흑두루미 남하와 북상 시기에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물새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말부터 이즈미를 출발한 흑두루미들이 서해안으로 대거 몰렸다. 특히 지난 3월 16일 하루 천수만에서만 4000마리가 넘는 흑두루미가 관찰됐다. 지속적으로 천수만에서 철새 모니터링과 먹이 나누기를 하고 있는 김신환 동물병원 원장(전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3년 전부터 천수만을 찾는 흑두루미 수가 늘고 있다. 본 것만 하루에 4000마리가 넘고  실제로 1만 마리 이상 서해안을 지나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물새네트워크 이기섭 박사는 3월 16일 기준으로 그동안 이즈미에서 5000여 마리가 이동했는데 대부분 제주도를 거쳐 서해안 목포, 영광, 고창, 군산, 서천 등을 거쳐 천수만으로 몰려들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부산 낙동강 하구에서 구미까지 흑두루미를 관찰했다는 기록은 없다고 덧붙였다. 몇 년 전만 해도 흑두루미들은 부산 낙동강하구에서 남지, 대구, 구미 등 낙동강을 따라 북상했다. 실제로 구미시는 2007년에 보도자료를 통해 “낙동강 구미습지는 매년 흑두루미 4000마리 이상 도래하는 곳”으로 “분산 월동지로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주요 철새도래지”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홍보가 무색할 정도로 올봄에는 낙동강을 따라 북상하는 흑두루미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 전문가와 현장 활동가들은 4대강사업을 지목한다.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의 모래톱이 다 사라져 흑두루미들이 내려앉아 쉴 수 있는 곳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경계심이 많은 흑두루미는 모래톱에서 주로 휴식을 취하는데 물소리를 통해 적이 오는 것을 알 수 있고 또 모래톱 안에는 풀씨나 다슬기, 물고기 등 먹이가 풍부하다. 이런 곳을 4대강사업을 한다며 다 긁어낸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흑두루미 2456마리가 관찰되었다며 해평습지와 강정습지 일대가 흑두루미의 중간기착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이에 대해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처장은 “모래톱이 있을 때랑 없을 때랑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최근 모래 재퇴적 현상으로 낙동강 일부 구간에 모래톱이 생기면서 흑두루미들이 일시적으로 늘어난 것일 뿐 4대강사업 전에 비해 해평습지를 찾는 흑두루미 수가 크게 준 것은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겨울철 북상하는 흑두루미뿐이 아니다. 가을철 일본으로 가는 흑두루미 역시 낙동강을 외면하고 있다. 한국물새네트워크 자료에 따르면 2008년 10월 한 달 동안 구미해평습지에서 관찰된 흑두루미는 2619마리였다. 하지만 2013년 10~11월 구미해평습지에서 관찰된 흑두루미는 511마리뿐이었다. 이기섭 박사는 “2010년부터 지난 3년간 구미해평습지를 비롯한 낙동강 유역의 흑두루미의 관찰기록이 너무나 많이 줄었다. 4대강사업이 흑두루미의 이동행동을 바꿔 놓은 것은 틀림없다.”고 밝혔다.  
 
천수만에 내려앉은 흑두루미 ⓒ김신환
 

4대강사업 탓

 
4대강사업이 흑두루미의 이동경로에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먼 거리를 비행하는 철새들에게 이동경로가 변경되고 중간기착지에서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동시 사망률이 증가하고 번식 성공률이 저하되는 등 종의 생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한다. 한 곳에 집중되는 것도 문제다. 먹이가 부족해질 뿐만 아니라 전염병의 집단 발병으로 종 자체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더군다나 흑두루미는 전 세계적으로 약 1만2000마리밖에 남지 않은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다. 천수만으로 몰리는 흑두루미들이 반갑기도 하지만 걱정되는 까닭이다. 
 
우리나라는 흑두루미를 보호하기 위해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놓고 있다. 먼 길 가는 흑두루미에게 최소한 쉬어갈 곳, 4대강에 모래톱을 돌려주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 아닌가.

함께사는길 hamgil@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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